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종주의 古典(가리파재-남대봉-비로봉-구룡사)
1. 산행일자 : 2004.7.24(토) [맑다가 흐림]
2. 운행구간 : 가리파재-시명봉-남대봉-향로봉-비로봉-사다리병창-구룡사
3. 운행거리 : 18Km 안팎
4. 산행지도
5. 산행기
<폭염의 계절이라 산행지 물색하기도 만만찮은 일이 아니다.
방화선이라던가 그늘없는 능선종주 산행은 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요번엔 경기에서 일탈하여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을 가보기로 한다. 나로선 외도다.
나에게 치악산의 추억이라고는 예전에 친구들이랑
구룡사 앞에만 잠깐 갔다온 기억뿐이 없다.
그 때 산에 대해서 문외한(지금도 문외한이지만..**^^)인 나지만
입구언저리 부터 넘실대는 치악산의 명경지수 단 하나로도
치악산을 명산의 반열에 올려놓기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후에 치악산에 관해서 사다리병창이란 말도 들었고
비로봉이란 단어도 보았다.
치악산은 나에게 안개의 산이었다.
오늘의 산행으로 치악산의 안개가 걷힌다>
자.. 그럼 어떻게 코스를 구성할까. 또 고민반 행복반이다.
이 자료 저 자료 뒤적거리며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다.
치악산은 정상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1. 남쪽 끝자락인 가리파재에서 남대봉을 경유하여
비로봉까지 하는 남북종주
2. 역시 남쪽인 치악역에서 수리봉을 추가하여 남대봉-비로봉 종주
3. 남서쪽인 금대리에서 영원사 경유 남대봉-비로봉으로 가는 코스
4. 남동쪽인 신림에서 상원사를 경유 남대봉-비로봉으로 가는 코스
5. 동서를 축으로 하여 서쪽 도끼봉-투구봉-삼봉-비로봉으로 해서
동쪽 천지봉-매화산으로 이어지는 동서종주
6. 오리지날 구룡사-사다리병창-비로봉 코스 등이 있다.
오늘은 치악산의 정통, 고전적인 종주라 할수 있는
1번의 가리파재부터 시작하는 남북종주를 하기로 한다.
청량리에서 06:25분 원주행 무궁화호를 탄다.
원주 도착시간은 08:10분.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원주도 먼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가평산 들머리 붙는 시간보다도
빠르거나 비슷한 거 같다.
원주역에 하차하여 원주역을 뒤로두고 큰 길 2개를 건너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가리파재로 가는 버스는 신림행 버스를 타야한다.
21번 버스다.
아침인데도 내리쪼이는 햇볕이 예사롭지 않다.
가만히 서있는데도 땀이 스믈스믈 배어 나온다.
오늘도 dog고생이나 하는건 아닌지.. 쩝..
◎ 버스를 기다리며 ▼
한 20분 정도 기다리고 있는데 신림행이라고 써붙인 22번 버스가 온다.
기사분한테 물어보니 가리파재를 간단다. 냉큼 올라탄다.
22번 버스도 가는 모양이다. 오늘 기차-버스 연계가 순조롭다.
원주시내를 관통하여 한 30분 걸리니 가리파재에서 좀 내려간 곳에 있는
정류장에 버스가 선다.
◎ 가리파재에 내려 ▼
내린 곳 건너편에 자비사 입구라는 녹슬은 간판이 보이는
시멘트 포장길이 눈에 띈다. 역시 그 옆에는 명경사 입구라는 안내판도..
◎ 자비사 입구 안내판 ▼
시멘트 포장길을 주욱 올라가니 먼저 좌측에 사찰이 보인다. 자비사다.
자비사 입구를 좌측에 두고 오른쪽 세멘트길로 올라간다.
계속 올라가니 명경사가 나온다.
명경사를 우측에 두고 나있는 길. 이게 들머리다.
◎ 명경사(좌측의 길이 등로다) ▼
이쪽 가리파재로 드는 코스는 비법정등산로로
원래 출입을 금하고 있는 듯하다.
경고판의 씨뻘건 글귀가 무섭다.
출입시는 벌금 50만원. 벌러덩~ ..50만원 벌었네..
넓다란 수레길로 올라가다보면 이내 산으로 들어선다.
