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광대골 엿보기



1:25,000지형도=대성. 덕동



2004년 4월 4일 일요일  맑음(4~15도)
 일출몰06:11~18:53



코스:
음정마을12:20<4.0km>벽소령도로따라 걷다가
해발950m지점서 지능선 따라
하산14:30<1.5km>자연휴양림입구
매화골가든16:00<3.0km>하정동마을 도착17:20



[도상8.5km/5시간 소요]



하산길 초반에 엿보기 시작한 광대골 상층부
      
하산길 초반에 엿보기
시작한 광대골 상층부


 



개요: 광대골은
생이바위골, 우수청골, 비린내골 등 지리산
주능선상의 형제봉~벽소령~덕평봉 능선 북쪽에서
발원한 거의 모든 물줄기가 모여드는 골짜기로 지리산
특유의 넉넉함과 수려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부근에 벽소령 임도와 도솔암~연하천대피소 코스 등
지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이 여럿 나 있고,
백무동. 칠선골. 뱀사골 등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골짜기가 여럿 뻗어 있다.



주변엔 실상사. 상무주암. 영원사와 도솔암 같은
고찰들이 주변에 들어 서 있어 등산과 탐방, 피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지리산
자연휴양림(055-963-8133)이 들어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벽소령 도로따라 걷다가 광대골 엿보기 지형도
     
벽소령 도로따라
걷다가 광대골 엿보기 지형도


 



산행후기:일전에 한 번
퇴짜를 맞았던 광대골을 이번엔 역순으로 탐방하기로
했다.



음정마을에서 영원령으로 올라 삼정산 능선을 타고
삼각고지까지 가서는 광대골로 빠져 들어 음정마을로
되돌아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목적이었다.



일부 단축팀은 도솔암을 경유하기로
하고,그래봤자 도상거리 12.3km에 불과해서
이번엔 쉽게 해내리라 생각했다.



그동안 왼쪽발목을 고정시켜 주었던 압박붕대를
다시금 칭칭 감고는 실로 두달만에 우리팀과 함께
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섰다.



내일이면 한식이고 식목일이다. 그래서인지 차량은
지체되고 성미 급한 기사분은 국도를 요리조리 맴돌아
시민회관앞 출발 네시간만에 산행 깃점에 내려다
준다.



음정마을에서 바라본 영원골의 신비스런 모습
     
음정마을에서 바라본
영원골의 신비스런 모습


 



우선 본대를 영원골로 먼저 올려보내고 나는 다친
다리를 염려하는 아내의 적극만류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벽소령 도로 따라 올라가서
광대골로 빠져들기로 했다.



오늘 산행이 힘들걸 걱정해 하던 몇분이 나와 함께
하겠다고 따라 나서길레 아내 포함 다섯명은 벽소령
올라가는 산복도로로 접어든다.  



잘 포장된 도로 따라 진행하면서 꾸불꾸불하기만 한
이 길을 질러 가는 방법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그러길 십여분 만에 마침 왼쪽 언덕위로 난 약간은
가파른 둔덕길이 있어 그 길로 올라선다.



산불감시용 차량 한 대가 확성기를 울리며 부지런히
오가다가 마침 원색차림의 우릴 발견하고 도로따라
올라오고 있기에 우리는 기다려 준다.



벽소령 산복도로의 지름길 초입
     
벽소령 산복도로의
지름길 초입


 



아이고! 수고 많으십니다! 선수를 치며 아첨끼 어린
음성으로 먼저 반색을 한다. 사실은 그들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우릴 발견하였기에 망정이지, 그들이 조금만 일찍
왔더래도 사십여명이 넘는 대식구와 실갱이 할 껀
뻔한 이치였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의 광대골에서도 그렇게 쫓겨 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이분들은 우리
때문에 본대를 놓친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지체시켜야 한다.



