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1,188.0m) 밀양시 산내면

⊙언   제 : 2004년 9월 25일(토) 화창한 날씨
⊙어디로 : 남명초교-운문산-가지산-능동산-사자봉-도래재-출발지
⊙얼마나 : 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26.6km, 10시간 30여분
⊙누구랑 : 외톨이

05 : 50        남명초등학교에서 출발
06 : 08        하양마을회관
06 : 48 ~ 50 지능선 위
07 : 11 ~ 15 보광스님 기도처
07 : 28 ~ 30 주능선(하양 3.0, 운문산 0.5, 석골폭포 4.0km)
07 : 39 ~ 55 운문산 정상(석골사 4.0, 남명초교 5.5km)
08 : 26 ~ 30 아랫재(운문산 1.2, 남명초교 3.91, 가지산 3.87km)
08 : 51 ~ 53 능선갈림길(좌)접
09 : 08 ~ 10 삼거리(우, 백운산방향, 제일관광농원 2.5, 가지산 2.58km)
09 : 15 ~ 17 삼거리봉(우, 삼양교방향)
09 : 42 ~ 45 중간바위봉
09 : 57 ~ 10 : 15 가지산 정상(운문산 5.07, 석남터널 3.0km)
10 : 23 ~ 25 안부(우)삼거리(석남터널 2.65, 가지산 0.35km)
10 : 31 ~ 33 가지산 119구조 10번 삼거리봉
10 : 43 ~ 45 가지산 119구조 11번 삼거리 능선(직)
10 : 49        가지산 119구조 11-1번 안부(우)삼거리
11 : 04 ~ 06 석남고개 사거리
(능동산 3.5, 석남터널(울산) 1.0, 석남터널(밀양) 0.8, 살티마을 2.2, 가지산 2.5km)
11 : 10        터널삼거리(능동산 3.3, 석남터널 0.4, 가지산 2.7km)
11 : 20 ~ 25 좌측조망이 약간 트인 봉우리(874.8m)
11 : 41 ~ 43 삼각점(No 010)봉(813.2m)
11 : 46        삼각점봉(827.0m)
12 : 06 ~ 10 정맥갈림길
12 : 13 ~ 20 능동산(983.8m)
12 : 25 ~ 45 쇠점골약수터(중식)
13 : 01 ~ 03 억새봉(964.5m)
13 : 25        통신안테나
13 : 27 ~ 29 등로 갈라짐
13 : 33 ~ 35 삼거리봉(얼음골 4.7km)
13 : 40        삼각점봉
13 : 46 ~ 50 샘물산장(사자봉 2.37, 얼음골 5.45, 배내골 5.0km)
13 : 59        삼거리(사자봉 1.4, 얼음골 3.55, 배내골 6.0km)
14 : 05        삼거리(사자봉 1.0, 신명마을 2.0, 얼음골 2.1km)
14 : 07        삼거리(사자봉 0.7, 신명마을 2.1, 얼음골 2.4km)
14 : 21 ~ 50 사자봉 정상(1,189.0m, 재약산 1.7, 한계암 2.3, 얼음골 3.5km)
15 : 06 ~ 10 조망바위봉
15 : 18 ~ 20 능선삼거리
15 : 50        마을도로
16 : 04 ~ 10 개울건너는 곳
16 : 13        내촌 마을회관
16 : 22        출발지도착

◎산행거리=남명초교(1.3)-하양마을(3.5)-운문산(5.07)-가지산(6.0)-능동산(5.5)-사자봉(4.5)-내촌마을(0.7)-출발지=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26.57km

양보의 미덕

억새가 보고파서 오늘도 영남알프스를 찾습니다.
어찌된 게 이 달 들어 계속 이곳으로만 발길이 닿게되네요.
오늘은 일조시간 안에서 마음껏 거닐어보기 위하여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섭니다.
고개를 세 개씩이나 넘고 너머 남명초등학교에 이릅니다.
내려올 때를 위하여 이곳에다 주차를 시키고 하양마을로 들어갑니다.

산내천 다리를 건너 하양마을회관이 있는 곳까지도 오르막길이 제법 멀게 느껴집니다.
자은사 안내석를 보고 운문산방 표시를 따라 들어갑니다.
넓은 길 끝에 들머리가 보이고 따라들면 묘지 앞을 지나 이내 등로로 접하게 됩니다.

