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서울을 출발하여 2박4일간의 긴 일정으로

신록이 푸르른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금년에는 예년보다 경방이 일찍풀려서

지리의 넓은 품속을 그리는 이들에게 반갑기만 한..

종주를 예정하는 산님들은 성삼재에서 시작하고

보너스 산행을 하는 나는 음정에서..

 

지리산 자락에서 생의 터전을 일구고 사는 '산이'님을 잠깐 만나고(그가 몹시 바빠서 ㅠㅠ)

음정쪽 길을 잡아 '송알리'폭포옆에 차를 세웁니다 주차비도 비싸고 6일 오후에나 돌아올 것이기에

삼정마을 가는 버스를 타고 모처럼 시간에 쫒기지 않는 산행을 해 봅니다

그것도 순전히 보너스로 말입니다^^

 

차량통제선을 지나며 전기공사 후유증이 말끔하게 정리된 것을 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한전 산악회'에서 상당한 협찬을 하였는지 '감사패'가 벽소령 현관에 달려있었습니다

산을 파헤친다고, 빨리 마무리 안한다고 등등 산님들의 불평소리가 많았지만

능선에서 핸폰 잘 터지고 벽소령에 발전기 소리없고 무엇보다 매연도 없으니

실보다는 득이 많은듯 한데...

 

넓다란 도로를 따라 지리를 오릅니다

하늘은 컴컴한 것이 한줄기 소나기라도 퍼 부을 기세입니다

언젠가 이 길을 힘들게도 내려왔는데..그 때를 기억해 보며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한 분홍색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있습니다 양창순님의 사진에서나 보던 금강초롱도 보입니다

감히 그 분의 사진에다 비교를 하겠습니까 만 그래도 워낙 예뻐서 한장 담아봅니다

쉬엄쉬엄 오른길이 오른편으로 대피소 길림길입니다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제법 굵어져서 우의를 입어야 할 듯 합니다 너덜길로 들어섭니다

대피소에는 많은 산님들이 웅성이고 있습니다 폭우는 아닌데 바람이 겁나게 불어서 진행이 어렵습니다

어쩌면 '특보'가 내릴지도 모르니 조금이라도 더 '하늘'에 다가가고자 함은 같은가 봅니다

종주하는 님들과 조우를 합니다 처음 오시는 분도 있어서 진행이 더딥니다

예상대로 '호우특보'가 발효되고 모두는 비바람을 피하여 대피소의 하룻밤을 보냅니다

 

새벽까지 비와 바람소리는 괴기영화에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아침일찍 서둘러 봅니다 누릉지를 끓이고 커피한잔을 끓여마시며 '하늘'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해 봅니다

6시 조금지나 특보는 해제되고 이슬비가 내리는 초록의 산길에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걸음을 내 딛습니다

참으로 조망이 좋은곳인데도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잘 정비해놓은 선비샘을 지납니다

이제부터가 나에게는 언제나 '마의 구간'이지요^^ 칠선봉, 영신봉 오름길이 너무나도 힘이 들어서 번번히 종주를

거림으로 하는 등 이 구간은 어려운 구간입니다 쓱쓱 잘 가시는 분들도 있든데...

170여 계단을 올라 안개속의 영신봉을 지납니다

철쭉은 보이지도 않고 진달래만 반겨줍니다

 

세석을 못본척 지납니다

앞에 버티고 있는 촛대봉을 쉽게 오를려면 대피소를 자나쳐야 돤다는 것을 근간에야 알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여느때보다 빨리 촛대봉을 넘습니다 여기서부터 '연하선경'이 시작되는데..여전한 안개는 깊고도 깊습니다

연하봉을 지나며 저 밑에 장터목산장이 자리하며 '하늘'을 만나기 위한 산님들의 하룻밤이 가장 많은 곳 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주 잠깐 고목들이 보이는가 했습니다 아주 잠깐이요 ㅠㅠ

 

나도 '하늘'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해 봅니다

라면을 끓이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갖기 위하여 국물까지 모두 마십니다 상당히 추웠거든요^^

걸어도 끝이 없을듯한 제석봉을 오릅니다 가끔씩 보였다 말았다 하는 고사목들이 영판 '괴기영화'를 보며 지나갑니다

통천문.. 하늘로 오르는 문.. 있는힘을 다하여 '하늘'로 오릅니다

01-52 드디어 '하늘'에 닿았습니다

 

코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하늘'입니다

차거운 바람은 세상의 온갖것들을 날려버릴 듯 하고 '한국인의 기상..'은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정상석을 어루만지며 나 혼자만의 '소원'을 빌어봅니다

'하늘'이 들어주었으면...

 

내일 아침에는 일출이 멋질터인데...

음정에 있는 차를 대원사로 옮겨와야 하기 때문에 백무동으로 길을 서두릅니다

망바위 부터의 내림길은 굉장하지요^^ 시설물들이 많이 망가져서 자칫 사고를 부를수도 있습니다

행여 이 길을 내려오시는 산님들은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어스름이 내릴무렵 백무동에 들어서며 꿈같은 산행을 마치고

우리사는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