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5. 월출산마애여래좌상(月出山磨崖如來坐像)

산 행 일 : 2004년 1월 18일 일요일
산행횟수 : 월출산 5회차
산의날씨 : 흐리고 눈. 視野 막힘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4시간 53분 (식사 휴식 1시간 02분포함)

도갑사 <1:00> 억새밭 <0:43> 구정봉 <0:20> 마애여래좌상 * 석탑 <0:25> 구정봉 <0:38> 억새
밭 <0:45> 도갑사

승 진로 문제로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가운데 탐방한지 겨우 3주밖에 안된 월출산을 또 찾아 나
선 까닭은 관리공단직원 충고를 받아들여 포기했던 월출산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보기 위함이다.
미리 살펴본 자료에 의하면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걸쳐 영암지역이 중국이나 인도 등 남방으로
가는 해로(海路)의 시발지였다는 점에서 뱃길이 무사하기를 빌기 위해 해발 600m의 산위 바위에
불상을 새겼다고 하니, 어렵고 힘들었던 예비 출항준비를 마치고 이제 닻을 올리려하는 승의 전
도를 밝혀주십사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암산에는 눈이 쌓였다 야"
제암산으로 오를 수 있는 감나무 재를 넘어서면서 눈을 구경하게 되었으며 억불산, 수인산, 만덕
산, 별매산 등지를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 -친구 차를 이용하면 이런 점이 좋다- 2번 국도를 달려
학산 소재지에서 오른편 819번 지방도를 따라 잠시후 도갑사 주차장에 닿았다.

10 : 40 서너 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과 어울려 출발.
살아있는 전설인 듯한, 받침기둥에 의지하여 팔은 뻗은 나이 묵은 고목이 반겨준다.
국보 제50호로 지정된 해탈문을 들어서 절 마당을 통과 부도전과 도선국사비각 앞을 지나 등산길
로 들어섰다.
동백을 비롯한 상록수가 어우러진 골짜기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등산로 아님' 팻말을 보고 왼
쪽 길로 개울을 끼고 오른다.

11 : 05 '↑ 억새밭 1.3km * ↓ 도갑사 1.3km' 이정표를 보고 물 없는 골짝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억새밭 0.8km' 이정표가 있는 동백숲 사이를 지나자 곧 이어 또 다른 작은 골짝이 나오고 눈이
수북하게 쌓인 가파른 길이 전개되었다.
'월출 01-16 지점'으로 이전까지는 삼림욕 겸 수월한 산행이었지만 이후부터 나무계단과 돌계단
길이 쉬엄쉬엄 가게 만들었다.

11 : 40 미왕재 직전 길 오른편 물이 나오는 곳을 식수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른바 억새 밭으로 올라서니 눈으로 덮인 바위에 쭈그리고 앉아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 구정봉 1.5 천왕봉 3.0km *↓ 도갑사 2.6km'
도갑산을 거쳐 도갑사로 하산하고 싶어 뒤쳐진 친구가 올라오는 동안에 길을 확인하려고 오른쪽
으로 다가가니 철책과 함께 문이 닫혔고 자연휴식년제 표지판이 세워졌다.
무위사는 '05. 12. 31, 동원농장 코스는 '08. 12. 31 까지 통제한다는 내용이었고 방책 너머는
발자국이 하나도 없으니 천상 오른 길로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11 : 55 앞선 사람들은 전망대 위쪽에서 식판을 벌렸고 "한 잔 마시고 가라"는 청을 거절하지 못
하고 포도주 비슷한 붉은 술을 마셨는데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독했다.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능선이 아닌 북서쪽 사면으로 난 지능선을 오르내린다.

'억새밭 0.6km' 지점 암봉 밑 파이프 사다리와 철계단에 이르자 10m 앞이 안보이게 되었고 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도 없는 무서우리 만치 적막한 산 속이다.
"야∼∼∼"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메아리가 아닌 "야∼" 하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깎아지른 비탈을 타고 오르는 20여 명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워서 잠시 지체한 후
산죽과 잡목을 의지하며 내려가다 아예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 했는데 나이는 들어도 마음만은 이
팔 청춘이다.

12 : 38 구정봉. 마애여래좌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은 이미 여러 사람이 지난 흔적이 있었다.
목포에서 왔다는 세 사람과 같이 눈 바닥에 매트를 깔고 식사를 하는 사이 눈보라가 일었다.
그들은 서둘렀고 뒤 이어 오른 또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앞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되게 운이 없다. 안 그냐?"
어찌 좋은 날만 기대하겠는가.

13 : 08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곳까지 가신 후 되돌아올라 오십시오... 상수도 보호구역 출입금지'
라는 팻말이 눈밭에 떨어져 있는 비좁은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날 등을 지나기도 하고 길을 가로지른 나무가지를 주의하면서 가파른 길목에 이르자 앞서간 사람
들이 올라 왔다.
"눈 때문에 길을 못 찾겠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포기를 하다니요" 친구의 뜻밖의 말이 놀랍다.

'05-02 지점' 표지와 '→ 마애여래좌상' 이라 쓴 손바닥만한 스텐레스 팻말 조금 밑에 바위가 길을
막아섰고 발자국이 없다.
밧줄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내려 바위사이를 비집기도 하고 산죽을 붙잡고 줄줄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왼쪽으로 나타나는 암벽을 올려다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바위를 우묵하게 파 들어가서 그 안에 불상을 새겼는데 전체 높이가 8.6m이고 불상의 높
이는 7m라 한다.
얼굴과 팔다리 등이 높게 돋을 새김 되어 돌 벽에 붙은 것이 아니고 벽 앞에 나와 앉은 듯 하다.
눈꼬리가 올라간 긴 눈은 감은 듯 내리 떴고, 콧날은 오똑하며 입은 섣불리 표정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듯 꽉 다물었다.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초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국보 제144호이다.

"저기 좀 봐라" 친구가 가리키는 쪽에 탑이 얼핏 보였다.
쿵당쿵당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산죽을 헤쳐가자 자연석 위에 탑이 세워졌는데 삼층석탑 같았고
시야가 막혀 확인할 수 는 없으나 마애여래좌상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일 원서를 접수하고 27일 면접을 치른다는 승의 뜻이 이루어지길 빌어 본다.

13 : 45 마음을 비우고 눈길을 오른다.
14 : 10 구정봉으로 오르는 중년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도갑사를 향했다.
14 : 48 억새밭

15 : 33 도선국사비를 빙 돌아 둘러본 후 미륵전에 모신 보물 제89호로 지정된 석가여래좌상도
옆문을 통해 들여다보고 돌다리를 건너 대웅전 앞에 이르렀다.
'강희21년' 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커다란 석조 바닥으로부터 콸콸 솟아오르는 시원한 물 한 바가
지를 마시며 뜻 깊은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 김정길 - 최선호친구님 아들의 진로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설 명절 즐겁게 지내시고요, 순천시계종주를 비롯 대간 정맥을 주관하는 순천철도청산악회 정학진대장(40대후반)이 저의 그 지역 산 자문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