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수락산.................. 불수사도북 아무나 하나?


 


 

날짜: 2004/10/10(일)

동행: 여여 홀로

날씨: 맑음..스모그

산행경로

불암초교-원암유치원-학도암-불암산-덕능고개-수암사-수락산-홈통바위-쌍암사-장암역

산행거리: ?

산행시간(14시~ 19시30분, 총 5시간 30분, 휴식포함)


 


 

내 삶이 길 위에 있을 진대 / 내가 어느 스승을 찾으랴 / 길이 내 어버이,

길이 내 스승이메 / 이 길 위에서 나고 죽어서 / 길이여 길이여 내 길이여........


 

                                                                                                화엄경

 


 
 

↗불암초등학교에서 본 불암산
 

1.성묘 후 불암초등학교 앞에 내리다.

  

            

오늘은 파주 용미리 선산에 아침 일찍 벌초와 성묘를 마치고 귀가 중에 마눌을 차 운전시키고 불암초등학교 앞에 내려 달라한다. 불수사도북을 하려면 각 산들의 들머리와 날머리 그리고 연결고리를 잘 파악해야하는데....오늘은 먼저 불암산과 수락산의 연골 고리를 파악해보기로 한다. 이른 아침 선산에 올라 풀 깎는 기계를 들고 몇 시간 벌초했더니 왼쪽 팔에 맥이 풀려있다. 처음 오르는 불암산에 밧줄을 타는 곳이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불암산을 오르는 길은 너무도 많다고 하지만 산모퉁이님이 들머리로 한 원암유치원을 찾아 오르기로 한다. 동네가 끝나는 곳에 원암유치원이 나오고 그 뒤로 돌아가 불암산에 붙는다.

 


 

↗대슬랩............개미같은 산행객들
 

2. 알량한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일교차가 심해 아침은 서늘하고 낮에는 아직도 덥다. 조금 오르니 학도암이 나온다. 산모퉁이님은 학도

암 좌측의 슬랩지대로 올랐다하는데....거기는 좀 무섭고...학도암으로 오르기도 너무 판에 박힌 것 같아 학도암 우측 산길로 들머리를 선택한다. 불수사도북을 하려면 새벽 3~4시에 시작해야하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이므로 잘 보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채워져있다. 학도암 우측으로 오르는 길은 잘 이용하지 않는 길인지 가파르고 왕모래가 많아 매우 미끄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슬랩지대는 못가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계단길로 갈걸“ 하는 후회가 들며 끙끙 대며 오른다.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일처리가 항상 매끄럽지가 않다.....

  


 

↗불암산 정상
 

3.처음 오른 불암산...... 죄가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하다.


 

한 30분쯤 오르니 능선에 도달하는데 산모퉁이님이 올랐다는 대 슬랩지대가 앞에 보이고 여러 명의 산행 객들이 슬랩에 개미처럼 붙어있다. 다음에는 사추리가 어떻게 되든 저리로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420봉을 거쳐 아래로 조금 내려 다시 오른다. 불암산은 서울에 있는 산이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5년 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서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은 ”허약무릎“과 나의 태생적 한계인 ”고소공포증“은 바위가 많은 산과 높은 산을 두려워하게 했고 ”암“자나 ”악“자가 들어간 산을 철저히 피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 빗겨갈 수밖에 없었던 불암산.......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오르니 감회가 남다르다.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나를 벌하려고 초자아(super-ego)가 높은 곳에서 나를 떨어뜨리려한다“는 마눌의 전문가적 프로이드식 고소공포증 해석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내가 그렇게 지은 죄가 많았나?..............불암산을 오르는 길은 쇠밧줄과 릿지가 번갈아 나오는 전형적인 암릉........고소공포는 그사이 여러 산행으로 많이 무뎌졌지만 아직도 찌릿 찌릿함은 남아있으니 아직 죄 값을 덜 받은 셈이라 생각한다.

