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고대산 산행기

산행일
2004,5월9일
참가자 16명

코스
신탄리역-주차장-매표소오른쪽-제1등산로-능선-고대산정상-제3등산로
-매바위폭포-주차장-산골식당 (4시간소요)

날씨
온종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추적추적
간밤에 시작된 봄비가
아침까지도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모처럼 계획한 원정산행 날인데
안전이 조금은 걱정이 된다.
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서둘러
집결장소인 의정부역에 도착한 시각은 9시 28분
약속시간인 9시 50분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열차표 예매를 위하여
참가 희망했던 회원들에게 하나하나 핸펀을 날려본다.
16명 모두의 참가를 확인하고는 열차표 16장을 예매,
9시 45분경 먼저 도착한 회원들을 먼저 탑승케하여
자리를 잡게하고 나머지 회원들을 기다렸다.
9시 50분
단 1분의 어긋남도 없이 나머지 회원들이 도착,
신탄리행 마지막 칸에 탑승 완료하니 10시다.
궂은 날씨였건만
참가 약속했던 회원모두가 약속을 지켜주었다.
이미
날씨 따위는 우리의 산행에 있어
아무런 장애요소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산행은
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몰아쳐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임을 천명한다.
10시 20분
우리를 비롯하여
많은 등산객들과 승객들을 태운 신탄리행 열차가
서서히 의정부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빗물이 번지는 차창너머로
비에 씻기운 교외의 해맑은 풍경들이 펼쳐져 보인다.
물기 머금은 신록들이
그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들을 보니
우리의 마음마저 가벼운 흥분으로 흔들리는 듯 하다.
소요산 역을 지나며 비는 그쳐주었고
동편하늘이 훤하게 개여오고 있었다.
모처럼의 기차여행에 마음이 들뜬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차차 열차안에 크게 퍼져간다.
성급한 몇몇의 회원은 벌써부터 도시락을 펼쳐놓고
빈 뱃속을 채우고 있고
동심어린 장난을 치기도하고
술잔을 돌리기도 하며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고 떠드는 사이
열차는 11시40분
종착역인 신탄리에 도착했다.
탑승구 계단을 나서 조용하고 깨끗한 역 플랫 폼에 내려서니
여기는 비 한방울 안내린 듯
땅이 보송보송 말라있었다.
집찰구를 빠져나와 역사 왼편으로 돌아 철길을 넘어
고대산 등산로로 향한다.
많은 비를 예상하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선 산행길이었는데
비 한방울 내려주지 않으니 여간 마음이 놓이는 게 아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10분 정도 가니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 한켠에 매표소가 있다
우리 일행은 다른 팀 4명을 모아
20명이상에게 주어지는 단체입장 혜택으로
1인당 1000원의 입장료를 500원으로 할인받아 입장,
매표소 오른쪽을 들머리로 잡아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 포장도로다
10여분을 오르니 제1등산로라는 팻말이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깃점이었다.
비가 온 탓에
산길은 한가롭기 그지 없었다.
우리 일행만이 길게 늘어서서 돌 조가리들이 널려있는 산길을 오른다.
얼마 오르지 않아
급경사의 가파른 깔딱길을 만났다.
거기에다
좀처럼 내릴 것 같지 않던 비마저 뿌려대기 시작하더니
그 굵기를 더해간다.
저마다 비옷을 꺼내 걸쳐입기도 하고
우산을 펼쳐들기도 하며 산행은 계속되어 간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1시간 가량을 오르자
능선에 다달았다.
고대봉 정상 1시간20분이라는 팻말을 만난다.
비는 더욱 거세게 뿌려댔고
능선 길이라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댔다.
간간히 암벽도 몇군데 나타났고
사방으로 탁트인 시야 속으로 알지못할 높은 산봉우리들이 들어온다.
연분홍 철쭉꽃들이 만개하여
빗 속에서 그 자태를 더욱 아름답게 뽐내고 있다.
능선길 곳곳에
군인들이 작업해 놓은 교통참호들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그 것을 보니 여기가 전방지대임을 실감케했다.
잠시 잠깐
고향이라는 것이 뇌리를 스쳐간다.
아~!
가슴에 안겨오는 북풍을 맞으며
내 고향 평양의 정취가 묻혀있을 것만 같아
심호홉을 해본다.
832미터의 고대산 정상은
군 벙커와 함께 있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이다.
흡사
지난 번 설악산 대청봉에서 만났던
그 거센 바람과 닮은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현장의 친절한 군인의 배려로 군부대 벙커로 안내되었다.
밝은 곳에서 어둔 곳으로 들어선 탓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잡아주는 친절한 군인의 안내에 따라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도, 비도, 추위도 없는 아늑한 공간에서
우리는 도시락들을 펼쳤다.
비좁았지만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아쉬운 건 너무 비좁은 탓에
감자바위,마음,야생화님은 유리창도 없어 거센 바람이 그냥 몰아쳐 들어오는
군인 초소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땐
바람은 더욱 거세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비를 몰고와 뿌려댔고
온몸은 푸슬푸슬 추워왔다.
다시한번 느낀 것은
항상 예비 방풍옷을 준비해 갖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오월의 날씨지만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계단
각종 벙커며 교통호...
온통 폐타이어 투성이다.
희망내음님이 한마디한다.
고대산 산행을 지난 번 언젠가도 했었는데
고대산에 대한 추억이라곤
바로 저 폐타이어 밖에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란다.
정말로 볼상 사납게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타이어의 흉물스런 모습을 뒤로 하며
급경사의 제3 등산로 길을 따라 하산을 했다.
웅장한 매바위 밑으로 길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폭포가
쏟아져 흐르고 있다.
흙길을 걷노라니
바지가랭이는 온통 흙이 튀어 범벅을 이룬다.
비가 와서 넘쳐나는 계곡물에 바지가랭이며 등산화의 흙을 씻겨내고
부지런히 하산하니
4시간 전 산행을 시작했던 바로 그 매표소 앞,
어느덧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오후 4시
꼬박 4시간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하고 하산을 시작한지 한시간 남짓한 무렵이라
배도 부르고 만사도 귀찮아
예정됐던 오리 로스를 포기하고
산골식당의 3개의 커다란 원탁에 둘러앉아
동동주로 산행의 피로와
오늘의 만남을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텅빈 주차장 마당에 고즈녁히 뿌려지고 있다.
주인은 커다란 장작난로에 불을 부쳐주며
비에 젖은 몸의 한기를 덥히라며 친절을 베푼다.
그 난로 위에 커다란 후라이팬을 얹고
고추장 양념 불고기를 볶아댔다.
걸죽한 막걸리가
한도 끝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비가 오는 후줄근한 날씨였지만
다시 또 우리는
1시간 20분의 기차여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은 마냥 밝기만 하다.
6시정각에 출발하는 열차에 올라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지나가는 홍익회 판매원으로부터
연상 캔맥을 사서 두껑을 딴다.
그 어느날보다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었던 하루가
열차가 즈려밟고 지나는 레일처럼
하나의 추억이 되어
뒤로뒤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 유비 - 비오는 날의 산행이라 더욱 의미있었겠습니다,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군요,
▣ jkys - 운동하시고 비가 오고 거기다 막걸리까지...분위기 알만합니다.부럽네요.
▣ 짱구 -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건강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