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화왕산의 아침

4월 18일, 일요일

코스 : 창녕군 말흘리 창녕여중-매표소 거쳐 주차장에서 산행 시작
자하골-서문-화왕산 정상-동문-남문-배바위-초소-755.8 봉-전망대
-주차장 원점회귀




아침 일찍 출발하니 새삼 봄날 새벽공기가 촉촉합니다. 마를 대로 말랐던
대기지만 예보대로 엷은 구름이 번지어 오후 녁의 단비를 기대할 만 하였
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화왕산을 올라 산성을 둘러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
서 오는 길에 옥천의 청국장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되돌아오는 아침
소풍인데, 기실 화왕산 진달래의 금년 안부를 살피고자 함입니다. 산보다
꽃이 우선하니 당연 짐도 홀가분하고 마음 또한 여유롭습니다.

산 아래는 철쭉이 이미 진달래를 대신하여, 풍성하고 교만하기까지 한 꽃
웃음을 왁자하니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만남의 장소라는 소나무 그림자가
편안한 이곳에서 오르는 길은 전망대 코스와 가운데 자하골 따라 바로 환
장고개로 오르는 코스, 그리고 왼쪽으로 산림욕장을 거쳐 화왕산 정상으로
약간 둘러치는 코스, 세가지 길입니다.

아내와 저는 평소의 전망대코스를 마다하고 환장고개로 바로 올라 서문에
서 화왕산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되도록 역광의 아침햇살이 투영되는 진달
래의 고운 색깔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진달래 능선을 거쳐 동문으로 내려섰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의 극성에 잠
시 내려 쉬었다가 다시 진달래 능선으로 되올라 몇 장의 사진을 찍어두고
산성을 빙 둘러 배바위와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전망대 코스로 내려섰습니
다.




<위사진1>
서문으로 올라 정상을 향하니 아침햇살이 비스듬히 누워 억새들 틈새까지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중턱까지 올라왔는데 배바위와 산불감시초소는 멀리
아득하고 서문 앞 익숙한 노점판들도 긴가민가 해집니다.





<위사진 2>
한울타리님의 산행기를 참조하고 오늘다시 살펴보니 진달래의 피크에 맞추
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곳 정상에서 동문으로 향하는 북릉의 경사면의
진달래는 촬영의 명소답게 타지에서 온 사진애호가들이 부지런히 새벽을 열
었습니다만... 화왕산 진달래도 이젠 옛이름인가 합니다..





<위사진 3>
남동에서 쬐여오는 낮은 아침햇살을 거의 정면으로 보고 찍어야하는 역광
입니다. 그래도 산거북이한테는 산이 좋습니다. 약간의 진달래 색깔만 허
용한다면 아침 산군(山群)을 담는 기쁨을 엇다가 견주겠습니까..


조리개를 잔뜩 조으고 원경을 담을려 애썼습니다. 필름이 어떻게 받아낼
지 제 실력으로는 아직 확신이 안 섭니다. 화왕산 동문 북쪽 봉우리 왼쪽
의 아침안개 위로 화악산이 평상처럼 널찍하고 미나리 한재고개를 사이
로 남산이 화악산과 나란합니다. 바로 옆에 희미하게 운문산이 드러나는데
가지산은 이 각도에서 운문산과 겹친답니다. 5도 정도 떨어져 봉우리 우측
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바로 재약산 사자봉과 수미봉입니다.^^
화면 우측 맨 가장자리로 신불-취서능선이 아련합니다.




<위사진 4>
장비와 기술로 최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만, “카메라로 보기”라는
사진은 조건에 따라 형상과 색감의 왜곡이 불가피합니다. 그 “아름다운
왜곡“이라는 의도를 혹은 예술이라고도 합니다만 직접 맨눈으로 보고 느
끼는 것이야말로 최고인 것을, 산에 관한 한, 우리 산님들은 잘 아실 것
입니다..








<위사진 5,6>
윗 사진은 오늘 아침 8시에 찍은 사진이고, 아래사진은 2003년 4월27일 한
낮의 사진입니다. 너무 다르지요??.



