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주능선에서 쌍계사 까지

산을 오르는 것은 시작이요 내려가는 것은 끝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무인이요 내리는 것은 문인이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내려가기 위함이라고 

오르는 것은 아침이요 내리는 것은 저녁이다.

오름은 시작이요 내림은 마무리다.


 

영등포 역에 9시25분 도착 구레행 열차는 9시57분에 굉음과 함께 자신의 길을 연다. 의자는 28석 우등버스 수준이다.

불은 꺼지지 않고 잠은 들었다가 깨고를 반복한다.


 

도착 30분전 김밥 절반으로 야간산행의 에너지원을 공급한다

맥주도 한캔 긴장감을 달랜다. 화엄사는 처음이다

말로만 듣던 코재는 얼마나 나의 근력과 인네심을 시험 할것인지 궁금하다

서울에서 미리 예약한 택시를 탄다.남녀한쌍 과함께, 그런데 이들은 택시기사에게 몇가지 산행코스를 ane더니 읍네에서 내린다


 

잠시 침묵후 화엄사 가는 분이 없네. 아쉬운 목소리다. 산을 꽤 타시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시나요 말끝을 흐리며 묻는다. 세석을 넘어서 4~5키로 정도 더 갑니다. 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다시 말끝을 흐린다. 성삼재가 산행하기가 괜찮은데, 사람이 많아서 랜턴도 필요없고, 코재가 왜 코재인지 아세요?

조언인지 정말 산을 잘 알아서인지 알수는없지만 좋은 충고로 받는다.


 

2시 35분 화엄사 도착. 막 산행 시작 하자마자 3-4인정도의 일행을 태운듯한 택시가 도착. 개의치 않고 단독으로 오른다.


 

오르는 것은 여명을 기다림이요 내리는 것은 어둠에 잠기는 것이다.

오름은 새벽을 염이요. 내림은 땅거미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한걸음이 몇만보가 될지 알 수 없는 길이다. 그렇게 그렇게 해왔던 방식데로 또 떠나보내내. 나를 보내네. 노고단의 하늘이 나의 길을 열을때까지.

  

좌측으로 불빛이 적막강산에 유일한 홍일점이다. 칠흑의 어둠 우측에서 선명하게 귀끝을 후벼파는 계곡의 작은 물소리 힘차게 오른다.


 

산을 오르는 것은 나래를 펴는것이요

내리는 것은 깃털을 접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칼을 빼는 것이다

내리는 것은 검을 묻는 것이다


 

오름과 내림 이어짐과 끊어짐

전혀 상반된 듯 하지만 결코 분리될수 없는것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쌓는것이요, 내리는 것은 허무는것이다.

오르는 것은 밝음을 보기위함이요. 내리는 것은 그림자를 드리우기위함이다.


 

오르는 것은 진리를 깨우치기위함이요.

내림은 잘못됨을 알기위함이다.


 

오르는 것은 고개를 쳐드는것이요.

내리는 것은 고개를 쳐박는것이다.


 

오르는 것은 하늘을 얻고자  함이요.

내리는 것은 땅의 끝을 밟고자 함이다.

 

2시간후 중재에 도착한다.


 

3킬로 노고단 표시기 확인한다.

 

별은 빛을 더해가고 슬픔을 배어내는 듯한 달빛은 노송의 가지에

찢어져 있다. 걸음이 더해질수록 하늘의 빛은 힘을 더한다.


 

가볍게 흐르는 호흡소리는 어둠을 가르는 등산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30분후 눈썹바위다. 보이는 것은 없으나 상상력에 무게가 실린다.

조금 가파른 오르막을 지난후 노우 트래일 차단막이 보인다.

등로는 좌로 90도 방향을 꺽는다.

야호 와! 후와 소리를 듣고 잠시후 성삼재 능선길 1km 노고단 표시기를

만난다.  10분후 여명과 함께 노고단 산장에 도착한다.


 

라면을 끓여서 얼어버린 위장을 달랜다.

30분 휴식후 노고단의 돌무덤 앞에 일출을 보기위해 기다리는

산객의 유혹을 떨치고 주능선으로 향한다.


 

붉은 해가 저멀리 능선에 순식간에 얼굴을 내민다.

아! 탄성소리는 오늘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을 고해온다.


 

산을 오르는 것은 능선을 바라봄이요.

산을 내리는 것은 능선을 등지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일은 자신을 태우는 일이요.

산을 내리는 것은 흙에 ane히는 일이다.


 

산이좋아 산에올라

장고의 시간을  인내와 투지로

눈보라 비바람 맞으며

거친숲 협곡을 달려온

우리는 자랑스럽다

자손만대 무궁한 이땅위를

생이 다할때까지

걷고 또 걸어가리라


 

백두대간 마지막구간에 새겨진 글을 여기에 올려본다.

대간을 시작하는 산에서 마지막 미시령고개를 그려본다.

 

임걸령에 도착한다. 물을 보충한다.

잠시 심호흡 후 출발한다.


 

완만한 봉우리를 오른다.

이곳을 넘고 20분후 우측으로 피아골산장으로 향하는 표시기에 접한다.

5분후 좌측으로 향하는 반야봉 1km 표시기를 본다.

작년 늦은 여름에 반야봉을 올랐었다. 이곳에서 계곡을 향하면 지리의

비경인 묘향대를 만나게된다. 반야의 낙조는 지리8경중 하나이다.

작년에 구름바다와 산맥이 뒤엉켜 한바탕 흐드러진 춤사위에 넋을 잃어버린 기억이 눈에 선하다.


