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산행기
★사진은 자료실에 올렸습니다

산행일 2004년 6월 27일 05:00~11:00

코스
내지항-왼편들머리-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항(총 6시간)

날씨
새벽안개 짙은 내지항,
아직도 어둠이 서려있는 새벽,
서서히 해는 밝고 엷은 안개가 낀 날씨
구름 속에서 좀처럼 그 모습을 내놓지 않는 햇님,
덕분에 6월의 막바지지만
햇살이 없어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
멀리 발아래 돈지항,
내지항,대평항,아랫섬들의 모습도 선명히 들어오고....


참가자
말인/제강/인왕산/부람선녀/감자바위/유비/야생화/마음/코알라/서래옥/위원장/
맑은공기/소설속자유인/복수/불곡산장/해바라기/만석공원/산따라/과꽃/그린/오계절
오계절친구/최준오/햇님/써니/햇님친구/그림자/아하/솔님/소희/진숙/
과천팀7명/선녀친구2명/---(이상40명)



여행코스
서울건대(26일밤9시)-양재역(21시40분)-경부고속도로-삼천포항(27일02:30)
이른식사(04:00)-고성군하일면동화리(상족해상관광유람선 선착장)05:00-사량도 내지항(05;20)
-산행6시간-대항항,간단한 회식-출발12:00-용화리도착 12:30-삼천포 유람선 선착장12:50-자유시간-
14:00출발-연육교 관광-백천사 관광-15:20출발-양재역도착(20:00)-건대역도착(20:30)-해산

어둠이 짙게 깔린
삼천포 유람선 선착장의 드넓은 주차장에
이른 새벽,
2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한대의 차도 없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전날 서울을 출발해서 여기까지 오는동안
차량정체라곤 단 한군데도 없었던 덕에
이리도 순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엷은 안개가 흐르고 있는 주차창에 내려서자
포구 특유의 비릿하고
짠듯한 바다내음이 물씬 콧속을 파고들었다.
드디어 그리도 기대했던 사량도가
코앞에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전날 예약한 용화리 선착장엔 식당이 없다하여
서울을 출발하며 예약해둔 식당에서
우선 식사를 하기로 했다.
6천원짜리 대구탕을 단체인 덕에 5천원씩으로 할인받아
40명 우리 일행은 새벽 식사를 했다.

기사는 어지간하면
이곳 삼천포에서 배를 타고 사량도로 들어가라 했지만
280명 정원에 우리 일행 40명의 정원초과를 하면서까지
무리한 승선을 하긴 싫었다.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상족암 부근의 용화리 유람선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055-835-4630)
우리를 안내하러 삼천포까지 오겠단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1톤 화물 트럭의 안내를 받아
용화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4시40분.

우리는 4개조로 대충 조편성을 마치고
74명 정원인 소형 유람선에 올랐다.
우리 일행만 승선했기에
완전 전세 낸 거나 마찬가지였다.
승선료는 40명까지는 25만원,
1명 추가마다 7000원을 더 내야한다 했지만
우린 공교롭게도 딱 40명이었다.

잔잔한 남해 포구의 어촌 마을은
아직도 깊은 정적에 쌓여있고
간간히 찰싹이는 파도소리만이
고요를 조심스럽게 깨트리고 있다.
어둠 속에 서도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섬들의 윤곽이 또렷이 보였다.

5시정각
유람선은 사량도를 향하여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통통배의 시끌한 엔지소리와
바닷물 갈라지는 소리와
이제 드디어 사량도가 코앞에 있다는
회원들의 설레임 가득한 환희의 소음들이 어우라져
새벽의 서사시를 만든다.

배 안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회원들이
모두 배의 갑판으로 나와
남해의 새벽바다 내음을 마음껏 들이킨다.
흥분도 잠깐,
선장의 안내방송은 바로 앞에 사량도가 있음을 알린다.

불빛이 한두개 반짝이는 내지항 뒤로
장엄한 지리산의 모습이 길게 버티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은 벗겨져 갔고
우리는 배에서 내려
마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선착장 왼쪽에 내지초등학교 건물이 보였고
우리는 반대편 돈지 가는 쪽으로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걸었다.

사량도 종주 산행을 하기위하여
가장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산을 오른다.
넓다란 시멘트 포장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며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되는 왼편에
산행들머리가 있었다.

산길을 조금 오르자
먼저 다녀간 산악회들의 울긋불긋한 리본들이
흡사
서낭당에 걸려있는 오색 금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처음부터 가파르다.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채 10분도 오르지 않았는데
아직 경직된 몸 탓인지 힘들기 그지없다.

숨은 가빠오고
땀은 벌써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키를 넘는 잡풀들이 팔깃을 스친다.
긴팔을 입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섬 산행의 묘미니 절경이니 하는 따위의 감정은 간곳없고
당장은 숨이 넘어길 듯 힘들 뿐이다.

허지만 어쩌랴!
그리도 기대했던 이 곳에 와서
이렇게 오르기를 갈망한 일인데
누구를 탓하랴.. 그저 오를 수밖에..

얼마를 올랐을까?
우리 일행은 벌써 실력차가 여실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벌써 저 만치
한봉우리 앞서 가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저 아래서 허덕이며
고통에 겨워하는 이도 있으니...
가파른 곳을 오르다 보니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아래를 내려다 본다.
절경을 찾자.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파아란 바다가 아련히 펼쳐져 보인다.
능선길은 암벽의 시작이었다.
날카로운 돌들이
흡사 시루떡을 옆으로 포개 놓은 듯 뾰죽뾰죽 솟아 있었다.
아차하면 다치려 들 기세다.
조심해야지...

