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 온 날 : 6월 4일 (금) ~ 6월 5일 (토) 기상상황 : 옅은 구름 드리워짐 (산행에 최적) , 대청에 서니 다소 쌀쌀 구간 : 오색매표소 - 대청(일출 안보고) -중청 -소청(아침식사) -봉정암 -사리탑- 오세암- 가야동계곡 - 수렴동산장(발담그고) -영시암 - 백담사-용대리행 버스 주차장 - 용대리 누구랑 : 검은 독수리 6 남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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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청산장에서 뒤돌아 본 대청봉 -
망설이다 설악이라는 말에 머릿속은 마비되고 다리근육은 벌써 설악을 위한
워밍업에 들어 갔습니다.
6월 4일(금)밤 우리일행을 태운 버스는 텅빈 국도를 질주 합니다.
오랜만에 검은 독수리팀의 설악산행은 즐거움 그 자체 입니다.
내 설악휴게소에서 30분을 쉬고 오색입구에 내리니 새벽 2시 20분.
새벽잠을 설친 직원에게 입장료를 내고 대청봉으로~
작년보다 잘 정비된 계단은 좋긴하지만 처음부터 진을 뺍니다.
그래도 설악인데 대가를 지불해도 행복한 새벽입니다.
한참을 힘들이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생기가 돌고
어두운밤에 설악폭포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청각에 호소하는 이정표 입니다.
새로운힘이 솟고 숨이 트인 저는 튼실한 야생마가 되어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인내를 시험 합니다.
- 용아를 배경으로한 독수리형제 -
대청에 오르니 일출을 기다리는 산님들이 아직 싸늘한 바람을 맞고 서있고
우리는 중청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오세암에 가려면 일출보다는 시간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고 대부분 대청에서
일출을 보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공룡이 아직 깨어나기전 얌전하지만 기세등등한 자태를 훔쳐 보며 중청에서
숨을 고르고 소청에서 아침식사.
라면과 햇반 , 김치는 산상 진수성찬입니다.
설악의 아침 새소리는 청아하여 언제나 상큼한 느낌으로 다가 옵니다.
- 봉정암의 일주문 -
봉정암에서 미역국에 밥을 먹고 싶었으나 불교신자도 아니고 미안함이 앞서
소청에서 아침식사를 해결 하였지만 그곳에서 아침을 드시는 분을 보니
입에 침이 고입니다.(걸신이 들었나 ~^^)
적멸보궁을 둘러 보고 사리탑을 향하여...
- 기암아래 봉정암풍경 -
처음으로 오세암을 가기위해 들른 사리탑은 고색창연하고 용아의 정수리 부분에서
설악의 비경을 굽어 보며 오랜 성상을 견디며 아직도 단아한 자태 그대로 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몇안되는 사리탑이 이 높고 아름다운곳에 있으니
우리나라 불자들의 공력은 대단하지 않습니까?
- 사리탑 근처의 토종 라일락 서양으로 시집가서 미스킴라일락으로 명성을 떨침 -
- 봉정암 사리탑 -
사리탑을 보고 오세암으로 발길을 옮기다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기지개를 켜는
용아를 봅니다.
어제 가슴아픈 얘기( 2분이 자살하였다고 함.)를 상기시키며 용아를 보니
슬픔에 잠긴듯한 용아는 가슴을 아리게도 하며 묘한 아름다움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이승에서의 힘들었던 삶 저승에서 편안하기를......
- 슬픈 아침을 맞는 용아장성릉 -
오세암으로 내려가며 용아의 위용을 만끽하고 나면 용아도 안보이는 다소 지리한
오름과 내림이 반복됩니다.
메카를 향해 오는 이슬람교도 처럼 우리의 불교신자들은 오세암에서 1박을하고
봉정암을 향해 우리와 마주치며 오릅니다.
저도 보살님, 처사님 성불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냅니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를 지팡이로 잡아당겨 주시며 오르는 노부부는
부처의 설산수행처럼 비장함마져 느껴져 옵니다.
해는 떠올라 열을 토해내는 시간 오세암은 멀기도 합니다.
설악폭포의 물소리 다음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
그것은 오세암의 목탁소리 였습니다. ( 이렇게 반가운 목탁소리는 처음.)
- 전설속의 동자스님의 환생인가? 놀이에 열중인 동자스님 -
힘겹게 도착한 오세암은 의외로 크고 단청이 화려해 약간은 실망 하였습니다.
저는 조그만 쇠락한 암자가 보존되고 새롭게 중창불사를 한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펼쳐진 풍경은 속세의 찌든때와 상념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오세암 -
이제는 가야동계곡으로 내려서고 아름드리 분비나무가 제무게를 못이겨
쓰러진 원시의 비경을 간직한 구간을 지나 설악산객들의 대표적인 안식처
수렴동산장에 다다릅니다.
우선 시원한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다리근육의 피로를 달랜 다음 시원한 막걸리와
도토리묵으로 잠깐의 휴식을 취합니다.
- 맑고 차가운 수렴동계곡 -
쉽지만 어렵고도 마지막인내심을 자극하느 수령동산장에서 백담사, 그리고 버스정류장...
이 구간은 방심하기 쉬우나 밤을 새워 걸어온 지친 산객들에겐 마의 구간(?)
계곡을 옆에 끼고 걸으니 눈은 즐거우나 다리는 천근만근.
예전에 아픈무릎을 끌고 폭염에 내려오던 기억까지 겹쳐 기진맥진.
그래도 워밍업의 효과는 대단하여습니다.
무릅도 아프지않고 콘크리트포장길을 보무도 당당하게 참아내며 걸었습니다.
12시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용대리행 버스에 몸을 싣고 용대리에 도착하니
속초산 횟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그늘에 앉아 입을 즐겁게 한다음 서울로...
지리는 온화한 어머니 같고 설악은 애교많고 상냥한 애인 같다는 생각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가족여러분!!
긴산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근교의 낮은산에서 충분한 워밍업을 하십시요.
효과가 대단하더군요^^
그리고 요즘 무박산행에 대한 비판의견이 많은 줄 압니다.
제 자신도 무리한 야간산행과 산을 제대로 음미 하지못하는 산행에 대해 반감이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안내산악회를 따라 갈 수 밖에 없음을 이해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