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삼봉산

1:25,000지형도=무풍. 농산

2005년 3월 3일 목요일 맑음(-5.1~6.8도)    일출몰06:57~18:25

코스: 용초마을11:30<2.5km>금봉암12:30<1.5km>삼봉산14:00<1.7km>하산 안부15:00<1.8km>뙤밭양지15:30

[도상7.5km/ 4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과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의 도계선상에 놓여진 삼봉산(1254m)은, 백두 대간의 신풍령재와 소사고개 중간에 우뚝하게 솟아올랐는데 등산로가 거창군쪽으로 발달해서 거창 삼봉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고서저형의 산세를 이루는 삼봉산은 서쪽의 완만한 산세로는 봉우리가 세 개로 보이지만, 거창에서 바라본 동쪽의 천애절벽 지역은 아홉 개의 암봉으로 만물상을 보여준다.

아래서 본 삼봉산 능선 아래서 본 삼봉산 능선
 

도열한 암봉들 도열한 암봉들
 

150여년전에 창건된 산사 금봉암 바로 뒤편의 투구봉과 그 오른쪽의 노적봉, 투구봉 왼쪽의 칼바위. 장군 바위. 석불과, 이들 암봉 뒤편으로 신중봉과 부부봉이 능선 한자락씩을 차지하고 있다.

금봉암 아래로는 신선봉과 칠성봉이 뾰족하게 솟아있는데, 약 2km에 달하는 주능선으로 서면 높낮이가 비슷한 4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져 있다.

정상에서 북진하는 東高    정상에서 북진하는 東高
 

이 산자락의 명소 금봉암은 해발 1,000m저점의 투구봉 절벽아래 위치해서 거창군의 넓은 평야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창건설화를 읽어보면...

거창에 사는 해인사 여신도 청송심씨가 머슴 두 명 데리고 소 두 마리에 공양미 가득 싣고 불공 한 번 드리러 가는데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해서 지관에게 의뢰한 고향땅의 기도처가 여기이고, 장군수를 마셔가며 겨우 백일기도를 마치던 날 아침에, 황금빛 봉황새가 이 산을 세바퀴 도는 걸 보고는 三鳳山 金鳳庵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금봉암 전경
  

이번 산행길의 거창방면 남동쪽 계곡수는, 황강 물길따라 합천호에 한번 갇혔다가 창녕군 이방면의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부산 앞바다로 빠진다.

서북쪽 무풍면의 신풍령 분수령에서 흘러내린 원당천과, 소사고개 분수령에서 대덕산 서쪽 물을 함께 받아낸  도마천은, 무주 남대천 물길따라 금강으로 흘러들어 서해에서 짠물과 만난다.

금봉암이 있는 거창쪽 골짝 
 

가는길: 88올림픽고속국도 거창 나들목에서 마리삼거리로 빠져나와 37번도로 농산삼거리까지 와서 1089지방도로 봉산마을에 도착하면, 버스는 용초마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용초마을에서 금봉암까지는 해발 500m지점에서 1,000m지점까지 2.5km를 포장길따라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하는데 한시간 쯤 소요된다.

용초마을에서 본 삼봉산
 

금봉암 가는길
 

지금은 폐광이 된 금광 갈림길을 지나 널찍한 주차장에 도착하면 [삼봉산정상2.5km]안내판이 벚꽃 가로수에 매달려 있다.

이어서 지그재그로 한참을 도로따라 걸으면 거대한 약사여래불이 있는 마지막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좀 더 진행해서 [南無阿彌陀佛]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를 지나치면 절벽위에 범종각이 있고 맞은편엔 사찰 공적비와 금봉암의 유래문이 적혀있다.

금봉암 입구
 

범종각에서 본 부부봉
 


     범종각에서  땡겨본 칼바위
 

입구의 공적비에 의하면, 이곳 불자님의 시주금 이억오천만원으로 1987년도부터 93년까지 7년여에 걸친 난공사 끝에 완공했다고 하는데, 금봉암은 금방이라도 봉황새가 깃들 듯이 화려하게 단장되었다.

대웅전과 오백나한전, 그리고 요사채 뒤편의 삼성각은 돌계단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데 그 길을 통한 등산로 입구는 봉쇄를 해서, 월장을 하거나 우회를 해야한다.

주능선 오름길

주능선오름길의 노적봉
 

주능선  오름길은 삼성각 뒤편으로 팔랑거리는 리번들이 길안내를 잘 해 주고 있다.

안부로 올라서 타게되는 날등길 암릉코스 위험지역엔 슬링들이 묶여있다. 노적봉 아래 전망바위로 나서면 저 아래 신풍령까지의 대간길은 물론, 수도산~가야산 연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려본 신풍령
 

       노적봉 아래서 본 수도산

수많은 리번의 전시장인 주능선에 올라서면 비로소 여기는 백두 대간길이고 이 산길은 대덕산에서 덕유산으로 연결시겨주는 중계지역임을 실감할 수 있다.

서쪽으론 대간길에서 살짝 비껴 앉은 북덕유산의 펑퍼짐한 구릉들이 하늘금을 긋고 있는 모습을 조망하며 돌탑 포개진 전위봉에 서면, 수도산~ 대덕산~덕유산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북덕유산

신풍령 쪽

덕유산 자락이 아님에도 [德裕三峰山 1254M]로 표기한 정상에 서면, 거기보다 훨씬 더 높아 보이는 500m거리의 1250m봉이소사고개 위로 우뚝해서 맞은편의 대덕산과 멋진 대비로  앉아있다.

