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작은세개골

1:25,000지형도=대성

2004년 8월 15일 일요일  맑음(21~29도)   일출몰05:49~19:18

코스:의신11:30<1.8km>안부12:30<1.5km>갈레길13:10<1.5km>선비샘14:00<1.7km>칠선봉15:00<3.5km>철다리17:00<1.7km>식당17:30<1.5km>삼거리18:00<0.8km>대성야영장18:30    

[도상14.0km/7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지리산 작은세개골은 주능선상의 선비샘에서 동진하다보면 구조목[01-37]이 있는 망바위(1558m)와 칠선봉(1576m)사이의 안부에서 발원하여 대성골과 합류하는 지점까지의 계곡을 말한다.

그리고, 칠선봉과 영신봉 (1651.9m)사이에서 발원한 계곡은 큰세개골이라 한다. 대채로 개념도에는 망바위를 칠선봉이라 표기를 해 놓아서 간혹 혼돈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지역이다.

 작은세개골의 아름다운 풍광     작은세개골의 아름다운 풍광
 

작은세개골을 찾아들기란 무척 어렵고 험난해서 위로부터 치내려 오는 것이 수월하다. 그럴려면 주능선상의 선비샘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고 의신에서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

아니면, 의신에서 대성골로 들어가 세석대피소 방면으로 4km 쯤 가면 철다리가 있는 합수점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거꾸로 치올라도 된다.

민박집이 있는 대성골    민박집이 있는 대성골
 

지역적으로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속하는 큰세개골과 작은세개골의 물들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삼신봉까지의 남부능선상의 서쪽 물들과 합쳐져 대성골의 상류를 이룬다.

이 계곡수는 화개천이란 이름으로 쌍계사 앞을 지나쳐서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남해바다로 빠진다.

 화개천을 품은 화개면의 산록      화개천을 품은 화개면의 산록
 

가는길: 의신마을에서 36도 방향의 [벽소령산장]민박집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줄곧 올라가 [운암산방]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합수지점 갈레길이 나온다.

오른쪽의 원사암을 경유하여 덕평봉 남부능선으로 쉽게 올라설 수도 있지만, ('공비토벌 최후격전지'로 가는 지름길로 작은세개골을 역순으로 타겠다면 이 길이 가장 빠르다.) 곧장 직진방향의 잘 나 있는 산길을 따른다.

초입의 운암산방  초입의 운암산방 
 

올망졸망한 전답 옆으로 해서 숲속으로 빠져들면 야생 두릅이 무성한 지역과 고사리 밀생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이어지는 너덜길에서 등로는 희미해진다. 애매하다싶으면 오른쪽으로 가다가 무성한 활엽수림 아래로 키작은 산죽길을 올라서면, 의신마을 윗동네의 철골에서 올라오는 능선길 안부로 올라서게 된다

 초반의 고사리 밀생지역     초반의 고사리 밀생지역
 

여기선 오른쪽의 6도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 1.3km쯤 올라치면 꽉 막힌 숲속의 산죽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사방의 조망이 확틔는 전망바위로 올라서게 된다.

열댓명이 올라설 수 있는 여기선 진행해야 할 북쪽의 지리산 주능선이 명선봉에서 칠선봉까지 이어지고 작은세개골의 전모가 뚜렷한데, 영신봉이 있는 남부능선 뒤편으론 촛대봉 정수리가 하얗게 떠오른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의신마을과 철골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의신마을과 철골
 

전망바위에서 내려와 조금만 진행하면 대성골 [공비토벌 최후격전지]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갈레길에 도착하게 된다.

노약자는 이 쯤에서 하산하여 작은세개골의 후반부와 대성골의 계곡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러나 계속 진행하려면 날등을 벗어나 36도방향으로 우회를 하여 아무런 표시가 없는 도덕봉을 넘어선다.

도덕봉안부에서 본 벽소령과 덕평봉    도덕봉안부에서 본 벽소령과 덕평봉
 

안부에 내려서면 삼정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는데 그 쪽 방면으론 많은 시그널이 내걸려서, 선비샘에서의 하산코스로 많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키큰 산죽을 빠져 나오면 지능선 날등을 타고 상수리나무 아래 한적한 오솔길 따라 선비샘에 당도하게 되는데, 선비샘에서 망바위까진 반시간이면 충분하다.

도덕봉안부에서 본 벽소령과 덕평봉   망바위에서 본 영신봉
 

망바위에서의 조망은 훌륭하다. 영신봉에 가려서 천왕봉까지의 동부능선은 볼 수 없지만, 시계만 좋다면 노고단까지의 서부능선이 다 들어오는 지역이다.

