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20일 화요일 맑음 관악산

코스=서울대입구 건영아파트-칼바위능선-장군봉-제4야영장-호수공원-매표소

함께한님=꽃사슴 다래 운해 솔향기 여니 물안개(6명)

어제 막내딸 물설고 낮설은 호주로 보내고 서운하고 걱정스런
마음 달래러 오랫만에 찾은 관악산...

오늘 아침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받고 집을 나서니 그래도 마음이
안정된다.
해외에 나가 여러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층더 성숙해져 돌아올 딸을 기대하며.....

남편은 저보다도 더 안절부절이다.
막내딸이 안스러운지...부모마음이 다 그렇듯,자식이란 품안에
자식이지 크면 언제가는 우리곁을 떠날텐데 지금부터라도 이별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 셋 시집가고나면 우리부부만 덩그만이 남을텐데,
그때는 산에서 살리라......

서울대입구에서 만나 언젠가 남편과함께 올랐던 건영아파트 코스로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가 많이 달라져 아파트옆을 통과하여 매표소를 지나 숲속으로 접어드니 어제 비온뒤라
숲속향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는데.....(이렇게 공기가 다르니)

파릇파릇 새싹들이 지난주보다 더 푸르러지고,
수줍은 연분홍 철쭉이 활짝 피어 우리들을 유혹한다.
작년 이맘때 찾았을때는 벗꽃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는데,
올해는 꽃시기가 일주일정도 빠른것같다.

오랫만에 나온 여니님 반가웠구요.
언제나 그랬듯이 온누리의 운해님 비닐봉지부터 꺼내신다.
쓰레기를 줍기위해.....

가끔씩 우리아지트에 오시면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타의 모범이
되시고 젊게 사시는 모습 정말 보기좋다.
우리도 이렇게 곱게 늙어가야할텐데.....

아기자기한 암릉을 넘나들며 우리님들 쓰레기주우며 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관악산에는 다른산보다 쓰레기가 많은듯하다.
모두 비닐봉지 배낭에 매달고도 손에까지 들었으니.....

그런데 칼바위능선으로 접어들어 암릉길은 쓰레기봉투가 걸리적
거려 허리춤에 매달고 진행한다.

아름다운 산하는 안보이고 쓰레기만 보이니 왠일인지......

연초록의 나무들이 산벗나무와 철쭉이 어우러져 멋지게 펼처진다.
많은 먼지로 풀풀 날리던 등로도 촉촉히 젖어 산행하기엔 그만이다.

숲속의향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가는 우리님들 모두들 좋아
어쩔줄 몰라한다.

장군봉 넓은 광장에서 도시락을 먹고 제4야영장으로 하산하며
아직 덜핀 철쭉군락지를 지나며 아마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가 절정을 이를듯하다.

관악산 철쭉제는 4월30일부터 5월2일 까지라고 하는데
꽃이 다 질까 염려된다.

호수공원을 빠져나오며 산행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산님들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에,각자 쓰레기는 배낭에 담아옵시다.




첫번째 국기봉


연주대가 보이고....


풍경




칼바위




칼바위에서 단체






쓰레기를 주으며...


철쭉


쓰레기를 하나가득...


철쭉2


관악산안에 호수공원







♬ How Can I Keep From Singing...Enya



▣ 윤도균 - 사랑하는 따님을 외국에 보내놓고 어느날 갑자기 또다시 맞이할
막내따님과의 이별연습으로 관악산 칼바위 능선을 오르시는 물안개님의 마음을
가슴속깊이 이해할 것만 같습니다 그 싸한 가슴을 멍으로 간직한채 배낭에
쓰레기 봉투묶고 산행을 하시는 님들 일행의 모습들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늘 즐겁게 산행하시는 모습에서 보람을 갖으시는 마음을 높히 평가합니다 안전산행 하세요

▣ 밤안개 - 막내 따님 떠나 보내고 마음 달랠길 없어 그 험한 칼바위를 가시고....
쓰레기까지 주어 오시는 그 모습에서 물안개님의 여린 마음을 읽을것 같습니다.
항상 즐산하십시요.

▣ 미성 - 쓰레기 줍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이수영 - 처음에는 무언가 쓸쓸함이 배어나면서도 마지막은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한 장면의 드라마 같습니다. 막내 따님을 머나먼 나라로 보내신 후 허전한 마음으로
오른 관악산..그곳에는 막내 따님 처럼 어여쁜 철쭉이 있었고요,
쓰레기를 줍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 권경선 - 저는 딸 하나이고 아직은 어린데도 결혼식장가서 딸을 떠나보내는
아버지들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을 날이
오겠지 생각하곤 합니다. 지금도 안아달라 업어달라 하는 딸아이인데 너무
성급 하지요?^^ 산하패찰 부착하시고 쓰레기 줍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졸작이지만 패찰을 디자인한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 김현호 - 아직은 어린두딸아이 언젠간 떠나겠지만 그전까진 산에 열심히 데리고 다니려구요~
산행기보다 더 시큼한 내용 담고 가네요 늘 건강하시길..

▣ 구자숙 - 저도 고2의딸이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똑같겠지요.안개님 공주님
걱정 너무 마니 되시겠지만 먼훗날을 위해 지금의 아픔이 좋은결과가
있으리라 봅니다.힘내십시요. 화이팅!!!!

▣ 산사랑방 - 오늘도 관악산.. "이곳은 위험하오..!! " 하지만 늠늠하게 포즈취한 님들을
대하니 역시 <한국의 여인>이란 생각이 들고요. 모든 시련도 다 잘 이겨내시라
믿음이 옵니다.쓰레기 주우시는 산심(?) 님들의 고운 마음이 산하를 더욱
아름답게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건강하소서..

▣ 김정길 - 막네딸 까지의 이별연습..... 저도 마음이 젖어지네요.

▣ 고돌쇠 - 오래전 칼 바위에 메달려 큰 베낭 때문에 전진도 못하고 한참을 헤맨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땐 사랑하는 딸 때문에 위기를 모면했답니다.

#물안개-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일일이 답글 드려야 도리지만 님들의
산행기에 덧글 올리것으로 대신하렵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