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함박재-시살등-오룡산-염수봉 : 감동의 능선산행

 

 

 

때 : 2004. 11. 21.(일요일)

 

코스 : 극락암-백운암-함박재-채이등-죽바우등-시살등-오룡산-염수봉-염수2봉-

        700봉-염수2봉-임도-1051지방도로

 

산행인 : H, C, 산거북이, 3인

 

 

 

 

시간대별 진행

 

07시 15분 : 극락암 주차장

08시 10분 : 백운암, 20 여분 휴식

09시 05분 : 함박재

09시 45분 : 죽바우등, 조망과 휴식

10시 38분 : 시살등

10시 54분 : 자장암 갈림길(1) 

12시 00분 : 네번째 오룡산 봉우리

12시 15분 : 951.3 돌탑봉, 오룡산, 오룡산3봉, 혹은 오봉산 정상봉

12시 30-01시 00분 : 804.1 봉 가는 중간 안부에서 점심, 이후 습지대에서 알바

02시 00분 : 염수봉 초입

02시 30분 : 염수봉 정상

02시 38분 : 임도에서 염수2봉으로

02시 50분 : 염수2봉

<알바 : 700 봉 까지 진행하였다가 되돌아옴>

04시 10분 : 염수2봉

04시 30분 : 직하강으로 임도로 내려 섬

05시 00분 : 1051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임도 입구까지 내려 섬.(하양대에서 차로 2-3분 거리)

 

: 약 10시간 산행.(시간대는 메모와 디지탈카메라 화상정보 참조, 필자의 발걸음에 따른 시간대)

 

 

 

 

 

1. <이 한장의 사진>

 

 

염수봉은, 혹 이르기를 영남알프스의 막내라고 애칭하기도 한다. 어쨌던 이곳을 기점으로 시

살등 거쳐 영축(취서)산-신불산-배내골-가지산군, 재약산군으로 이을 수 있는 시작점으로 잡

을만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식으로 자꾸 길게 넓히다 보면 토곡산 까지 범위를 넓혀 아예 강

바닥에서 부터 시작하고픈 욕구도 일겠지만.....

 

지지난 주의 염수봉 오르는 길에서 곤욕을 치른 뒤, 겨우 보람을 찾은 바 있으니 산친구들에

게 시살등-오룡산 구간을 거닐자고 제안을 했더니 두 고수들이 흔쾌히 쌍수를 들었다. 

 

히말리야를 비롯한 해외 트래커의 경력이 있는 두 친구는 가끔 내가 자신없는 산행 때 도움을

청하는 사이인지라 이번에도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곳의

지리안내 계획은 모두 나의 몫이다. 물론 산에 풀어 놓으면(?) 나보다 항상 훨씬 자재로운 친

구들이다. 

 

수년전 처음 시살등 가면서 죽바우등에 올랐을 때 남쪽으로 뻗어내린 이 능선의 아름다움을

나는 결코 잊지 못했다. 이제야 그 때의 열정을 해소하는 기회를 가지니 그동안 어느 산들에

게 혼이 나가 있었는 지, 되려 미안하기까지 하다.

 

 

<아래사진 : 죽바우등에 서서 시살등, 오룡산, 염수2봉, 멀리 우뚝한 토곡산 까지의 능선>

 

 

 

2. <혼란스런 봉우리 명칭들>

 

 

영남 알프스 곳곳에 혼란스러운 봉우리, 재 등의 명칭은 언제고 한번 행정적으로나 학술적으

로 통일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빈번했다. 막상 이런 식으로나마 산행기 한편을 적을려고 해

도 난관에 부딪히는 수고를 해야한다.

 

 

< 아래사진 : 월간 산지 근간의 영남알프스 지도에서 부분 스캔하여 이번 코스를 녹색으로 표기함.>

 

 

 

앞으로 서술할 모든 봉우리의 명칭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윗 지도를 기준으로 하고자 한

다. 기술축적과 권위있는 잡지이고, 가장 최신판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어느 정도로 통

일이 되지 않았는 지 일부만 확인해 보자. 

