카페트길 60리(왕방산-해룡산-포천천보산-의정부천보산)

1. 산행 한마디 : 길고 아늑한 길

2. 산행일자 : 2004.4.15(목) <보충산행:4.17(토)>

3. 운행구간 : 왕산사(구 보덕사)-왕방산-오지재고개-해룡산
-포천 천보산-투바이고개-어야고개-축성령-
-백석이고개-탑고개-의정부 천보산-13번 종점

4. 써밍 업

ㅇ 용이 꿈틀되는 천보산맥

ㅇ 60리 아늑한 솔밭길

ㅇ 나즈막한 산들의 종주

ㅇ 해룡산에서 길찾기

ㅇ 선과 속을 넘나들기 몇번인가

ㅇ 336m 천보산의 고도감

5. 산행기(각 시간은 사진기록 참조)

<왕방-소요에 이어 고향산 탐방 두번째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갈때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왼쪽에서 늘 같이 따라다니던 산등성이들이 있다.

의정부 금오동 미군부대 위의 철탑 달린 산에서 부터
축석고개를 넘고 송우리를 지나 포천을 갈 때 까지도
그 산들은 계속 나를 따라온다.

그게 일직선 능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나중에 안다.
더우기 그걸 천보산맥이라 명칭하는 것도...>

오늘 산행은 막내아들하고 같이 한다.
아이에겐 좀 무리인 듯 보여 완강한 반대에 직면하나

"애비의 엄포"와 아이의 "살빼기 특명"이라는 명분아래
간신히 구슬려 데려간다.

산행거리가 길어 일찍 떠나려했으나 어제 밤 과로로
늦게 일어난다.

한표 찍고 부리나케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으로 달린다.

** 수유리 시외버스 ↓




버스에 올라 오늘 산행의 전개양상을 머리속에 그린다.
어떤 난관이 우리 부자앞에 닥칠까 생각하다보니 포천이다.

전에 왕방산 갔을 때 무럭고개로 간적이 있다.
오늘은 보덕사로 들머리를 잡는다.
시간 관계상 보덕사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4,000원)

** 왕산사(구 보덕사) 입구 ↓





보덕사는 무럭고개보다 산행거리는 짧은데 쫌 가파르다.
짧은 팔 입고 오길 잘했다. 열난다. 덥다. 땀이 눈을 가린다.

** 이정표 ↓





왕방능선의 평탄한 길은 역시 부드럽고 아늑하다.

** 능선길 ↓





무럭고개에서 올라오는 길이 합류된다.

** 보덕사, 무럭고개 이정표 ↓





아이하고의 산행은 늘 이렇다.
내가 먼저 올라가고 아이의 안부를 소리를 질러 확인한다.
아이 뒤를 따라가면 넘 늦기 때문이다.

제법 가파른 경사를 별 투정없이 올라오는 아이가 고맙다.
이윽고 정상이다.

** 정상석(아이의 찡그림은 햇볕때문이다. 가혹한 아빠의 원망이 아니다. ㅋㅋ) ↓





두번째 오르는 왕방산이다
지도에는 710.6m인데 정상석엔 737.2m로 되어 있다.
저기 북서쪽으로는 국사봉 넘어 소요산이 흐릿하다.

...저길 내가 어떻게 갔지?... 몇주전에 간 왕방-소요가 생각난다.
또 가라 그러면 못갈 거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패기가 잘아는 노회보다 우선한 거 같다.
일단 시도해 보는 것. 세상 발전도 패기에 힘입은 바 클것이다.

남서쪽으로는 우리의 일차 목적지인 해룡산이 보인다.

** 왕방산에서 본 해룡산 ↓





우측으로 국사봉가는 길목지나 남진이다.
가다보니 좌측으로 선단리 대진대가 보인다.

** 대진대학교 ↓





왕방에서 해룡산으로 갈려면 오지재고개를 거친다.
왕방 주능선 남향에서 서쪽으로 기수를 홱 튼다.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 오지재고개 가는 길(오른쪽이다) ↓





가다보니 저 앞쪽에 도로가 보이고 차가 다닌다.
오지재 고개다. 오지재고개는 포천과 동두천을 연결시킨다.

나중에도 나오지만 천보산 가는길엔 고개도 많다.
산중의 고개도 고개지만

차가 다니는 고개도 3번을 넘는다. 오지재, 투바위, 어야
흡사 속과 선을 무수히 넘나드는 기분이 든다.

