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목요일)의 산행지는 사패산. 조선의 선조가 여섯째 딸인 정휘옹주의 결혼 패물로 하사한 산이라고 해서 사패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이다. 이 산은 내게는 6년 전 요맘 때 쯤 코스도 모른 채 주먹구구식으로 오르다가 등로를 이탈하여 나무 밑둥의 말벌집을 밟아 왼 발의 아킬레스근을 물려서 중도에 하산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11시 40분에 집을 나서서 11시 45분에 도봉구민회관앞 버스정류장에서 1151번 버스를 타고 회룡역 앞에 내리니 12시 7분. 어느 산행기에 적힌 대로 길 건너 보이는 신일 유토빌 아파트 방향으로 가려고 버스가 오던 길로 되돌아 가서 횡단보도를 건넜으나 이 아파트로 가는 길은 국철의 철도에 막혀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가는 길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바로 앞의 육교를 건너서 다시 회룡역의 지하도를 건너고 차도를 건너 좌측의 계단을 올라 가면 신일 유토빌 아파트가 있다. 그 아파트 단지를 지나서 차도를 건너 좌측으로 가다 보면 회룡사로 들어 가는 길목에 방향표지판이 있다.

12시 40분에 회룡 매표소에 도착한다. 북한산 국립공원 입장료 1600원을 지불하고 들어 가서 10분 정도 걸어 가니 회룡사와 용암약수터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석굴암으로 가기 위해 우측의 용암약수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거칠게 포장한 콘크리이트 도로의 경사가 꽤 가파르다. 10분 정도 숨가쁘게 올라 가다보니 좌측으로 약수터가 나온다. 그러나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서 이 곳이 용암약수터인지 석굴암이 있는 곳의 거대한 바위 밑의 약수터가 용암약수터인지 알 수가 없다.


 


회룡역에서 회룡 매표소로 가면서 바라본 사패산.


 

 

회룡사와 용암약수터로 갈라지는 삼거리.


 


석굴암 못미처의 약수터.


그 곳에서 약수를 마시고 5분 정도 더 오르니 막다른 곳에 커다란 자연석 두 개가 절묘하게 문을 만들고 있는 곳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이 곳이 석굴암임을 깨닫는다. 자연석 문을 통해 들어 가니 정면으로는 거대한 자연석 밑에 약수터가 있고 우측으로 세 개의 거대한 자연석 속에 동굴이 형성돼 있는 곳을 암자로 만들어 놓은 석굴암이 보인다. 석굴암은 그 기괴하고 이채로운 모습이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낸다. 두 개는 좌우의 기둥이고 하나는 지붕 역할을 하는 세 개의 큰 자연석에는 백범 김 구 선생의 친필을 조각해 놓았다. 석굴암으로 오르는 계단의 중간에 신발을 벗고 올라 가라는 안내표지판대로 그 곳에서 등산화를 벗고 올라 가니 석굴암 내부는 중앙에 석불상이 있고 천정은 자연석 그대로인데 네 벽은 화강암으로 만들어 놓았고 바닥은 반질반질한 나무마루다. 군데군데 습기가 차 있고 물도 떨어지는지 바닥에 타올을 받쳐 놓은 곳도 있다. 이 곳은 일제 때에 한때 김 구 선생이 피신해 있던 곳이기도 하고 공교롭게도 이 석굴암의 준공식을 하던 1949년 6월 26일, 김 구 선생은 경교장에서 안 두희의 흉탄에 피살됐다.

김 구 선생의 드높은 민족주의 정신을 회고하면서 이 곳에 25분 가량 머물러 있다가 다시 십여분을 걸어 내려 와서 아까 올라 왔었던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상하게도 석굴암은 볼 게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소개가 덜 돼서 그런지 찾아 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내가 머물던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한 사람도 볼 수 없었으니...


 


석굴암 입구.


 


거대한 바위 밑의 이색적인 약수터.


 


석굴암.


 


군데군데 습기가 차 있는 석굴암 내부.


 


석굴암의 자연석 천정.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계곡을 끼고 5분 정도 올라 가니 회룡폭포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5분 정도 더 올라서 다리를 건너니 회룡사가 나타난다. 회룡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관음보살입상이다. 그리고 극락보전의 화려한 내부도 볼 만하다. 극락보전 밑에는 오층석탑이 있다.


 


회룡사 못미처의 회룡폭포.


 


회룡사 전경.