 

 

월간산의 지도와 문태광의 영남알프스 100선을 보아도 차이가 확연하다.

 

함박재-홈골

죽바위등-체이등-죽밧등이 위치와 이름이 교차하고

오룡산 구간은 아예 혼란을 피하기 위해 월간 산에서는 높이만 표기하였다.

 

 

 

 

가볼만한 근교산에서는 채이등이라고 "채"로 표기하고 그 위치가 죽바우등과 일치시키고 있

다. 부산의 일부 신문사에서는 이곳을 굳이 "투구봉"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오룡

산을 두리뭉실하게 표기해 두었다. 

 

 

 

 

오룡산을 실제로 걸어보면 4-5개의 연봉 차례대로 진행하는데, 맨 마지막 봉이 뜻밖에 오룡

산 3봉으로 기록하는 곳도 있다. 그러면  오룡산 정상은 과연 어느 봉우리를 지칭할까? 실제

로 제일 높은 968.0 봉인 두번째 봉일까?

 

이 점에 관해 1500 산 김정길님은 각계의 논의 수렴해 정립할 필요성이 있음을 피력하고 있

다. (창원51 오룡산-시살등 산행기 댓글 참조) 짧은 댓글이라 님의 확실한 뜻은 잘 모르겠으

나 언급한 문맥으로 볼 때, 혼란이 있지만, 오룡산 군과 오봉산 구간을 엄연히 나눈다는 견해

를 피력한 것 같다. 이 지경이니 오죽하면 월간산 지도가 오룡산의 이름을 쏙 빼버리고 높이

만 표시하였을까......

 

직관적인 내 느낌인데.....(이러면 혼란을 부채질 하는 지 모르지만^^)

951.3봉에서면 지나온 봉우리가 차례로 4개가 연속해서 보인다. 오룡산은 이 전체를 다 아우

르는 산군이며, 그 중 다섯번째 봉이라는 의미에서 오봉산이라 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오룡산 오봉산 논의는 간단한데.....(오룡산이 차례로 1,2,3,4 나열된 사진을

아래에서 볼수 있다. 사진글 중 957.3-->951.3으로 정정)

 

 

 

지겨운 논설은 이제 그만 두고 산행이야기나 계속 하여야겠다.^^ 다만 지형과 봉의 명칭은 근

간 지도 월간 산의 명칭을 따르기로 한다. 아래 지도에 있는 명칭 그대로이다.(아래 지도 참

고) 

 

 

 

 

 

 

3.<백운암 올랐더니>

 

영남알프스 중에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 대표적인 곳이 운문산 상운암과 이곳 백운암이다.

이름에 구름이 걸쳐 있는 걸로 봐도 꽤나 높음직하다. 산객을 경건하게 하는 것은 높이가 아

니라 둘다 차가 오르는 운송로가 없고 등산로를 통하여야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극락암 도로가 끝나는 곳에 백운암의 겨울 김장을 위한 배추가 길가에 쌓여있다. 오가는 등산

객이 마음을 내어 한개씩이나마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했던

일들 중 하나가 김장배추 옮기기..... 문득 옛생각에 사무친다.  

 

 

 

 

폐가시대를 마감한 백운암은 소나무 속살내음이 나는듯 깔끔하게 단장되었다. 게다가 아침햇

살이 드니 화사하기가 그지없다. 아랫쪽 채마밭의 푸릇함이 아침기운과 어울려 신선하다. 

