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산의 5월

19일, 중앙 고속 국도 홍천 나들목을 거친 일행은, 44번 국도 홍천 속초 방향으로 잠시 타고 가다가 연봉 삼거리에서 수타사 방향으로 접어든다.

공작산을 찾아 가는 길이다.

5분 여 진행 후 노천쪽의 444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노천리 노천 초교를 지나 공작산
을 가리키는 이정표 따라 444번 지방도를 오른쪽으로 버리고 공작교 건너 공작골 저수지와 맞닥뜨린다.

암팡지게 물을 퍼 담고있는 저수지는 공작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공작령으로 너머가는 공사중인 비포장 길을 따르다 저수지 상류에서 왼쪽 궁지기골로 들어선 12시 45분, 적당한 자리를 골라 자동차를 세워 두면서 산행은 시작 된다.

금방 진한 녹색 물감에 물들여 질것만 같은 궁지기골 짙푸른 세상을 파고들며 힘차게 뻗어오른 낙엽송 숲으로 묻혀 간다.

공작산 자연 휴양림 뒤로 뚫려진 궁지기골은 5월의 태양에 이겨지며 천연스레 미소 흘린다.

이 이의 등성과 기슭을 핥으며 흘러 내린 맑은 물은 궁지기 골에서 잠시 머물다 공작골로 흘러 간다.

흐르는 소리는 아름다운 음률되어 생기를 불어넣고, 5월을 너울쓰며 짓쳐 들어가는 계곡 숲은 싱그러운 향기로 열기를 식혀, 투명한 어항속을 헤엄치듯 걷는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콧노래 비어져 나오고 눈살은 당신을 더듬으며 황홀한 넋에 묻혀가는 자신이 대견스러워 더 많은것을 얻고자 앙탈한다.

리본의 길라잡이 사이사이로 손바닥만한 이정표가 정겹고, 진한 솔향기와 풋풋한 푸냄
새가 가득한 공간 속으로 온몸 던져 넣는다.

숲머리 비집고 희푸른 하늘 내려앉아 열기를 앗아간다.

눈은 한껏열리고 온갖 수목들은 꿈틀댄다.

궁지기골 상류 부터 안공작재까지 가파른 길이 열려 있으며, 아름드리 적송은 팔벌린 만큼 설킨 뿌리를 내려 오름길 잡고 있다.

20 여 분 가파르게 오른 13시 33분, 안공작재에 올랐다.

넘겨다 본 굴운리 저수지는 쫓아 내려간 큰골을 막고서 물냄새를 흩날리며 덧칠 해 댄다.

잠시 후, 정상으로 이르는 암릉길을 조심스레 타고 오른다.

기암 허리에 걸쳐놓은 줄을 잡고 오르며 내려 본 지왕동과 굴운리 일대가 평화스럽게 잠들어 있다.

어느 한 순간 비경에 젖은 무거운 정적이 몸을 뚫고 활 시위 처럼 팽팽히 긴장 한다.

암벽의 모서리를 잡고 천년을 아우르는 노송은 눈살에 밟혀, 금새 떨어져 부러질것만 같은 안스러움에 두 눈을 감아 버린다.

그러나 깊숙히 그려지는 이 이의 영상은 더욱 또렷하게 떠올라 팽팽하던 긴장을 스스럼없이 녹여 버린다.

오를 수록 꽃잎을 떨궈버린 철쭉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조금 일찍 왔더라면 하는 마음 아쉽다.

오르기 전 올려 본 공작산은 녹음에 우거져 기암을 볼 수 없었으나, 정상 가까울 수록
자태가 눈길을 이끈다.

13시 53분, 굴운리에서 오른 길과 서로만나 정상으로 쫓으며 놓칠 수 없는 마음을 이녁은 알기나 한 것처럼 더욱 선명한 형상을 그린다.

빠져드는 것이 자신인 줄 모르면서 이의 아름다움에 끌려 시간을 잊은체 나락으로 떨어 진다.

노내골은 옅은 대기에 짓눌려 가쁜 숨 몰아쉬고 있으며 군업리는 선잠을 자는듯 다정하다.

14시 10분, 887 미터 공작산 정상에 오른다.

이 이는 홍천군 화촌면과 동면을 남 북으로 가르고 있으며, 홍천강 지류의 20리 물길 인 수타사 계곡 비경을 간직 하고 있다.

동으로 계방산과 오대산이 아련하며 남으로 치악산, 북으로 가리산, 서로는 홍천읍 건너 팔봉산이 애살 스럽다.

굴운리에서 치켜 오른 큰골이 기암 정상을 후려치고, 공작골을 합수목으로 한 궁지기골과 문바위골은 짙푸른 피를 흘려 내리고 있다.

계절에 얹혀 철쭉으로 분칠 하다가 울창한 수림으로 바꾸기도 하며, 곱게 오색을 다듬은 후 눈덮인 설경으로 갈아 입으면 보는 이의 가슴께는 연정으로 물들어 버린다.

내림길은 궁지기골과 문바위골을 양쪽으로 가른 능선을 타고 노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 계곡이 밀어 올린 외길 능선을 떨어지는 기분으로 부지런히 내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적송과 참나무는 숲을 이뤄 내림길 내내 즐겁다.

506 고지에서 돌아 본 이 이는, 두 계곡을 음험하게 패여놓고 감싸안을 듯 능선으로 나래 펴고 있다.

보고싶을 때 언제나 볼 수 있는 당신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헤어져 돌아 서야하는 애타는 마음을 어찌 무심히 미소만 짓는가, 여태껏 기쁨과 사랑을 받았으나 줄것은 단지 가슴밖에 없기에 세월 지나도 변치않을 그 미소를 멍들지 않도록 마음 속에 묻는다.



_ 안 녕 _


- 2004, 05, 19. -


_ eaolaji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