아래서 바라본 느낌보다
산은 더 높게 느껴져 왔다.
오를만큼 올랐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지리산은 저 만치 더 높게 솟아 있었다.
해발 398미터 밖에 안되지만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모조리 다 오르는 길이라
멀고도 높게 느껴졌으리라.

회상하며 이 산행기를 쓰는 지금도
힘든 생각이 더 압도적이라
어떻게 지리산까지 올랐는지조차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경사진 바위면을 조심조심 걷기도 했고
양옆으로 가파른 절벽지대가 있는
좁은 암릉 지대도 통과하기도 했고
가파른 암벽을 오르기도 하며 지리산에 도착했다.

겹겹히 펼쳐진 구름 안쪽에 가려진 태양이
붉은 빛만 간간히 내비췬다.
펑퍼짐한 바위가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사진으로만 보았던 돈지항의 모습이
그림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들이
한둘씩 내지항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보였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산을 오르기 시작한 우리였기에
좁은 구간에서도 사람에 부딪끼는 일은 없었다.
몇장의 기념사진들을 찍고 다시 걷는다.

어는 누가 표현했던 것처럼
한국의 나폴리항이라는 말에 걸맞게
저 아래 별쳐지는 바닷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왔다.
졸리우리만치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한폭의 산수화...
그 풍광만 아름다우랴..

산행길 곳곳에 연이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바위구간들..
설악의 용아장성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는 이도 있었고
또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지리산을 내려와 안부에 도착하니
돈지와 내지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 곳에서 힘들어하는 신시인과 오계절 친구분을
그림자님이 안내하여 하산한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오르막...
실바람도 간간히 불어온다.
처음보다 한결 걷기가 편하다.
이제 몸도 적응력이 생겼나보다.

불모산을 통과하여 다시 안부에 내려서니
오아시스와도 같은 간이 주막이 있었다.
애교가 잘잘 넘쳐흐르는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써대는
두 중년 아낙네가
냉커피며 동동주를 팔고 있었다.
목이 탄 김에 두어사발을 드리켰다.
힘이 솟는 듯했다.

이제 옥녀봉만 남았다.
이번 산행의 백미는 옥녀봉에 몽땅 있었다.
철계단을 내려서기 전에
건너다보이는 옥녀봉 암봉우리가 절경이다.
그 곳을 배경으로 몇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간다,
70도나 되는 급경사의 계단이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손목에 힘을 있는대로 주어 안잔을 확보하며
조심조심 내려간다,
아차하면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릴 것같다.
심장약한이나,
담력약한 분들은 좀 힘들듯 했다.
에구
이왕이면 좀더
경사도를 완만하게하여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철계단을 내려서자
이번에 기인 암벽이 펼쳐져 있고
길다란 로프가 내려져 있었다.
조금은 힘들고 위험해 보였지만
철계단을 내려오는 것보담은 쉬운 코스였다.
뾰족뾰족 솟은 바위 틈바구니를 붙잡고 오르니 로프는 안잡아도 되었다.
힘든 옥녀봉을 피하여 우회길로 돌았다.
철난간이 놓여있었고
뾰족한 바위 사이로 오르니
급경사의 암벽에 로프사다리가 매달려 있었다.
몇몇의 회원들이 그 곳을 내려오고 있다.
옥녀봉이라 일컫는 곳이었지만
사실은 그곳은 가짜 옥녀봉이란다,

높은 암봉을 피하여 우회길로 돌아서서 얼마안가니
이번에 진짜 옥녀봉이 나타났다.
아크릴 위에
이곳이 진짜 옥녀봉이라는 내용과
주민들의 만류로 철제 표시물을 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종주산행의 끝지점이었다.


생각보다 피곤했다.
어서 빨리 내려가 쉬고만 싶었다.
그곳을 통과하여 급경사의 산길을 내려간다,
바로 산아래 금평항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대항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착각하고 되돌아간다.
하지만
조금 더 내려와 또다시 경사심한 철계단을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대항과 금평...
그곳으로부터 너덜지대의 시작이었다.
돌조가리들을 실어다 부어놓은 듯
많은 양의 돌들이 깔려있었다.
내려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온몸은 땀에 법벅이 되어있었고
심신은 지쳐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큰길로 내려서자
오른쪽 비탈에 산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체면 불사하고 웃통을 벗어제치고
등허리에 물세레를 받았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시렸다.
개운하다,
몇번을 그렇게 하면서 땀을 씻어내고
세족까지 마치니 날아갈 듯 마음이 기벼지는 듯했다.

대항항 해변가에서는
몇몇의 사람들이 벌써부터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텀벙 뛰어들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었다.
해녀가 잡아온다는 싱싱한 멍게를
한함지박 통채로 구입하고
동동주 한말을 회원들 앞에 내 놓는다.
산행의 힘들었던 고통이 언제적 일이냐는 듯
저마다 표정들이 마냥 밝기만 하다.

우리를 실러온 통통배의 엔진소리가
대항항의 고요를 깨고 있었다.

우리의 산행일정을 접는 신호인 듯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도 들려왔다.


▣ 山용호 - 제가 사는 삼천포 항구 앞바다 사량도를 다녀가셧군요..산행기 반갑게 보고 갑니다..
▣ 호천 - 감칠맛 나는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몇회 되진 않지만 님의 산행기는 서사시 같은 느낌이라 정말 좋습니다
▣ 먼동이틀때 - 아~! 그렇군요.. 사량도가...!
▣ 야화- - 사량도 환상의섬.....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애국가가 절로 나오지요. 산행기도 감칠맛 나네요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