2003년은 그해 대보름날, 3년마다 반복하는 억새태우기를 하였기 때문입
니다. 그러니 그해 봄에는 화왕벌이 저토록 파릇하여 글자 그대로 색다른
맛을 보여준 것입니다.

어쨌거나 수년 전에 비하면 진달래는 풍요를 점차 잃어가고 산거북이가 좋
아하는 “듬성듬성한 맛”으로 점차 퇴락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위사진 7>
정상에서 북릉을 타다가 남쪽을 바라보면 배바위부터 서릉의 곡선이 북릉과
닮은 모습으로 구불구불 아기자기합니다.가만히 느껴보면 화왕벌도 각도에
따라 참 다른 느낌을 줍니다..




<위사진 8>
그나마 남아 이쁘게 보이는 북릉의 진달래 능선 일부입니다..






<위사진 9>
관룡산과 영취산 사이의 남동쪽을 시선을 돌려봅니다. .


어떤 사진애호가들은 자기들 카메라에 등산객들이 찍힌다고 비키라고 고함도
치는 객기를 부리시던데... 사람이 함께 아름다운 줄 모르고 멋진 풍경사진 한
장 얻어서 무엇에 쓰실려는 지....




<위사진 10>
배바위에서 내려서 초소 아래에서 북릉 쪽을 응시하면 잘 손질한 말안장 같
은 산릉을 이룹니다. 그 사이로 비슬산이 이쁘게 들어 앉습니다. 오늘 같은
날씨에도 북릉에 올라보면 관기봉(유두봉 생김새)-비슬산-조화봉 보기가 즐
겁습니다..






<위사진 11,12>
윗 사진은 오늘 찍은 어느 부부의 다정한 산행 모습입니다. 그 아래 작년에
얻는 사진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은 듯한 정감있는 사진입니다. .


산행기랍시고 얼기설기 엮었지만 상당히 썰렁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화려
하고 충실한 산행기들 틈에서 잠시의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 한울타리 - 안녕하세요? 산거북이님... 님의 사진실력은 대단하시군요?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본디 아는게 별로 없습니다. 가신다더니... 결국 가셨군요? ㅎㅎㅎ... 또 이렇게 화왕산을 접하고 보니 또다른 느낌입니다. 많은 지도 해주시기 바라고 항상 건강하세요. 잘보았습니다.
<산거북이> 안녕하세요? 한울타리님... 님의 찬사실력이 대단하시군요. 하하하...
지도-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또다른 느낌"은 한울타리님의 산행기에서도 역시 제가
받고, 배우는 "느낌"입니다.

▣ 산초스 - 일요일 저녁 뉴스에 화왕산 진달래가 소개되더군요.내년부터는 아예 진달래 축제를 개최한다고 하던데 정상부근의 진달래와 억새밭이 정말 멋짐니다. 잘봤습니다.
<산거북이>감사합니다. 화왕은 "불기운의 왕성함"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산정에서
문득 "꽃과 억새"라는 뜻인가 착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집사람이 불-화 라고 확인
을 해주어 꿈에서 깨어난 듯 하였답니다. 멋지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 이수영 - 오늘은 칭찬 하는 글을 안쓰려고 했는데, 사진을 보니 도저히 입이 근질거려서 그대로 있을 수 없구료..이 사진들을 모아서 크게 확대하여 전시회를 열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아~정말 훌륭한 후배님을 두어서 다시 한번 흐뭇하고 대견스럽습니다. 1년전의 사진과의 비교, 풍경만을 고집하는 사진작가들의 근시안적 사고방식을 질타한 내용이며, 달인의 경지에 이른 멀리보기 등, 모든 것이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에구, 또 칭찬만 하게 되었네..후배님이 칭찬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산거북이>사진은 쬐금 좋긴 한데... 좀더 멀리 휘둘러 다녀오지 그랬냐 는 둥의 조
언과 충고도 할만하지 않나요??^^ 관룡산-관룡사, 남문-옥천계곡길 가끔 다니는데
이날은 간단하게 산행하고 싶어서 허접하게도 .... 하여간 쑥스럽게도 칭찬 나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푸르뫼 - 사진을 보니 마음이 동하여 조만간 님의 발자국을 따라 한 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항상 즐겁고 여유로운 님의 산행이 부럽습니다.....^^
<산거북이>푸루뫼님은 멀리 걸으셔도 항상 여유롭잖습니까?? 저번 억산 일몰 사건을
제외하고는...^^ 화왕산은 거의 산책로 수준이죠. 광대한 평지로 드러나기 때문에
한낮에는 별로이고 아침이나 해거름이 좋습니다.