 

계곡을 헐레벌떡 뛰어내려오던 시자승. 알고보니 배추 씻다가 푸성귀하나를 흘려보내 그것을

줏으러 뜀박질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그 절의 기강을 알았다는 큰 스님의 고개 끄덕임이 생

각난다- 그렇게 C가 이야기를 하고 H가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한참을 쉰 다음에 가파른 출발을 하였다. 단련된 두사람보다 원래가 늦고

가방무게도 많이 짊어진 상태에서 굳이 배추 한덩이를 배낭에 얹힌 것이 사실 호흡을 더욱 가

쁘게 하였는데..... 괜한 마음을 내어  두사람을 되려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9시를 약간 넘겨 함박재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사연도 추억도 많은 곳인데 그냥 지나치게 되

었다 백운암에서 너무 많이 쉬었고,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져서 번잡스러웠기 때문이다. 서울

에서 무박 산행을 온 분들이다. 배내고개에 새벽 3시에 내려 신불산 넘어 아침해를 보고 취서

산 둘러 지금 함박재로 내려가면 영남알프스 구경은 3시간 남짓 한 셈인데..... 아깝다.... 서울

서 이까지 오셔서.....에구.....

 

 

<아래사진 : 백운암으로 향하는 함박재>

 

 

 

굳이 함박재 코스를 잡은 것은 저곳, 죽바우등에 올라 일대 조망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일부

주장과 마찬가지로 나는 여태 저곳을 채이등으로 알고 있었다.(지금도 개연성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청수 중앙능선으로 빠지는 밋밋한 삼거리를 채이등으로 표기한다(김정길님)는 사실

과 월간산의 근간 지도에 굴복(?)하여 죽바우등!!! 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청수중앙 능선 갈림길은 일전에 무심결 빠져 잠시 알바를 한 적이 있는 길인데 오늘은 나무에

이정표를 잘 해놓아 헷갈리지 않고 우측으로 틀어 진행할 수 있었다. 관청에서 한 것 같지는

않고... 참 고마운 일이다.

 

 

<아래사진 : 죽바우등이 우뚝하고 우측으로 시살등 가는 방향>

 

 

이윽고 죽바우등에 올라 전후 사방의 조망을 즐긴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구간을 지나게 되

면 영취산(취서산)의 날카로운 암벽이 하늘로 단애를 이룬 경관에 첫눈이 갈 것이요 두번째로

이 죽바우등의 뿅곳한 앙징함에 눈이 갈 것이다.

 

과문한 사람들은  이를 두고 시살등이라 이르는 경우가 많아 혼란의 단초가 된다. 실제로 전

쟁통에 군사무리가 집단을 이루어 화살을 쏘아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인데 스무명이 오르면

디딜틈이 없는 죽바우등이 그런 이름값을 하기에는 평수가 좁은 듯^^ 밋밋한 시살등이 그래

서 더욱 시살등이라. 

 

 

<아래사진 : H가 신기해 하던 암괴. 푸른(청) 빛깔의 산색을 배경으로 담아보았다.>

 

 

<아래사진 : 영취산 쪽 경치, 영취산 정상이 보이고 신불평원과 신불산이 보인다. 초록여름에 이곳에 서면 또한 장관이다.> 

 

 

<아랫사진 : 죽바우등에서 쉰 다음, 한피기 고개로 내려섰다.> 

 

 

 

4.<시살등>

 

 

시살등 같은 둔덕은 얼핏 멋이 적어 보이기도 하지만 편안한 조망을 제공하는 넉넉한 곳이다.

특히 향로산,  코끼리봉,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산군의 조망과 뒷편 운문-가지능선을 조망하

기에는 더없이 편안한 곳이다.

 

얼마전에 산하가족인  허접 신홍기님이 기꺼이 세워둔 갈색 표지봉이 귀엽다. 한국의 산하 가

족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문구도 새겨 두었는데, 산하가족 아닌사람들 보면 용심나겠다.^^

 

그새 너무 많은 리번을 매달아 온통 휘나부끼니 연전에 달아둔 1200산의 패찰이 파묻혔다.

애써 뒤집어 꺼내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만져댔던지..... 코팅은 너덜너덜해지고 종이안으로

습기가 베어간다. 세월의 풍상을 무엇이라 견디어 내랴.... 모든 것은 한 때이다. 인생은 순간

이니 찰나에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하라는 정진을 되새긴다.

