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伽倻山) 1430m


위 치 : 경남 합천 가야면, 거창, 경북 성주


산행코스 : 백운리 – 칠불봉 – 상왕봉 – 해인사


산행일자 : 2004년 4월 15일/우리부부


◐가야산 가는 길 


풍기04:50 – 서대구IC06:08 – 해인사IC06:39 – 가야면06:46/07:15 – 백운매표소07:24


◐산행기록


백운매표소07:27 – 백운암지08:18/08:23 – 능선안부08:40/08:50- 칠불봉09:38/09:58 – 우두봉(상왕봉)10:09/10:30 – 마애여래입상11:20/11:30 – 해인사12:16/13:17


◐집으로 오는 길


해인사버스매표소13:37 - 가야면13:49/14:18 – 해인사IC14:27 – 서대구IC15:03 – 투표후집도착16:36


◈ 해인사를 품어안은 넉넉한 산 가야산


제17대 총선 투표일입니다. 오래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가야산 산행을 일찍 다녀와서 투표를 하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서 컴컴한 밤에 또 배낭을 들쳐 메고 길을 나섭니다.


날씨가 맑아서 일까?


고속도로변의 가로등이 영롱한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캄캄한 밤하늘에 환히 빛나는 초생달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차를 잠시 세우고 가로등과 잘 어울린 초생달을 한 장 찍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초생달을 타고 우주여행이나 한번 떠나 봤으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멀리 멀리 유유자적 떠나 봤으면….


서대구IC를 통과할 즈음 아침부터 상념에 잠기게 했던 초생달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만큼이나 빠르게 솟아오른 태양에 꼬리를 내리고 자신의 존재만을 겨우 알리고 있습니다.


해인사IC를 통과하고 금새 백운리와 해인사 갈림길이 있는 가야면에 도착합니다.


백운리를 들 머리로 해서 해인사로 내려올 계획을 잡았기에 차량회수 방법을 생각치 않을수 없습니다.


 일단 백운리로 가는 입구에 차를 주차 시키고 아침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해인사 방향보다는 차량통행이 훨씬 뜸하지만 간간히 올라가는 차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 잘하면 차를 얻어 탈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를 잡기위해 도로변에 서서 우리를 외면하고 올라가는 차를 몇 대 보낸 후


 “그냥 우리차로 올라갈까?” 생각 하고 있는데 가야리 쪽에서 왠지 필이 팍 꽂히는 봉고차가 천천히 올라옵니다.


운이 좋은 건지…


예상은 적중해서 손을 번쩍 들고 가볍게 인사를 하니 마음씨 좋은 기사님이 우리 앞에 차를 세우십니다.


백운리까지 태워 주실수 있냐고 물으니 마침 백운리매표소 옆까지 가시는 길이라며 흔쾌히 승낙을 하십니다.


내년에 준공 예정인 가야산 야생화 박물관을 짓고 계신다면서 아직 준공도 안된 박물관 자랑이 백운리까지 이어집니다.


감사한 마음에 준공이 되면 꼭 한번 와보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매표소 입구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맑은 날씨에 유난히 반짝이며 쏟아져 내리는 아침햇살을 온몸 가득 받으니 감정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야! 오늘 정말 날씨 좋다”


“햇살이 마치 유리알을 뿌려 놓은 것 같이 눈부신걸..”


고조된 마음으로 쳐다본 가야산의 뾰족뾰죡한 암릉이 더욱 멋있어 보입니다.


아직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매표소를 통과하여 언제나 처럼 전세 낸 우리만의 등산로를 천천히 걸어 오릅니다.


산새들의 아름다운 선율이 시원한 바람타고 골짜기 속속들이 울려 퍼지고 보기만해도 편안해지는 싱그러운 봄의 전령 녹음이 온 산을 푸르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시사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변해가는 것이거늘 나를 위해 아니 우리 등산객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가꾸어왔고 또 가꾸어 가는 것 같이 생각하고 싶은 것은 왜 일까?


