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쏟아질듯 내리비추던
그 별빛이 그립다.

컴컴한 새벽,
관광버스에서 토해낸 수많은 산객들이
마치 아프리카 누우떼처럼
시커멓게 산비탈을 오르던 모습,
그 모습도 그립다.

어두운 새벽공기를 가르는
수많은 눈발자욱소리에
묘한 기분이 들던
그 순간이 그립다.

동트는 산야를 응시하며
매서운 칼바람도 아랑곳않고
무거운 침묵 간절한 기다림으로
사열하듯 서 있던
천제단옆의 그 군중들이 그립다.

희미한 산그리매 동쪽 저멀리
붉은 띠 위로 솟구쳐 오르던
장엄한 태양...
내 주위의 모든 생명체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던 그 순간이
못내 그립다.

금방이라도 얼려 죽일듯 매섭게 불어대던
천제단 가던 길의 그 칼바람마저 그립다.

넋을 잃게 만들던 그 바람을 피해 당도했던
쓸쓸한 어느 선비의 무덤가
그 위에 내리쬐던 따스한 햇살이 그립다.

문수봉 가던 길 어디메쯤
능선길 양쪽에 도열해 있던 자작나무 숲
하아얀 나무껍질위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위에 쏟아지던
그 황홀한 햇살이 그립다.

문수봉 정상에서 바라뵈던
장쾌한 산그리매
한폭의 수묵화
발 길 떨어지지 않던 그곳이
너무도 그립다.

그 무었보다
힘든 산행길내내 서로를 위해주던
산우들의 따스한 손길
그 해맑은 미소가 그립다.

이제는 돌아와
일상에 찌든 내 자화상을 보노라면
더 더욱
그 태백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