 

 

 

 

 

 

 

 

 

시살등을 지나 봉우리를 하나 넘는가 싶으니 억새지대가 나오고 좌측으로 자장암으로 내려서

는 갈림길이 나온다. 월간 산 도상에는 이 길은 없고(실은 이 길을 더 이용하는데) 더 진행하

여 오룡산 구간에서 자장암 하산길을 한군데 따로 드문 등산로로 점선 표기 하였다.

 

 

<아래사진 : 오룡산 군에 가까이 다가갔다. 우측사진은 칼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암괴다.>

 

 

 

 

 

5.<나목의 아름다움과 산죽의 푸르름>

 

 

오룡산 즈음에는 능선의 좌우를 지그재그하며 진행을 하게 되니 자연히 북사면에서는 춥고

손가락이 시려울 지경이었다. 햇볕의 유무가 이리도 다르다. 그런데도 산객의 눈을 잡아끄는

장면에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방하착 !  (집착을 내려놓아라!)--

 

중생 : 번뇌를 어찌하오리까?

수행자 : 내려 놓아라.

중생 : ...... 놓을 바가 없사옵니다.

수행자 : ...... 그럼..... 짊어지고 가거라!

중생 : ....!!

 

저기 산아래 능선을 타고 무수한 무소유들이 이파리를 다 떨구고 가을 바람에 나신을 부비고

있다. 다 내려놓은 비움을 아름다움으로 꽉 채워 놓으니 산객을 그저 말이 없이 합장예를 올

린다.

 

 

<아래사진 두장 : 마른 가지의 찬연함에서 방하착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이어 좌우 사면으로 산죽이 이어진다. 산죽하면 생각나는 두사람이 있다. 그들은 산죽을 좋아

한다고 했다. 산죽에 대한 지식도 꽤나 있고, 그래서 산죽길을 만나면 그리 좋아한다고 하였

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산죽길을 걷다가 문득 더운 머리에 냉기가 흐르듯 짧은 각성

을 느꼈다.

 

지루한 암릉이나 돌길이 이어지다가, 특히 겨울이나 가을 같으면 색감이 온통 회갈색 천지여

서,  산죽을 만나게 되면 그 청량감이 가히 피로를 풀어줄 만하다고 느껴졌다. 더구나 산죽길

은 돌길보다 흙밭이 많아 갑자기 포근해지는 느낌도 받을 것이리라.....

 

아하! 그이들의 종주길에 그래서 산죽이 살가웠고나.....

 

바로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산죽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 부터. 오늘은 집안일로 산행을 하

지 않고 묘 돌보기에 나서셨단다. 짧은  언약을 나누고 대신 산죽을 헤치고 나아간다.

 

 

 

 

 

6.<오룡산 연봉에서>

 

 

 

죽바우등에서 퍼질고 쉰 후부터 오룡산 연봉을 다 오르내려 나중에 점심 먹을 때까지 한번도

쉬지 못한게 된다. 두 산친구들은 어슬렁어슬렁 진행하지만 나는 가방내려 풀고 사진 찍고 이

다시 가방에 넣고 매고...  이곳저곳 지도로 확인하고 헉헉거리며 뒤따라가고 가끔씩 길도 같

이 찾아 확인하고..... 시종 바쁘기가 그지 없다.

 

 

 

 

<아래사진 : 내가 선 봉우리에서 951.3 봉을 바라보니 점심 전인데도 산행은 절반을 훨씬 넘었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이곳에서도 1200산의 표찰을 보게 되었다.>

 

 

 

 

 

 

951.7 봉에 오르니 오룡산 이라고 돌탑봉에 명찰을 달아 놓았다. 가까이 봉우리가 두어개 있

는데 각각 돌탑과 낡고 무너진 정상비 형상도 있었다. 이 봉우리에서 동쪽 능선이 장쾌하게

이어진다. 월간 산 지도를 참조하여, 549.8봉-552.2봉 이으면 백련암이나 옥련 서운암 쪽에서

오르는 길이 있겠다 싶었는데 마침 강건한 사나이가 기세등등히 올랐다.