사실 말이지, 산불 감시기간중엔 이들은 우릴 마치
산불발생의 주범처럼 인식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가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 떠 도는 구름 한점, 스쳐가는 미풍의
한자락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산불감시용 차량이 더이상 올라올 수 없는 곳?
          
산불감시용 차량이
더이상 올라올 수 없는 곳?


 



내가 보여준 등산화 속의 압박붕대 탓인지, 어여쁜
새각시들의 미소 탓인지, 집사람의 장황한 넋두리
탓인지 그들은 차를 돌려서 내려간다.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가 듬성듬성한 솔잎 낙엽을
밟으며 힘겹게 오름짓을 반복하는데 열댓명의 한팀이
비칠거리며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 한명이 아이구,  형님 오랜만입니다!
하면서 반색을 하는데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린다.



웬일인가? 연유를 물었더니, 예전에 한 삼년 나와
함께 했던 그의 사연인즉~~~~!



눈녹은 산길에 피어난 세잎 양지꽃
                         
눈녹은 산길에 피어난
세잎 양지꽃



그의 일행 십오명이 어제 새벽에 성삼재를 출발하여
지리종주길에 나섰다.



삼각고지 근처에서 지리산 관리공단 직원의 제지에
소지품 검사를 당했는데, 두사람은 버너소지로 벌금
백만원씩을, 나머지는 모두 오십만원씩의 벌금을 물게
되었단다.



요즘처럼 힘겨운 살림살이에 나중일이 너무 걱정되고
인솔 책임자인 그로썬 무척 괴롭다고 했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주민등록번호 다 적어주고
왔는데 이 일을 어쩌면 좋냐고 한다.  평소에
없었던 지리종주길에서의 상황인지라 어이가 없다고
한다.  



그를 내려보내고 내딛는 발길이 무겁다. 우리팀에
급히 알려서 코스를 변경하게 하곤 나 역시 광대골
진입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사월 초순의 천왕봉
    
사월 초순의
천왕봉


 



벽소령 산복도로 따라 걸으며 바라본 천왕봉의
북사면은 아직도 흰산이다. 아까 그 친구는 저기까지
가서 하산 했어야 했는데.! 길가의 야생화는
무심하기만 하다.



산복도로는 더욱 더 대자연을 망치기 위해
보수공사중이다. 잘려나간 거제수나무 가지에서
피같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처연함을 더하고
있다.



숲속 한 쪽 구석엔 오소리 한 마리 널부러져 썩어가고
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장비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의외라는 듯 우릴 빤히 쳐다보며 지나간다.



에라 까짓거, 쉬었다가나 가자! 공사중인 도로가엔
고들빼기가 손으로 빼기 좋게 지천으로 깔렸다.
쌉쌀한 그 맛은 맛 본 자 만이 알고 있다.



해묵은 이정표가 있는 계곡옆에 앉아서 방금 씻은
고들빼기의 싸그름한 봄 맛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취시금지 안내판도 보인다.



죽음으로 항변하는 오소리http://moamt.co.kr.자연을 훼손말라!
       
죽음으로 항변하는
오소리.자연을 훼손말라!


 



형제봉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황토길엔 음정동마을로
내려가는 능선 길 하나 산죽 속으로 잘 나 있다.



그 아래쪽의 송알마을 뒤편으로 창암능선이
제석봉에서 길 게 내려와  별개의 단산처럼
창암산이 누에 머리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얼마전 일행들의 무용담을 듣고, 한신지곡의 내림폭포
빙폭 사진을 바라보면서 무척이나 가고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부상의 쓰라린 기억이 새롭다.  
 



광대골에서 올라오는 지능선길이나 계곡길이
틀림없이 한 두 곳 더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지능선이 나타날 때마다 왼쪽을 기웃거린다.



바라보며 올라가는 주능선상의 형제봉
      
바라보며 올라가는
주능선상의 형제봉


 



이윽고 광대골의 상층부가 전모를 드러내지만 오늘은
욕심을 접기로 하고 이쯤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관리공단 직원들이 상주하다시피 하는 광대골 진입은
피해야 하고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먼저 하산해서
일행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해발950m지점에서 광대골을 끼고 도는 제일 굵은
능선을 하나 골라잡아 진입을 시도해본다.



