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778.5m) 장흥군 장동면

⊙언 제 : 2004년 4월 25일(일) 맑음
⊙어디로 : 감나무재-제암산-사자산미봉-사자산두봉-신기마을 주차장
⊙얼마나 : 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13.0km, 6시간 00여분
⊙누구랑 : 산악회 따라

10 : 40 감나무재에서 출발(제암산 4.2, 사자산 8.0km)
11 : 21 ~ 23 전망바위
11 : 27 삼거리(감나무재 2.0, 임금바위 2.2, 관광농원 1.7km)
11 : 31 ~ 33 작은산(689.0m)
12 : 07 삼거리(감나무재 3.7, 임금바위 0.6, 관광농원 3.6km)
12 : 15 ~ 45 제암산 정상(807.0m 현지 정상석의 표시)
12 : 50 ~ 13 : 25 헬기장(중식)
13 : 33 ~ 35 돌탑봉 삼거리(제암산 0.6, 사자산 3.0, 공설공원묘지 1.8km)
13 : 50 ~ 52 곰재네거리(제암산 7-5)
14 : 02 ~ 04 철쭉제단(614.0m, 제암산 1.8, 간재 1.0, 사자산 1.9km)
14 : 11 ~ 13 곰재산(614.0m, 제암산 2.1, 간재 0.7, 사자산 1.4km)
14 : 22 간재삼거리(곰재 1.5, 사자산 0.7, 활공장 1.8, 공설공원묘지 2.8km)
14 : 40 ~ 55 사자산(미봉, 668.0m, 철쪽군락지 1.6, 사자산(두봉) 2.0, 당암리 3.0km)
15 : 08 삼거리(사자산(미봉) 1.0, 사자산(두봉) 1.0, 공설공원묘지2.9km)
15 : 25 ~ 45 사자산(두봉, 미륵사 2.0km)
16 : 20 임도
16 : 31 ~ 33 임도삼거리(공설공원묘지 1.5, 철쪽군락지 2.2, 활공이륙장 2.0, 활공착륙장 3.8km)
16 : 45 주차장

◎산행거리=감나무재(4.2)-제암산(1.8)-곰재(1.4)-간재(0.7)-사자산미봉(2.0)-사자산두봉(0.7)-임도(1.0)-임도삼거리(1.2)-주차장=약 13.0km

제왕은 아무나 하나!

이 달 들어 팔공산주능선도 아닌 자락만 계속 들쑤시고 다니다보니 산도 음식과 같아서 너무 편식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 지난달 남도 땅의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아쉬움이 많아 한달 여만에 다시 산악회를 따라 남도 땅으로 나선다.

지난번보다 조금 가깝다고는 하나 이곳 역시 만만찮은 거리다. 5월 들어 다향제를 비롯한 철쭉제 등으로 분답을 것 같아 한 주 앞서가는 곳을 택하여 제암산과 사자산코스로 지정된 산악회에 얹혀서 가기로 한다. 철쭉이 좀 덜 피었으면 어떠리! 아무렴 사람들 속에 뒤엉켜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다니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호남정맥코스의 일부가 되는 감나무재에서 출발을 하기 위하여 버스는 국도 변 외진 고갯마루에 일행들을 내려놓는다. 이미 먼저 도착한 다른 팀의 후미까지 모두 출발도 하기 전에 우리의 일행들도 서둘러 한데 뒤섞여 간다.

어차피 앞서가기는 어려운지라 이렇게 된 바에는 차라리 맨 나중에 쳐져서 가기로 하고, 잠시 몸을 풀면서 어물정거리는 사이 어느새 또 다른 버스가 다가와 가득 실은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불과 5분 여만에 석 대의 관광버스가 이곳에서 산행기점을 잡았다. 뒤에 온 팀들까지 먼저 보내기엔 너무 더딜 것 같아 그들이 출발하기 전에 먼저 나선다. 많은 사람들을 피해 한 주 앞당겨가지만 오늘도 만만찮은 산행이 될 것 같다.

들머리에서 잠시 옆으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곧바로 된비알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오른 봉우리에서 앞서간 후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살짝 내려 다시 오르는 길은 조금 넓은 길로 이루어져 있으나 이미 두 팀의 산꾼들이 지나간 뒤라 마른 길바닥에 보풀리는 먼지로 산행조건이 영 좋지가 않다. 그 와중에 무엇을 하려는지 굴삭기까지 동원되어 작업을 하느라 등로를 막아서고 있어 오늘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다시 살짝 내려 치받은 봉우리에서 송전철탑이 나타나고, 이후 꾸준한 오름길이 이어지며 아담한 소나무가 있는 바위봉우리에서는 처음으로 전망도 드러난다. 이어 두 번째 전망바위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며 잠시 조망을 살펴본다. 좌로 득량만 건너 저 멀리 오밀조밀한 팔영산이 눈에 들어오고 우로는 지난달 두륜산에서 잘 드러내지 않던 월출산도 뚜렷이 보여진다.

곧바로 나타나는 관광농원가는 삼거리를 지나 바위능선 작은산에 오른다. 주위한번 돌아보니 저기 앞에 암봉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그 형상이 흡사 임금이 쓰는 모자와 같이 보이는지라 왜 제암산이라고 하는지 이곳에 올라보니 알 것만 같다.(떠돌이의 생각이 그러하나 실지는 사면의 바위들이 정상의 바위를 향해 엎드린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함)

살짝 내려서면 헬기장이 나오고 가볍게 오르내린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새재에 이른다. 추모비(물망비)가 있는 봉우리가 아마 시루봉인 듯 이후 약간의 바위지대도 나타나고 또다시 관광농원 가는 삼거리이정표가 나타난다.