등로에 가득한 나뭇잎들이 만들어 놓은 그물 사이로 비추어 내린 아침 햇살은 감성에 젖은 산행객의 그림자를 키보다 더 길게 등산로에 그려 놓았습니다.


그림자 끝을 따라잡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쫓아 올라가니 가끔은 그늘 속으로 숨었다 다시 나왔다 반복하며 오히려 장난을 거는 듯 합니다.


그림자와의 놀이도 지루해져 가니 이번엔 커다란 먹이를 한입 물고있는 새 한마리가 등산로를 앞서서 오르고 있습니다.


내가 오르는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종종걸음으로 앞서가는 녀석이 신기해서 “이놈 어디까지 가나 보자” 속으로 생각하는데 실증이 났는지 훌쩍 날아 숲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경사도 심하지않고 정리가 잘된 편안한 등산로를 자연과 함께 걷다 보니 고요하고 아늑한 백운암지에 도착합니다.


고요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한시간 정도의 산행에 수고한 몸도 추스리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능선을 향해 올라봅니다.


개동백과 이름 모를 노란색, 보라색의 야생화가 간간히 보이고 겨우내 차가운 바람과 무거운 눈을 힘들게 견뎌낸 빛이 바랜 산죽만이 등산로를 지킬 뿐…


계절의 변화에 둔감한 참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잠깐씩 흔들며 서있는 모습이 올라온 높이를 실감케 합니다.


능선안부에 올라서니 기암괴석의 암봉인 칠불봉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서있습니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아서 그런지 능선에서 보는 칠불봉의 모습은 황량해 보입니다.


우유와 사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한창공사중인 계단을 잠깐 지나니 너덜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400미터가 넘는 가야산을 능선안부까지 의외로 편하게 올랐으니 마지막 얼마남지 않은 구간이 가파르고 힘든 것 쯤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한 등산로를 편하게 오르다가 갑자기 급한 오르막을 오르려니 더 힘이 드는 건지 연신 거친 숨이 쏟아져 나옵니다.


보기에는 금방 닿을 것 같던 칠불봉도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고 여러 개의 철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한없이 느려집니다.


게다가 아내는 뒤쪽의 막힘없이 시원한 조망을 감상하느라 연신 쉬며 뒤 돌아 보기에 바쁩니다.


“그만 보고 올라가자… 정상에 올라가도 저 아름다운 경치는 도망가지 않고 우릴 기다려 줄 테니” 힘든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칠불봉에 오릅니다.


동서남북 사방 막힘이 없는 정말 시원스런 조망입니다.


멀리 대구쪽은 스모그가 자욱히 깔린듯한 모습이지만 다른 곳은 시야가 깨끗한 맑은 조망입니다.


조망을 말없이 감상하던 아내가 “정말 산이 많다.


산위에서 보니 온통 산이네” 합니다.


국토의 2/3가 산이라더니 정말 왜 이렇게 산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9년 전 울릉도 근무시절 지금은 중3이지만 당시는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들이 했던 말이 생각나 미소 짓게 만듭니다.


산골인 풍기에 계속 살았기에 바다라고는 일년에 한번정도 볼까 말까 하다가 섬으로 이사를 가니 좀처럼 보지 못하던 바다가 온 사방 있는 겁니다.


손님이 온다고 마중을 나가도 바다가 있고, 버스를 타고 어딜 놀러 가도 바다가 있고, 성인봉에 오를때나 심지어는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바다가 보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하루는 아내에게 “엄마! 여기는 왜 이렇게 바다가 많아?” 하더랍니다.


그 소릴 들으니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모 때문에 갑자기 전혀 다른 환경에 놀랐을 애들이 안쓰럽기도 했었는데…


울릉도에 그렇게 바다가 많이 있듯이 여기엔 진짜 산이 많습니다.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이니까요.


평평한 분지를 지나 또 다른 봉우리 상왕봉(우두봉)에 도착합니다.