  


 

↗산행객들로 붐비는 정상으로



  

↗불암산 정상에서 본 420봉 과 가야할 수락산  

  

 

4.불수사도북한 분 들을 경외하다


 

일요일 오후라 불암산은 곳곳에 정체 현상......정상에 도착하니 바위로만 된  정상이다. 몇 평되지 않는 일명 ”송곳정상“....태극기는 강풍에 펄럭이고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가야할 수락산이 보인다. 들쭉날쭉한 암봉들이 오르내림이 심하고 참 먼 능선길임을 예고하고 있다. 불수사도북한 분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상을 내려선다. 불암산 정상을 내려섰으니 이제는 수락산과 연결되는 덕능고개를 찾아야하는데.....석장봉 좌측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 굵은 모래가 많은 미끄러운 길이다. 새벽 산행시 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절고개를 지나 수락산 쪽으로 진행을 하니 바위봉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406봉인 듯 밧줄을 잡고 올라 다시 내려가니 선답자들이 이야기하는 동물이동통로 구름다리가 나온다.

  


 

↗도봉산


 

5.동물 이동통로? 사람 이동통로?


 

여기가 불암산과 수락산의 연결 지점인 덕능고개......폐타이어를 깔고 앉아 보온병에 있는 뜨거운 물을 시에라컵에 붓고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려고 하는데....시에라 컵이 뒤집어지며 깨빡을 쳐버린다......어이구! 아까운 피같은 물......오늘은 이상하게 피곤하다....아침에 무거운 벌초기계를 사용하여 50평넘는 곳에 힘을 써버려 그런가?........다시 한잔을 타서 마시고 구름다리를 건너는데...동물 이동통로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오히려 사람이동 통로가 아닐까? 사람들이 이렇게 다니는데 동물들이 전혀 이용할 것 같지가 않다. 불수사도북 도상연습을 구실로 나까지 여기와서 커피물까지 엎질렀는데 어느 바보같은 동물들이 죽기살기로 이곳을 통과할것인가?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번지며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가 동물이면 지나갈까?

  

  

6.수암사 포장길로 오르다.


 

다시 내리막 길을 내려가니 우측으로 오르는 폐쇄된 능선길이 보이고 개울이 나오는데 ”수암사“란절의 이정표가 보인다. 금지된 우측 능선으로 붙을까? 수암사를 따를까? 하다 그냥 수암사로 오르는 길을 따르는데 포장된 도로가 계속 나온다.....우측 능선에 붙을 걸......쩝.......  (나중에 알아보니 우측 능선이 불암산과 수락산을 잇는 주능선임을 알게된다).....인공장애물인 포장도로를 지루하게 올라 수암사에 도달하여 약수물을 물통에 보충하고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합장하며 머리를 숙인다. 수암사 우측으로 돌아 올라가니 아까 놓쳤던 능선길에 오른다. 북서쪽의 수락산 정상이 보이고 철모바위와 하강바위의 능선길이 들쭉 날쭉하다.

  

 ↗수암사 약수터...........무사하게 산행을 마치게 해주세요...합장~


 

 ↗수락산 능선 


 

↗돌아본 불암산
 

7.하강바위에서 멸치 안주를 제공받다.


 

바위를 오르내려 하강바위에 도달하니 진이 빠진다. 벌써 이러니 불수사도북은 물 건너간 이야기란 회의가 들고....가판을 별려놓은 아저씨에게 맥주를 사서 마신다.....내몰골이 좀 처량했나? 하강바위에 엄마와 함께 와서 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꼬마 남자아이가 엄마의 지령을 받고 마른 멸치를 갖다준다.  ”아저씨께 갖다 드려 안주 삼아 드시게.......“.........감사하다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도봉산을 바라보니 석양에 점점 붉게 물들고 있다.....아름다운 북한산과 도봉산.....서울에 이런 걸상한 산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울사람들은 행복해야만하는데................