고개마루에 포장집이 있다. 해룡산 임도입구 어귀에
앉아가는 쉼터도 있다. 잘 만들었다.

거기 어떤 아저씨한테 해룡산 가는 길을 물어본다.
알고 왔지만 확인차 물어본다.

모를 소리만 한다. 모르면 모른다 하지 괜히 아는 체해서
사람 더 헷갈리게 한다.

초입은 비포장 도로다. 도로를 무시하고
좌측의 적당한 부분에서(길은 희미하다) 능선을 탄다.
도로로 가도 되는 거 같다.

잡목을 헤치며 올라가니 콘크리트 도로가 나온다.
좌측으로는 잘린 소나무가 보이며 타이어 가드레일이 보인다.

** 잘린 소나무 ↓





도로를 따라 주욱 올라가니 웬 군인이 내려온다. 장교다.
제지하면 어떡하나 해서 우물쭈물하니까 아무 소리없이 그냥간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해룡산 가는걸 물어본다.
중위다. 여기 해룡산 중계소 책임자란다.

선한 눈의 귀태가 나는 젊은이다.
정감있고 아주 정중하게 설명해준다.
박하사탕을 깨문 상큼함이다.

무릇 많은 산행을 했지만 물어보면 턱으로 가리키는 사람,
잘알지도 못하면서 인상쓰고 엉뚱하게 가르쳐주는 사람, 등
주로 길 물어보기에서 안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 나였다.

그 중위로부터 한보산맥이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며,
지금시간에 가면 어야고개뿐이 못간다는 설명 등
여러가지를 듣는다.

...어야고개뿐이 못간다고??...
묘한 오기가 발동한다.
...내사 마 랜턴키고라도 천보산에 갈끼라..

다시 도로에서 능선으로 옮겨탄다. 가파르다.
능선으로 올라탈만한 지점이 있다.

아이가 악전고투한다. 아들애는 오름길이 쥐약이다.
경사만 만나면 세월아 네월아다.

헬기장을 통과하고

** 헬기장 ↓





저 쪽 산정상 위로 군부대 휀스가 보인다.
휀스를 좌측으로 통과한다.

** 군부대 휀스 ↓





사진을 찍으려니 위에서 군인들이
아저씨 사진 찍지마세요오~ 한다. 이크..

계속 막사를 돌아 군부대 후문에 당도한다.
해룡산의 정상은 군부대가 점하고 있다.
천보산맥의 장관을 못본게 아쉽다.

지금부터 조심 할 대목이다. 알바 다발 지역이다.
해룡산에서 부대 후문지나 길을 잡을 때 Y갈래길이 나오면
일단 우측으로 갈 맘을 해야한다.

왼쪽 길도 번듯하고 길이 잘나있어 무심코 들어서면
지도상에 엄마 젖꼭지같은 긴 능선을 거쳐
설운리 280.3m에 가기 쉽상인 것이다.

여기부터 펑퍼짐한 낙옆지대다.
아이가 배고파 죽겠단다. 시간이 13:30분이다.

...배도 고프겠지. 흘린 땀이 얼만데...
여기 낙옆지대를 오늘의 오찬장으로 정한다.

바위위에서 먹을려했다가 동두천 쪽에서 부는 바람이
하도 날카로와 그냥 낙옆깔고 먹기로 한다.

** 오래간만에 맞아보는 산중 겸상(?) ↓





느긋한 점심을 오래간만에 아들과 겸상으로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밥을 안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또 헬기장이 나온다. 당연히 오른쪽.
여기부터는 지도상에 등고선이 촘촘한대로
급 내리막 지역이다.

내려가면서 직진길을 피하고 오른쪽에서 길을 찾는다. 오른쪽!

좁다란 콘크리트 임도가 보이고 임도로 올라서
좌측 능선으로 붙는다.

** 콘크리트임도와 좌측길 붙기 ↓




묘가 나오면 직진하지 말고 묘를 돌아
또 오른쪽으로 간다.

다음에 사거리가 나오면(우측으로 펜숀같은것이 보인다)
직진하여 칠봉산 분기점으로 향해 쾌속 항진!

** 사거리와 우측의 집 ↓




칠봉산 분기점 지나고 그야말로 아늑한 능선길이 시작된다.

** 능선길중의 진달래길 ↓

* 큰 사진을 보시려면 사진을 크릭하세요!




포천 천보산 들어서기전 지나온 해룡산을 본다.
오버랩된 진달래가 소박하다.