마른 계곡을 건너 한동안 우측으로 계곡을 끼고서 갑니다.
물줄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 폭포를 비켜 오르면서,
옆으로 돌아가는 등로를 지날 때쯤 나타나는 갈림길엔
보광스님 기도처라고 적힌 작은 표지목도 보입니다.

잠시 거쳐 가보기로 합니다.
밭이 될만한 공지와 그 앞으로 식수와 세면을 할 수 있는 물도 흘러내립니다.
저쪽 한켠에 움막이 들어서 있고, 공지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망은 참 좋습니다.
움막 근처로 다가가 닫혀 있는 문 주위로 어슬렁거려 보지만 별로 인기척이 없어
그냥 돌아 나옵니다.

다시 돌아 나와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직벽바위가 두 곳이 나오고,
잠시 후 주능선에 이르면 이내 운문산정상에 다다릅니다.
아직은 아무도 없는 산정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서쪽으로는 멀리 지리산도 보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북쪽과 동쪽으로는 구름이 덮여 바로 가까운 가지산 꼭대기도 보이지 않는
희얀한 날씨입니다.
햇살이 비치는 서쪽 풍경이 너무나 좋아 갖고 온 두유를 마시며 한참동안 머물러 봅니다.

가지산을 향하는 가파른 내림 길로 접어들어 아랫재로 내려섭니다.
허술한 산장주위로 억새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오름길 한켠에선 간밤에 여기서 비박을 한 두 분의 산님이 이제 막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석골사에서 출발하여 통도사로 간다고 그러네요.
안전한 산행이 되길 바라고... 지금부턴 꾸준한 오름길로 이어집니다.

출발 때는 보이지 않던 이슬이
어느새 나뭇잎과 풀잎에 잔뜩 맺혀 바지가랑이를 젖게 하네요.
백운산 갈림길을 지나면 또 다시 억새가 펼쳐지고,
백운산건너 사자봉까지도 이미 눈길은 그 곳에 가 있습니다.
잘 들어 난 능선 길에 때로는 암봉을 넘어가며 홀로 걷는 길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가지산정상에도 아직은 산님들이 없습니다.
도차지한 정상을 끌어않고 조망하는 즐거움에 또 한참을 머물러 봅니다.

정맥길을 따라 석남터널로 내려갑니다.
이제 드문드문 올라오는 산님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석남고개를 지나고 살짝살짝 오르내리는 등로는
지금까지 딱딱하게 지나온 것과는 달리 한층 부드러운 흙 다짐 길로
산책 삼아 걷는 발걸음이 가볍기가 그만입니다.

삼각점을 지나고 정맥갈림길에 오르기까지는 땀을 좀 내야하는 오름길이 잠시 이어집니다.
능동산에 이르러 장배기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가워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잠시 한숨을 돌린 후 사자봉을 향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쇠점골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잔과 함께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중간중간 임도와 등로가 번갈아 가며 자주 접하지만 대부분 등로를 따릅니다.
억새봉우리에 이러면 억새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억새꽃은 점점 더 은빛으로 무르익어 밝은 햇살에 빛나고
지난주와는 다르게 잎의 끝은 조금씩 타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길이라면 천리인들 못 가겠습니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껏 취해봅니다.

등로길에 인간이 설치해놓은 통신안테나가 거부감을 일으키지만 애써 외면을 하고,
얼음골가는 삼거리봉우리와 삼각점봉우리를 지나면 샘물산장에 이릅니다.
넓게 이루어진 평원이 펼쳐집니다. 눈 맛이 한결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또 등로로 접어들면 시야는 막혀버리고,
중간중간 우측으로 얼음골과 신명마을 가는 길이 나타납니다.
이어 삼거리능선에 이르면 억새밭의 절정을 보게됩니다.
사자봉정상에 이르기까지 원경의 조망과 근경의 억새평원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립니다.

사자봉 정상엔 많은 산님들이 있습니다.
정상 지킴이쯤 돼 보이는 시커멓게 생긴 털보(털이 많지는 않음)아저씨가
지난주 신불산에서 막걸리를 팔듯이 여기서도 커피와 동동주 등을 팔고 있습니다.
"아저씨 운문산하고 사자봉하고 구름다리 하나 놔놨으면 좋을 텐데..."
"억새 보려고 운문산에서 여기까지 삥 둘러오니깐 쪼매 힘드네요." 그러니깐
이 아저씨 옛날 신라 때 있었는데 경관이 보기 싫다고 철거를 했다나 어쨌다나...??