  


 

 ↗하강바위에서 본 불암산 


 

↗유유히 날고 있는 이름 모를 새


 
 ↗하강바위의 산객들


 

↗철모바위

  

8.홈통바위를 알현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하강바위를 내려 수락산정상에 오른다. 석양에 물든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니 왠지 혼자 산을 오르내리고 있는 나의 가슴에는 외로움이 붉게 퍼진다. 동막골로 명명된 수락산 날머리를 찾고 사패산의 들머리를 찾는 일을 날이 밝을 때 해야하데 저녁은 어김없이 찾아와 의지가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이제는 오랜만에 홈통바위를 만나러 가야한다....몇년전인가? 마눌과 함께 멋모르고 홈통바위에 와서 아래를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떠오르고..........마침내 다가선 홈통바위..................아래를 보니 까마득한 경사.....과거보다 많이 완화된 고소증상에 조금 안도를 하며 카메라를 꺼내 사진한장 박으며 생명-밧줄을 잡는다. 아래에서 다시 위로 한 장을 찍고......동막골로 향한다....

  


 

↗노을진 북한산
 
 

↗석양의 도봉산


 

↗홈통바위

 

9.산이 싫어지다.


 

가파른 내리막 길.....해는 이미 도봉산뒤로 넘어가 사방은 이제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암흑속...........헤드라이트와 손전등을 주섬 주섬 배낭에서 꺼내서 켠다. 동막골 2.9km 표지판이 나오는 십자로....................오늘은 이상하게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몸도 마음도 모두 무겁게만 느껴지니.......직진하면 수락산 날머리인 동막골인데 그냥 산을 내려가고 싶어진다.....갑자기 산이 싫다. 언제는 좋아 죽을 것처럼 그러다가 지금은 만사 귀찮아지니....산에 대한 얄팍한 나의 변덕이 여기서 본색을 들어낸다. 십자로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는길은 장암계곡으로 내려가는길로 몇 년전 와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동막골 2.9km보다는 낫겠지.......이미 길도 알았는데.....그냥 오늘은 꼬랑지를 내리고 하산이다.....

  

↗이런 산들이 있어 행복해져야만 하는데....
 

10.손전등 밭데리가 나가다.


 

어둠속 장암계곡길은 그야말로 표지기가 보이지 않는 계곡 너덜길....설상가상으로 작은 손전등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가물거리다 밭데리가 나가버린다. 허걱!~..이제 불이라고는 머리에서 희미하게 비추는 랜턴인데 이것마저도 불빛이 너무 약하다. 저번 지리산종주때 많이 사용을 한 후 점검을 게을리 한 것이다. 날씨가 맑으면 달님도 길을 밝혀줄텐데..... 날은 맑지만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고 좌우 숲이 너무 울창하다...... 장암으로 내려가는 짧게 보았던 길은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척 길게 하산했던 기억이 서서히 나는데... 이제와서 다시 동막길로 갈수도 없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언젠가는 내려가겠지 하는 희망이 있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길에서 부상을 당하느냐의 문제....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고.... 내려가다 희미하게 3~4m의 낭떨어지가 보이면 좌우로 등로를 살피기 얼마였던가? 겨우 길은 넓어지고.....쌍암사 공터가 나온다.

  


 

↗어두워지는 서울
 

11.불수사도북은 나중에 하고


 

무엇보다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는게 안도감을 준다. 아까 수락산 들머리 수암사에서 약사여래상에 약수물을 떠먹고 합장하며 겸손한 척(?)해서 봐주신 것 같다. 유명한 밤나무집(어느 계곡에 가나 약방의 감초처럼 있는 보신탕집 이름)을 지나 장암역 도로에 이르러 택시를 탄다. ”어디로 모실까요?“............”기사 분 들이 잘 가시는 잠실 똑다리 김치찌개집 아시죠? 그리로 가주세요.“.....이런 날은 돼지고기 비계가 숭숭 들어 있는 얼큰한 김치찌개가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