** 지나온 해룡산 ↓




천보산은 두가지다.
하나는 투바이고개(회암령)가기 직전 암으로 구성된
포천 천보산(423m)이며
또 하나는 오늘의 종착지인 의정부 천보산(335.5m)이다.

포천 천보산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여기는 암으로 구성된 곳이라 시야가 좋다.
좌측으론 포천의 선단리, 설운리의 사람사는 곳,

우측으로는 가야 할 천보산맥이 용처럼 누워있다.
산맥 저 끝에 희미하게 아스라이 뿔달린 천보산.
(여기서 뿔은 안테나를 이야기한다)

산맥의 모습이 누워있는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저길 끝까지 갈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온다.

일단 여기서 아이하고 사과를 하나씩 베어문다.
먹으면서 조망을 감상한다.
얼려온 페트병의 얼음이 자취를 감출려 한다.


** 포천 천보산에서 본 천보산맥 ↓
(중앙의 줄지어 늘어선 산들 끝으로 천보산이 보이는데 사진에서는 안나타난다)

* 큰 사진을 보시려면 사진을 크릭하세요!




바위길 지나 천보산을 뒤로하고 내려가니 넓다란 길이
나타나며 이내 투바이고개에 당도한다.
고개 정상부 휀스망이 터진 암이 있는 곳으로 무식하게 올라 붙는다.

** 투바이고개 휴게소 ↓



** 투바이고개(정면의 암으로 올라선다) ↓




삐삐선 따라 좀 가니 천주교 공원묘지가 나온다.
깔끔하게 정돈되었으나 묘지는 묘지다. 기분이 으스스하다.

** 천주교 공원묘지 ↓



** 묘지에서 본 지나온 왕방산-해룡산 ↓





묘지의 콘크리트길 지나고 다시 우측의 주능선으로 올라탄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잠시 멈춘 기분...
잔잔하고 아늑한 능선길은 계속 이어진다.

석문령 바로 아래에 있는 천보약수터에 들러
차가운 물로 병을 갈아채운다. 약수가 무척 차갑고 맛이 좋다.
군인들이 만들어 놓은 약수터다. 훈련장같은 곳도 눈에 띈다.

** 천보 약수 ↓



** 석문령 ↓





어야고개에 당도한다. 지도상에는 어야고개인데
도로 표지판에는 어하고개로 되어있다.

오지재, 투바위에 이어 세번째 큰고개다.
흡사 선과 속을 너울너울 넘나드는 기분이다.

** 어야 고개 ↓





고개 반대편으로 오르니 경사가 급하다. 아이가 낑낑댄다.
오늘 아이로서는 무척 좋은 경험이 될것이다.
아빠가 하는 산행이 늘 이런 것이란것도 알게 될거고..

산중에 소나무로 완벽한 그늘이 만들어진 곳에서 잠시 쉰다.
아이와 같이 양갱을 나눠먹는다.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앞만보고 달린거 같은데도
천보산은 저 멀리다. 이상하게 거리가 안좁혀진다.

** 아직도 가야할 산, 산들.. ↓





축성령 가기전 좌측 좋은 길로 간다.
우측으로 커다란 산등성이가 지나간다. 이크 알바다.

다시 back하여 제자리를 잡는다. 15분 알바다. 시간없는데 끙..
좌측으로 암 생각없이 그냥 가면 무봉리로 빠진다.

** 시야에 들어온 천보산 ↓





축성령지나고 백석이고개 지나 바위 둔덕에 올라선다.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 불국산에 지는 해 ↓




우측의 골프장에서 비추는 빛이 어둠에 도움이 된다.
백석이 고개, 바위둔덕 지나 헬기장이 나와야하는데
이상하게 안나온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아이에게 헤드랜턴을 씌우고
난 손전등으로 길을 밝힌다.

좌측으로 길이 난다.
직감적으로 이 길은 아닌거 같다.

그러나 랜턴으로 길 찾기는 무리다.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그냥 길따라 내려온다.
이 고생을 하고 왔는데...

내려가니 의정부 상금오동이다. 테니스장 같은 것이 있고
등산로 입구도 있다. 허탈했다.
바로 목전에 천보산을 앞두고 패퇴한 것이다.

** 상금오 표지 ↓



** 금오동에 내려서서 잠시 쉰다 ↓



** 저녁먹고 ↓





<과외 복습하기>
여기까지가 4.15(목) 산행의 전부다.
아이를 데려가면서까지 그 고생을 하며 천보산에 못갔다.
백석이고개지나 천보산 바로 전 탑고개 임박지점에서 실족한것이다.