1250m봉까진 밋밋한 육산으로 이어지다가 고스락 직전에서 우회로와 절벽 날등길로 나뉜다. 노약자는 우회로로 빠져야만 하는 것은 날등길엔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땡겨본 1250m봉

 1250봉 오름길

1250m봉에서 돌아본 정상

1250m봉 이후론 그야말로 환상의 코스다. 비행기 차창밖으로 내려다보듯 하는 절벽길 아래론, 소사고개쪽 고랭지채소밭이 황토색으로 바탕에 깔려 고도감을 더욱 높여주기도 하다.

삼봉산과 부부관계에 있는 후덕한 육산의 대덕산(1290m)이 고만한 높이로 바짝 다가와 있고, 수도산 이후의 가야산은 더욱 아슴프레해서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1250m봉에서 본 대덕산

1250m봉서 내려다 본 마지막 암봉

     1250m봉의 암릉길

암릉길의 끝까지 나아가면 턱 밑의 마지막 암봉까진 우회를 해서 내려가야한다.

그 길엔 5m정도의 수직절벽에 아주 가느다란 슬링이 소나무 그루터기에 매달려 있는데 너무 낡아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하고, 그 옆의 또 다른 절벽길은 다칠 각오하고 내려서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갈레길까지 후퇴를 해서 돌아가야만 안심할 수 있다.

 마지막 암릉길

마지막 암봉

아쉬운 하산길

하산길에 돌아본 마지막 암봉

마지막 암봉에 올랐다가 안부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급경사다. 조심해서 내려오면 고랭지 채소밭은 진입로를 폐쇄해서, 낙엽송 무성한 임도를 따라 또다시 고랭지 채소밭으로 나서야 한다.

대간길은 계속해서 채소밭 왼쪽 가르마를 타고 소사고개로 내려서야 하지만 일반 산행길 경우, 채소밭의 경운기길따라 쭈욱 내려와서 뙤밭양지마을의 1089지방도에서 산행을 마친다.

안부에선 싫어도 내려가야...

 돌아본 삼봉산 돌아본 삼봉산
 

산행후기: 이 겨울의 마지막 빙화를 볼런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수도 없이 이 산을 찾아들면서도 대간길에 쫓겨서, 금봉암도 찾아볼 겸 하는 복심이 있었다.

결과적으론 대성공이었지만 코스가 너무 짧은 게 흠이었고, 어제부터 전국적으로 퍼 붓는 폭설로 크리스탈 빙화가 퇴색했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많은 분들에게 피해와 불편을 주는 폭설이지만 산속에서 만나는 설경과 빙화는 한폭의 그림일 수밖에 없고, 그 황홀경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아 두고두고 곱씹을 것이다.  

또한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 역시 좋기만 해서 지난 세월동안 많이 친숙해진 덕유산이, 수도산이, 대덕산이 살갑게 다가오고 애정으로 바라보는 설경은 황홀하기만 했다.

그러나 대간길의 치렁치렁한 리본들은 흉물스럽기만 해서 절로 눈쌀 찌푸려지기도 했는데, 왜 그들은 남들이 다 걸어논 그 자리에 다시 걸어놓고 가는지 모르겠다.

길 찾기 애매한 곳이라던가 자신들만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냥 산악회 피알용이라던가 자기과시 것이 너무 많아, 우리들 등산문화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서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구십팔년 칠월 신풍령~덕산령구간엔 하루종일 장마비가 추적거리고 있었다.

때 맞춰 모 등산용품사에선 계곡산행용 샌들을 출시해 실험삼아 그걸 사 신고 삼봉산을 넘어 소사고개 간이매점에서 중식을 들고 있었다.

그 때 머리 하얀 대선배님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들은 바 있다. 대간길이 장난이냐!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 분과는 초면이었고 해서 내가 상황설명을 할 그런 기분도 아니었다.

나중에 그 분과는 너무 친해져서 오늘 역시 그 분과 함께 산행길에 나섰지만, 지금의 소사고개엔 막걸리 팔던 그 간이매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산은 어디로 간 것도 아니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건만, 그 당시 함께 했던 동지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다.

산색도 찾아들 때마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 곳을 찾아드는 우리들의 복장도 친구도 항상 바뀌기만 한다.

이천이년 십일월초, 덕산령~신풍령구간엔 첫눈치고는 펑펑쏟아지는 폭설이 분분하고 강풍마저 휘몰아쳤었다.

참석인원 대다수가 소사고개에서 산행을 중단했지만 앞서간 건각 열명은 삼봉산을 넘어갔기에, 우리는 신풍령 휴게소 뻬치카앞에서 초조한 마음 달래며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었다.

그들은 단합해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앞서고 처진 자도 없이, 다 함께 랜턴 불 밝히며 하얀 가루 뒤집어쓰고 휴게소로 들어섰었다.

그 때의 그 감격과 감사하는 마음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오늘 노적봉 아래서 바라본 신풍령은 그 때의 추억을 일깨우고, 지금껏 무탈산행을 해 온 것에 대해서, 새삼 함께 했던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찡~하게 와 닿는다.

지금껏 우회하기만 했던 1250m봉의 고스락은 너무도 황홀해서 왜 여태껏 지나치기만 했던가 후회가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 길 수직절벽에서 가느다란 슬링에 의지한 일행분의 체중이 너무 무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아래서 카메라 들이대는 여유도 생겼다. 전에는 도저히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자적이다.

모처럼만의 여유속에서 눈썰매도  타보고...! 오십여년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설국속의 환상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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