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역에서 용문산까지

 

o 산행일시 ; 2008.11.30(일), 맑음
o 산행구간 ; 용문면 다문1리->곰산(395.2m)->논골재->절고개->용문산(1157m)->
장군봉(1065m)->상원사->연수리
o 산행시간 ; 총 9시간(휴식시간 모두 포함), 도상거리 : 약 14㎞
o 교통편 ; 청량리역에서 용문역까지 무궁화호 기차로 왕복

  

용문역에서 용문산(1157m)에 가려면 일반적으로 한 시간마다 있는 용문사행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가면 된다. 청량리에서 7시 정각에 출발하는 안동행 무궁화호를 타고 용문역에 내리면 8시 40분에 출발하는 용문사행 버스를 여유있게 탈 수 있으며 연수리행이나 중원리, 석산리행 버스도 비슷한 시간대여서 7시 기차와 잘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용문역에서 내려 읍내를 북으로 가로질러 6번국도 아래를 지나면 용문소방서 직전에서 곰산(395.2m)으로 오르게 되고 능선을 계속 따라가면 용문산까지 갈 수 있다. 혹은 소방서 지나 좌측능선으로 오르면 삿갓봉(474.7m)과 백운봉(940m)을 거쳐 용문산으로 갈 수 있으니 두 능선 사이에 있는 연수리를 중심으로 원점회귀산행을 하게되는 셈이다. 도상거리로 약 20km이니 용문산을 원없이 오르내릴 수 있고 거기에다 왕복버스비 2,000원을 아끼는 보너스까지 주어진다.

기차에서 내려 흰눈에 덮힌 용문산을 바라보며 10분 정도 걸으니 8시 25분 곰산 등산안내판이 나타난다. 곰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라고 옛사람들은 곰산이라고 이름지었을까? 곰산엔 서울의 대모산처럼 용문주민들이 언제든 쉽게 등산할 수 있도록 여러 마을에서 코스가 다양하게 나있었다. 용문소방서 직전에 산길로 올라서니 우측으로 6번국도 건너 용문휴게소가 보이고 곰산을 향하여 북쪽으로 등산로가 훤하게 뻗어 있다. 토요일에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고 추워서 이젠 겨울이구나 싶어 완전히 겨울복장으로 갈아입고 왔는데 오늘은 바람이 없고 햇볕이 따뜻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등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에 온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흐른다. 난데없이 웬 '햇볕정책'?

30분 걸려 운동시설이 있는 곰산에 오르니 북쪽의 용문산과 동쪽의 중원산(799.8m), 도일봉(863.7m)이 멋지게 조망되고 횡성쪽 산하가 아득하다. 정상엔 곰산(408m)이라고 쓴 나무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데 지형도엔 395.2m로 되어 있으니 아마도 북쪽에 있는 헬기장(408.4m)과 혼동한 듯 하다. 정상을 지나 나무그늘 속 오솔길로 들어서니 햇볕에서 벗어나 시원하다. 이제부턴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게 좌우로 균형을 잘 잡고 가야 한다. 좌측으로는 연수리가 되고 우측으로는 덕촌리와 오촌리를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가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간벌작업이 되어 있는 우측능선으로 갔다가 되돌아왔다. 간벌꾼들이 남긴 발자국은 가끔 산꾼들의 발자국과 섞여 혼란을 일으킨다.

9시 38분 사거리안부룰 지나 10시6분 헬기장으로 된 408.4봉에 이르니 진도개 두 마리를 앞세우고 나이 지긋한 부부가 뒤따라 올라온다. 잠시 쉬면서 개와 올무에 잡힌 멧돼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출발, 임도를 거쳐 논골재의 절개지에 이르니 10시 35분이다. 연수리와 오촌리를 잇는 도로인가 했더니 길이 끊어지고 논골재 약간 북쪽으로 터널을 뚫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었다.

반대편 절개지 위로 오른 다음 낙엽위로 희미한 발자국을 더듬으며 가다가 낙엽속에 숨은 조그만 나무둥치에 걸려 넘어지며 왼쪽 촛대뼈에 상처가 생겼다. 흑고개를 지나니 비로소 표지기가 눈에 띄기 시작하고 굴참나무가 많아지더니 11시 25분, 전망이 아주 좋은 519.7봉 헬기장에 도착했다. 용문산 3.9km, 월드2봉 0.4km, 연수관 1.1km 이정목이 있는데 신점리 주차장 입구에 있는 월드건설 소유 벨라지오호텔에서 세운 모양이다. 무명봉에 월드1봉, 월드2봉 이름까지 붙여놓았는 바 아마도 헬기장이 1봉이고 537봉이 2봉인듯 하다. 조망이 워낙 좋아 사진 찍고 모처럼 주저앉아 떡 한 조각 먹으며 칼로리를 보충하고 있는데 마침 묵직한 DSLR카메라를 든 젊은 산꾼이 절고개쪽에서 오길래 멋진 용문산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11시 40분 출발하여 절고개에 도착하니 12시 20분이다. 절고개에서 정상까지 2.1km라니 한 시간이면 될까? 명성산에 오를 때 등룡폭포코스로 가지 않았듯이 용문산에 오를 때도 절고개로 올라본 게 5년은 된 것같다. 그래서 절고개에서 오르는 코스가 그렇게 가파르다는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었는데 너덜길이며 바위며 경사가 대단한 산길이었다. 더구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많아지고 미끄러워 시간을 끌게되니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예상보다 늦은 2시였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우측으로 날카로운 용문봉능선이 보이는데 2005년 10월 저렇게 급한 사면을 俉森친구들이 어떻게 말짱하게 내려왔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하다.

