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종주산행기
일시:2004. 6. 11~13일(1박3일)
코스:인제.원통지나 한계령방면 장수대-대승령-서북능선-귀떼기청봉-끝청-중청봉-대청봉-
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오세암-백담사-용대리
*9명의(남:6 여:3) 산객들이 설레이는 마음을 쓸어 내리며 생각조차 힘든 설악종주의 길을 나선것은
경주에서 저녁9시였다.
봉고차에 몸을 싣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긴장들을 한 탓인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 비상을 꺼내어 한컵 씩 먹고는 뻗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게 발단이 되어 이튼 날 고행의 산행이 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비상이라는 것이 한컵 씩으로는 누구도 가지를(뻗지를) 않고 홀짝홀짝만 거듭하는 손목운동으로
변하고 말았다.
산행하며 이틀 먹을 극약인데 몇 시간 동안 모두 비우고 (1인3~4병은 될 듯) 말았으니........

장수대 아래서 날새기를 기다렸다가 5:30분에 아침 취사를 하여 감자.양파.멸치를 넣고
된장찌개를 해장국 삼아 억지로 몇 숟갈 먹고는 장엄하고 빼어난 설악정복을 위한 초입의
산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처음부터 가파른 산길은 여지없이 어젯밤 먹은 비상의 효과를 100% 발휘하고 있었다.
3~40분 오르니 대승폭포가 보이는 넓은 반석에 다다랐다.
배낭을 풀고 드러 누우니 이른 아침 태양이 밝은데도 하늘엔 웬 별이 번뜩이는지.......
꿩약 탓이야 꿩약!! (아니 비상이라고 해놓고..)
물 한 모금 삼키고 심호흡을 하고 나니 별들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시원한 계곡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있었다.
아~
88m의 대승 폭포여 부서지는 물보라는 어디 가고 어린아이 오줌 줄기만 있느냐?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배낭을 매고 나니 한결 마음이 새롭고 몸에 힘이 솟는 듯 하다.

날씨가 맑아 건너 산과 내려다 보이는 한계령 가는 길이 아득히 실처럼 가늘게 보이는데
산중턱 흰구름이 뾰족한 능선의 바위틈에 걸려 꼼짝달삭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출발한지 1시간20분만에 대승령에 다달으니 표지석이 보인다.
여기에서 좌로 가면 12선녀탕이고 우로 오르면 이번 산행목표 코스가 된다.
배낭을 풀고 기념사진 찍고서는 오이와 과일들로 갈증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서북능선의 정복에 나섰다.
비교적 순탄한 오르막 이지만 귀떼기청 까지는 4시간 이상의 시간을 예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다고 절대 서두르지는 않았다.
내일 산행을 위해 체력 안배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좀처럼 하기 힘든 종주를 하면서 앞사람
등만 보고가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서다.
온갖 들꽃과 풀들을 보고, 계곡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 맛도 보고, 걸어 온길 돌아보며 운치도 느끼며 그야말로 즐기는 산행을 하리라 서로에게 다짐도 하였던 터이다.

하지만 무거운 짐과 상당한 인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산행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마라톤 하면서 쌓은 내공도 조금씩 써가며 근력강화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발한발 걸으면
좋은 결과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힘든 능선길에 바위를 타고 오를 때는 여자들이 무척 신경이 쓰였지만, 그들 역시도 자력으로 종주해야 겠다는 각오가 있어선지 인내하며 등반하는 것 같아 안스럽기도 하였다.
인생살이도 그렇지만 고생 끝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었다.
칼날 같은 봉우리도 오르고 나니, 조망되는 경치에 한순간 넋이 나간 사람들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신선이 되어 이 자리에 있는 듯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건 보상차원을 넘어 대 만족이었다.
서북능의 끝 자락 에서는 백담 계곡과 용아장성 능선의 날카로움이 소청 산장까지 이어져 내려다 보이는데 섬뜩하고 오금이 저려오는 전율이 느껴졌다.
용의 이빨처럼 생겼다고 이름하였다 지만 저 능선은 전문 산악인도 몇 명이나 집어삼킨 힘들고 험한 능선이란다.
예전의 모 축구국가대표 감독도 저 내려다 뵈는 능선에서...............................
삼가 앞서가신 산악인들의 명복을 빌어 본다.

출발시간부터 6시간 20분만에(오후1시20분) 귀떼기청봉에 도착하니 허기가 져서 배꼽이 등에 붙은 듯 하다.
귀떼기청봉은 1577m이지만 정상부근은 사방이 너덜이다.
너덜지구에서 그늘 찾기가 쉽지는 않아서 그냥 바람만 피하여 점심을 먹기로 하기로 하였다.
산객들도 한계령에서 오른이들과 겹쳐지니 재법 분비고 있지만 모두 저 멀리 조망되는 공룡능선과 마등령,정면으로 바라뵈는 중청봉, 계곡깊이 숨은 듯한 봉정암과 오세암이 조망되고 동해바다까지 건너 뵈니
이건 너무 좋다!!! 의 도를 넘기고 있었다.
아까 언급한 용아장성능선은 더욱 가까이 조망되고 소청에서 수렴계곡까지 길고 날카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와~ 이렇게 맑은 날 이런 곳에 내가 서 있다니........
밥이 끓는 것도 잊은 채 모두들 카메라에 담고, 기억 속에 담고, 눈에도 담고, 담고 담고 또 담았다.