정상 바로 아래 좌측바위 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상봉우리에서도 시끌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밧줄도 없는 상그랍은 바위를 타고 오른다. 정상은 의외로 넓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가까이 보이는 천관산과 다도해를 바라보며 한동안 주위조망에 여념이 없을 때 우리의 가이드가 먼저 올라오신다. 일행이 올 때까지 잠시 머물다 몇몇이 올라오는 때를 맞추어 점심을 먹기 위한 자리를 안내하러 먼저 바위 아래로 내려가신다. 짐짓 그 뒤로도 한동안 더 머물고 있다. 임금 장배기에 앉고 보니 천하가 부러울 게 없어 마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헬기장 지난 공터에서 먼저 온 일행들은 이미 점심을 들고 계신다. 만날 혼자 점심을 해결하던 떠돌이도 이번엔 옆에 한자리를 차지하여 같이 식사를 한다. 여럿이 먹는 점심이 이렇게 푸짐할 수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거기에 반해 허기만 면하기 위하여 간단히 사 다니는 떠돌이의 도시락은 초라하기가 이를 때 없다. 덕분에 帝岩山에서 帝王의 식사를 하고...

돌탑이 있는 삼거리봉우리를 지나고 안부로 내려서는 급경사 길엔 제암산 오를 때와는 달리 흙이 보풀리는 등로에는 더욱 많은 먼지로 숨이 갑갑할 지경이다. 그렇게 한참을 뚝 떨어져 곰재로 내려선다. 좌우로 뚜렷한 내림길이 보이고 다시 오르는 길 한참을 내린 만큼 또 다시 한참을 올라야 한다.

큰 바위가 있는 철쭉제단에 이르고 이어 헬기장 세 곳을 지나면서 주위로는 철쭉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직은 모든 철쭉이 활짝 피지는 않았으나 몽글몽글 맺힌 철쭉과 활짝 핀 철쭉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활짝 펴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좋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중간에 또 하나의 돌탑이 있는 봉우리 곰재산을 지나고도 계속되는 철쭉능선은 이어진다. 하지만 좋은 볼거리도 공해에 시달리면서 본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뒤를 따르노라니 마른땅의 먼지가 너무 일어 아무래도 화원을 노니는 제왕적 감상은 어려운지라 앞서 가는 분들의 양해를 얻어 빠른 걸음으로 그 곳을 벗어난다. 아무래도 세인의 떠돌이는 제왕이 되기는 어려운가 보다.

간재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사자산 가는 길은 또 한차례 치받고서야 정상에 이른다. 사자산 미봉. 이곳도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들을 피해 좌로 꺾어 호남정맥을 따라 능선끝머리까지 가본다. 정맥을 따라 일림산 가는 길과 당암리 가는 갈림길이 나뉘어 진다. 양쪽능선 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고 당암리 가는 구간은 암릉구간으로 군데군데 암릉위에 올라선 사람들의 보습도 보인다.

정상으로 되돌아와 원래 계획된 코스는 간재로 다시 돌아가 거기서 신기마을로 내려가야 하지만 돌아가기가 아쉬워 사자산 두봉으로 향한다. 현저히 줄어든 산객들로 먼지로 인한 불편은 사라지고 철쭉군락은 없으나 약간씩 드러나는 암릉구간으로 조망을 대신하며 활공장을 지나 통신탑이 자리잡고 있는 사자산 두봉에 이른다.
제암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내 잡목이 없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조망은 더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지나온 능선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서 한참동안 머문다.

아래 이정표를 보고 미륵사 방향으로 가서 임도를 따라 주차장을 가려다 우측으로 부러진 방향표지판이 있어 아무래도 이쪽으로 가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판단에 그리로 향한다. 이미 다른 팀에서도 앞서간 사람들이 있기에 마음놓고 따른다. 비록 가파른 길이기는 하나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대로 길이 잘 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길은 흐릿해지고 이내 사라져 산죽과 가시덤불로 산짐승들도 제대로 다니기 어려운 길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그대로 계속 진행을 한다. 만들어 가는 길로 제법 많은 시간을 들여 임도로 내려선다. 역시 잔머리의 댓가는 육신의 고초다.

자갈이 깔린 임도에 내려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저 아래에 어렴풋이 주차장이 보이지만 새대가리가 아닌 이상 둘러 가는 길을 택해 간다. 간재에서 내려오는 임도 삼거리를 지나고 막 주차장으로 다가설 무렵에 가이드한테서 전화가 온다. 주차장 조금아래에 있으니 그리로 내려오란다. 도로 한켠에 자리를 잡아 이미 먼저 오신 분들의 뒤풀이는 시작되고...


▣ 수객 - 눈으로 그려지는 산행기 잘봤습니다.나중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김성기 - 일요일이라 산객이 줄을 서는군요.제왕을 알현하려고...내년 철쭉제때나 가볼렵니다.늘 즐거운산행 이어가십시요.
▣ 山용호 - 저도 님의 길 댕겨왓습니다. 사자두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으로 포근했엇지요..산행기 잘 읽고 추억도 되새김해 갑니다. 건강한 산행하세요
▣ 제종태 - 님의글 한폭의 그림같습니다.제왕산 이 공해에 시달려 내년에도 그대로 있을랑가 몰곗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