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비로봉의 조망과 설경

 

       (2004. 1. 4.)

       산행코스 : 비로사-비로봉-비로사

       산우 : 늘 그렇듯 아내와 나

       <소박한 정상 오르내림이라서 구간별, 시간대별 정리는 생략합니다.>

 

         

          1430 미터의 소백산 비로봉의 높이는 소백산 기슭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의미 있는 높이다.

          겨울이 되면 많은 이들이 설화가 핀 부드러운 소백의 능선을 산행하는 것을 소망한다. 나 또

          한 이번 겨울 내내 언제쯤 소백산 갈까하며 이날저날을 손꼽아 오던 터이니 만 24-30  시간

          내에 서부산-남해안-구마-중앙고속도로-풍기를 잇는 꼬불꼬불 약 500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오고가야하는 시간적 제한과 공간적 격리 때문에 그야말로 "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목요일부터 짐 꾸리기와 여정과 산행코스를 점검하고 숙박지를 알아보며 숙박지로 정한 영

          주시내의 야간지형도 익히고 여분의 아이젠도 새로 구입하고 티타늄 코펠도 새로 장만했다.

          토요일. 다섯시 반에 부산을 출발하여 어둠 속에서 대구까지는 순조롭게 달렸다. 운전은 미

          안하지만 늘 아내 몫이다. 지도지형맨 혹은 인간 GSP인 나는 비스듬이 누운 채 방향지시만

          하는 역할이다.

 

 

<대피소 쪽에서 비로봉 사면을 오르는 산객들>

 

 

          대구-화원에서 역시 대책 없는 체증이다. 예정보다 30-40분 늦어진다. 군위휴게소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다시 도란도란 하하깔깔거리며 내달려 영주 IC 로 내려서니 익힌 대로

          강변을 따라 시내를 거슬러 오르다가 숙박지에 연락을 넣으니 나이든 목소리가 침착하게

          안내를 한다.

 

 

          밤 10시가 숙박지 도착시간이 되니 매우 적절하다. 내일 이른 아침의 출발을 위해 풍기 삼

          가리 쪽 노선을 숙지하고 조망자료를 다시 살핀 다음 산행시간을 점검한 다음 오랜만에 느

          긋한 산행전야의 시간을 가졌다.

 

 

 

          느긋한 산행전야는 이미 작정한 일이었다. 이전에 소백산 산행을 했을 때는 희방사 아래에

          밤 1시에 도착하여 겨우 눈을 붙혔는데 동행한 두명의 산우들이 늦잠을 자는 통에 출발이

          늦어진데다 희방사-연화봉-비로봉-비로사-당골주차장-택시로 희방사까지 다시 돌아오는

          빡빡한 여정에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밤길. 대구인근에서 엄청나게 정체되는 교통피로와 고

          통 ..... 게다가 능선에서의 강풍과 강추위..... 이런 것을 피할 수 있는 느긋한 소백산 산행을

          계획했던 터이다.

 

<정상에서 비로사 쪽을 내려다 본 정경..멀리 일월산과 청량산 쪽이다.>

 

 

 

          조등조강 (早登早降-일찍 오르고 일찍 내려선다.: 내가 지어낸 말이니 좀 억지다.^^).

          아침 일찍 오르니 사람이 없어서 좋고, 적당히 이른 시간에 내려서면 더 이상 오르는 사람

          과도 부딪히지 않으니 더욱 좋다.

 

 

          아침 7시에 영주를 떠나 30분만에 풍기의 삼가기 매표소에 도달. 직원이 물어보기도 전에

          비로사까지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한다고 해서 비로사로 올라든다. 왕복 한시간을 벌

          었다.

 

 

          시간을 벌었고 팍팍한 시멘트 길을 오르내리지 않는 노고도 덜하게 되었으니 더욱 느긋하게

          탐승을 하게 된다. 한적한 등로가 옛 생각을 나게 한다. 20분을 올랐을까... 일출산행을 마치

          고 새파랗게 얼어붙은 얼굴로 내려서던 일단의 하산객과 조우를 하여 덕담을 나누는데 그 중

          한 분이 이쪽 갈림길로 들어설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옛길이라면 "등산로 아님"의 표기가 되었을텐데 그런 것도 없고 해서 쾌히 작정을 하고 감사

          를 전했다. 과연 너무나 한적하고 보드라운 오솔길로 이루어진 등로이다. 낙엽길과 눈길을

          오르며 아침등산의 맛을 한껏 느끼니 소백자락에 사람이라고는 아내와 나뿐인 것 같은 착각

          에 빠진다.

