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04. 1. 18(일)

산행코스: 원터골 - 매봉 - 혈읍재 - 석기봉 - 이수봉 - 국사봉 - 동일 코 스로 원터골

어제 대천으로 가족여행을 갔다와서 피곤하였는지 가족 모두가 늦잠을 잔다. 광교산까지 긴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나 코스를 어떻게 잡을까 생각하며 홀로 산행을 준비한다.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사발면, 빵, 귤 등을 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젠을 챙긴다.


09:00 원터골 청계산 입구 도착
차를 운전하여 원터골 입구에 도착하니 간간이 비가 뿌린다. 스틱을 맞추고 산 입구에 가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아이젠을 풀고 있어 물어보니 어제 온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다고 한다. 아이젠을 차고 016 이동전화사에서 주는 커피한잔을 마시고 출발한다.
늦은 출발이라 일단 최단 거리로 매봉을 오르기로 하고 청계골을 거쳐 매봉으로 향하는 코스를 타기로 한다. 청계골 쉼터까지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드는 것을 보니 지난 한 주 내내 먹은 술이 자꾸만 배낭을 잡아당기는 듯하다. 그래도 외피 옷을 벗는 것 외에는 쉼 없이 간다. 비는 중턱에서 싸리눈으로 바뀌어 내리는데 고도를 높이 할수록 많이 내린다.


10:17 매봉도착
길마재에서 계단이 싫어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헬기장을 지나쳐 돌문에서 세바퀴를 돌면서 숨을 고른 다음 매봉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지나쳐 혈읍재로 향하는 능선 길은 눈은 함박눈으로 변하여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데 나무 가지마다 수북히 쌓인다. 소나무 가지마다 눈이 쌓여 하얗게 물들고 바람도 잔잔하고 기온도 포근하여 꿈을 꾸는 듯 하다.


12:05 이수봉도착
혈읍재에서 직진하면 청계산 정상 망경대이나 우회하여 석기봉으로 가기로 하고 우측으로 내리막을 제법 내려가다가 다시 망경대로 방향을 잡아 오르기 시작한다. 만경대 50m 정도를 남기고 우측으로 석기봉 가는 길로 접어들어 미군레이더 기지 철조망을 우회하여 석기봉 앞을 지나친다.
미군 야전 차량 정비소 겸 헬기장으로 내려서니 눈보라가 제법 친다. 눈 속에서도 군데군데 모여 커피 등을 먹고 있다. 두 번째 헬기장까지 내려와 다시 이수봉으로 향하다가 청계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의 간이 막걸리 집에서 한 사발을 들이킨다. 단숨에 2/3가량을 마시니 정신이 번쩍 난다. 그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 갈증이 있었나 보다.
이수봉으로 향하는 능선 길에서 숨을 고른 다음 천천히 헬기장을 지나 이수봉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첫눈 산행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사발면으로 요기를 하는데 옆에서 오신 연세가 지극한 아주머님이 김치를 꺼내주신다. 청계사에서 올라오셨다고 한다.


13:10 국사봉도착
이수봉에서 국사봉에 이르는 길은 사람이 적어 호젓하다. 산세도 완만하고 눈을 최대한 즐기면서 상념에 젖어 천천히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한다. 산 능선 길 한모퉁이를 돌아가니 많이 내리는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산제를 지낸다고 떠들썩하다. 숨이 차서 천천히 조금 오르니 국사봉이다. 먼저 온 왁자지껄하던 한 무리의 산객들이 바라산을 향해 간다면서 떠나가고 국사봉은 이내 정적에 쌓여 조용하다. 이곳에서 계속 하오고개로 갔다오면 차량회수가 어렵다고 판단(사실은 체력도 되지 않음)하여 되돌아가기로 결정한다.


15:00 원터골 청계산 주차장
시산제 지내고 뒤풀이가 한참인 곳을 지나 이수봉에 거의 다오니 아까 김치를 주신 아주머니가 오고 계셔서 인사를 나누고 이수봉을 지나쳐 헬기장을 지나 석기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지가 눈에 쌓여 여러 개의 샛길은 눈에 덮여 길 한 줄기만 남았다.
망경대를 돌아 혈읍재로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어서 최대한 나무를 집고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간다. 매봉가는 길의 막걸리집은 판쵸 우의를 쳐서 눈보라를 막으면서 장사를 하는데 성업 중이다.
매봉에서 청계골을 거쳐 원터골로 내려가는데 아이젠을 차지 않은 사람들은 넘어지고 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뒤풀이하는 식당을 뒤로하고 주차장에 가는데 딱 한 잔 생각이 나서 일주일 내내 술을 먹고도 지겹지도 않나 하면서 속으로 누르고 차를 탄다.
원 없이 눈을 흠뻑 맞으면서 이런 산행이라면 태백산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자랑을 하니 이 동네는 진눈깨비만 왔다면서 믿지 않으려 한다.


▣ 김용진 - 태훈님 눈속을 뚫고 즐산하셨군요.. 겨울 산은 항상 조심하셔서 안산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산초스 - 여유롭게 눈속의 청계산행이 그려집니다. 차량회수와 체력생각하여 무리하지 않고 산행하시는것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고 눈산을 산행하셔서 기분이 좋으셨네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