칠불봉과 불과 200M 사이에 있으니 조망이 칠불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해인사 쪽 조망이 좀더 좋다는 것과 여러명이 앉아 쉬어가기에 충분한 넓고 평평한 암반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입니다.


높이에 비해 산이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후덕한 면모를 갖춘,


해인사를 품을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산인듯 합니다.


해인사 뒤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는 곱고 평온하게 흘러내려 모든걸 포근히 감싸 안을 듯 보이고 성철스님이 수행하던 백련암쪽으로 장쾌하게 뻗은 능선은 삐쭉삐쭉 솟은 암봉들 만큼이나 힘이 있어 보입니다.


봄 햇살에 취한 바람이 한가로이 머무는 정상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해인사쪽 등산로를 더듬어 내려섭니다.


등산로 정비를 위해 쌓아둔 모래와 자갈이 주인인양 등산로를 차지하고 있는 길을 지나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석조여래입상을 잠시 둘러본 후 산책길 같이 걷기 편한 등산로를 따라 마애불입상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보물222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앞뒤면이 반듯한 돌에 정교하게 새긴 온화한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높이가 5m80cm 넓이가 3m10cm나 되니 그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잠시 경의를 표하고 색깔이 특히 고운 진달래가 화사하게 웃으며 무리 지어 피어있는 길을 따라 내려섭니다.


이제 한창 가야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길을 개선장군처럼 진달래의 환영을 받으며 내려오는데 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라가시던 등산객 한 분이 부러운 듯 묻습니다.


“하마 만디이에 댕겨 오니껴?”


“네, 조금만 올라가시면 됩니다”


어차피 내려와야 할 산행인데 왜 힘들여 올라가며 내려오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건지?


나는 무엇 때문에 산에 미쳐 돌아다니는 건지? 산을 올라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득 품은 중생의 몸은 어느덧 해인사경내에 들어섭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밝히기 위한 등이 경내에 가득히 걸려있는 해인사 경내를 구석구석 다시 한번 유심히 돌아본 후 왠 지 모를 분위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1시간 만에 겨우 옮겨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해인사에서는 대구가는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가야리 까지는 10여분 소요되며 요금은 750원입니다.


우리는 13시37에 도착한 13시30분 버스를 타고 10여분후 가야면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물론 백운리까지 차를 몰고 가 주차해두고 해인사에서 택시로 이동 할 수도 있으나 해인사에서 택시잡기도 만만치 않아보이고 요금은 물론 시간도 더 걸릴 것 같으니 백운리로해서 해인사로 산행을 하실 분은 저처럼 다녀 오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칠불봉에서 본 상왕봉


칠불봉에서...


백련암 쪽으로 힘있게 흘러내린 능선


노란제비꽃


얼레지


마애불 입상


곱게 핀 진달래1


곱게 핀 진달래2


해인사 대웅전 앞 모습


▣ 김정길 - 부부동반 가야산 산행 진짜 축하합니다. 새벽에 나서시느라, 높은 산 오르내리시랴, 투표시간 맞추시느라 고생이 많았군요, 그건 그렇고, 백운동 입구 3거리에서 백운동매표소까지 두 분 운임과, 입장료 2인, 메모해 두었는데, 5/2일 안성휴게소로 두 분이서 안 나오시면 다음에 나 만날 때 수납 할 겁니다.


▶ㅎㅎㅎ 형님! 운임하고 입장료 다합쳐봐야 얼마 안되는데 그것가지고 되겠습니까? 제가 원래 남들과 많이 어울리고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생각중입니다. ^^*


▣ 김성기 - 지난3월2일 같은코스로 다녀왔는데 다시 사진과 함께보게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부부의 다정한 행차가 부럽습니다.늘 건강하세요.


▶그러셨군요. 생각보다 멋진 풍경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제가 보기엔 대가람 해인사를 품어 안을 자격이 충분히 되는 산으로 보였습니다. 님도 건강하시고 즐산하세요.


