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산행기


 


 

1. 일시 : 2004.8.21(토) 10:30 ~ 13:20 (2시간 50분), 흐림 

                    

2. 코스 : 매표소 - 해운사 - 대혜폭포 - 할딱고개 - 정상 - 약사암 - 할딱고개 - 매표소


 

3. 산행경력 : 지리산당일종주 1회(노고단대피소 ~ 중산리매표소, 13시간),

                    금오산(구미시 소재) 약 141회 (2002년 10월부터 ~ 현재까지) 


 

4. 내용

  


 

我如當去客(아여당거객)이라. 

나는 떠나가야 할 나그네로다.


 

집을 나서서 금오산 쪽으로 차를 몰고 간다.

금오저수지에 물이 아주 그득하게 채워져 있다.


 

亂峯圍繞水平鋪(난봉위요수평포) : 봉우리들 어지러이 둘러있고, 수면은 평평하다.

松排山面千里翠(송배산면천리취) : 산에는 소나무 천리나 겹쳐 푸르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대형주차장 근처 상가 도로에 차를 세운다. 혹시나 하여 우산을 꺼내든다. 금오산 정상을 한번 올려다보고 오늘도 무사산행을 빌어 본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채미정옆 소나무숲 쪽으로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漠漠闇苔新雨地(막막암태신우지) : 새로 비 내린 땅에, 아득히 이끼 짙어지고,

微微凉露欲秋天(미미량로욕추천) : 차가운 잔잔한 이슬은 가을을 재촉한다.

  


 

며칠전 비로 계곡물은 그래도 좀 흘러내리고 있고, 매미는 화려했던 지난 여름날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울음을 절규하니 산길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은 슬프다.


 

참고로 매미는 땅속에서 수년 살다가 성충이 되어서는 짧게는 2주일 내지 길게는 6주일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특히 우는 것은 숫놈이라 합니다.


 

매표소에 400원을 내고 돌길을 오른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돌을 보니 이끼도 끼어 있고 최근 비로 인해 좀 미끄럽다. 특히 나중에 실제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늘그렇긴 했지만 대혜폭포까지는 그래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금오산성 성문앞에는 옥잠화(백합과, 7~9월 개화) 두세송이가 하얗게 피어 있고 오른편으로는 벌개미취(국화과, 7~10월 개화)가 보라색으로 몇송이 피어있다.


 

비탈진 산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올라가다보니 약수터를 지나 어느덧 해운사 절간앞을 지난다. 오늘이 절집에 무슨 행사날인지 스님의 목탁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금오산을 울리는 것이 어찌 대혜폭포밖에 없겠는가. 관세음보살을 독송하며 치는 스님의 목탁소리도 있더라.


 

할딱고개를 향하여 올라가는데 몸에 땀은 비오듯 흐르고 심장 박동소리는 내귀에도 들릴듯하다.


 

行路難(행로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구나.


 

行路難(행로난) : 인생길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정이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것에 있도다. 

 

                                

이제는 매미소리도 끊어지고, 간간이 이름모를 산새 소리만 들린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산행객들도 별로 없다.


 

鳥去鳥來山色裏(조거조래산색리) : 푸른 산빛 속에 새는 날아가고 날아오는데,

傷春未已復悲秋(상춘미이부비추) : 쓰라린 봄날 끝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슬픈 가을.


 

철탑을 지나고 헬기장 옆을 지나쳐서, 마지막 가쁜 숨을 토해내며 정상에 오른다.


 

무더웠던 여름날의 많던 잠자리떼는 어디로 가고, 정상을 알리는 비석만이 안개비속에 홀로 무심하게 서있다.  


 

客愁全爲減(객수전위감) : 나그네 수심 다 사라지니,

捨此復何之(사차부하지) : 이곳을 버리고 다시 어디로 가리오.


 

다시 약사암으로 향한다.


 

入深山而住蘭若(입심산이주난야) : 깊은 산에 들어 절에 사니

岑崟幽邃長松下(잠음유수장송하) : 험한 산봉우리, 높은 소나무 아래로다.


 

약사암 약사전은 정면 4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이며, 법당 측,후면 벽에는 심우도(소찾는 그림)가 그려져 있다.


 

왔던길을 되돌아서서 헬기장을 지나 철탑에 도착한다. 평소대로 전망좋은 바깥 쪽으로 간다. 오늘은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 했느니,


 

且樂生前一杯酒(차낙생전일배주) : 우선 살아있을 때, 한 잔의 술이라도 즐겨야지,

何須身後千載名(하수신후천재명) : 어찌 이몸 죽은 뒤에 천년의 명성을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