여름땜에 수풀은 수북하나 발밑 등로는 문신처럼 아주 선명하다.
치악산에서 느낀거지만 워낙 길이 잘 나있어
길만 찾을 목적이라면 나침판이고 지도고 볼 필요가 없다.
국립공원으로서 그만큼 사람 발길이 잦은 때문이리라.
찌는 폭염의 걱정도 기우였다.
산에 드는 순간 나무로 가리워진 수풀의 그늘이 시원하다.
이정도면 오늘의 산행지 선택은 평균점 이상이다.
주기조는 북향이다.
흡사 항공기를 북향이라는 오토콘트롤로 맞추고
비로봉을 향해 진격해가는 기분이다.
경사 오르고 안부해서 46분만에 철탑에 당도한다.
◎ 철탑을 지나고 ▼
솔직히 산행기에 언급할 내용도 별로 없다.
길이 워낙 잘 나있으니 길을 잘못들어
극적인 장면에 맞닥뜨린 내용도 없고 평범하다.
오르고 내리고 해서 지속적으로 고도를 높힌다.
평범해 보이는 시명봉이 이렇게 시간을 끌줄 몰랐다.
시명봉에 도착하니 11:36분.
길떠나고 2시간 19분이나 걸렸다.
정상은 2~3평이나 되나. 아주 쪼뼛한 정상이다.
그나마 수풀에 가려 서있기도 힘들 정도다.
북쪽을 보니 가야할 능선이 나래비로 서있다.
1000m가 넘는 능선종주이므로 능선길은 평범해 보여도
능선 아래로는 깊은 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 시명봉 정상 ▼
◎ 시명봉에서 본 가야 할 능선 ▼
시명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시명봉이 뾰족한 만큼 급하고 거칠다.
근데 갑자기 배가 꾸루룩거린다. 이크..
참 문제다. 산에만 오면 항상 봉착하는 문제인데
새벽같이 나오다 보면
집에서 아무리 restroom에 가 앉아있어도 안된다.
근데 그것이 산에만 오면 신호를 보낸다.
딴사람들은 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난제,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참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산에 넘넘 죄송스럽다.
상원사/영원사 갈림길에 들어선다.
상원사는 사찰이 들어선 곳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한번 들러보고 싶으나 시간 관계상 생략한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출입금지 팻말이 강력하게 서있다.
비로봉이 11Km란다. 으악~
◎ 상원사/영원사 갈림길 ▼
여기서 다시 18분 진행하면 남대봉 헬기장이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주위 조망은 별루다.
오다보니 헬기장 못미쳐 우측으로 아주 넓은 공터가 있는데
40~50명되는 떼(?) 등산객들이 점심준비로 왁자지껄하다.
흡사 초등학생들 소풍 온 분위기다.
글쎄 개인적인 견해 차이겠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산행이 재미있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대규모 인원들이 산에 들어오면 산에도 좋을건 없겠고.. 쩝..
사람과의 대화는 주중에 지겹도록 속세에서 했다면
주말엔 산에서 오붓하게 산과의 커뮤니케이션만을 즐긴다면 나의 독선일까..
각설하고,,
정오에 작열하는 한여름 햇볕으로 헬기장에 서있기가 넘 뜨겁다.
급히 수풀에 들어서니 바로 좌측에 정상석이 있다.
◎ 남대봉 헬기장 ▼
◎ 남대봉 정상목 ▼
허기가 진다. 점심을 먹고 가야겠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점심을 펼쳐놓는다(12:31~12:56)
오늘은 특별 메뉴.
그간 숱하게 싸온 참치김밥에 질려 계란말이 김밥으로 바꾼다.
그리고 상추+깻잎+쌈장.
쌈장의 짭짤한 맛이 땀으로 흘린 염분도 보충하고
입맛도 돋구고 좋은 거 같다.
밥을 먹다보니 내 앞으로 하늘소 같은 것이 기어올라
사진에 담아본다. 사람이 그리운지 도망도 안간다.
◎ 하늘소(?) ▼
자 이젠 향로봉으로.
향로봉까진 그야말로 낙타등같이 너울너울이다.
그렇다고 거저 먹기는 아니다.