그냥 우스개 소리로 들렸나봅니다. 하긴 짧은 거리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서 "밤중에 뭐 하러 돌아다니느냐"고 그러십니다.
아마도 아랫재에서 비박을 한 사람처럼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사실 떠돌이는 야간이나 무박, 비박산행은 하지 않거든요.
캄캄한 밤중에 이마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다니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또 날이 저물기 전에 도래재로 내려가야 합니다.
수미봉을 거쳐 표충사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차량회수를 쉽게 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돌아 나온 능선삼거리에서 도래재로 향하는 등로는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아 등로가 수월치가 않습니다.

전번에도 한번 도래재에서 올라올 때가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등로의 모습은 변화가 없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원점회기나 종주 등의 코스로는 적절치가 않아
조금은 덜 찾는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망바위를 지나고 처음으로 만나는 삼거리갈림길에서 바로 우측으로 내려갑니다.
굳이 도래재까지 가야 할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산 후 내촌마을 개울가로 접어들어 대충 땀을 씻어냅니다.
아직도 햇살은 운문산에 걸려있을 정도의 이른 시각에 출발지로 돌아옵니다.

어찌 보면 무리한 산행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장거리산행이라고 멋 부릴 것도 아니요 자랑할 것도 아닙니다.
이 좋은 계절 기왕에 하루를 비우고 나온 이상
일조시간 안에서 자연의 품에 안기어 마음껏 즐기다 가고픈 욕심이겠지요.
그러다 보면 때로는 무리한 산행이 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야간에 도시근교에선 불빛야경과 심심산골엔 별빛야경이
주간 못지 않은 볼거리로 한번쯤 가고싶은 욕망도 생기지만
그것까지 차지하려고 야간산행을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욕심이 아닐런지요.
떠돌이말고도 야생동식물들도 자연을 차지할 권리는 있으니까요.
밤은 그들에게 양보를 해주고 주간에만 이용하는 것도 아름다운 미덕이 아닐런지요...

⊙영남알프스의 자세한 산행기록은 북릉한바퀴(아래 작년산행기)와
남릉한바퀴(죽전마을~수미봉~사자봉~능동산~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시살등)
작년산행기 10/13일자 7642번 참조바랍니다.


♠지룡산(658.8m) 청도군 운문면

⊙언   제 : 2003년 9월 14일(일) 맑음
⊙어디로 : 운문사삼거리-지룡산-상운산-가지산-운문산-딱밭재-운문사-출발지
⊙얼마나 : 표지판 및 도상거리 약 25.0km, 11시간 10여분
⊙누구랑 : 언제나 외톨이

08 : 10        미화당수퍼 앞 주차장에서 출발
08 : 14        들머리
08 : 33 ~ 35 너덜지대
08 : 42        삼거리 갈림길
09 : 01        주능선
09 : 03 ~ 10 좌측 바위봉
09 : 17 ~ 20 지룡산 정상(658.8m)
09 : 25        안부네거리
09 : 31        삼각점봉
09 : 36 ~ 40 바위봉
09 : 52        안부 우측갈림길
10 : 20        헬기장(828.6m)
10 : 27        (폐)헬기장
10 : 31 ~ 40 돌무더기봉
10 : 56 ~ 11 : 00 배넘이재
11 : 20 ~ 22 조망바위
11 : 32 ~ 35 삼거리봉
12 : 00 ~ 05 바위능선
12 : 12 ~ 15 삼거리(헬기장)봉(1,038.0m)
12 : 20        둘째(폐)헬기장
12 : 22        삼거리(좌측 생금비리 쉼터1.8km)
12 : 33        셋째헬기장
12 : 43 ~ 50 정상아래안부
12 : 55 ~ 13 : 10 상운산 정상(1,114.0m)
13 : 16        헬기장(←운문령 2.5km, 귀바위 1.0km, →쌀바위 1.0km)
13 : 32 ~ 14 : 00 쌀바위(1,109.0m, 중식, ←운문령 3.5km, →가지산 1.3km)
14 : 11        헬기장 가지산 06번 지점
14 : 32 ~ 45 가지산 정상(←운문산 5.07km, ↓석남터널 3.0km, →쌀바위 1.3km)
14 : 56 ~ 58 우측에 바위봉
15 : 19 ~ 25 삼거리봉(좌측 삼양교, 백운산방향)
15 : 29 ~ 30 삼거리이정표(←아랫재 1.29km, ↓제일관광농원 2.5km, →가지산 2.58km)
15 : 39        남명리(좌)이정표
15 : 53 ~ 55 아랫재(←운문산 1.2km,↓남명초교 3.91km,↑운문사 7.0km,→가지산 3.87km)
16 : 40 ~ 50 운문산 정상(1,188m, ←석골사 4.0km, →남명초교 5.5km)
17 : 15 ~ 20 딱밭재(←억산 2.1km, ↓석골사 2.6km, ↑운문사 4.5km, →운문산 1.8km)
17 : 56        계곡건너 운문산 19번 지점
18 : 22        사방댐
18 : 33        큰골 합수지점 암자가는 삼거리
18 : 40 ~ 45 수중보
18 : 50        운문사 주차장
19 : 20        출발지 도착

