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난 후의 무더위와 계절이 바뀌는 우기(雨期)로 인해 중단했었던 산행을 다시 시작한 날은 비교적 날씨가 좋은 8월 20일, 금요일. 구름 조금, 오후 한때 구름 많음으로 예보된 날이다.
 이 번에 선택한 산행지는 산보다는 의암댐과 등선폭포로 유명한 삼악산. 654 미터의 용화봉과 632 미터의 등선봉, 546 미터의 청운봉으로 이뤄진 산이기에 삼악산이라고 불리우는 이 산은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위치해 있고 계곡의 풍부한 계류로 인해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는 곳이다. 이 중에 등선봉은 입산이 통제되고 있어서 용화봉과 청운봉만 들러 보기로 했다.

 코스는 올라 갈 때에는 힘들더라도 내려갈 때에는 편한 코스를 택해서 등선폭포 쪽보다는 상원사 입구로 올라 가기로 계획했다.

 7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을 사 들고 창동역까지 걸어 가서 성북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8시 41분발 경춘선의 강촌역 티켓을 끊는다. 요금은 3500원. 열차 안에서 김밥을 먹는다. 열차는 금곡과 대성리, 청평, 가평의 네 곳에서만 정차한 후에 도착예정시각인 10시 5분보다 10분 정도 연착한 10시 15분 경에 강촌역에 도착한다.

 북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 보며 다리를 건너 우측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가서 상원사 입구로 가는 버스 노선을 물어 보니 이 곳에서 운행하는 춘천 시내버스는 모두 그 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러나 지루하게 기다려도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다가 30분 정도 기다린 10시 50분에야 겨우 버스를 잡아 타니 등선폭포 입구를 거쳐서 그 다음 정류장인 의암댐 앞까지 겨우 5분 만에 도착한다. 그러나 걸어 가면 한 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의암댐을 지나서 다리 앞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삼분 정도 걸어 가니 차도 건너편에 삼악산의 의암댐 매표소가 보인다. 차도를 건너기 전에 생전 처음 와 본 의암댐을 촬영한다.



삼악산의 의암댐 매표소 앞에서 찍은 의암댐의 전경.

 

 16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콘크리이트 계단을 오르니 계곡에서 흘러 내려 오는 시원한 물소리가 나를 반긴다. 복더위가 사라지고 가을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는 요즘이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덥다. 조그만 절인 상원사를 지나서 타올을 꺼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완만한 비탈길을 오르다가 가파른 곳을 만나 숨을 헐떡이고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내며 계속 오르다보니 현위치가 깔딱고개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그 곳에서 한참 올라 온 가파른 흙 비탈길을 촬영한다. 그리고 좌측에 앉아서 쉬기 좋은 바위가 있어서 10여분간 휴식을 취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한 시간 가까이 걸린 것이다. 깔딱고개 이후로는 로프와 쇠사슬이 많이 설치된 암릉길이다. 의암댐과 의암호의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을 멈춰 서서 내려다 보기도 하면서 로프도 잡아 보고 쇠사슬도 잡아 보고 때로는 세미 클라이밍의 재미도 맛보는, 힘들지만 변화무쌍한 암릉 코스이다.



깔딱고개에서 한참 올라 온 비탈길을 내려다 보며...



암릉길의 기암괴석.



이런 쇠사슬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암릉길에서 내려다 본 의암호의 조망.



죽어서도 멋있는 운치있는 고사목.



나무받침이 설치된 철제 계단을 오르며...



이런 로프도 잡고 오르고...

 

 의암댐 매표소에서 깔딱고개까지 두 발로 오르던 흙 비탈길보다 깔딱고개에서 용화봉까지 네 발로 기어 오르는 암릉길이 다소 위험하기는 해도 재미있고 힘도 덜 든다. 그러나 이 암릉길을 내려 간다면 올라 갈 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리라. 654 미터라고 씌어져 있는 삼악산 정상 표시가 있는 곳에 도착한 후에 5분 정도 암릉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 가니 똑같은 높이로 표기된 용화봉 정상표시석이 나타난다.

 


삼악산 정상 - 654 미터. 



용화봉 정상 - 역시 654 미터.

 

 용화봉에 다다르니 등선폭포로 내려 가는 방향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적막강산이던 암릉길의 고요를 깨고 끊임없이 벌레 소리와 새 소리의 합창이 들려 온다. 확실히 암릉보다는 물도 있고 그늘진 무성한 수풀 속이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탓이리라.

 등선폭포로 내려 가는 하산로는 대체로 잘 정비돼 있고 무성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그리 덥지도 않다. 그리고 삼악산은 유달리 물이 풍부한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의암댐 매표소에서 상원사로 오르는 길에도 그런 곳이 있었지만 계류가 하도 많이 솟아 올라서 등산로를 적시는 곳이 군데군데 있어서 등산화의 바닥이 젖어서 마른 바닥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내려갈 수록 물 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울리고 흥국사 직전의 개울의 징검다리가 있는 곳에서 처음으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탁족을 한다. 흐르는 개울물에 맨발을 담그니 발이 시려울 정도이다. 5분 정도 탁족을 하다가 흥국사로 내려 간다.



등선폭포로 내려 가는 등산로에서 본 기형의 나무.



등선폭포로 내려 가는 등산로의 한 부분.



첫번째 탁족을 한 흥국사 못미처의 징검다리께.

