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4. 4. 24(토요일)
산행코스 : 솔고개-상장능선(1봉-9봉)-육모정-인수계곡-인수대피소-호랑이굴-백운대- 여우굴-약수암-산성매표소(8시간, 휴식시간 포함)
산행하신분들 : "북한산연가" 회원 32명


항상 그렇듯 산행하는 아침은 바쁘다.
게으름을 부린 탓은 남편의 다그침과 지각이라는 부담으로
산뜻하지 못한 출발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걸... 오늘도 역시 체험하면서,
아슬하게 도착한 구파발, 먼저 와 계신 "북한산연가"님들의 밝은 모습이 반갑다.

4월의 산은 싱그럽다.
막 피어나는 어린 나뭇잎들,
등산로 주위를 아기자기 수놓듯 예쁜 들꽃들,
멀리 햇살에 눈부신 능선과 바위봉우리들,
산꾼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재잘거림들 사이로 부는 맑은 바람..
산행을 시작하면서 꿀꿀한 기분도 날아가고 확 트인 시야와 처음 와본 코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상장능선은 9개 봉우리로 우회할 봉우리와 등정할 봉우리를 설명하시고
군데군데 전망대를 안내해주시는 san001님의 말끝을 따라,
팔을 뻗으면 손안에 잡힐 것 같은 인수봉과 숨은벽능선을 보았다 싶은데 어느새 등뒤에 와 있던 오봉과 도봉산 줄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밋밋한 봉에서 한숨 돌린 막걸리와 푸짐한 먹거리. 산행은 먹어야 더 즐거운 법.
저만큼 뽀족한 봉우리가 구봉이란다.
험하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san001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오르는 다리가 떨린다.
그러나 오후의 호랑이굴 탐사코스에 비하면 그건 약과였다.

상장능선을 내려와 육모정고개, 바로 이어진 영봉은 휴식년이라 뒤로하고 인수계곡으로 발길을 돌린다. 발 담그며 먹는 점심은 꿀맛이리라.
인수계곡은 초입부터 환상이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습하고 편평한 그 곳,
산벗은 지면서 더욱 아름답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꽃잎, 걸음걸음에 와 닿는 향기로운 감촉, 이제 막 시작되는 계곡 물위에 동동 떠있는 연분홍 작은 꽃잎들은 싱싱한 나무들과 함께 처녀림을 이루며 상쾌한 산림의 뜻을 이루고 있다.

뒤에서 만나는 북한산은 우이동의 그곳과는 또 다른 맛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참 좋은 산을 끼고 우리가 살고 있구나.." 북한산연가는 이런 맘에서 시작되었으리....


어느날엔가 지어졌을 대피소 카페 앞 물이 휘돌아 흐르는 너른 바위 위에서 구름다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맛난 도시락을 까먹고,,, (따끈한 커피를 준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벼워진 배낭, 무거워진 배, 그러나 다리는 다시 백운대를 향해 앞으로....
몇 개의 철조망을 개구멍으로 통과하고 개울을 건너고 인수대피소, 오손도손 오렌지를 나눠 먹고 몇몇분은 우이동으로 하산하시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후미는 시간상 호랑이굴을 우회하여 약수암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 정예(?, 오늘 하루만)만 호랑이굴로 향한다.
늠름한 인수봉위에는 바위꾼들이 매미처럼 붙어있다. 그들을 보는 내 다리가 떨린다.
군데군데 먼저 간 악우들을 위한 산자들의 아우성 묘비가 슬프게 떨고 있다.
많은 사람의 목숨까지 담보로 했던 도전과 좌절들.. 역사 속에 묻힌 한사람 한사람의 생들은 어떠했을까....

계곡을 벗어나니 바람이 제법 세다.
호랑이굴, 인수봉 뒤통수를 보고 들어갔다가 나오면 앞이라는 어떤 분의 절묘한 설명이 딱 맞다.

내려오는 길의 여우굴은 환상이다. 처음으로 길을 낸 그 분은 어떤 분이었을까.. san001님은 홀로 여우굴을 찾으셨다니!!! 참으로 대단한 꾼들이다.
여우굴을 뒤돌아보니 그냥 바위이다. 어떻게 저 안으로 길이 있어 오를 것인가..... 내내 감탄만 나온다..

약수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내려와 달게 마신 막걸리 한사발, 친구들이 준비한 생일 축하자리에 늦었지만 그대로 헤어지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서....(친구들이 알면 안되는데...),

좋은 코스, 새로운 북한산을 느낀, 행복한 산행이었다. 휴일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하는 귀찮음을 떨치고 나면 산행중에는 산행의 즐거움에 만끽하면서 항상 다음산행을 생각한다.

행복한 산행을 함께 해 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김현호 - 단아님! 우와~ 글솜씨 훌륭하네요~ 행복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는그때 인수봉뒤통수에서 무지 쫄고 있었는데!! 단아님! 늘 행복하시길..
▣ 한국인 - 단아님!외모에서 풍기는 그대로의 글솜씨를 보여 주시네요.저는 같이 산행을 못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북한산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마력이 있는 산 같습니다.빠른 시일내에 같이 산행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하며....
▣ 산으로 - 반갑습니다. 한국의 산하에 정식으로 등단하셨군요. 자주 올려주세요.
▣ 산초스 - 4봉지나 쉴때 단아님의 빵을 안주로 최윤정님께서 주신 산사춘을 마셨던 기억이 ...감사합니다. 외모에 딱 맞는 정말 어울리는 아이디인 단아님,산으로님과 함께 계속 참가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