◎산행거리=들머리(2.1)-지룡산(2.9)-배넘이재(3.2)-상운산(2.5)-가지산(3.87)-아랫재(1.2)-운문산(1.8)-딱밭재(4.5)-운문사(2.7)-운문사삼거리=표지판 및 도상거리 약 25.0km

영남알프스 북릉 한바퀴

구지리한 날씨에도 추석 잘 쇠고 난 뒤 이게 무슨 난린지

태풍 매미가 영남지방을 관통하면서 곳곳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사라진 것이

어쩌면 옛날 태풍 사라 때와 비슷한지(보도에 의한 강도와 피해지역이)

그때는 추석 전 이번엔 추석 후 추석과 태풍이 무슨 관계인지...???

어쨌거나 태풍이 지나간 뒤 깨끗한 날씨에 마음이 뒤숭숭하여 안내산악회를 따라 가보려고 계획을 세우다가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자중하는 생각으로 혼자 조용히 갖다올 곳을 찾아본다.

그러던 중 운문사 갈 때마다 눈에 띄던 삼거리 앞에 솟은 봉우리가 떠오른다.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고 별러보지만 쉽게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것만 보고 가기에는 하루시간이 너무 허무하고

운문령까지 가서 돌아오기도 뭐해서

내친김에 북쪽으로 붙은 능선을 한바퀴 돌아보려고 한 것이 오늘에서야 기회를 잡는다.

운문사 삼거리 미화당수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운문사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들머리를 찾는다.

이삼백 미터 정도 가면 좌측에 옹벽이 끝나고

묘지가 보이는 아래에 몇 개의 리본이 붙어있어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가 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선관계로 아침이슬이 잡초랑 나뭇가지에 잔뜩 맺혀있다.

잠깐 걷는데도 바지랑 신발이 젖어온다.

이러다간 지난번처럼 발이 불어 계획한 만큼의 산행이 되지 못할까봐

미리 꺾어진 솔가지를 들고서 조금이라도 이슬을 떨어내면서 간다.

약간의 너덜지대 앞에서 한숨을 돌리고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을 택한 것이

후회 서러울 만큼 가파르기와 험하기가 이를 때 없다.

암벽 밑을 통과할 때 아직도 물이 떨어지고 있어 혹시라도 낙석이 될까봐 조심스레 가는데 낙석이 되기에

깜짝 놀라 위를 바라보니 염소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사라져 버린다.

휴~!!! 진땀이 다 난다.

팔부능선 암장위에 염소라 언뜻 생각하기에는 산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월악산 깊은 산 속에서도 보기가 어려운 산양이 어떻게 이런 마을과 가까운 야산에 있을 수 있겠냐고...???
아마 가출한 흑염소일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건너 옹강산 꼭대기에서 흑염소 떼를 본적이 있어 그렇게 확신을 한다.

"그런데 한 마리밖에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주능선에 올라서서 바로 가려다가 좌측 바위봉우리에 잠시 올라 가본다.

역시 바위봉우리는 조망 하나만큼은 시원하다.

운문호와 그 주위의 산들 그리고 골짜기에 들어선 마을과 어우러진 것이 보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돌아 나와 지룡산을 향한다.