용문산 정상이 개방되고 지난 6월 처음 찾았다가 반년만에 눈덮인 정상에 다시 섰다. 남쪽으로는 곰산부터 시작해 오늘 올라온 능선길이 S자형으로 길게 이어져 있고 동으로는 용문봉(951m), 용조봉(631m), 중원산, 도일봉이, 북으로는 봉미산(856m)을 지나 보리산(621m), 장락산(627m)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참으로 장쾌하다. 정상은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나무로 잘 정비되어 있으나 눈에 덮여 앉을 데가 없고 갑자기 몰려온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며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20분 남짓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내려와 평상과 벤치가 있는 장군봉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2시 25분 장군봉을 향하여 출발했는데 눈에 덮인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혹시나 싶어 가져온 짝짝이 네발 아이젠을 차긴 찼는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조금 가다가 한쪽이 벗겨졌길래 되돌아가 찾았는데 그나마 조금 가다가 부러져버렸다. 효과도 별로 없는 네발인데다 한짝 뿐이니 미끄러운 길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소한 백운봉까지 가서 하산길을 결정할려고 했는데 어렵게 되어버렸다. 사나사에서 올라왔다는 단체산행팀과 좁은 눈길에서 마주쳐 시간이 계속 지체된다.

3시 14분, 장군봉능선에 도착해서 부대철조망 가까이 올라가 점심 먹을 만한 곳을 찾았지만 눈밭인데다 바람 때문에 추워서 마땅한 데가 없었다. 유명산(862m) 방향 사진만 찍고 그냥 출발하여 3시 40분, 장군봉에 도착했다. 여기서 백운봉으로 가든 사나사로 가든 길이 좋지 않을테니 남동쪽 방향이라 눈이 별로 없을 상원사코스로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10 여분 내려가니 바위밑에 따뜻하게 햇볕이 비치는 공간이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벌써 3시 50분이니 점심때가 한참 지났다. 산에만 오면 배가 고파지는 俉森친구들이 이렇게 늦게까지 점심을 못 먹었다간 '뭄바이'까지는 안 갔더라도 아마 '방콕' 정도는 충분히 갔을거다~

20분 정도 점심 먹고 가파른 산길을 다시 내려오는데 군데군데 미끄러운 눈길이 있어 기어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이번에는 꼬리뼈가 땅바닥에 있던 나뭇가지에 수난을 당했다. 나이가 들어선가, 머리가 무거워서 그런가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걸어도 자꾸 뒤로 넘어진다.

경사가 급하고 바윗길이 많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내려오니 좌측으로 상원사가, 우측으로 자작나무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인 5시 10분에 상원사 입구까지 도착했으나 상원사는 생략하고 반대쪽으로 임도와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5시 30분 도로에 내려섰다.

깜깜해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서쪽하늘에 초승달과 샛별이 함께 보인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싶더니 11월초에 태안 팔봉산 갔다가 본 그 달과 그 별이다. 아니 벌써 한 달..... 분위기 좋아 보이는 퓨전식당과 카페를 지나 용문에서 6시에 출발해 연수리로 들어오는 버스를 타려고 뛰다싶이 가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졸래졸래 따라온다. 시간이 있으면 잠시 놀아주겠다만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타이르고 있는 중에 멋진 딱정벌레차가 다가오기에 손을 들었더니 의외로 선다.

차에 타자마자 산에서 이렇게 늦게 내려오면 어떡하냐고 한 말씀하기에 상원사까지는 밝을 때 내려왔다고 변명하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68세의 원로 산악인이시다. 지난 주 각흘산, 약사령 구간에서 만났던 거인산악회가 70년대 중반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했는데 두번째로 종주한 잔디밭산악회 출신이란다.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님과 같이 대간, 정맥, 지맥, 기맥을 모두 마치고 나중엔 전세계의 높은 산들을 두루 오르셨다니 한참 원로요 고수 산악인이시다. 마침 서을 다녀오시는 부인을 마중나가는 길이라 고맙게도 산얘기를 들으며 용문역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으니 운도 참 좋았다. 덕분에 용문산에 산행와서 처음으로 6시 28분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산에 오래 다니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긴다!

  

  

남화용, 이별 그후

 

 

용문에서 6번국도 넘어 바라본 곰산(우)

등산로 입구

6번국도 건너편 용문휴게소

곰산정상에서 본 용문산

중원산(좌)과 도일봉

횡성 방향

곰산 정상

408.4봉

백운봉

논골재

519.7봉

용문산과 용문봉(우)

용문봉과 용조봉(우)

신점리

용문산과 함께

절고개

소나무길

돌길

건너편에 보이는 용문봉

마당바위 갈림길

고약한 암릉을 넘어

편한 계단길

정상은 아직도 멀었네~

멋진 능선길을 지나

장군봉 갈림길 도착

가운데 용문봉, 좌측뒤로 도일봉, 우측뒤로 중원산, 중원산앞에 용조봉

폭산(우)과 봉미산

우측 가운데 곰산에서 시작하여 올라온 능선

정상까지 편한 계단

장군봉 가는 길

장군봉 능선에 올라서고

유명산(우), 가운데 대부산, 대부산 좌측뒤에 뾰족한 양평 청계산, 그 뒤로 희미하게 예봉산과 운길산 능선

장군봉 뒤로 보이는 백운봉

가운데 유명산, 우측앞에 어비산, 우측뒤에 중미산

올라온 능선 다시 보고, 우측이 연수리

장군봉

상원사 가는 길

용문산 올려다보고

상원사

연수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