가깝게는 주능선 북쪽의 함양군 마천면 일대의 지리산 지능 지곡은 물론이고, 주능선 남쪽의 하동군 화개면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산록이 다들어온다. 오늘의 목표코스인 작은세개골은 발치 아래로 길다랗게 누워 있다.

망바위서 본 함양쪽   망바위서 본 함양쪽
 

작은세개골 초입은 망바위 아래 안부에선 진입로가 없으므로, 칠선봉 오름길 오른쪽으로 유심히 살피면서 가야한다.

절벽 틈새의 희미한 길을 내려서면 마치 천왕봉 통신골의 그것처럼 산사태지역이 한참동안 길게 이어진다. 자칫 실족이라도 한다면 상처받기 쉬우므로 무척 조심해야 한다.  

작은세개골 상층부    작은세개골 상층부
 

산사태지역은 커다란 너덜지역으로 이어진다. 도상거리 3.5km에 달하는 이 계곡은 우회로가 전혀 없어, 바위 틈새를 넘나드노라면 무척 지루하게 느껴질정도다.

그러다가 숲이 있는 계곡으로 들어서게 되면 그제서야 작고 아름다운 무명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볼거리래야 이 것 뿐이어서 호사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미흡한 코스라 하겠다.

작고 아름다운 무명폭포   작고 아름다운 무명폭포
 

계곡이 넓어지기 시작하면서 고로쇠 수액 채취용 호스들이 널부러지는가 하면 왼쪽 산죽속으로 산길이 처음 열린다.

다시 계곡으로 되내려와 물길 건너면 이번엔 오른쪽 숲속으로 등산로는 이어지는데, 계곡과는 멀어지면서 서서히 언덕으로 향하다가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공비토벌 최후격전지]안내문이 있는 삼거리에 당도하게 된다.

 민족상잔의 현장     민족상잔의 현장
 

비행기로 휘발유를 뿌려서 불바다를 만들어 천여명의 빨치산을 전멸시켰다는 비극의 현장에는 날등길 하나 잘 나 있어서 덕평봉 남부능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의신4km/대성교3.7km]이정표가 누워있는 이 언덕을 내려서면, 작은세개골을 벗어난 대성골의 전모가 뚜렷하다. 의외로 이 길은 외딴집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산길의 외딴집    하산길의 외딴집
 

외딴집에선 대성골로 쉽게 내려 설 수 있고, 500m만 내려가면 대성골 민박식당을 만날 수가 있다.

식당에서부턴 탄탄대로가 이어지는데 1.5km쯤 산구비를 돌아나가면 덕평봉 남부능선 끝자락과 연결되는 사거리 고갯길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선 대성교가 있는 대성야영장으로 내려가 탁족으로 산행을 끝낸다.

오름길에서 본 작은세개골 상층부   오름길에서 본 작은세개골
 

산행후기: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화사하게 터뜨리고 능소화가 담장을 드리운 아름다운 산골마을 의신을 벗어나자, 노인장 한 분이 밭일을 하다가 우리 일행을 반기며 쭈욱 올라가면 선비샘이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이 골짝 이름은 뭐죠?          그냥 고랑이지 뭐, 이름같은 거 없어!

초반 계곡의 물봉선    초반 계곡의 물봉선
 

두릅나무 가시를 피해서 돌아나오자 어깨까지 와 닿는 고사리밭에선 특유의 제사음식 냄새가 나는데도 여린 순을 쥐어 뜯는 손이 있어, 이제 산행시작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너덜길 된비알을 허걱거리며 치오르던 일행들이 하나 둘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대 멕시코전 1:0승리의 여진이 아직도 남아있는 걸까?
되게 힘들어 보이네요!             딱, 석 잔밖에 안마셨는데...^^*

선비샘가는길의 흰고려엉겅퀴   선비샘가는길의 흰고려엉겅퀴
 

그들 곁에서 시원한 빙수 병채로 벌컥거리는데 여성 한 분이, 나도 쫌...!    왜, 물 안가져 왔어요?          후미대장께 맡겨놔서...!  
얼린 팻트병 하나를 다 가지라고 건네주자 환한 미소로 반긴다.

안부로 올라서자 한 분이 비지땀을 흘리며 쫓아오고 있다.             어, 앞에 간 줄 알았는데...!       아 예, 저 쪽으로 갔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되돌아 왔지요^^!