점심을 먹고서는 너덜 길을 4~50분 걷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든 길이었다.
잘 아시겠지만 너덜 길은 발과 눈과 정신이 일체가 되어 걸어야하는 고도의 집중 산행이다.
그러니 신경을 많이써서 피로도 빨리 오고 관절부분에 무리도 올 수 있다.
오후5시가 되어서 끝청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너무 맑아 온갖 곳이 조망되어 정말 운도 좋고 기분도 맑아지는 듯하다.
더군다나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산꾼들이 나누는 잡담에 금방 정이 들곤 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
오후6시 10분에 중청봉 대피소에 도착하니 벌써 산장 예약한 산객들은 밥을 짓고 여기저기 웅성대는 모습들이 시골 장터 같기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대청에 올랐다가 소청산장에 다다르니 7시다.
여기도 붐비는 것은 마찬가진데 보름전 인터넷 예약을 한 관계로 곧장 방을 배정받고 저녁 준비를 하였다.
삼겹살과 라면.밥으로 소주를 반주하여 오랫동안 설악의 밤을 얘기꽃으로 보내면서 자신을 돌이켜 보기도 하였다.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나의 인생 길은 길게 살아왔다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물같은 인생이 뭐 그다지 이 욕심 저 욕심 온갖 허세 부려 가며 살아왔던 가도 돌이켜 보지만 정답이 떠 오르지 않는다.
오늘밤 설악의 정기를 받으면 답을 얻으려나........
산장에서150m 떨어진 곳에 샘터가 있는데 헤드 램프를켜고 몇 사람씩가서 발을 씻으니 물이 차서
피로가 일순간 회복되는 듯 하다.

산중의 밤을 날짐승과 들짐승. 이름 모를 들꽃을 자리 삼아 자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일행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여 서둘러 출발하기를 6월13일04:40분!
1차 목적지는 희운각 대피소이다.
거기에서 아침취사를 하기로 하고 덥기 전에 한 걸음 이라도 더 가자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어제의 행운이 오늘도 계속 이어지는 듯 04:57분경 동해의 일출이 시야에 들어 왔다.
순간 모두 걸음을 멈추고 두 팔을 높이 벌려 길게 호흡을 하여 태양의 정기를 들이 마셨다.
아니 붉디붉은 태양을 크게 한입 넣어 그대로 삼키는 것을 반복하였다.
아주 크게, 깊게, 그리고 엄숙하고 조용하게...........
배꼽 밑의 단전에 꽉 차도록 삼키고 또 삼켰다.
어제 서북능선 산행 때에 1000년이 넘어 보이는 주목의 기를 받으려고 끌어안기를 십수 그루를 하였듯이 오늘은 설악의 동쪽에서 동해바다 수평선에서 갓 오르는 저 태양의 기를 흡수하기 위하여 태양을 삼키고 있다니......................................

05:30분에 희운각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개인 볼일들을 마치고, 배낭의 짐들을
점검하여 하루산행의 결의를 다졌다.
공룡능선은 험한 길이다. 그렇지만 죽도록 위험하지는 않다.
매우 힘든 곳이 4곳, 나머지는 모두 힘들다는 정도이기에 전반적으로 체력소모는 많이 된다.
여자 악바리들에게는 그래도 너무 겁을 주지 않고 안전산행의 다짐을 반복하였다.
여기 까지 온것만도 대견스럽다고 생각되는데 더 이상 지나친 기대는 욕심이다.
길이 험해 부축은 못해도 남은 양식으로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종주의 맛을 보여 주리라 다짐하여 본다.
그렇게하여 1275봉과 나한봉들을 치고 빠지는 동안 외설악의 울산바위.권금성 화채봉. 천불동 계곡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어제 걸은 소청.중청.대청.끝청.귀떼기청들이 가까이서 보이는듯하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늠늠한 자태는 일품이고 용아장성과 마등령쪽 암벽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고도 남는다.

아침 먹고 출발한지 4시간이 경과되는 시점에서 공룡능선을 빠져나와 마등령에 다다랐다.
이제 산행의 고비는 모두 넘긴 경우지만 체력소모가 많이 된 듯한 일행이 몇 있고, 근육이 굳어지고 골반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자분들도 있다.
맛사지와 스프레이로 아픈 곳을 처치하고는 햇볕은 따가워도 고산 특유의 시원한 바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서울서 오셨다는 70대 중반의 어르신들께서는 아직 힘이 남아도는 듯 활기가 있어 보인다.
그분들도 어제 산장에서 1박하고 공룡능선을 타는데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혈색들도 좋으시고 활기가 있어 보여 모두들 부럽게 여긴다. 그 나이에 비슷한 친구끼리 취사까지 해가며 산행을 하다니 부럽다. 25~6년 후에 우리도 저렇게 될수있을까 반문도 하면서 하산 길에 들었다.

