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천성산(812m),정족산(700m) (경남 양산)

2. 산행일 : 2004. 4. 23

3. 코 스 : 내원사주차장(10:38) – 녹색철문다리(10:48) – 바위전망대(11:40, 5분휴식) - 안부삼거리(12:08) – 집북재(12:54) – 천성산제2봉정상(13:38, 5분휴식) – 임도(14:24) – 계곡(14:53, 27분휴식) – 임도(15:50) – 헬기장 이정표(16:00) – 정족산정상(16:45, 5분휴식) – 대성암(17:08) – 노전암(18:05, 5분휴식) – 내원사주차장(18:45) ----- 총소요시간 8시간 7분(휴식시간 47분 포함)

4. 동 행 : 홀로산행

10시 38분. 내원사 매표소.
지난 겨울 용주사에서 천성산 1.2봉을 거쳐 내원사로 하산했던 코스는
그다지 기억에 남을 정도가 아니어서 그런지 당분간 천성산을 잊고 지내다
어느날 갑자기 천성산 공룡능선이 생각나 즉흥적으로 산행계획을 잡아 길을 나선다.

공룡능선을 따라 천성산 2봉만 오르고 조계암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
매표소앞을 지키는 사람이 마치 총든 병정과도 같다.
주눅들어 얼른 돈을 꺼내 공손히 건네며 등산로가 모두 열려 있는지 물으니 퉁명스레 그렇단다.
언제나 산입구에서 헌납하는 통행세(?)는 그 어떤 세금보다도 아깝고 분통터지는 일이다.

10시 48분. 녹색철대문이 있는 다리.
매표소 뒤쪽의 계곡길을 따라 10분. 비온 뒤라 길도 나무도 계곡의 물도 모두 싱그럽고 풋풋하다.
누군가 말했던가. 비온 다음날은 산으로 가라고…
지난 산행기에서는 징검다리라더니 육중한 콘크리트 다리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산쪽으로 가파른 오름길이 보인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

11시 40분. 바위전망대.(5분 휴식)
느긋한 시간 덕에 급한 오르막에서는 소걸음하듯 한다.
암벽이 길을 막아 서지만 오히려 다리에 힘이 오른다.
오늘 산행의 묘미는 암벽오르기일 터.
돌탑이 있는 봉우리를 내려서자 본격적인 암벽오름길이 시작된다.

그리 능숙하진 않지만 지리한 워킹산행보다는
암릉이나 암벽을 오르는 길이 가미되면 산행이 더욱 짜릿하고 재미가 있다.
가능하면 우회길을 버리고 직등하는 길을 찾지만 생각보다는 어려운 길은 아니다.
10여분만에 암벽길은 끝이 난다.
몇 개의 봉우리를 타고 내리면 어느새 산객은 첩첩산중 한가운데로 들어 선다.
눈을 들면 천성산 2봉이 멀리 시야에 들어오고
아래로는 노전암과 10여호의 민가가 고요한 산중을 지키고 있다.

12시 54분. 집북재.
돋아난 지 오래지 않아 연초록의 풋풋함이 온 산을 뒤덮고 있어 좋다.
능선이 시작되나 싶자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번 반복된 후에 집북재로 내려 선다.
제법 넓직한 안부에는 오늘 처음으로 보는 이정표가 섰다. 정상 1.2K 전방.

13시 38분. 천성산 제2봉.(5분 휴식)
평일이지만 유명산답게 산객들이 제법 많다.
정상 여기 저기에 단체 산행객들로 떠들썩하다.
탁 트인 조망을 즐기며 간단한 요기라도 할 작정이었는데 시끄러운 소음이 산객의 여유를 빼앗아 버린다.
다소 아쉽지만 하산을 서두른다.(직진 : 천성산 1봉 2.9K, 오른쪽 : 내원사 2.2K, 주차장 4.8K)
가고자 하는 길은 왼쪽인데 이정표에는 없다.

14시 24분. 임도.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능선길을 즐기듯 내려 선다.
웅촌에서 오르는 등산로인 듯 간혹 산객들이 정상을 향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호젓한 산길처럼 정겹던 길에서 느닷없이 임도가 드러나고 그 옆으로 산행로가 들쭉날쭉 이어진다.
임도와 나란히 이어지던 길은 넓직한 등로가 나타나면서 갈라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소로로 이어지다 다시 헤어졌던 임도와 맞닥뜨린다.

14시 53분. 계곡.(27분 휴식)
이 지점이 하산 갈림길로 알고 임도를 가로질러 희미한 등로를 무심결에 접어든다. 조금 내려서자 등로가 아닌 것이 확연하다.
발걸음을 돌리려다 가만히 들려오는 계곡물소리.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급한 경사를 내려간다.
계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릉도원이 떠오른다.
키높은 나무가 하늘을 가려 햇볕을 숨기고 바위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은 그 하늘을 담고 있다.

계곡 옆엔 허름한 오두막 하나.
허리굽은 어르신.
물속에 손을 넣자 온몸이 싸한 느낌에 등골까지 오싹한다.
늦은 요기를 하고 물소리 친구삼아 마냥 시간을 축낸다.
이 지점이 아마 조계암 근처인 듯.
좌측 아랫 방향을 따르면 하산길인데 문득 욕심이 생긴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정족산인가 본데…
시간도 여유로운데 어디 한 번 올라볼까…

16시 00분. 헬기장 이정표.
진즉 정족산 산행계획을 잡았더라면 이 고생을 안해도 될 걸.
무작정 봉우리 방향만 보고 계곡을 타고 오른다.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잡목이 없어 길이 아니어도 걸음하기에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잠시 후 아까 헤어졌던 임도를 다시 만나 정족산 종주 산행로를 편하게 따른다.

