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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정상>

 

 

무우(霧雨)에 젖어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더니)


 

< 백두대간종주 8 (부항령-삼도봉-우두령) >


 

2008. 4. 12(토)


 

대간 17 명


 

부항령 - 백수리산 - 박석산 - 삼도봉 - 1123봉 - 1172봉 - 화주봉 - 우두령(질매제)  (9시간 10분 - 후미기준)


  

지난 달 아주 무서운 바이러스에 걸려 2주 동안 헤매는 바람에 뜻만 같이 했지 행동을 실천하지 못하는 피치 못 할 실경(失敬)을 하여 대원들에게 미안한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는 건강관리를 잘못한 내 탓이었기에 더 미안할 수밖에...

  

민주주의시대라는 꽃을 피운지가 수십년이 되었건만 이번 4월 9일 실시한 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이 전무후무하게 40%대로 추락하여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민심들만이 알 것이며,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다 하겠다.

물론 선거업무를 종사한 자로서 대충은 알고 있지만, 어쨌든 무거운 짐을 털고 홀가분하게 떠나 대간에 몸을 맡길 걸 생각하니 신선(新鮮)한 설레임이 앞선다.

  


숯 껌정이 빛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저절로 눈이 떠진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온통 희끄무레빛 뿐이었던 창 밖 풍경이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습기를 머금은 춘기의 새벽 공기 푸른빛에 광활한 산야는 자기(紫氣)로 가득하고 산등성이의 파란색이 더욱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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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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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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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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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군락을 이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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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하는 할미꽃의 자태가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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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을 향하여>

  

  

 

부항령의 봄빛 서정

  

 

부항령 들머리에 도착.

우윳빛 깊은 안개속으로 투명한 광채를 비쳐오던 든든한 햇살은 능선으로 올라갈 쯤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또 태양은 마지막 빛을 던져오며 이곳의 은밀한 구름속과 안개속으로 사라져 갔다.

오늘은 왠지 은빛가루에 묻혀 종일토록 그 속에 젖는 기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등로를 따라가자 초봄의 길섶엔 진달래꽃이 군락을 이루어 수수하고 소박한 춤을 추며 우리 곁으로 날아들고 오랜만에 보는 할미꽃의 자태에 화사한 웃음이 찾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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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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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의 전망은 안개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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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기만 나부끼니 황량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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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나무계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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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능선에 선다.

안개비가 뿌린다.

온 몸을 휘감으며 사정없이 뿌려댄다. 아울러 안개는 덩달아 신이 났는지 최절정의 순간으로 돌변해 버린다.

우린 개의치 않고 너그럽게 봐주며 갈 길만 가는 아주 순둥이들이다.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참목 집단을 보노라면 정갈하게 자란 형태에 깊고 단아한 맛을 느낀다. 이곳의 오전을 적막의 터널과 같은 이 기나긴 그 숲이 단순한 숲으로만 볼 수 없는 한가지이다.

  

사방천지가 안개의 장막으로 드리워져 신비하게도 무리 속을 은은하게 떠다닌다. 실로 전에 그 광경을 볼 수 없었지만 또 상상해보지도 못한 이곳이다. 그런대로 갈만하다.


깊게 들어오고 어수선하게 깔려있는 잡목들로 하여금 심상한 기분이 들게 해주면서 안개비가 그칠 줄 모른다. 벌서 2시간 30분째다.


“ 틀렸다. 오늘은...”

“ 젠장, 그 비는 그칠 줄 모르니... 아무튼 기다려 보자. 이 또한 기다림의 미학이 아닌가.”

“ 막막하게 기다리느니 차라리 우리방식대로 걷히거나 말거나...”

여기, 저기 볼멘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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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밭을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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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넘어오는 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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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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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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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정상 - 경상,전라,충청의 삼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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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리산과 삼도봉의 기품 있는 기운을 맞으며

 

오른다.

내려간다.

또 오른다.

지정된 소로로 갈 수밖에 없는 매우 고약한 처사이기 때문에 한눈을 팔수 없는 것이 안타깝도다.

한편 이 시간 참목의 향연이 없었더라면 황량하기 짝이 없고 황폐한 마음만 들었을 테다.


가끔씩 바위틈 길 언덕에 포기포기 서있는 소나무의 사철푸른빛은 이 세계에서는 보기 좋은 이채로움이다.

이곳의 오전을 이렇게 끝마치니 허망하기도 하거니와 기대가 무너지는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

큰 오름을 거쳐 길고 큰 한숨을 토해내니 삼도봉 정상에 다다른다.

때는 12시 10분이라.