 


회룡사 관음보살입상.


 


회룡사 극락보전의 화려한 내부.


 


회룡사 오층석탑.


회룡사에서 15분간 머물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 가니 사패산의 들머리가 나온다. 들머리에서 보면 꽤 거칠 듯한 길인데 사실 들어 가 보면 등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거칠다는 느낌은 금새 사라져 버린다. 회룡계곡에는 무슨 소원을 빌려는 것인지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등로들이 나타난다. 나무로 만든 다리도 건너고 나무계단을 설치한 등로도 오르고 돌밭길을 지나서 돌계단과 돌밭길, 철계단을 오른다. 철계단을 올라서 좀 더 나아가니 가파른 로프지대가 나온다. 숨가쁘게 로프지대를 오르니 직진해서 내리막을 타면 송추계곡, 좌측으로는 자운봉, 우측으로는 사패산으로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온다.


 

 

사패산 들머리.


 


회룡계곡의 돌탑들.


 


돌계단과 돌밭길, 철계단.


 


로프지대.


 


사거리.


사거리에서 돌밭의 오르막길을 오르니 걷기 편한 지릉길이 나타난다. 등로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게 변해서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다. 다시 우측으로 내려 가면 범골, 직진하면 사패산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지릉길을 오르다가 다시 좌측으로 내려 가면 원각사, 직진하면 사패산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등로를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내려 가면 안골이고 직진하면 사패산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5분만 더 오르면 사패산 정상이다. 와이어로프지대를 오르고 나면 정상 부근의 바위에 소나무가 오랜 풍상을 겪어 초연하고 운치있는 모습을 뽐내고 있다. 16시 경에 해발 552 미터의 정상에 오르니 정상표시석은 찾아 볼 수 없고 넓고 평평한 바위에 몇 명의 사람들이 주위를 조망하며 쉬고 있다.


 


삼거리.


 


지릉길.


 


또 다른 삼거리.


 


사패산 정상 직전의 삼거리.


 


사패산 정상으로 오르는 와이어로프지대.


 


바위 위의 소나무.


 


사패산 정상의 넓고 평평한 바위지대.


정상에서 다리를 쭉 펴고 편히 앉아서 주위를 조망해 본다. 사방이 툭 트인 이 곳의 조망은 꽤 훌륭하다. 아까 지나쳤던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갔으면 올랐을 사패능선과 사패능선에서 거의 직각으로 꺾여진 포대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포대능선의 우측으로 자운봉과 도봉주능선이 이어지고 그 우측으로는 오봉과 함께 희미하지만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북한산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사패능선과 포대능선.


 


도봉산의 자운봉과 도봉주능선.


 


오봉과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산.


 


수락산과 불암산.


정상에서 30분 넘게 쉬다가 하산을 시작한다. 송추계곡으로 내려 가기 위해 아까 올랐던 사거리에서 우측의 나무계단으로 내려 간다. 이 길도 나무계단과 돌밭길, 지릉길 등으로 수시로 변하면서 다리도 건너고 계류도 감상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코스다.

걷다 보니 송추폭포로 가는 좌측 길과 송추 매표소로 가는 우측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하류로 갈수록 계곡의 폭이 넓어지고 계곡의 모습도 점점 더 볼 만해진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17시 55분에 날머리인 송추 매표소에 도착한다. 매표소를 지나 철제 다리를 건너니 여름철에는 한창이었을 송추 유원지가 나온다. 송추 유원지를 지나니 갈림길이 나온다 마침 지나가는 자전거를 탄 여자아이에게 물어 보니 우측은 송추역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란다. 좌측의 길로 걷다가 넓은 차도가 나와서 좌측으로 조금 걸어 가니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장에 표시된 버스 정류장의 이름은 “느티나무”이고 이 곳에서 서는 34번과 36번은 모두 의정부북부역으로 간다. 시계를 보니 송추 매표소에서 40분을 걸어 내려 온 셈이다. 5분 정도 기다려서 도착한 버스를 타고 의정부북부역 앞에 내려서 다시 106번 버스로 갈아 타고 집에 도착하니 20시가 다 된 시각이다.


 


송추계곡길의 등로 1.


 


송추계곡의 모습 1.


 


송추계곡길의 등로 2.


 


삼거리.


 


송추계곡길의 등로 3.


 


송추계곡의 모습 2.


 

 

송추계곡의 모습 3.


 


사패산 날머리 - 송추 매표소.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