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東山) 896m
위 치 : 충북 제천 금성면 성내리
산행코스 : 성내리 - 무암사 - 남근석 - 동산 - 세목재 - 무암사 - 성내리

산행일자 : 2004년 3월 13일/우리부부

풍기출발08:30 - 성내리주차장09:20
주차장09:25 - 무암사200m전 남근석갈림길09:55 - 남근석10:11/10:30 - 능선안부11:00/11:05 - 성봉11:17/11:22 - 중봉11:45 - 동산12:15/12:20 - 동산지름길(세목재600m전)12:45/13:05 - 무암사13:30/13:50 - 주차장14:20
성내리주차장14:25 - 풍기도착15:15

◈ 제천의 명산 동산의 남근석을 찾아서....
정국이 요동 칩니다.
상대를 위한 배려나 양보는 간곳없고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암수만이 난무할 뿐입니다.
"니 죽고 나 살자"식의 사활을 건 싸움은 거센 폭풍으로 맞부딪히고 선장을 잃은 돗단배에 탄 국민들은 거센 폭풍에 휘말리며 망망대해를 위태롭게 떠돌고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그저 파도가 잠잠하기만 기다릴 뿐.....

불안해 하는 국민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로가 오히려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아마도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봅니다.
매일 들려오는 정쟁에 넌덜머리가 난 저는 짜증스런 마음에 TV를 꺼보지만 답답한 마음은 가시질 않습니다.

다행이 세상만사 훌훌 털어 버리고 말없이 모든걸 포용해주는 산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입니다.
잠시라도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아귀다툼 소리에서 벗어나 거짓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산행길로 떠납니다.

무암사까지 차가 올라 갈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은 일부러 성내리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킵니다.
오늘 따라 조용한 산중 깊숙히 차를 몰고 들어간다는게 산행객의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텅빈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동산 안내도를 잠시 살펴본 후 무념 무욕의 마음으로 무암사를 향해 오릅니다.
거짓이 없는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인 자연을 만끽하면서 말입니다.

넓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5분여를 오르니 SBS 촬영장이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망"촬영셋트로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조용한 산중에 만나는 초가집이 정겹기 그지 없습니다.
번잡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이리 좋은걸...

촬영장을 지나 오르는 길에 애기바위, 안개바위, 장군바위의 멋진 모습을 담은 이정표가 서있지만 모두 지나쳐 무암사 200M 아래 남근석 갈림길로 들어섭니다.
그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동산의 명물이 되었다는 남근석을 보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남근석에 오르는 길은 여태 평탄하던 길과는 대조적으로 급한 오름의 연속입니다.
서서히 몸에서 땀이 베어 나오기 시작하고 가쁜 숨을 토해내고서야 남근석 바로 아래 도착하지만 로프를 잡고 직벽을 한번 더 힘겹게 올라야 남근석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우람하게 불끈 솟은 남근석의 모습은 과히 동산을 대표하는 명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신기한 모습에 돌아가며 이리저리 쓰다듬어 보고 그 모습도 카메라에 담은 후에야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조망이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봅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아스라히 보이는 충주호가 시원스럽고, 협곡에 간신히 자리를 잡은듯한 무암사 뒤론 작성산에서 흘러내린 웅장한 모습의 암봉이 비경을 뽐내며 우뚝 서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황사인지 안개인지 희뿌옇게 시야가 흐린 것이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따뜻한 녹차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여유롭게 즐겨봅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아내는 "그림만 잘 그릴 줄 알면 동양화라도 한 폭 그리고 싶다"며 풍경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절경에 취한 몸은 싸늘한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동산을 향한 오름길로 접어듭니다.

등로는 더욱 험해져 계속되는 급경사의 암릉을 로프에 의지해 오릅니다.
한구비 올라서면 또 한구비... 마치 유격훈련을 받는 듯.....
계속 이어지는 험한 암릉을 숨가쁘게 15분 정도 오르니 힘들게 오른 보답인지 남근석 바위터 보다 충주호 조망이 일품인 바위에 올라섭니다.

거칠어진 숨도 고를겸 잠시 쉬며 충주호의 비경에 또다시 빠져 봅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보다 더 넋을 놓고 비경을 감상하고 있는 아내를 재촉해 동산 오름길을 서둘러 봅니다.