 

오늘은  그냥 직진한다. 완만한 능선은 마른 나뭇잎을 휘날리며 스쳐오는 늦가을의 순풍처럼 펼쳐진다.


 

한차례 오르막을 지나면 삼도봉이다. 3개도의 경계인 것이다. 우리 한겨례의 해묵은 숙제인 지역주의가 정상에서 눈녹듯 사라지면 어떨까? 한바탕 세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산허리를 훨씬 지난 산맥의 끝에서 단풍의 색조가 다양하다.


 

오늘 넘어야할 제1봉에서 비로소 지리의 아득함과 아늑함을 접한다.


 

15분정도 휴식후 반선으로 향한다. 작은 오르막 내리막은 가벼운 트레킹하는 기분이다. 수많은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면 반선이다.

갑자기 따듯한 봄날씨같다. 피로감이 일시에 다리를 붙잡는다. 에이 모르겠다 한숨 잠을 청한다. 매트리스를 깔고 누으니 푸른하늘이 지붕이요 지리의 따뜻한 안부가 내 안방이 아닌가? 눈이 절로 감기우며 맑디맑은 공기를 코끝에 붙잡아 둔다.


 

3~4십분이 지나고 눈썹을 몇 번 일그러 뜨리며 잠을깬다. 좌로 뱀사골 산장에서 출발한 일행과의 만남에 비로소 생각이 닿는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결 누그러진 피로감을 뒤로하며 발길을 서둔다.


 

산을 오름은 재물을 싾는 것이요

산을 내림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산을 오르느것은 쌓인 분노를 식히기 위함이며

산을 내리는것은 슬픔을 감추기 위함이다.


 

힘겨운 오르막 후 토끼봉이다. 휴식없이 그냥 지나친다.


 

깊이가 깊지않은 잔계단을 만나고 어린아이처럼 쿵쿵 나무의 촉감을 발끝으로 느끼며 아담한 연화천산장에 도착한다.

전화를 해보지만 적막산천은 대답이없다. 그냥 빨리 서두르기로 한다.

 

10시55분 도착하여 라면 하나를 해치우고 충분한 휴식 후

11시 30분 벽소령을 향하여 전진한다.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

너무 늦게되면 기다리는 사람의 걱정이 태산이 될것이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


 

평편한 길을 걷는다.

좌측으로 희귀식물 보호막이 쳐져있다.

20분 정도 평지길을 끝으로 좌우로 망망대해 같은 산맥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사이사이로 붉은빛과 노랑빛 또 중간색깔 인듯한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산허리가 물들어있다.


 

형제봉을 향하여 오른다.

마른나무와 돌무덤을 친구삼아 힘겨움을 달랜다.


 

자연도 나무도 존재를 이어가기 위한 탈바꿈에 바쁘다.

잎사귀를 던져 버리고 몸의 색깔을 바꾸고 겨울을 이기기 위함이다.


 

쓸쓸함과 삶의 덧없음에 작은 슬픔이 눈가에 가볍게 맺힌다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것이 없는데

돌아보면 문득 나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른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른던 여름한낮

화상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팟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것이 없는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한다


 

                                               -오세영의“10” 전문-


 

또 하나의 정상을 밟는다. 정상이 바꿜때마다 하늘과 봉우리가 새롭게

열린다. 새로운 탄성을 품어낸다.


 

산에 올라 더 높은 산맥에 고개를 치켜 세우는 사람의 기개는 하늘에 닿아

있을 것이다.

산에 올라 걸어온 능선을 되새기고 내려갈 길에 생각을 드리우는이는 지혜가 땅에 닿아 있을 것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인내의 정점을 밟는것이요.

산을 내리는 것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벽소령에 도착  오후 1시를 넘긴다. 백도 1캔으로 빳데리를 충전후 주위를 휘 둘러본다. 이곳은 음정으로 통하는 벽소령 작전도로가 있는곳이다. 그옛날 빠르티쟌 소탕을 위해 만든 도로이다. 낮은 국군의 하늘이었다가 밤에는 좌익의 샛별들이 흐물 흐물 기어 나왔을 것이다 .


 

국군의 봉우리가 인민군의 하늘로 뒤덥힐때 형제들은 아수라의 피비린네에 전율했으리라. 뜻도 영문도 이유도 없는 무위의 하늘에 총성소리가 잎사귀를 갈퀴며 까닭없는 목숨을 핣아 버렸을 것이다.


 

저 멀리 형제봉의 능선은 비극의 세월에 뿌려진 피비린네를 말없이 삼켰으리라.


 

아!  오늘의 벽소령은 평화로움을 넘어 한가롭고 따스하다. 잿빛

과거사의 작은 채취도 찾을길이 없도다.


 

30분후 영신봉을 넘어 세석으로 향한다.


 

만만한 산하나 짊어지고

천왕봉을 오르다 무거워 팽개쳤다.


 

검은 계곡 아래로 딱딱 다그닥닥 놀란 딱따구리들

장터목 부근에서 저희끼리만 사는 딱따구리다.

 

덩달아 달아나던 청설모가 되돌아서서

검은 눈망울을 던진다.


 

산의 울타리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들은

인책선이되어 자는 바람을 깨우고

사는것들은 살아있다고 글썽이는 나는

작은 소요의 덫에 걸렸는가.


 

큰산의 옆구리를 밟아가며

산의 갈비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덕수(1948~) ‘산의 얼굴’ 부분


 

3시 40분 만남의 장소인 세석에 도착한다.

반가운 얼굴과의 조우로 피로를 나눈다.


 

두서없는 글 생각 가는데로 적어봤습니다.

2004. 10. 27.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