도덕봉오름길의 다박싸리버섯    도덕봉오름길의 다박싸리버섯
 

평소엔 잘 따라다니던 하총이 두통을 호소하며 탈출로를 묻는다. 아까 정제소금을 권할 때는 사양하더니...! 대성골 갈레길에 도착하여 후미팀이 도착하면 함께 행동하라 이르고 서서히 도덕봉을 향한다.

사방의 조망이 확 틔는 전망바위로 올라서서 노닥거리는 사이 선두팀은 아홉명으로 불어났다.       우리는 저 계곡을 타고 내려갈 겁니다. 아이고 더버라!!!

계곡길의 참바위취나물꽃    계곡길의 참바위취나물꽃
 

잘 올라가던 이대장이 다리통증을 호소하며 잠시 쉬어 가잔다.
근육이완제를 건네주며, 널널한 암반에 누워 두다리 올려놓고 푹 좀 쉬라 했더니 오분도 안되서 벌떡 일어난다.

선비샘에 도착하여 후미팀을 기다렸다가 지친 분들은 단축코스로 내려보내고 , 일곱명만 완주길에 나섰다.

선비샘 아래의 둥근이질풀   선비샘 아래의 둥근이질풀
 

화려하고 웅장했던 큰세개골에 비해 작은세개골은 험난하고 초라하다.그러나, 뙤약빛 아래 돌틈새에 피어난 참바위취나물꽃은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 무리지어 피어난 산구절초는 어찌 그리 이쁜지....!

맨 뒤로 처져서 널따란 암반에 잠시 쉬는동안 일행의 모습이 사라졌다.

망바위가는길의 흰진범    망바위가는길의 흰진범
 

발길을 재촉해서 계곡을 끝까지 타지 않고, 공비토벌 최후 격전지 이정표로 올라서서 고갯마루를 넘어간다.

고추밭 아래로 외딴집이 나타난다. 여기서 그냥 대성골로 내려서면 그만일텐데, 그 외딴집 마당으로 오른쪽의 지능선을 향하여 오솔길 하나 잘 나 있어 호기심에 한번 가본다.

계곡 상단의 산구절초   계곡 상단의 산구절초
 

좀전에 빨래하던 아낙은 집안으로 숨어들어 산길 물어보기가 난감해졌지만, 저 능선으로 붙으면 길고 지루한 대성골을 피해서 쉽사리 대성교로 내려설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잠시후에 문 걸어 잠근 외딴집이 또 한 채 나타나서 그 집을 가로질러 능선쪽으로 올라갔더니, 절벽아래 벌통들만 있는 거기서 산길은 뚝 끊긴다.

 산구절초옆에 피어난 쑥부쟁이     산구절초옆에 피어난 쑥부쟁이
 

되짚어 좀 더 내려오니 작은 채마밭에 도라지가 심어져 있는 또 다른 외딴집이 있고, 그 집 마당엔 별 볼일 없는 수석 부스러기가 동개져 있다. 이 집 역시 문 걸어 잠근 주인은 출타중이다.

또 다시 오른쪽 능선을 향하다가 샘터가 있어 수통에 물 받고, 점점 희미해져가는 산길을 따르다보니 산죽은 점점 키가 높아지다가 너덜밭에서 족적은 사라진다.  

숲속의 고동색우산버섯    숲속의 고동색우산버섯
 

미로에서 허탈감에 빠져 잠시 주저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의 원망을 생각해본다. 가까이서 대성골의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구나, 안되겠다. 무작정 계곡으로 치내려오니, 저 아래 낯익은 수곡골이 보인다. 민박식당 마당을 가로질러서 부리나케 치닫는다. 가만 생각 해보니 몸 부실 시간도 없겠다. 에라 모르겠다. 입은 채로 물 속에 한번 텀벙 뛰어들었다가 등산화 질퍽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계곡 고목의 이끼살이 버섯    계곡 고목의 이끼살이 버섯
 

드디어 대성야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보다 앞서 내려가던 여성 한 분이 보이질 않는다. 연유를 물었더니, 내가 뒤따르는 걸 보고 다들 안심하고 먼저 내려 왔단다.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남기로 하고, 일행들을 태운 산악회버스는 먼저 출발시켰다.  

격전지의 젖버섯    격전지의 젖버섯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는 시각에 대성교 다리위에서, 일행이 남겨 준 소주 한병으로 초조감을 달래보려 하지만 그게 넘어가질 않는다.

드디어 폰이 울린다. 막, 민박식당을 통과했단다. 택시 불러 놓고 기다릴테니 마음 급히 먹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 이르곤, 그제서야 대성골 넓은 소에서 알탕을 즐긴다.

외딴집 마당의 참당귀   외딴집 마당의 참당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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