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雲岳에는 초보 산꾼만 있었네...

  

- 경기도 가평군 포천군에 걸친 운악산
- 04.08.14(토) 07:10 -11:30
- 안개
- 나홀로

  

山 不 在 高 有 仙 則 名
水 不 在 深 有 龍 則 靈

  

산의 가치는 그 높이에 있지 않고, 신선이 살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명산(名山)이요,
물의 가치는 그 깊이에 있지 않고, 용이 살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영담(靈潭)이로다.

  

어느 산님의 산행기에서 읽은 멋진 문구다.
찾아보니 당나라 사람 유우석이 쓴〈누실명(陋室銘)〉에 나오는 말이다.
"비록 누옥이지만 자신의 덕향(德香)으로 향기가 감도는 집이 될 것이다....."
강한 의지와 대단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공자께서도 일찍이

"그 곳에 군자가 살게 되었는데 어찌 더 이상 그곳을 누추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 하셨다는데...
이 멋진 문구를 가슴에 세기며 산을 올랐다.

  

산이 높아야만 산이랴!
산을 좋아하고 산을 즐길 줄 알고, 그 산의 가치를 아는 내가,
그 산에 오르니 그곳이 바로 명산이고, 내가 바로 신선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오늘 명산에 올랐으나, 신선이 되지 못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도

'산꾼이 비 온다고 산행을 안 하랴!" 하며 호기 있게 산행을 결행해서,
계획대로 산행을 마쳤는데도, 무엇인가 허전하다.
멋진 바위와 소와 나무가 있었으나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여 안개에 가린 눈으로는 볼 수 없었고,
하산길의 지루함과 스스로의 재촉으로 천년고찰의 향기를 맡지 못했다.

  

오늘,
이른 아침 안개 낀 추억의 경춘국도를 달려
'뫼뿔이 구름을 뚫고 솟았다는 운악'에 올랐으나
안개속의 운악에는 신선은 없었고, 어느 초보 산꾼만 있었다.

아! 산이여...


                                                   덕향(德香)이 감도는 그날을 기다리며

                                                                              안개낀 운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