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영축산,시살등(경남 양산)
2. 높 이 : 영축산 1,092m, 시살등 980.9m
3. 산행일 : 2004. 2. 27
4. 코 스 : 본지산주차장(11:52) – 갈림길표지판(12:38) – 감시초소(13:15) – 샘터(13:30) – 영축산정상(13:54) – 비로암갈림길(14:04) – 점심(14:18 ~ 14:40) – 백운암갈림길(15:06) – 한피기고개(15:47) – 시살등(15:53) – 한피기고개(16:03) – 서축암앞도로(17:09) – 본지산주차장(17:30) ----- 총소요시간 5시간 38분(휴식시간 포함)
5. 동 행 : 2명

6. 후 기 :

그저께 향로산 산행중 바라본 영축산의 긴 능선이 너무 아름다워 몇 달만에 다시 영축산을 오르기로 한다.
지난번 코스(백운암방향)와 달리 본지산에서 산림감시초소 쪽을 올라 시살등에 이르는 아름다운 능선길을 탐방해 볼 요량이다.
그저께 다소 무리한 탓으로 컨디션은 그다지 아니지만 동행을 바라는 친구따라 가벼운 코스를 만들어 느지막히 출발을 한다.

11시 52분. 통도환타지아 후문을 지나 본지산 주차장에 이른다.
평일이라 그런지 산행객 차량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철봉으로 막아 놓은 도로를 지나자 바로 우측으로 들머리가 보인다.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부드러운 흙길을 발끝으로 음미한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나무는 아직 한겨울의 삭막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금새 새파란 싹을 틔우며 울창한 숲을 이룰 날도 머지 않았으리.
조금의 안락을 더 선호하다 보면 오히려 화를 입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 듯 넓고 평탄한 길을 쫒다 보니 가고자 하는 길과는 방향이 많이 바뀌어 버리고 만다.
안락한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런 유혹에 휘말리지 않아야 된다는 교훈을 깨달으며 원래 가야할 길로 되돌아 오른다.

12시 38분. 임도의 표지판.
오른쪽은 방기리로 하산하는 길.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지그재그 임도를 직선방향으로 치고 오르는 산행로는 정상에 이르는 길을 가깝게 하지만 힘은 두배로 든다.
연신 땀을 훔쳐대는 동행은 숨이 턱에 차는 모양이다.

13시 15분. 산림감시초소와 매점.
가까이는 천성산이, 저 멀리 울산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수평선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듯 하다.
통도사의 위세는 대단하다.
다른 사찰과는 달리 거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것도 모자라 사찰 주위의 드넓은 터를 한 손에 모아 쥐고 있는 모습은 가히 절대적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13시 30분. 샘터에 이르러 목젖이 소리나도록 시원한 물로 체온을 달랜다.
거대한 암봉이 하늘위에 솟아 보이고 가파른 길은 좀처럼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암봉을 돌아 올라 능선에 이르면 한동안 좁은 화폭에만 익숙해져 있던 시야를 일순간에 확 틔여 준다.
온통 사위가 열리면서 적응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린다.
영남알프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부산근교에 이런 산들이 있음은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복일 터.
능선을 따르는 길은 암봉과 바위길이 여기저기에서 복병처럼 나타난다.
하지만 산행객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13시 54분. 영축산 정상.
이정표에는 신불산 2.95K, 시살등 3K를 가리키고 있다.
오르면서 달아 오르던 열기는 갑자기 차가운 바람으로 일시에 추위로 바뀐다.
광활한 신불평원은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14시 04분. 바위능선을 따라 비로암으로 하산하는 삼거리 갈림길에 이른다.

14시 18분 ~ 14시 40분. 바람을 피해 너른바위에서 퍼질러 앉아 늦은 점심을 차린다.
점심이래야 김밥,사과,보온커피가 전부지만 산상에서 먹는 것은 뭐든지 꿀맛임을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은 모르리.

15시 06분. 전후좌우의 조망을 즐기며, 또 심심치 않게 바위봉을 타 넘으며 백운암으로 내리는 갈림길에 닿는다.(한피기고개까지 1.5K)

15시 47분. 조난구조표시판에 한피기고개임을 알리고 있다.
직진은 시살등, 자장암으로 하산하는 길, 오른쪽은 배내로 하산하는 길, 왼쪽은 통도사로 하산하는 길.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시살등인 듯.
뜀박질하여 순간이나마 밟아 보고 하산하기로 동행과 합의본다.

15시 53분. 시살등.
평평한 정상에는 리본만 몇 개 보일 뿐 여기가 시살등인지 무명 봉우리인지 알길이 없는데
우연히 눈길이 가는 낮은 나뭇가지에 반가운 산행객의 이름이 보이고 시살등임을 알리는 글귀가 비닐에 코팅되어 붙어 있다.
한국의 산하에서 1500등산을 향해 매진하고 계신 김정길님이 다녀간 표시.
그 존함도 반갑기 그지없지만 표시판에 쓰여진 지명도 너무도 반갑게 다가온다.

초보산행꾼에겐 너무도 큰 도움이 되는 표식임을 유독 나만 느끼는 것인가…
일설에 의하면 그 옛날 임진왜란 때 왜적을 향해 활을 많이 쏘았다고 해서 시살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살등이란 이름만 있을 뿐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으니 누가 불러 줄 것이며 어딘지 알고 찾아 갈 것인가.

안타까운 마음에 쓰레기처럼 너덜거리며 매달려 있는 리본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산 곳곳에 산행객의 이름은 수도없이 리본으로 매달려 있지만
산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나 암봉 등에도 아름다운 제 이름이 있음에도 이름표를 달아 주지 않으니 너희들이 밉다고…

고참 산행객님들 그리고 산악회 리본을 달고 다니시는 분들
때로는 리본 대신 제 이름이 있음에도
표식이 없는 산봉우리, 바위봉, 안부 등에 조그만 성의로서
간이이름표라도 달아 주심이 어떨런지요?

시살등으로 향하는 능선에도 함박등이나, 채이등, 함백재, 한피기고개 등과 같은 이름들이 있는 걸로 압니다만
완전초보 산행꾼이다 보니 도저히 가늠이 안되더이다.
외람된 제안 부디 용서하시기를 바라며….

16시 03분. 한피기고개로 되돌아 내려와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생각보다 내리막은 완만하다.
지루한 내리막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계곡에 이르러 차가운 옥수로 땀을 씻고…

17시 09분. 서축암 입구 도로로 접어든다.
포장도로는 사방팔방으로 잘도 닦여 있다.
본지산 입구에서 차량통행이 불가 하더니 스님이 탄 차는 잘도 다닌다.

17시 30분. 연일 산행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 올 즈음 산행의 끝이 오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 산거북이 - 저도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산거북이"로 검색한 산행기 중 "시살등 산행기", (안호식)으로 검색한 산행기 한개에 시살등과 함박, 채이등 등을 도상에 표기해 보았습니다.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초보는 전혀 아니시네요^^
▣ 안호식 -
▣ 푸르뫼 - 보잘 것 없는 글에 관심주시어 감사합니다. 산행을 하기 전 님의 글을 보았더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을 미련한 초보산꾼 후회가 막급입니다. 여기 산행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만 님의 글을 미처 못 챙겼습니다. 평소 님이 올리는 산행기를 무척 소중스럽고 유익하게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항상 즐거운 산행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