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경으로 추정되는 사진 치악산 향로봉 근처
치악산과 나와의 만남 그 첫번째

1984년 1월 xx일

1월의 매서운 추위가 닦쳐온 새벽의 원주 시내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원주역에서 너댓 시간을 끈기있게 버틴 나는 구룡사행 첫 버스 시간에 맞춰 원주역을 나섰다. 잠시후 텅텅 빈 구룡사행 버스에 올라탔다.

도로에는 눈이 푸짐하게 쌓여있어 버스는 조심조심 운행하는것이 역력하다.
뭣 때문에 나는 엄동설한 한겨울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원주까지 와서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녘에 혼자서 치악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오로지 치악산 정상을 오르는 것만을 생각했고 안올라가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 되어졌다.

산이 뭔지.....  산은 나에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의 대답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속시원한 대답은 나오질 않는다.   산은 사람을 부르는 마력이 있는것 같다.

치악산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백색천지를 이루고 있었다. 서서히 훤해져오는 구룡사앞을 지나 정상 비로봉을 향하여 힘찬 첫걸음을 내딛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이 코스는 사다리병창 코스라고 명명된 아주 험하고 급경사의 오름길이다.  아마 전국에서도 급경사의 오름길로서는 몇 안되는 코스리라. 하도 힘들어 어떤이는 비로봉을 빌어먹을 봉우리 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눈이 깊어 속도가 나질 않는다.  콘디션도 별로여서 인지 힘이 많이 든다. 앞서가는 두사람을 따라잡을려고 노력했으나 나의 걸음이 느린가, 아니 앞서가는 사람들이 준족인가보다. 결국 정상에 다다를때 까지 그들을 따라잡을수 없었다.

세시간이 넘는 산행길 끝에 비로봉에 설수 있었다.  정상은 순백색의 멋진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고생끝에 낙이라더니 이런것인가 보다. 입석대를 지나 황골까지의 하산길은 비교적 쉬웠다.

겨울 정취를 만끽하며 황골 구멍가게에 도착하여 콜라 한병을 들이키며 다음주에는 어딜갈까 하고 나는 산에 갈 궁리만 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