▣ 산초스 - 아직 못가본 가야산의 멋진 사진을 님께서 새벽부터 고생하신 덕분에 잘 보고갑니다.수고하셨습니다.


▶산초스님도 아직 못가본 산이 있으시군요. 님의 산행실력이라면 가야산과 매화산 연결산행이 좋을듯 합니다. 언제 한번 계획을 잡아보시죠?^^*


▣ 최윤정 - 안녕하세요. 같은 날 같은 산..시간만 틀리군요. 다른 각도로 보여주신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최윤정님! 저도 투표를 하고 천천히 출발했으면 가야산에서 한번 뵐수도 있었겠네요^^ 물흐르듯 편안하게 쓰신 님 산행기도 잘읽었습니다.


▣ 산사랑방 - 가야산엔 가면 항상 차량회수가 걱정인데 잘 풀어가셨네요 입적하신 성철스님이 뒤를 돌봐주시는 것 같애요~^^ 저는 일발에 성공!! ㄱ리고 위의 야생화는 "노랑제비꽃"과 귀한 "얼레지"네요..~^^*


▶제가 가야면에 차를 세울 계획을 했던건 산사랑방님의 산행기가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산행초보인 저희들에게는 님과같은 고수님들의 산행기록이 많은도움이 됩니다. 몰랐던 야생화 이름도 알려주시고 하여간 여로모로 고맙습니다^^*


▣ 물안개 - 가야산 여러번 다녀온 곳이지만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성철스님의 사리가 모셔져있는곳...두분의 사랑과 행복이 늘 함께하길 바래요


▶물안개님! 그렇지않아도 몇년전 가보았던 백련암 기억을 더듬어 상왕봉에서 백련암쪽을 바라보니 능선이 무척 힘있게 흘러갔음을 느꼈습니다. 언제 그능선을 한번타고 백련암쪽으로 내려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철스님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 두타행 - 칠불봉에 올랐는데 바람이 엄청 세게 불더군요. 보라색꽃은 얼레지라고 하는군요. 조은 산행하십시요


▶저희들이 칠불봉에 오른날은 바람도 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정도였고 날씨가 참좋았습니다. 좋은날 쉽고편하게 다녀올수있어서 행운이었고요. 항상 즐산하세요.^^*


▣ 이수영 - 칠불봉 올라가는등로에서 바라보는 매화산의 풍경이 절경인데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 군요. 가야산 정상에 있는 우비정에는 여전히 청개구리님들이 잘 계시던가요?


▶이수영님! 우비정이라면 아마도 상왕봉에 있을법 한데 저희들은 보질 못했습니다.사량도 지리산에서는 개구리가 노니는 웅덩이를 보았었는데 말이죠. 물이 말랐는지 아니면 저희들이 못봤는지 모르겠네요^^*


▣ 산너울 - 가야산은 왠지 신비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는 게을러서 아직 발걸음 못했습니다. 님의 산행기 보며 즐거움을 느낍니다.


▶산너울님 감사합니다. 제 산행기로 즐거움을 느끼셨다니... 국립공원이고 대가람 해인사를 품은 산이기에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야산앞에 풍경이 뛰어난 매화산이 있으니 한번더 다녀와야 겠습니다. 그럼 항상 즐거운산행 이어가시길...


▣ 주왕 - 저는 가야산을 94년10월말에 해인사입구 신부락에서 깜깜한 밤에 두리봉을 넘어 경북 성주군으로 넘어간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때 산이 좋아 갔던것이 아닌 군복무시절에 행군을 했었어요. 너무 힘들고 춥고 졸렸던,처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대로 가야산을


▣ 주왕 - 꼭 가보고 싶은데 아직 계획한 바 없네요. 좋은글 가야산풍경과 함께 잘 감상했습니다.


▶주왕님 정도의 열정이면 곧 발길이 가야산에 닿을수 있으리란 생각이드네요. 매화산과 연계산행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구요. 즐산이어지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