▣ 산사랑방 - 제가 처음으로 가장 높은산에 오른 화왕산.. 그 황금물결의 억새에 감동하여 그후 담배도 끊고 산에 오르게 되었지요. 항상 앞서 가시는 산거북이님의 산행.. 아름다운 그림들이 보기가 좋습니다.
<산거북이> 네~ 그런 인연이 있는 화왕산이었군요. 건데 제가 뭘 앞서 가는 바가 있습
니까? 그저 여러 님들의 흉내만 내고 있을 따름입니다.^^ 항상 배우는 바 많고 감사드
립니다.

▣ 브르스황 - 아! 화왕산~~~ 다시 가보고 싶은 산 중에 하나로 제 가슴속에 각인된 산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산이 있었던가 라는 작은 충격에 휩싸였던 화왕산. 님 덕분에 멋진 산행을 제가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드는군요. 좋은 산행기와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기길 기원합니다.
<산거북이>순천-광양 지나 남도의 중부자방에 들어서면 저역시... 야 이곳 산은 정말
특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거날은 설산, 추월산, 강천산, 반야봉 자락을 빙 둘러
왔는데 남도 특유의 암산(반야봉 빼고)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천 지날때는
늘 님을 생각합니다.^^


▣ 불암산 - 멋진 사진,(산거북님의 사진촬영기법에 으한 결과)마음 시원하게 보았습니다. 가슴이 "탁"하고 펼쳐지는군요. 고맙습니다. 항상 즐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산거북이> 이~런! 불암산 님께서 친히 글을 남기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지시하신대로 틀림없이 즐산하고 행복하겠습니다.^^


▣ 운해 - 능선을 축으로 하여 좌측에는 진달래 우측에는 억새밭 묘한 대조를 이루네요? 작년과 올 해를 대비 해 주신 사진 두 컷이 산거북이님의 세심한 성품을 엿보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짜릿하게 느껴오는 산거북이님의 예술성에 감명받고 갑니다. 줄거운 산행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건강 하시고요?
<산거북이> 운해님. 반갑습니다. 비평이 더 예술적이십니다.^^ 격려 감사드리고 더
좋은 장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이두영 - 옆에 있는 비슬산에 가려 조용한 산해을 하셨군요 진달래와 억새의 조화 화왕산의 특이한 모습 구경잘하고갑니다
<산거북이> - 의식하지 못했는데.. 비슬산의 번잡에 비해 정말 조용했던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쏠림현상"은 곳곳에도 있군요. 비슬산의 명성에 가려 화왕산이 과연 진달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군요.


▣ 김정길 - 화왕산 하면 억새밭으로 유명한데 진달래도 유명했던 모양이군요, 수년전 제가 답사했을 때의 느낌은 중심부에 우물과 저수지가 있는 등 화왕산 둘래는 천혜의 요새성터로 보였습니다. 사진도 참 좋지만 무었보다 부부산행이 보기 좋습니다. 행복 넘치는 부부 되시기를...
<산거북이> - 감사드리고 황송할 따름입니다. 편치 않으신 몸에도 산행을 하여 되려 몸의 조화를 이루셨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김성기 - 억새밭과 진달래,한번 가보고 싶군요.부부산행과 그아래사진 등산객이 있으니 넘 좋군요.늘 즐산 하십시요.
<산거북이> 김선생님에게는 매우 먼 곳지요... 가을바람에 억새가 소슬거릴 즈음에 다녀가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