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1월 11일(일요일) 맑음


산행자 : Sokong 외 상계산악회 회원 13명(초등학생 1명 포함)


산행코스 : 제 2등산로 대광봉 삼각봉 고대봉 제 3등산로(약 7키로)


소요시간 : 매표소 기준 4시간 15분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신탄리역을 내려 서는 순간 서울보다는 조금 추운 느낌은 들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다.


 


사실 10여년이 넘는 그래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산악회지만 북한산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3~4년 전부터 도봉산과 수락산을 포함해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북한산의 한쪽 부분 밖에는 알지 못하는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었다.


 


차츰


북한산을 더 많이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고 마음이 맞는 산우와 북한산 종주라는 어설픈 도전을 시작하고 또 다른 산악회를 통해 소백산과 태백산 설악산 등 유명산을 3~4개월에 한번씩은 찾아 다닌 게 그나마 산맹으로 부터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금년부터는 우리 산악회도 최소 한 달에 한번씩은 서울을 벗어 나기로 계획을 세우고 연간 산행계획표까지 만들어 봤다.


그 첫 산행지가 고대산이었던 것이다.


 


의정부역 집결


20여년 전 그랬을 나의 모습이 의정부역 역사 안에 재현되고 있었다.


더블 백을 깔고 앉은 신병들의 모습엔 그 옛적 내가 그랬던 것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자대 배치 받기 전의 알지 못할 불안감은 그 가슴 속 어딘가에 품어져 있을 것이었다.


 


낯설어 보이지 않는 그 모습과는 다른 자유스럽고 조금은 수다스럽기까지 한 산객들이 의정부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차를 타자 일반 여행객 보다는 산객들이 더 많이 보여 마치 등산열차를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8시 20분 정각에 출발한 신탄리행 경원선 열차


열차 안 한쪽에선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통로에 먹거리를 펴 놓고 아침을 먹으면서 시끄러운 열차 궤도소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운치 있는 기차여행을 기대했던 우리들로선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그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군대를 제대한지 딱 20년


그리고 단 한번도 밝아 보지 못 했던 곳..


 


군 시절


부대 옆을 지나 가는 기차와 기적소리를 들으며 경계 근무를 섰던 기억이 신탄리가 가까워 지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면서 그 때의 힘들었던 기억 그리고 즐거웠던 모든 기억들이 가슴을 잔잔히 적시고 있었다.


 


신탄리역


한꺼번에 내린 산객들도 가득 찬 화장실을 피해 시간을 죽이고 정상주를 위한 막걸리와 소주를 사서 배낭에 넣고 보니 주변 산객들은 이미 모두 떠나고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두런두런 출발하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확실한 산행초입이 어딘지는 몰랐지만 산객들을 손짓하는 식당들이 어렵지 않게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쪽 지역은 순두부 집이 유명한 듯 입구 쪽에 늘어 선 식당들이 하산하는 산객들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연천군 시설관리공단이라는 곳에서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는 매표소..


그곳에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산우의 갑작스런 식당 진입으로 매표 후 우린 식당으로 먼저 들어 섰다.


순두부에 김치


솔직히 두부보다는 김치 맛이 일품이다..


이래저래 신탄리역에 도착하고 30여분이 지나고서야 매표소를 지날 수 있었다.


 


산행코스는 식당주인의 추천에 따라 2등산로로 올랐다가 3등산로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매표소를 통과하자 임도가 길게 자리를 잡는다.


 


곧이어 나타나는 2등산로 입구


서울의 북한산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작고 가느다란 나무들이 작은 등로를 따라 양 옆에 도열해 서 있다.


 


육산인지 악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너덜길과 흙길이 교대로 왔다 갔다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가파른 산길이 높이에 비해 만만하지 않음을 예감하게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다른 산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나무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다. 아마도 군인들의 작품일테지....


 


그렇게 한발 두발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지는 상황이 오히려 즐겁다.


겨울이라지만 눈이라곤 찾아 보기 힘든 고대산


오히려 가문 탓인지 황톳 빛의 흙먼지가 걸음걸이에 채여 아랫바지를 뿌엿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오르자 바로 능선이다.


가파른 능선이 오르락 내리락 몇 번을 반복하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힘들기 보다는 서서히 작아지는 아랫마을의 정겨운 모습과 점점 뚜렷이 보이기 시작하는 크고 작은 산들의 조망이 오히려 즐겁기만 하고 이곳에 오기를 정말이지 잘 했다는 생각마저 들어 동료에게 확인까지 한다.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렇게 말등바위를 지나자 칼바위가 눈앞에 나타난다.


북한산 칼바위능선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작으면서도 색바랜 듯한 암릉의 색조가 첫만남에도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렇게 칼바위를 지나 9부 능선쯤에 올라 서자 고대봉이 멀리 시야에 잡히기 시작하고 대광봉에서 고대봉까지의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매표소를 지나 1시간이 조금 더 지나 고대봉을 코 앞에 둔 대광봉에 올라 서자 전후좌우 동서남북 그 어느 곳도 막힘 없이 펼쳐지고 있는 우리의 산하가 드디어 우리의 눈을 통해 가슴속으로 물결치듯 들어 왔다.


비록 내공이 짧아 어느 쪽이 북한산이고 어느 쪽이 북녘 땅의 송악산인지 분간이 어려웠지만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인간의 작은 존재와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대광봉과 삼각봉을 지나 고대봉에 오르자 군 시설과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이 보이고 헬기장 한 켠에 이곳이 고대봉 임을 알려 주는 작은 돌비석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산객들과 함께 조용히 서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복잡하고 바람이 부는 정상을 피해 우린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겨울산행의 대명사 컵라면과 아침 일찍 정성껏 싸가지고 왔을 김밥과 찐계란 그리고 오뎅과 두부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막걸리와 소주가 산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조금 과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럿이 언제나 함께 하는 산에서의 작은 진수성찬은 우리의 의지력을 언제나 꺽어 버리고 만다.


 


깔끔한 뒷정리로 아쉬운 자리를 뒤로 하고 본격적인 내림길을 시작했다.


표범폭포가 있어 좋다는 3등산로


우리는 내려 가지만 올라오는 길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는 많은 산객들과 조우하면서 한참을 내려 서니 매바위인 듯한 곳이 눈에 들어 온다.


 


절경이 그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직접 보지 못한 우를 범한 듯 싶다.


 


아쉬운 마음에 계곡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며 물 속에 손을 담가 본다


살을 애는 듯한 차가움이 매끄러운 땀방울을 시원스레 씻어주니 기분마저 말끔해 진다.


 


예전의 등산로를 돌아 가도록 안내표지판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오르내리고 있어 나 또한 실례를 무릎 쓰고 그 길을 같이 했다.


그래서 내려 오니 버려진 군 부대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매표소가 보인다.


시간을 보니 2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나홀로 산행이라면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급경사로 인해 초보자에겐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임함이 좋을 듯 싶었다.


 


예정했던 3시행 서울행 기차에 무사히 안착한 우리 일행은 기차가 달리자 모두가 잠 속으로 빠져 들어 가고 있었다.




▣ dbnr - 같은 시각에 산행을 하였습니다 저희는 큰대강골로하산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Sokong - 감사합니다...부부끼리 오신 분이 몇분 안계시던데..혹시..?
▣ 산들바람 - 74년도에 군대생활한 곳인데..고대산정상에 벙커도 만들고..한번은 꼭 다시가보고싶은곳..거기서보면 철원들판이 다 보였는데...옛날이 그리워지네요
▣ 강경수 - 전 82년도에 열쇠부대에서 군생활한 곳이라 진한 추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