1시간을 넘게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염불소리가 들린다.
오세암인가 하고 짐작하며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니 저 만치 암자치고는 웅장한 법당과 요사채가 시야에 들어 온다.
서북능 쪽을 건너보니 8부 능선은 조금 넘게 내려온 듯 하다.
점심공양시간이 넘어선지 밥이 떨어져 공양을 못드려 미안해 하는 공양주의 인심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법당 앞에 큰절하고 조금 더 내려와서 마지막 산중 점심을 먹었다. 하산길은 네발 또는 다섯 발로 기어서 등산할 땐 느끼지 못한 내리막의 복병은 일행 대다수가 겪었다.
무릅은 물론 관절과 허리통증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아무도 도움을 청하거나 주저 앉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첨부터 자기와의 굳은 약속을 지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3시간여의 사투끝에 백담 휴게소에 도착하니 오후3시 20분!
파란 물감같은 계곡 물에 세수도 하고 발도 씼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버들치며 기름쟁이. 뿌구리등의 물고기들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수에 노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휴게소 부근의 계곡은 천을 이루고, 수 많은 돌들이 나체로 누워 있는 모습이 수석 전시회를 방불케 하는가 하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 누구도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자, 이제 마지막 남은 에너지는 최대한 찍고, 느끼고, 보는데 소비하자!
휴게소에서 아이스케이크를 하나씩 사 먹고 넓은 숲길을 한참 걸으니 백담사이다.
마등령에서 4시간 넘게 내려온 길이다.
주변에 정비가 많이된 듯 교량과 석축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고는 있지만 너무 현대적이고 자연훼손을 많이 한듯하여 안타깝다.
그래도 법당에서 큰절하고 만해 한용운선생의 유물관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방을 둘러보고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설악 대청봉에서 100번째 담(소)이 있는 곳에 절을 지었다고 하여 백담사라 불리는 절을 뒤로하고 포장된길을 3.1km걸어서 셔틀버스 주차장까지 내려 왔다.
포장을 말던지 차량출입을 모두 허용하던지 하고 투덜대면서.........
지거는 차타고 다니고 산객들은 걸어다니고...................

오후4시50분 길고 긴 종주를 한 사람의 부상이나 낙오없이 무사히 마치고, 국립공원 셔틀버스를 타고4km를 내려와 용대리에서 우리의 봉고차를 맞이하였다.(장수대에서 대리운전하여 약속된 장소)
3일의 날짜를 거쳐 꼬박 이틀의 산행은 또 하나의 추억과 인내심을 시험하고 부수적으로 체력까지 단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제의 메밀국수집에서 비빔면을 시켜 놓고 막걸리로 건배하며 힘! 힘!힘!하고 외치니 그 성취감은 집주인도 놀라게 하였다.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23시간의 걷는 동안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멋진 날씨에 멋진 풍경을 조망하면서 또 다른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평소 몸 관리의 중요성도 느꼈으리라...
모두 희열과 성취감에 행복해 하며 그렇게 막을 내리는 순간 12선녀탕과 용아장성능선의 도전이 가슴속에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2004. 6.17
경주 양북산악회<김 재 호>



▣ tdcyoun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님의 산행기를 보고있으니 저의생각이 나는군요. 저역시 님과 같은코스로 ... 대승령부터-귀떼기청봉 인내와 투지가 필요한지역이죠 날씨는 뜨겁고 목은 마르시고 이곳코스는 식수도 보충할곳도없고 험란한 코스 다녀온 사람많이 님의 심정을 압니다 귀떼기청봉에서 약600m만 빨간 화살표대로 하산하시면 반가운 숲속 쉼터가 있는데 모르시고 너덜길에서 식사를 하셨군요 뜨거운데.....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여성 산님들께서 대단하시군요 님의산행을 축하드립니다 늘 즐산하십시요.....
▣ 운해 - 단체 산행을 무사히 마치신 김재호님께 축하 드립니다. 언제나 무탈산행 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이두영 - 설악산 종주산행 무사히 마치신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림니다 특히나 여자 분들도 계신데 수고 하셨읍니다 단순히 걷는다는것을 떠나 자연의 경관을 구경하시는 산행모습이 더좋군요 가뭄으로 인해 박연폭포[개성],구룡폭포[금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중하나라는 대승폭포의 물줄기가 실망을 시켜군요 어려운 길인데 정말 수고 많았읍니다 나도 설악산을 많이 다녔지만 산에서 일박은 못해 봤담니다 보람된 산행이 였읍니다 언제나 건강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