 

 

 

          이윽고 주등로와 만나는 곳에 이르니 과연 길을 얼기설기 막아 놓았다. 하지만 "등산로 아님"

          은 없다. 조난과 공원보호를 위한 조치인데 가끔 이런 곳에서 고요한 산행의 묘미를 느끼는

          것이 죄송스럽다.

 

 

<비로봉 정상에서 여유를 즐기는 어느 산객들... 때로는 낯선 사람들이 좋은 경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늘은 생각 밖으로 남쪽 사면이 아직 춥지 않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소백의 강풍과 북풍

          한설을 못만날 것 같은 예감에 다행 반 아쉬움 반이다. 8부 능선에서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

          를 하였다. 

 

 

          이곳 비로사 코스는 감각이 둔해서 그런지 눈과 마음을 줄만한 경관이 별로 없다. 봄이면 진

          달래와 철쭉이 만개하여 느낌이 다르겠지만 철쭉과 진달래가지로 온통 둘러싸여 관목들의

          사열을 받는 느낌이다.

 

 

          두시간 반 만에 정상에 도달. 이미 정상 아래서 동쪽과 남쪽의 청명한 조망에 감탄했기에

          정상의 희열은 좀 덜했지만 강풍과 추위가 없어 신기로울 지경이다.

         

 

 

          소백산!

          태백산까지 직남으로 내려 치달은 백두대간은 남서방향으로 크게 방향을 틀고 태백의 멀

          지 않은 거리에 소백으로 힘찬 용솟음을 이루니 그 덩치가 높이에서 약간 앞서는 태백산

          을 무색케한다. 지리-설악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는 국립공원 소백산의 경계는 실제 산덩

          이의 크기와 무관치 않다. 능선은 흔히 여성의 곡선에 비유될 정도로 미끈하고 완만하여

          그 부드러움이 설화와 어우러진 설경을 이루는 소백산의 자랑이다. 겨울 소백산의 아름다

          움은 봄 철쭉의 소백산보다 나은 걸로 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멀리 가운데 부드럽고 둥그레하니 편평한 산이 태백산이다.>

 

 

 

          오늘의 조망은 장마비 온 여름 직후나 깨질듯한 추위의 겨울하늘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이다.

          정상에 오른 몇몇 다른 사람들도 그저 탄성을 금치 않는다. 조망산행을 기고 하시는 소산선생

          의 글에 의하면 소백산 정상에서 덕유산 가야산을 바라본다면 직선거리 130 Km의 조망시야

          라고 언급하였다.

 

 

          도솔봉 양옆으로 왼쪽 가야산, 오른쪽 덕유산 능선을 한눈에 알아보니 그저 말문이 막히고 숨

          이 막혀 카메라를 들이댈 생각도 잊는다. 약간더 오른쪽으로는 방향상 팔공산도 짐작된다.

          동쪽으로 태백산이 둥그러니 펑퍼짐하고, 일월산이 단정히 솟고 그 오른편으로 청량산이 특이

          하게 뾰족뾰족뾰족 빛난다. 정상을 떠나기 싫어 무려 디카와 필카를 합쳐 100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국망봉 쪽 능선이 너무 아쉽다. 이번 산행은 실제로 산우들과 비로사-비로봉-국망봉-초암사

          로 돌아내리는 산행을 계획했는데 그때 동행 할 수 없는 아내가 먼저 자기와 함께 가자고 애원

          을 해서 예비산행인 된 셈이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시간도 넉넉한 참에 북사면의 어의곡리 삼거리 언덕까지 진행을 해서

           조망과 산행을 즐겼다. 여기서 바라보니 비로봉이 더 멋있다.

 

 

 

중앙에 도솔봉(1314미터)이 솟고 오른쪽 아스라이 덕유산 능선,

왼쪽으로 가야산이 조망되는 130 Km 직선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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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곡리 삼거리 언덕에서 신선봉을 바라보는 내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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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서 간단한 간식 요기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하산을 했다.

          약간 얼은 눈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했는데 중간에 아내의 한쪽 아이젠이 벗겨진 것을 확인

          했다.