임도옆 이정표에는 독특하게도 소요시간만 표기되어 있다.
(직진 : 정족산 40분, 통도사 2시간 30분, 무제치3,4늪 30분,
오던 길 : 천성산 2시간, 내원사 2시간, 영산대 1시간 10분,
왼쪽길 : 대성암 500m, 오른쪽길 : 웅촌 반계 1시간)

16시 45분. 정족산.(5분 휴식)
오르는 길 오른편에 기이한 바위가 있어 호기심이 발동돼 등로를 벗어난다.
바위에 이르는 길이 뚜렷하게 닦여 있는 걸로 봐서 단순히 나만의 호기심은 아닌 모양이다.
밥상모양인가…
참선을 위한 방석모양인가…
편히 앉아 쉬고 오르라고 배려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시 등로로 접어들어 무제치늪을 지나자 바로 눈위로 바위들이 켜켜히 쌓여 있는 봉우리가 들어 온다.
정상이 가까운 곳에 늪이 있는 것도 기이하지만
임도를 따라 파헤쳐진 길은 자동차 오프로드로 이용되는 곳인 듯
이미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
정상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봉우리.
정상표시도 넓직한 바위표면에 붙어 있다.
천성산 1,2봉에서 여기까지 고만고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늠름한 능선이 실루엣처럼 어슴프레하다.

17시 08분. 대성암.
하산길은 예상외로 편하고 기분좋은 길이다.
급하지 않은 경사는 걷기에도 안성맞춤.
대성암으로 접어들자 특이한 건물이 눈에 띈다.
큰 바위로만 집을 만들어 부처를 모신 법당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름하여 원통전. 시원한 약수로 열을 식히고 계곡을 따르는 길로 접어든다.

18시 05분. 노전암.
평지나 다름없는 하산길이라 길은 멀다.
하지만 물소리 친구삼아 가는 길은 그리 지루하지 않아 좋다.
조계암 방향의 계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하산길은 이어지고
곳곳에 소를 이루며 암반을 흐르는 계곡물은 분명 그 옛날에는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던 곳이리라.
노전암 앞에 선 안내판을 보니 오늘 걸음한 거리가 꽤 되어 보인다.
(가삭암 : 3.8K, 조계암 4.2K, 안적암 : 4K, 대성암 6K, 정족산 8K)

18시 45분. 매표소 주차장.
노전암앞 비포장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산행의 여독을 푼다.
정족산 말로만 듣고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다녀 온 산.
오르는 길도, 정상의 모습도, 하산하는 길도 모두 괜찮은 느낌 좋은 산이라고 하면 과찬이 될려나…
다만 입산통제하고 있는 산인 줄도 모르고 올라서 괜스레 미안하고 죄진 듯하여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여느 산과는 다른 여운을 남기는 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 산거북이 - 홀로 다니시니 마음이 닿는대로 행선이 이어지는군요. 산행 중에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왁자한 소란은 반드시 혼자 산행하는 이의 심사를 흔들게 마련이죠.^^ 푸르뫼님의 마음따라 오래, 같이 거닐어 보았습니다.
▣ ### - 산거북이님은 언제나 이 초보산객에게 힘을 주시는군요.^^ 산중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평온함을 느낍니다. 하여 떠들석한 분위기는 왠지 거부감부터 밀려드니 이거야 원 남들이 보기엔 성격 한 번 더럽다 할 것 같은데... 홀로 다니다 보니 그렇게 훈련되어 졌나 봅니다. 여럿 보다는 혼자가 걸음이 가볍고 훨씬 자유로운 법이죠. 때로는 여럿이 함께하는 경우도 있지만... 격려와 힘을 주시니 더욱 부지런해야 겠습니다.^^
▣ 한울타리 - 이런 자리에 수덩이가 안끼어 들면 두 분... 섭섭해 하시겠지요.^^ 천성산은 저... 수덩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싶은 산이기도 하답니다. 한 때는 정족산과 밀양 정각산을 착각하여 정족산 옆에 천황산이 붙어 있는 줄 오해도 했었더랬습니다. 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음을 많이 느낍니다. 앞으로도 푸르뫼님의 많은 조언 기대하며 홀로 하시는 산행... 언제나 안전하시옵기를 삼가 빌어 드립니다.
▣ ### - 수덩이님! 향로산은 잘 다녀 왔더군요. 다녀온 코스가 마음에 들었는지요? 지난 겨울 천성산을 첨 오른 이후 또 다른 모습을 보고 반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계획없이 지나온 정족산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님의 산행기로 항상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 산사랑/김형택 - 멋진 산행을하셨군요. 저도오래전에 내원사입구에서 안적암을 지나 능선으타고 천성산을 다녀본 기억이 있는데요즘은 임도가 새로나서 산세가보기 흉하고옛맛이 않나드군요. 홀로산행 언제나 즐겁슴니다. 향상 안산 즐산 하십시요...
▣ ### - 산사랑님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산이 여기저기 파헤쳐지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천성산 뿐만 아니라 정족산까지도 임도주변은 이미 무지막지한 차로 산을 갉아 먹고 있더군요. 님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항상 즐거운 산행되십시오.
▣ 이수영 - 제가 미리 예습하고 철저한 계획에 의한 산행이라면 푸르뫼님은 자유분망(?)한 산행을 하시는 군요. 어쩌면 님처럼 산행 하시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참으로 면목없는 말씀입니다. 여지껏 초보산꾼티를 벗지 못하였는데다가 주로 홀로 다니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님과 같이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산행에 나서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직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세가 부족한 탓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