어둠때문이라 핑계를 대지만 나의 미숙때문이리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4.17(토)에 축석검문소부터 다시 재개한다.

전날 숙직을 하고 늦으막히 축석검문소에 내린다.
너무 장황한것 같아 사진으로만 대신한다.

** 축석검문소 ↓



** 백석이고개 표지기 ↓



** 백석이고개 지나 바위 둔덕 ↓



** 4.15(목)에 잘못든 길(우측으로 가야했다) ↓



** 나오는 헬기장(멀리 불국산이 보인다) ↓



** 천보산 거의 임박하여 나오는 바위 ↓



** 천보산 정상 ↓



** 천보산 정상의 철탑 ↓





이후 하산은 천보산에서 계속 서쪽으로 진행하여
군부대 지나고 운동시설 지나고 아스팔트길 따라 내려가니

송추가는 길 입구인 13번 종점이 나온다. 교통이 좋다.
원당, 일산가는 버스도 있다.

천보산맥길은 참 아늑하다. 산도 그리 높지 않아
언제던지 포천가는 도로로 내려갈 수 있다.

특히 어야고개에서부터 가는 구간은
능선에 나무들이 있어 볕을 가려주므로
여름산행에도 적격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나무있는 능선길을 편안히
걷고자한다면 천보산맥길이 강추다.

▣ jkys - 덕현이가 오래간만에 산에 왔군.산에 취미가 없다면서 웬일로...드디어 24일 4주만에 산에 간다.
▶추카, 추카,, 그래도 처음에는 살살 산행해야죠. 무리하지않게..혼자 엄청 쏘다녔네..

▣ 김정길 - SOLO님의 아들과 함께하신 고향 산 답사기와 사진을 보면서 부자지간의 깊은 사랑을 느낍니다. 체중 빼기 대 작전이라지만 상당한 무리인듯 싶고 체중에 의한 무릅고장이 염려됩니다. 부디 무탈한 산행 이어가시며 건강들 하시기를..
▶ 염려말씀 감사드립니다. 아이하고의 산행은 참 즐겁습니다. 아이는 안그럴지 몰라도..ㅋㅋ..

▣ 불암산 - 부자간 산행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SOLO님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봅니다. 다정다감하실것 같구, 아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곳곳에 베어 있습니다. 부럽군요, 아들이 없는 저로써는..... 늘 안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감사합니다. 불암산님께 죄송한 마음 드는군요. 으~ 하하.

▣ 김용진 - 부자간에 산행하는 재미를 가끔식할 수 있는 SOLO님 이 부럽습니다.... 아늑한 등로를 걷는 재미가 제게도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아드님과의 긴 산행 수고하셨습니다.. 계속된 즐산을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걸을수 있을 정도로 등로가 아주 부드럽더군요. 한북은 끝내셨는지요?

▣ 산모퉁이 - 아빠도 아드님도 대단하십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천보산까지 가신 김에 칠봉산은 그냥 놔 두셨는지 궁금하네요... SOLO 님이 안 넘으셨을리가 없는데...^^ 그냥 해 본 소리고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칠봉산은 그게 천보산맥 주등로를 이탈해서 좀 떨어져 있더라구요. 그래 거길가면 천보산맥이 도저히 시간이 안돼서요. 그렇지않아도 칠봉산. 군침 삼키고 있는 중이랍니다.ㅋㅋ..

▣ jkys - 용문산 정보 부탁드립니다.
▶백운봉부터 시작할려면 산행기를 SOLO로 검색해서 용문산을 보면 돼요. 자세한건 전화로..

▣ 산초스 - 대단하신 부자이시고 끝까지 다시가신 solo님의 의지에 감탄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산초스님. 그거 하나(천보산) 볼려고 장거리를 산행했는데 못보게되니깐 무척 찝찝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한번..ㅋㅋ 그렇게 의정부를 다니고도 천보산 있는걸 이제 알았으니..참 한심하죠?.. 내 주위에 있는 산이 명산임을 실감합니다.

▣ 이쁜여우 - 아드님 비만이 어느정도였나 했더니...ㅋㅋㅋ 열심히 데리고 다니셔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럴려고 하는데 요일이 좀 안맞아서 좀 그래요. 아이들이 토요일을 안쉬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