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달빛이 너무 아까워 랜턴을 슬며시 집어 넣게 됩니다.

 

 

 

 

 

지리에 들어 갑니다.

 

지난 한주 지리를 품지 못했습니다.

 

내 첫사랑을 그리워하듯,

 

지난 주말,

 

다른 산길을 걸으면서도 머리속은 온통 지리뿐 이었습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산님을 따릅니다.

 

산그림자님,

 

그러고 보니 고석수님이 또한 계십니다.

 

반가움이 있습니다.

 

동안의 안녕이 궁굼하니 밤은 어느새 휭하니 지나 갑니다.

 

 

 

걷습니다.

 

자나는 길목마다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잡초, 나뭇가지 하나도.....

 

계곡의 물소리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오늘은 유난히 소리가 커집니다.

 

오름길이 무지 힘듭니다.

 

10분을 걷고 20여분을 쉬고,

 

어쩌다가 제 콧구멍이 새까맣게 되는지도 모르고

 

그저

 

10분 오름짓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

 

 

 

 

 

내 콧구멍이 새까맣게 되는 즈음

 

세석입니다.

 

이 여름,

 

제 모두를 불살랐던 세석입니다.

 

지리의 여기 저기를 향해......

 

산님들은 대단도 하십니다.

 

잠자리가 없으니 취사장 바닥에도 주무시고

 

그냥 길바닥에도 주무시고 ,  비닐 한장에  지리의 바람과 싸우고들 계십니다.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난,

 

대피소내에 편한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몇년만에  누려 보는 사치입니다.

 

산그림자님은 역시 산그림자님이십니다.

 

산행에는 이력이 난 저마저도

 

산그림자님에게서 많은걸 배우고  느껴 갑니다.....

 

 

 

새벽2시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시는 고선배님의 모습을 잠시 훔쳐 보았습니다.

 

비록 자그마한 체구이시지만 그 마음쓰심이 참으로 넓습니다.......

 

난 언제쯤이면 저리 될까 ? 

 

또 한가지를 배우고 느낍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촛대봉에 오릅니다.

 

진주시가지의 밤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환상입니다.

 

한동안 발걸음을 띄질 못합니다.

 

환상을 두고서 발길을 옮길 수 없습니다.

 

그리 바람이 차거웠는데도......

                                              일출봉이 렌즈에 잡힙니다. 말그대로 일출은 몇초동안의 찰나.....

 

 

고석수님의 발걸음은 황소걸음에서 비행기로 변하셨습니다....

 

연하봉에 오릅니다.

 

또 다시 멈춤이 계속 됩니다.

 

그저 입이 다물어 지질 않습니다.

 

달빛이 아까우니 랜턴을 슬며시 주머니에 넣습니다.

 

달빛을 즐기기에 다른 그무엇이 필요 없습니다.

 

 

또 하나를 느낍니다.

                                                                                                                  지리에 빠져 .......

 

 

잠깐의 찰나에 해가 또 올랐다 사라집니다.

 

이것 또한 아껴 두었습니다.

 

내 평생 함께 해야할 것이기에......

 

 

말그대로 " 장터 " 입니다.

 

산님들이 장터가 아니라 쓰레기가 " 장터" 입니다

 

 

싫습니다. 이런 모습이,

 

눈물이 납니다.  장터목의 모습에....

 

 

서둘러 내려 섭니다.

 

보여주기 싫은  지리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림을 참으며......

 

 

 

역시 10분을 내려서고 20분을 쉬어 갑니다.

 

 

 

지난 여름 내 흔적이 곳곳이 베어 있을 지리의 속살들이 보입니다.

 

올 가을엔 그곳의 잔잔한 흔적마저도 모두 지워야 하겠습니다.

 

모두 지우겠습니다.

 

내가 지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리가 날 안아주듯이 편한 마음으로 지리에 안길 차례입니다.

 

지리가 나에게 준걸

 

이젠

 

내가 지리에 돌려 줄겝니다.

 

 

백무동입니다.

 

삼일동안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편한 산행길뒤에 노곤함이 밀려 옵니다.

 

스르르 눈이 절로 감깁니다.

 

 

시끄러워 눈을 뜨니

 

내가 살고있는  서울입니다

 

다신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서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걸었던 날 : 060908 - 060910

 

걸었던 흔적

 

백무동 - 한신계곡 - 세석산장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 - 하동바위 - 백무동

 

산행시작 : 백무동에서

 

산행종료 : 백무동에서....

 

산행시간 : 그저 쉬엄 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