 

어디로 부터 오셨습니까?

-통도사 정문 바로 왼쪽에서 재실 쪽으로 붙어 오르면 능선을 따라 이리로 올 수 있습니다.

(지도를 보고) 헉!! 이렇게 먼길을..

-세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헉!헉! .... 초산리, 삼감리 다 거쳐!!

 

수많은 숨은 고수를 늘 만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그들 존재 자체로 즐거움을 받는다.

왜 그럴까?, 흔히 말하는 대리 만족일까.

 

 

 

 

 

 

 

 

7.<951.3 봉에서 804.1봉 지나 임도로 염수봉 초입에 이르다.>

 

 

951.3 봉에서 주 능선방향으로 내려서다가 드디어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죽바우등 이후로

처음 앉아본다. 따뜻한 밥과 뜨끈한 국이니 한그릇 거뜬이 해치운다. 산행에서 드문일이다.

 

능선으로 계속 진행하는데 갑자기 오른쪽으로 리본이 즐비하고 진행 방향으로는 한개만 나풀

거린다.  우선 즐비한 방향으로 내려서니 자꾸만 하강하는 형국이다. 도태정 이르는 길로 가

는 길이라 생각하고 다시 돌아와 진행을 하였다.

 

지도의 등고선을 잘 보아야한다. 이곳에서 부터는 리번이 거의 없었다.

가파른 아래경사길로 직진하여 능선을 타면... 내석방향으로 떨어진다. 반드시 오른쪽(서쪽)

으로 크게 돌아(60-80도) 말안장 같은 능선 안부를 올라타야 한다. 

 

습지대가 바로 그 지역에 있었다. 다음에 오면 습지대가 나오면 오른쪽 능선을 타야한다고 서

로 확인을 하였다. 깨어있는 알바를 짧게하고 804.1봉을 오르니 진주의 무슨 산악회 팀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고있다. 몇사람 붙잡고 어디서 출발하였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만 한

다.

 

804.1 봉을 내려서닌 부드러운 흙길의 임도다. 부셔놓은 자갈길이 아니라 기분이 좋았다. 능

선과 임도가 거의 같은 고도이니 굳이 산을 탈 필요가 없다고 의견일치를 보아 편안한 산행을

20여분 진행하였다.

 

 

<아래사진 두장 : 가을 채색된 임도,   804.1봉 아래에서  염수봉 입구까지>

 

 

 

 

 

8. <다시 2주만에  염수봉 거쳐 염수 2봉까지>

 

 

 

지지난 주 우여곡절 끝에 염수봉을 오르고 바로 이곳에서 내석으로 하산하였다. 점심 먹은 돌

자리는 여전하였으나 나뭇잎들은 두드러지게 많이 떨구어졌고 잡풀들의 위세도 더욱 수그러

졌다. H는 필요에 의해서인지  내석 하산로를 잠시 홀로 확인하였다.

 

 

 

 

 

 

염수봉 정상은 억새가 많이 듬성해지고 낮아져 있었다. 2주만의 변화로 놀라웠다.  바닥에 팽

개쳐진 염수봉 정상 합판떼기는 그때 내가 억새풀에 적당히 기대 두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삼각점에 잘 붙들어 단단히 세워 두었는데 그 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에그~...

나는 왜 저런 손길은 맵지를 못할까. 쯧쯧.....

 

염수봉은 임도에서 얼마 안되는 높이지만 염수2봉 쪽으로 갈려면 리본이 있는 동쪽으로 가면

안되고(2주전에 내가 왔던 길이다.) 남쪽으로 리본없는(2주전에는 빨간 리번이 있어서 확인

했는데.....) 길로 내려서는 것이 좋다.