아직은 물이 오르지 않은 두릅나무와 억새가 웃자란
곳에 시퍼렇게 잘생긴 오엽송(잣나무)아래로 산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그 아래론 산죽이 빼곡해서 아내가 먼저 내려가보고
암릉구간이 없음을 확인 한 후에야 우리를 불러
들인다.



도로가 휘어지는 이곳의 오엽송은 이정표 구실을
훌륭히 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하산길 초입부의 오엽송
     
하산길 초입부의
오엽송


 



하산길은 그런대로 순조롭다. 산죽 무성한 능선길 한
두 곳에서 길이 끊기기도 하지만 날등만 따라
내려가는 길엔 잔디 없는 쌍분묘가 나타난다.



잡목숲길을 잠시 내려서자 광대골 상층부로 올라가는
옛산판길을 만나서 왼쪽의 계곡쪽으로
내려섰더니 등산로는 잘 나 있다.



나중에라도 이 지점의 옛길 따라 올라가면 삼각고지로
쉽사리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계곡으로 내려서자 작은 물길의 한쪽켠의 작은 창고엔
고로쇠 수거용 물통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하산하면서 바라보는 오공산
     
하산하면서 바라보는
오공산


 



작년에 헤집고 다녔던 오공능선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하산길엔 드디어 지리산 자연휴양림의 모든 시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포장길 따라서 매화골 가든 입구로 내려서자 휴양림
매표소가 불과 50m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이 곳과는
사각지대로 앉아 있어 우릴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하산이 끝난 것은 아니다. 출발 때 우리를
제지했던 그 차량은 지금도 확성기를 울리며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연자약하게 도로따라 천천히 걸어서
내려간다. [산불조심]깃발을 매 단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 주위를 오락가락 하면서 유심히 살피고 있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타고 온 산악회 차량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휴양림 입구에서의 광대골 전경
                    
휴양림 입구에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엿본 광대골
전경
 



음정마을 고개 언덕을 넘어서자 대기중인 산악회
차량이 보인다. 눈치없는 총무가 빨리 타라고
재촉한다.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바로 곁의 다락논에
들어가 아내와 일행은 파릇파릇한 쑥을 뜯기 시작하고
나는 오랜만에 보는 쇠뜨기를 촬영한다.



이른 봄 들녘의 논둑에서나 봄직한 이 것들이 왕성한
생명력으로 고산지대의 다락논에서 그 생명력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모양새도 무척 건강해
보인다.



기사에게는 전화를 해서 나중에 하정마을에서 탈테니
좀 더 기다렸다가 도솔암에서 하산중인 단축팀이
도착하면 곧 바로 출발 하라고 일러둔다.



쇠뜨기의 건강한 모습
    
쇠뜨기의 건강한
모습


 



쑥은 이제 웬만큼 뜯었다면서 내려가자고 한다. 논길
옆의 산장집 후원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추자나무꽃이 너무 앙징스럽다.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아넣고는 우리는 여유를 갖고
하정마을로 발길을 옮긴다. 하정마을은 지난여름의
폭우로 달아난 도로 반쪽을 아직도 공사중이다.



내일이 한식이어서인지 대도시의 승용차들이 마을
입구에 즐비하다. 추위도 달랠겸 식당으로
들어서려는데 마악 버스가 도착한다.



종주팀이 삼정산으로 향했다가 도마마을로 하산하여
마천다리로 하산중이란다. 나중에 만난 그들은 그래도
웃음 한 입 가득 물고 들어선다.



산장 후원의 추자나무 꽃
    
산장 후원의 추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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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배 - 산 아래에서 보이는 천왕봉! 금단의 지역이라 더 가고 싶군요. 6월에 꼭 다시 가볼랍니다. 구경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