 

 흥국사에서 청운봉으로 가는 위치와 소요시간을 물으니 절 밑의 우측 길로 빠지면 되고 흥국사까지 되돌아 오는 데에 한시간 30분 가량 걸린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14시 30분이어서 갔다 올 시간은 충분한 데 흥국사 밑으로 내려 와서 청운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을 보니 등산로가 별로 좋지 못 하리라는 예감이 들어 과감히 청운봉행을 포기하고 등선폭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흥국사를 지나면서부터 계류의 위세는 서서히 맹렬해지기 시작한다. 이끼낀 바위와 나무 사이로 흐르는 계류의 흐름은 새하얀 물거품을 만들면서 거침없이 사납게 흘러 내린다.



거세게 흘러 내려 가는 계류의 모습.


 선녀탕이 가까워지자 협곡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콘크리이트 계단을 내려 가면서 선녀탕을 보니 서늘한 냉기가 감돌고 동그란 가마솥을 연상케 하는 탕 속을 휘돌아 내려 가는 계류를 담고 있는 탕 속에 금새라도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 와서 목욕을 할 듯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선녀탕을 내려 가니 계류를 건너 가는 통나무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세차게 아래로 흘러 내려 가는 물살을 보니 탁족의 욕구가 솟구친다. 두 번째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탁족을 하니 흥국사 못미처의 개울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풍부한 수량에 힘찬 물살이 일분 이상 발을 담그지 못 하게 할 정도로 발이 시려워서 발을 물에 집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삼복 더위에 왔으면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뛰어 들고 싶었으리라.



두 번째 탁족을 한, 선녀탕 밑의 통나무 징검다리께.



태고의 신비가 감도는 선녀탕.



선녀탕과 힘차게 선녀탕을 흘러 내려 가는 계류.



선녀탕 주변의 암벽과 콘크리이트 계단.



콘크리이트 계단과 선녀탕의 전경.


 10분 정도 탁족을 하면서 지체하다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시 내려 간다. 비선식당이라는 음식점이 나오고 그 옆에 폭포가 있는데 비선폭포인 듯하다. 하산하면서 처음 접하는, 폭포다운 폭포다.



비선식당 옆의 비선폭포.



비선폭포의 근경.

 

 비선폭포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협곡이 장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철제 난간이 설치된 콘크리이트 계단을 중간 쯤 내려 와서 폭 일 미터 정도의 계류를 팔짝 뛰어서 건너니 구름다리 밑의 협곡을 흘러 내리는 내등선폭포(內登仙瀑布)의 거센 물살과 그 물살이 만들어 내는 성난 포말과 튀어 오르는 미세한 물방울의 입자가 이 곳에서 산행에서의 더위를 식히라는 듯이 나를 반긴다. 삼악산의 폭포 중에서 이 곳이 가장 볼 만 한 절경이고 그 물살의 위세가 가장 당당하다.



내등선폭포와 폭포 위에 설치된 구름다리.



내등선폭포.



내등선폭포의 근경.

 

 다시 계류를 팔짝 뛰어서 철제 난간이 설치된 콘크리이트 계단을 끝까지 내려 오니 등선폭포가 나를 기다린다. 그러나 협곡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등선폭포의 신비한 분위기에 쌓여 휘돌아 내려 오는 물살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이 곳도 절경이라고 할 만하다. 폭포수는 협곡의 우측에 있는 개울로 흘러 내려 간다. 이런 절경이 등선폭포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식당가를 지나서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게 놀랍다. 보통 자연이 빚어 내는 절경이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오지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게 보통인데 그런 상식을 뒤집어 엎는 절경이다.

 그러나 매표소가 있는, 2층으로 만들어진 음식점 건물이 협곡을 가로막고 있고 그 이후의 식당가도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어서 이 절경을 감추고 있는 꼴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매표소와 식당가는 차라리 현재의 주차장 쪽에 설치해서 이 절경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보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게 되고 더 유명해질 수도 있을 것을, 얄팍한 상술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등선폭포 밑의 등선폭포.



등선폭포의 근경.



등선폭포에서 흘러 내려 오는 맑은 계류.



등선폭포에서 내등선폭포와 비선폭포로 올라 가는 계단.



등선폭포 입구의 협곡과 계류.



30여분 동안 지루하게 강촌역으로 걸어 온 등선교에서...(중앙에 검봉산이 보인다.)


 등선폭포 입구에서 지하도를 건너니 등선교의 보도로 연결된다. 북한강의 경관을 바라 보면서 30여분을 지루하게 걸으니 강촌역에 도착한다. 몇분 후에 출발하는 상행 열차가 있었지만 식사를 해야 하므로 일단 4천원의 막국수를 시켜 먹는다. 메밀이 섞인 막국수는 면발이 쫄깃하게 씹히면서 약간 씁쓰레한 맛이 일품이다. 막국수를 먹고 나서 검봉산 입구를 살펴 보다가 강촌역에 돌아 오니 18시 55분발 상행 열차는 입석 밖에 없고 그 다음 열차는 19시 31분발이다. 더 기다리기가 싫어서 겨우 5백원이 더 싼 3천원의 입석표를 끊어서 열차를 타니 공교롭게도 이 열차는 백양리역 이외에는 모든 역에서 정차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강촌역에 올 때에는 1시간 30분 가량 걸렸는데 다시 성북역으로 돌아 올 때에는 10분 이상 더 걸렸고 빈 자리가 있었던 처음 몇 역구간 이외에는 서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입석 체험을 해 보니 특히 산행으로 피곤한 상태에서는 입석이 탈 게 못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단선인 경춘선이 하루빨리 복선이 돼서 연착이 거의 없는 편리한 노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150여장의 사진을 찍어서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30장을 뽑아 산행기에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