능선안부에 오르니 울창한 산림탓에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한가롭고 적막한 능선입니다.
잠시 목을 축이고 아름다운 새소리에 발을 맞추며 한결 순해진 능선길을 가볍게 오르니 동산 성봉(825.7m)입니다.
그리 넓지않은 정상엔 조그만 돌탑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소나무 높은 가지에 성봉임을 알리는 표지만이 달려있을 뿐...
지체할 이유가 없어 발길을 재촉해 봅니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채 녹지않은 잔설이 가득한 등로를 가로질러 또 다른 봉우리들을 지나며 마치 동네 뒷동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넓고 편한 등산로를 걷습니다.
별 특이한 것이 없는 중봉(885m)을 지나고 새목재 갈림길도 지나고서야 동산 정상에 올라섭니다.

하필이면 시멘트 채굴로 보기흉한 산능성이가 벌겋게 상처를 드러내놓고 있는 단양쪽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동쪽으로는 힘차게 흘러내린 맥이 파도치듯 흐르고 있습니다.
저 맥을 따라가면 금수산에 이른다지만 쉽게 접근하기엔 너무 먼 거리 인듯합니다.

시장기가 돌지만 편히 쉴자리가 없어 새목재로 그냥 내려섭니다.
급하게 내려 꽂힌 등로엔 아직 잔설이 제법남아 한발한발 조심스런 걸음을 옮겨봅니다.
새목재에 내려서니 작성산1.1km, 동산1.2km 이정표가 서있습니다.
그냥 무암사로 내려서는 것 보다 한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작성산을 돌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풋풋한 봄내음이 묻어 나는 오솔길을 따라 편한 걸음을 걷습니다.

새목재에서 600m를 내려서니 동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이정표 방향으로 개울건너 길게 이어져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눈엔 길게 이어진 동산 등산로 보다는 계곡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있는 이끼 낀 바위들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바위에 자리를 잡고 먹는 빵과 사과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꿀맛입니다.

이끼 낀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맑은 물속엔 나무며 바위며 심지어는 하늘의 구름까지 있는 그대로 온 세상이 담겨있습니다.
장난 끼 어린 마음에 가만히 얼굴을 내밀어 보니 또 다른 내가 물속에서 환하게 웃고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고개를 빼고 내려설 준비를 하니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보고 친구되어 같이 가자 합니다.
나도 그 순수한 마음과 해맑은 미소에 끌려 친구되어 동행하니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아름다운 목소리로 쉴새없이 계속 이야기를 합니다.

소부도와 무암사경내를 들러보는 동안은 잠시 말없이 기다리는 듯 하더니 다시 보면 또 끝없는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는 참으로 수다스럽지만 밉지않은 천진난만한 친구입니다.
친구와 헤어지기가 싫지만 어쩔수 없이 번잡한 사회속으로 들어 가야하기에 주차장에서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다른 산에서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것을 약속했습니다.

남근석에서 바라본 동산의 기암


남근석의 모습


무암사에서 본 남근석 오르는 가파른 능선


SBS 드라마 촬영장


주차장에서 본 동산 능선


남근석에서….


▣ 김정길 - 좋은친구 길문주님의 더우기 부부동행 동산 산행을 축하합니다. 잠시 동 산산행의 추억과 함께 님을 생각하였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근접한 남근석은 동산의 남근석인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님의 아내께서는 "그림만 잘 그릴 줄 알면 이라고 감탄을 하셨나봅니다. 저도 동산의 남근석 코스는 여인들과 함께 동행을 하였었는데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여자들이라서 어떤 감정인지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ㅎㅎㅎ
*선배님! 남근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하더군요. 물론 남근석의 사실적이면서도 우람한 모습은 압권이고요.... 빼놓지 않고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 산초스 - 작년 6월 모임에서 제천으로 여행가서 대망촬영장과 청풍문화재 단지 구경하고 점심을 동산과 작성산 입구의 식당에서 먹으며 이름을 알고있었는데 남근석은 금수산쪽에 공원에 있는줄 알았는데 동산에도 멋진것이 있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산초스님! 동산은 불조심기간중 개방하는 몇않되는 산중에 하나입니다. 수려한 산세에 멋진 암석도 많고 주변 관광지도 볼거리가 많으니 작성산과 연계하는 코스로 한번 다녀가셔도 좋을듯합니다. 즐산하세요^^*
▣ 허노규 - 동산의 남근석도 부럽지만은 실장님의 글 솜씨가 더 부럽습니다.글 속에서 묻어나는 겸손함에 자연을 벗하는 이의 심성을 짐작하게 하는 좋은 산행기 이네요.저도 자연속의 산과 같은 친숙함으로 순수하고 소박한 산행기 한번 쓰 보는게 바램 입니다.건강하시고 산에 취하고 행복에 취하신 보습 자주 보여 주세요
*아이구! 허선배님!! 보잘것 없는 산행기에 너무 과찬을 하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꾸밈없는 자연을 배울려고 하는데 부족한게 너무 많은 몸이라 잘될른지는 모르겠습니다.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