올라왔던 안부자리를 지나고 살짝 오르는 곳에 지룡산이라고 약간의 돌무더기와 까만 정상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 그런데 이곳은 지도상에 나타난 삼각점이 있는 지룡산은 아닌데...???"

주위로는 잡목으로 둘러 쌓여 조망은 없다.

앞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이 있으나 그것은 집단시설지로 가는 길이고,

뒤로 누워있는 고목을 타넘어 주능선은 이어진다.

안부로 내려서면 좌우로 흐릿하게나마 내려가는 길이보이고 올라서는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다.

이곳이 정녕 지도상에 나타난 지룡산 일진데 어느 누구에게 이름을 빼앗겨 버리고

조용히 무명봉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지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면 아래 계곡 안쪽으로 내원암이 조망되고

다시 안부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도 나타난다.

이후 꾸준한 오름길로 올라서면 콘크리트헬기장이 나오고,

중간에 또 하나의 폐헬기장 나타나는 봉우리에서는 언뜻 지나치면 알 수 없는 지능선길이 좌측으로 이어진다.

삼계리로 내려가는 능선으로 배넘이골로 내려서면 멋진 무명폭포도 있다.

아마 가지산 북쪽능선에서는 흔치않은 폭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어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가파르게 배넘이재로 내려선다.

좌로 삼계리와 우로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이 나있다.

배넘이재를 지나자 오르막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 조망이 트인 바위도 나타나고,

또 하나의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에서는 우측에 배바위로 내려가는 길도 보인다.

여기서는 간간이 학심이골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간지 이틀이나 됐지만 아직도 수량이 풍부해 지나가면서 가끔씩 보이는 건너 학소대 폭포는

멀리서 보지만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약간의 암릉구간도 지나고 막바지 치받으면 헬기장 봉우리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은 쌍두봉을 거쳐 천문사로 가는 길.

지금까지 단한 사람도 보이지 않던 산님들이 이곳부터는 단체 또는 가족단위의 등산객들도 더러 보인다.

사용가치가 없는 폐헬기장을 지나고 좌측으로 생금비리 쉼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도 나온다.

세 번째 헬기장을 지나 정상아래 안부자리에서 한숨을 돌린 후 바짝 치받아 오르면 상운산정상에 이른다.

여기서 한동안 조망을 즐긴다.

혼자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중에도 수시로 각기 다른 산님들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조망도 좋고 하여 그냥 이곳에서 민생고 해결에 들어 가려다가도

오늘은 산행거리가 만만찮아 조금 더가서 식수가 넉넉한 쌀바위에 가서 해결하기로 한다.

헬기장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르지 않고 등로를 따라간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다시 임도에 접하고 잠시 후 쌀바위 앞에 다다른다.

단체나 개인적으로 산행 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우선 쌀바위에서 세어 나온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여 식사를 한다.

시원한 그늘도 좋고 물도 좋지만 조망이 없어 약간은 아쉽다.

빈 수통에 물을 가득히 채우고 정상을 향한다.

쌀바위를 비켜 가는 길에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밧줄도 옆으로 따라붙고,

막바지 가파르게 치받으면 마침내 정상에 이른다.

유명산 정상은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이곳 역시 예외일수는 없다.

조용히 즐기기에는 역시 무명산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은 더 없이 좋다.

어제 왔더라면 팔공산까지도 훤하게 조망이 됐을 텐데 오늘은 스모그가 많아 깨끗한 조망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영남 알프스의 주봉들은 거의 다 조망이 된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그 곳을 지키고 있다.

이제 돌아갈 때쯤 되서야 마음이 바빠진다.

이 곳까지 반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거리에 6시간 반이면

아무리 내려가는 길이라 할지라도 5시간 이상은 걸릴 텐데...

더구나 운문산을 오르는 고비를 한번 더 넘겨야 되고,

어쨌거나 아랫재에 가서 바로 운문사로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운문산을 거쳐갈 것인지를 판단하기로 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내려가는 중간 우측 바위봉에 올라 심심이골 깊은 골짜기를 한번 바라보고

지나온 능선 저 멀리 끝자락에 지룡산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

조금 더 내려가 좌측 백운산방향 갈림길에서 지난번 이곳으로 내려갈 때를 상기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저 아래 삼양교주차장이 눈에 들어오고, 백운산은 아직까지도 눈 아래로 보인다.