 

 

           이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분의 아이젠을 준비한 것인데 다행이다. 이번에는 육발

           아이젠으로 단단히 동여매 주니 든든하다. 내려서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 인지 이제막 등

          산을 시작한 단체 산행객들에 밀려 내려가는데 무척 시간이 걸린다.

           비로사 코스는 과연 비로사 코스다. 오르막을 오르는 산행객들이 줄지어 끊이질 않는다.

           10시가 넘으면 조망도 뿌옇게 흐려지는 점도 그러하거니와 인파 속에 섞이지 않아 다행

           이다. 이번에도 오솔길로 내려와 하산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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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곡리 분기점 삼거리에서 바라본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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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곡리에서 비로봉을 오르는 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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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 능선길

 

 

국망봉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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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기로 나와서 문득 시계를 보니 두시다. 얼른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작년에는 부석사

          들렀다가 진입로 공사로 인해 길을 잃고 방황한 적도 있는데 오늘은 매끈하게 진입했다.

          안동 휴게소에서 간고등어 정식을 먹으니 하루의 첫 곡기로 그 맛이 더할 나위가 없다.

          부산에 도착하니 정확히 다섯시 반. 꼬박 24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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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북사면에서 촬영 중인 아내.

 

 



▣ 김현호 - 소백산!! 겨울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산이죠~ 님의 사진으로 대리만족을 해봅니다 감사..

▣ sanai - 제가 태어난 곳이 어의곡입니다. 어려서부터 매년 두어번씩 소백산을 올랐지요. 국망봉의 철쭉도 아주 좋습니다.

▣ 최병국 - 경치가 예술입니다. 소백산 잘구경했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즐산하시길...

▣ 김정길 - 겨울산을 두 분이서 무사히 다녀오셨군요. 저는 11일 혼자서 희방사-비로봉-국망봉-신선봉-구인사로 계획중인데 님의 산행기로 등산로는 다르지만 예비지식을 쌓게되어 감사합니다.

▣ 그물에걸린바람 - 소백산 !!!! 님때문에 또 설레이네요 넘 자주가서 이번에는 구인사로 갈까 아니면 초암사로 하산할까 죽령에서 출발 새해건강하세요 디카 정말좋네요 부부산행이 부럽네요

▣ 산거북이 - 덕담들 감사합니다. 어의곡은 그 지명이 아름답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 지도 궁금합니다. 존경하는 김정길 선생님께서 직접 보아주셨군요. 무슨 "예비지식"이 되겠습니까... 설산을 초연히 뚜벅뚜벅 거니는 수행자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윗분 모두 새해 복 받으세요. 부부산행 자랑한듯하여 부끄럽습니다. 쓰다보니....^^

▣ 권경선 - 겨울 소백산을 부부가 산행을 하시다니~ 넘 부럽습니다. 저는 연전에 야간산행으로 갔다가 우리팀의 버너가 심술을 부려 배고프고 추워서 이세상 하직하는 줄 알았었습니다. 올 한해도 부부의 정 만끽하시면서 즐거운 산행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 김진태 - 신년 첫날 죽령에서 올랐었는데 설화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지금 소백 강력 추천입니당~

▣ 최상열 - 소백산!! 정말 몇번이고 오르고 싶은 산임을 깨닿게 해 준 산이죠. 같은 날 오르신거 같은데 혹사나 내 모습이라도 찍혔는지 봤더니 없네요..^^*

▣ 원이 - 사진 참 좋습니다.. 이번 겨울에 아직 눈산행을 못 했는데 제대로 보구 갑니다.. 늘 즐산하세요

▣ 구본식 - 사진이 작품입니다. 작년에 잃어버린 스톡 찾으러 가야하는데... 미리 본 소백 여행. 참으로 좋았습니다.

▣ 산거북이 - 짐짓 공감의 글을 남겨주시니 향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제가 가끔 산행기를 올릴 때는 사진풍경이 맘에 들어서입니다. 보잘것 없는 산행기지만 소백의 아름다움을 빌어 눈요기나 하시자고 함이온데 되려 고맙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 처럼 품격있는 산행기를 언제한번 남기고 싶습니다.

▣ 이수영 - 산거북이 님.. 눈덮힌 소백의 사진 잘 감상하였습니다. ^^* 저는 아직 초보라 소백산은 꿈도 못꾸지만, 언젠가 님의 전철을 따라 가고픈 심정입니다. 두분의 부부애가 부럽습니다. 남편은 길을 아르켜주고 아내는 드라이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