 

조금만 내려서면 자그마한 송신초소가 보이고 집에서나 쓸만한 소파가 길가에 버젖이 누워있

다. 버린 건지 휴식용으로 쓰라는 건지 의도가 야비하기까지 하다.^^

 

체력을 급감시킨 알바를 하기위해 우리는 2봉으로 용감히 전진하고 있다.(아래사진)^^

 

 

 

 

사실 염수봉은 조망이 없다. 염수2봉은 조망봉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지난번 산행에서 만

난  어떤 이들이 염수 2봉은 분명히 길이 없다고 했다.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곰곰히 생각하

며 조심스레 진행하는데 갈수록 길은 희미했지만 두텁게 쌓인 낙엽 때문이려니 하였다. 

 

언덕으로 올라 염수 2봉에 가는데 드디어 조망이 터진다. 지지난 주 엄청난 알바로 돌파하였

던 뒷삐알산이 이쁘기도 하다.^^(아래사진)

 

 

 

드디어 염수2봉이다. 사방팔방 조망이 탁 틔인다.

 

-조망도 없이, 임도에 둘러싸인 염수봉은 이제 산행지로서 면모를 세울 수 없다!

-이 훌륭한 전망을 보라!

 

나는 염수2봉에게 염수왕관을 씌어주고 염수봉의 하야를 기념하는 촬영을 해주었다.  

그리고 염수봉이 사실 못생겼다고 적당히 흉도 봐 주고는 낄낄대며 능선 산행을 계속하였다.

하양대를 향하여.

 

뒤돌아선 염수봉이 어리석고 경박한 이 인간을 가소로운 듯 웃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래사진 :  이 사진은 951.3 봉에서 찍은 것인데 다시 돌려본다.

 

사진은 지금 알바하고 있는 우리의 위치를 잘 보여 준다. 염수2봉과 700봉 사이에서 악전고

투를 하여 진행하였다. 정상 등로가 아니었다. 지도상에 너무나 뚜렷한 길로 되어 있어서 철

석같이 믿고 진행하였는데 점차 그 기대는 사라지고 700 봉 아래서 고도 660 까지 진행하다

가  진행이 점차 위험하다고 판단되어서 다시 올라와 염수 2봉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돌아오는 길은 체력소진을 유발한다. 올때는 둘러간 암봉을 이번에는 바로 타서 오른다.

길은 역시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마지막 오름길에 숨이 턱에 차올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산

정에 달이 떠오른다. 햐~... 이런 경축할 일이있나.

 

염수2봉! 자네 염수월출봉 하게나.

염수봉 왕관은 원래대로 돌려주시고(그 때문에 왕알바를 한 것 같으니^^).....

 

 

 

 

체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쇠잔해지니 H 가 확실한 앞장을 선다. 힘을 잃은 팀의 리더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염수2봉에 단한개의 유일무이한 빨간리번을 확인했던 지라 그것이 임도방향

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라 추측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H 가 그 길로 앞장을 섰다.

 

 

리번은 애석하게 그 한장으로 끝났고 길은 다시 낙엽에 덮혀 종적이 없다. 하지만 이 쪽은 내

가 겪은 바 임도와 연해 잇는 곳이기에 어찌해도 치고 내려서면 얼마 안되어 끝날 길이라 확

신했다. 잡목을 이리저리 피해 미끄러지듯 사면을 내려섰다

 

알바(길잃고 헤매기)..... 홀로 일때는 두렵고 긴장되고 조바심나는데.....

 

유쾌한 알바는 여기서 끝이난다..... (아래사진)

 

 

 

여기서부터 임도로 꼬박 30분.  느긋하게 지방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흥얼거리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염수2봉(A)에서 700 봉(B) 까지의 고생한 길이 내려서서 보니까 예쁘기도 하거니와 너무나

부드러워 보인다. 허허참!

 

아무도... 아무도 하양대로 내려서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길이 있니 없니 하지도

않았다. 기회가 되면 하양대에서 염수2봉으로 치고 올라와보라고 나한테 숙제만 던져주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