호박소 건너에는 사자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관광농원 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남명리 이정표를 지나자 급격한 내리막길로

중간에 능선 따라 내려오는 길이 좌측에서 접하고 바로 아랫재까지 단숨에 떨어진다.

아랫재에는 사용하지 않은 산장을 보수하려는지

산장지기로 보이는 분이 갖다 놓은 선 라이트로 이리저리 견주어 보고 있다.

자!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바로 내려가느냐? 아니면 운문산을 거쳐 딱밭재로 내려가느냐?

지금 시각을 보니 운문산을 거쳐가더라도 운문사까지는 어둡기 전에 하산이 가능할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넓은 길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운문산을 오르기로 한다.

몇 해전 내연산을 갔을 때 랜턴을 갖고 가지 않아 너무 어두워 휴대전화 뚜껑을 열면서

하산한 적이 있어 일조시간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 이후로 꼭 준비하는 것이 해짐 시각과 산행거리 거기에 따른 평균시속에 맞춰서 산행계획을 세운다.

거기다 조망하는 시간과 또한 무명산을 즐겨 찾는 이유로 가끔은 알바도 하므로 그런 것도 염두에 둔다.

오늘도 시간계산을 충분히 하고 나왔는데

출발시각에 조금 어물쩡거리는 바람에 일몰시각에 쫓기는 신세가 돼버렸다.

조망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남들보다 더 많이 보고 느끼지도 못하지만

조망하는 즐거움이 산행의 주목적이 되다보니 쉽게 줄일 수도 없다.

그래서 점심도 늘 조망이 좋은 곳을 택함으로 해서 조망시간과 점심시간의 중복을 피하는데

오늘은 식수관계로 예외가 돼버렸다.

아랫재까지 깊숙이 떨어지더니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르게 꾸준히도 치받는다.

중간쯤에서 하산하는 중년의 팀들이 격려의 말을 던진다.

"부지런히 가면 충분히 갔다올 수 있다"고 어디로 내려갈지도 모르면서

다만 그 분들이야 편한 쪽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굳이 먼길로 내려간다고 생각할 수도 없겠지...

아무튼 그분들의 말에 힘을 얻어 부지런히 올라간다.

바위봉우리를 옆으로 돌아서 가기도 하고 약간의 너덜 같은 잡석길도 지나면서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 막 올라서자 한 분의 산님이 서쪽능선을 따라 내려가려고 한다.

가볍게 작별 인사를 한다. 이곳에 올 때는 석골사나 또는 주로 대비사 쪽에서 오다가

아랫재에서 올라오니 새로운 기분이다.

해가 질려면 앞으로 한시간 반 남짓... 그땐 멋진 석양도 볼 수 있을 텐데...

아쉽지만 갈 길이 멀어 서둘러 내려간다.

중간에 조망을 할 수 있는 암릉길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안전한 우회로로 간다.

딱밭재까지 빠르게 내려오고 보니 십 여분이나 단축되었다.

운문사 안에서는 등산을 하지 못하는데도 내려가는 쪽으로 많은 리본이 붙어있다.

앞으로 한 시간 반정도면 운문사에 도착하리라...

그 이후는 어두워져도 도로를 따라가니까 별 문제없겠지... 스스로 자위하며 내려간다.

가파른 사면길이 순탄치가 않다. 너덜길과 잡석길이 아주 힘든 길이다.

계곡 가까이 내려와서야 조금은 좋아 보이는 듯 하다가도 개울을 여러 번 건너는 길은

지난 태풍에 침수되기도 하고, 넘어진 고목들이 길을 막기도 하여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못안골 합수지점을 지나고 석축으로 쌓은 사방댐을 지나면서 넓은 길로 들어선다.

큰골 합수지점에 와서 계곡을 건너지 못해 운문사 뒷편 수중보에 와서야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다.

운문사 주차장에는 아직도 돌아가지 않은 관광객들의 자가용이 제법 주차되어 있다.

가는 길에 신세를 좀 지려다가 얼마 되지 않는 거리 땀에 찌던 냄새로 민폐 끼칠 수 있나 싶은 생각에 그냥 걸어간다.

벌써 해가 많이 짧아져서 불빛으로 훤하던 집단시설지를 지난 진입로는 컴컴해 졌다.

저 멀리 신원리 마을 불빛만 간혹 새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