◎ 남대봉 갓 지나 전망바위에서 본 가야 할 능선(우측 비로봉은 안잡혔다) ▼
대여섯구비 넘으면 치악평전 거쳐 향로봉이다.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비로봉까지 많이 좁혔으나 아직도 남은 거리는 5.9Km.
향로봉에서 10분 정도 쉰다.
밥먹은지 1시간 정도 지났는데도 허기가 진다.
먹자 먹어. 먹는게 남는거여.
◎ 치악평전 ▼
◎ 향로봉 ▼
향로봉지나 첨들어 아늑한 능선 평지길이다.
쉬운 만큼 좀 속도를 내본다.
다음 만나는 곳은 곧은치.
서쪽 원주시 행구동과 동쪽 횡성군 부곡리를 연결시킨다.
정 가기힘들면 여기서 탈출해야한다.
◎ 곧은치 ▼
이후부터도 계속 오름길 내림길 반복이다.
이정목은 건망증 있는 사람 보듬듯이 거의 0.5~1.0Km마다 나온다.
이정목의 주 타킷은 비로봉/상원사 거리다.
좌측으로 입석사 갈림길이 나오면서 비로봉이 임박했다.
입석사 1.2Km/비로봉 1.3Km.
임박한 비로봉이 가도가도 안나온다.
비로봉이겠거니 해서 올라가보니 아니 저기에 웬 봉우리가
오뚜기처럼 우뚝 솟아있는게 아닌가. 저게 비로봉?
여태까지 기진맥진한 사람 기죽이기 딱 알맞는 모습이다.
◎ 오뚝한 비로봉이 임박하여 ▼
그러나 눈에 또렷이 보이는 산은 가까운 법.
막상 멀어보여도 다가가면 산은 관대히 품어준다.
진짜 먼 산은 눈에 흐리게 보이는 산이다.
대피소 같은 곳 지나 계단이 보인다.
이정목은 비로봉 0.3Km. 거꾸로 물구나무로 가도 갈 거리다.
대피소에는 일하시는 분들인지 주욱 모여앉아 라면들을 들고 계신다.
10분을 계단과 급한 암릉을 오르니 비로서 비로봉이다.
향로봉에서 2시간 11분 걸렸다. 들머리에서는 7시간 9분.
비로봉엔 돌탑들이 세군데 정도 있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잠자리떼가 하늘에 하나 가득이다.
전에 설악 대청에서 본 잠자리떼들이 생각난다.
잠자리들은 고산을 좋아하나부다.
◎ 비로봉 직전 계단길 ▼
◎ 비로봉 정상석 ▼
◎ 비로봉의 돌탑들 ▼
◎ 비로봉 이정목 ▼
15분 가량을 비로봉에서 쉰 후 사다리병창으로 하산한다.
사다리병창길도 대단하다.
아주 급경사인데 뛰듯이 내려와도 1시간이나 걸린다.
올라올때 쇠소리깨나 날것 같다.
비로봉에 보니 가족들이랑 같이온 분들도 많은데 꽤 힘들었겠다.
급경사가 끝날 무렵 계곡을 건너는 철교가 보인다.
그 밑엔 날이 바짝 선 듯한 탱탱한 물들. 숲이 우거져 한기가 서린다.
내려가서 몸씻고 세족하고 땀에 찌든 티셔츠를 갈아입는다.
아.. 좋다.
17:37분 산행종료. 총소요시간 8시간20분.
◎ 사다리병창 끝날 즈음의 철교(그 밑에서 몸 씻는다) ▼
이후로는 산책길로 30분 정도 걸으니 매표소가 나온다.
중간에 시퍼런 물 지나고 구룡사를 지난다.
역시 치악산은 명산이다. 물 하나만 봐두 안다.
산아래 저 하류까지도 그 시퍼런 기운이 청정하게 살아있다.
◎ 날 선듯한 시퍼런 물(구룡소인지??) ▼
내심 걱정했지만 원주까지의 교통편도 아주 좋다.
매표소 바로지나 정류장이 있는데
막차가 밤 10시까지 있고 매 20분 마다 있다.
더구나 원주역에선 토요일엔 늘 기차의 좌석이 있다한다.
토요일 원주의 치악산 산행. 흡족 이상이었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