더욱더 안개의 기승이 심해진다.

고독한 느낌이 한기와 더불어 핍박이 심하다. 사위의 안개는 더 지독할 뿐 아직 걷히지 아니하고 옷자락에 촉촉이 스며든다.

정상 아래에서 오전을 마치는 행사로 다함께 달콤한 휴식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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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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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봉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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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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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돌아보고>

  

  

가야할 시간이다. 가기는 가면서도 무조건 걷히리라는 일련의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내려가니 넓은 평야 같은 초원지대가 눈 아래 밟힌다. 더구나 부드럽고 포근한 나무계단과 함께.

처음으로 시야가 터지면서 창창한중에 웅후하며 당당한 급경사의 산맥이 우뚝 나타난다.

참으로 훌륭한 풍광이로다.

모두들 경이로운 자연의 감탄에 그저 놀라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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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안개의 품속으로, 기운을 압도할 바람속으로

  

다시 걸음을 옮겨가며 골짜기를 지날 때 마다 우렁찬 바람소리를 내리지르니 적막한 산간에 벽력이 치는 듯 자못 요란스럽다. 이 같은 광경은 무명봉에서 1111봉까지 가는 3km사이에서 가장 많이 보거나 들을 수가 있었다.

또한 1111봉까지 오는 동안에 일행은 길에 너무나 애를 태우는 피차의 정경이 가련하여 아무 말들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 봉을 지나면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생각을 달리 하였는지 이 얘기, 저 얘기로 웃으며, 침묵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이 흥겨운 담소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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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직벽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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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1175봉에 당도한다.

웅장한 기암으로 사위의 배경을 대신해 버린다. 시원한 안개바람과 함께.


그럭저럭 가는 걸음이 이름 없는 봉을 지나고 1180봉을 지나니 보이는 곳은 무리의 참목 숲뿐이다. 그리고 간간이 섞여 피어있는 노랑들꽃은 화모전(化貌展)을 펴 놓은 것처럼 보이며 산들산들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앙증스럽다.

이에 혹독함이 수그러진다.

조금 내려가자

" 으 ~ 악 "  

처음 접하는 수직절벽이다. 거의 수십 미터 수직의 벼랑을 오직 밧줄에 의지하며 내려가니 긴장의 끈을 풀 수가 없다. 다들 지친표정이라 조심스런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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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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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산(화주봉)>


 

오르고 또 오른다. 석교산(화주봉)이 지척이다.

좌우 양쪽에는 참목과 철쭉, 잡목들이 꽉 들어차서 무성하게 있다. 우리는 이런 곳을 지나서 높고 평평한 곳을 얼마동안 걸어가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는 동안에 화주봉에 닿는다.

여기서도 사위의 전망은 없어진지가 오래라 그닥 서운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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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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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령 가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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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령에서>

 

황톳길과 부드러운 산맥은 이곳의 자랑이다.

  

컴컴한 나무숲을 가득 싣고 있는 웅장한 산봉우리에는 때때로 흰구름이 걸쳤다, 흐르고 흐르다가, 걸치곤 하니 이 광경 또한 볼만하다. 심신이 매우 지쳐 있을 때 한모금의 감로수가 아닌가 싶다.

휴식 후 생각을 비워내며 산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환해지더니 뜻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때를 놓칠세라 여기서 찰칵 ~, 저기서 찰칵 ~

산봉우리가 그리 높지는 않으나 그 산맥이 쭉 뻗어 장엄한 기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또 계곡의 굴곡과 협곡의 웅장미가 퍽 완화된다. 은회색 빛 아래 고요히 잠들고 있는 청산. 실로 두 번째 보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고개를 다 내려가니 아리땁게 피어있는 야생화가 쓸쓸하고 깊은 골짜기를 생기 있게 만드는데 야단스럽게 흐드러져 피어있는 제비꽃이


“ 내가 있거늘 어디를 급히 가려오. ” 하고 고함을 질러 이르는 듯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쉬운 맘이 홀연히 생겨난다.


“ 설령 그대가 비록 불행하게도 이름 모를 깊은 골에서 화려하지 못하고 쓸쓸히 자란다 해도 또한 스스로 깊은 산골짝에서 지내는 것이 깊고 깊은 울림을 남긴다. ” (17:20)

  

*****

    

初登上面, 一步更難一步. 及趨下面, 徒自擧足, 而身自流下.


처음 위쪽을 오를 때는 한 걸음에서 다시 한 걸음 딛기가 어렵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는 그저 발만 드는 데도 몸이 절로 흘러내려왔다.

       

2008.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