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을 앞산으로 수락산을 뒷산으로 두고 산지도 어언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것 같다.
처음 몇 년간은 도봉산, 수락산을 제집 앞마당 드나 들듯이 아침마다 운동삼아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그나마 식상(?)하여 출퇴근하면서 바라만 보는 산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이를두고 곁에 있으니 더 가지 못한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 경우가 아닐까….

단풍이 절정일 것 같은 지난주 금요일 밤에 와이프에게 한번 물어본다.
내일 일찍 도봉산에나 갈까? 하니 흔쾌히 가자고 한다.
웬일일까…
그동안 산에 따라 다니면서 힘들어 해서 요즈음은 잘 따러 나서질 않는편인데..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6시 정각에 집을 나선다.
아직 주위는 어둡고 공기가 차갑다.
집을 나서서 500m만 가면 벌써 원도봉산 들머리가 시작된다.

새로산 동계용 중등산화로 중무장하고 나니 집 앞에 가는 산에서 폼 잡는다고
와이프가 웃어댄다.
내 딴엔 미리 신어서 길좀 낼라고 신었드만….
사람들 없을 때 살짝 신어야지 사람 많을 때는 좀 계면쩍을 것 같다.

아직 문 닫은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을 거쳐 망월사 계곡으로 접어든다.
평소 이 길은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여 잘 가질 않는데, 오늘 같은 날은 이른
새벽이라 조용하기만 하다.
초입부터 갈색에 옷을 입은 나무들이 새벽에 희미함을 밝혀주듯 신비롭게
나타난다.
조금씩 올라갈수록 형형색색에 단풍이 사방을 둘러싼다.


역시 망월사계곡은 도봉산에서 최고에 계곡이다.
더하지도 덜하지 않는 적절한 크기에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치 심산유곡에 들어선 것 같은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놓는다.




서로 대화할 정도로 천천히 오르자니 두꺼비바위-덕재샘을 거쳐 어느덧 망월사다.
천년 고찰 망월사.
아무리봐도 참 명당자리다.
주위 포대능선에 암벽자락 밑에 천혜에 요새인양 차분히 들어서 있는 절 건물들이
자연과 충분히 동화됨을 느낀다.

망월사 돌담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한폭에 그림이다.
능선 까지 오르는 것을 사양하고, 망월사 뒷편 광법사로 내려선다.
이 길은 우리 부부가 항시 애용하던 코스.

몇 년전 신년초 눈이 많이 왔을 때,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파묻히며 즐겁게
내려왔던 기억이 새롭다.
역시 오늘도 떨어진 단풍에 쌓여 길이 온통 오색 찬란하다.




오를때는 단풍을 보고, 내려설때는 낙엽을 밟으며 그렇게 짧은 산행을 마친다.
집에 도착하니 8시30분. 2시간30분에 짧지만 알찬 산행이었다.

적어도 계절에 한번씩은 이 코스를 다녀오자고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