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즐거움!!...

마로니에 나무밑에 찬별이 지면
정열에 불이 타던 첫사랑의 시절
영원한 사랑 맹세했건만
아~아~아 흘러간 꿈
황혼의 엘레지

1960년대 최고의 지성과 미성, 그리고 경쾌한 탱고 리듬으로 사춘기 내 마음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았던 프랑스 유학파 최양숙씨의 "황혼의 엘레지"라는 노랫말이다. 그런데 오늘 점심 든든히 잘 퍼먹고 뜬금없이 웬 유행가 타령인고 하면 나에게는 이런 남 모를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995년 통합시 청사를 비전동으로 옮겼을 때부터 정문 왼쪽에 나란히 4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이 나무를 보면 잠시라도 마음이 편안하고 눈이 즐거워 "참 귀품있게 생긴 나무도 다 있구나" 싶어 이 나무의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모르면 남에게라도 물어 볼 일이지 10년이 넘도록 궁금증을 안고 지냈으니?.. 나도 참 미련한 위인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나는 이 나무의 이름이 궁금 했었다.

3~4월 오리 혓바닥처럼 신록이 삐쭘하니 얼굴을 내밀때면 신록은 신록대로, 6~7월 넓은 이파리에 짙푸른 녹음이 뚝뚝 떨어 질때면 녹음은 녹음대로, 11~12월 푸석거리는 낙엽이 찬 바람에 구를 때면 낙엽은 낙엽대로 나는 이 나무가 참 좋았다.

그런데 오늘 구내 식당에서 꽁보리 비빔밥을 먹고 나오다가 아무 생각없이 올려다 보니 희한한 꽃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옴마나!!....세상에!!....꽃도 피는구나!!!

무슨 귀한 보물을 도둑질 하듯이 사~알짝 줌인 해본다....

이제 이 나무의 이름을 어떻게 하더라도 알아 보아야 한다...나무에 대해서 잘 알성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빵과버터 : @#$%^*...어쩌구 저쩌구....그게 무슨 나무래요?

 

알성싶은이 : 그거 목백합이요..

 

빵과버터 : 오~잉??...목백합이라고요?.........(속으로 : 그기 아닐낀데?....)

 

목백합은 산에서도 더러 볼 수 있었는데?...목백합은 아니다 싶어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이파리 모양이나 꽃 생김새가 목백합은 절대로 아니다... 허기사 알성싶은 사람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닐테니?....다시 또 다른 알성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돌린다...

 

빵과버터 : @#$%^*...어쩌구 저쩌구....그게 무슨 나무래요?

 

다른 알성싶은이 : 그거 칠엽수라고도 하고 마로니에 라고도 하는 나무인데 확실히는 잘모르니 인테넷에서 확인해보슈..

 

빵과버터 : 오~잉??...마로니에라구요?...그 유명한 마로니에?....

 

서울 혜화동 어디쯤 대학로에 마로니에 공원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가본일은 없었다. 부리나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옴마나!!...과연 마로니에다!!....

 


 

[퍼온글] 칠엽수, 짙푸른 낭만 '마로니에'

 

 

다양하던 연두빛이 이젠 초록이라는 한 빛깔로 변해간다. 가지마다 삐죽삐죽 돋아 나던 새싹들이 어느새 무성하게 가지를 덮어 간다. 이제부터 나무들에게는 여간 꽃을 피워서 돋보여 보이기가 힘들 것 같다.

 

칠엽수도 마찬가지다. 붉은 얼룩이 지며 큼직하고 개성 넘치게 올라오던 새순들이 어느새 주름진 잎들을 내더니 이제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초록의 잎에 가로 새순보다도 잎새보다도 더 독특한 고깔 모양의 꽃들이 눈에 잘 들어 오지는 않지만, 한번 꽃을 발견하고 나면 아무리 보아도 특별하게 아름다운 것이 바로 칠엽수의 꽃이 아닌가 싶다.

 

칠엽수는 마로니에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사실 마로니에라는 이름은 칠엽수를 비롯한 이 집안 나무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고, 칠엽수는 그 다양한 마로니에들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심겨진 일본이 고향인 나무의 이름이다. 유럽의 것을 두고 서양칠엽수라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물론 칠엽수란 우리 이름은 잎이 7장씩 모여 달려 붙여졌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육엽수도, 팔엽수도 더러 보이긴 한다.

 

프랑스 아니 유럽의 어느 나라이든 한 번 다녀 온 사람들은 저마다 그 아름다운 마로니에 가로수와 낭만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 이유는 어느 거리에서나 이 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고, 또 그 모습이 모든 이들의 가슴에 남아 있도록 짙푸르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의 마로니에 가로수는 아주 유명하다. 유럽의 화가며 문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항상 이 언덕에 모여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줄지어 서 있는 이 싱그러운 나무들이 자연히 그들의 예술 소재로 수없이 등장하게 되고 어느새 낭만주의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가 있던 자리에 마로니에 공원이 들어 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로니에는 세계의 3대 가로수에 속한다. 오래 전 빙하 시대에 발칸반도, 즉 지금의 그리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고 빙하시대가 끝나고 다른 많은 식물들은 다시 북쪽으로 올라왔지만, 이 서양칠엽수만은 종자도 큰데다가 커다란 산에 가로 막혀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 앉아 루마니아국경근처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이것을 16세기에 프랑스에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도입하여 지금은 전 유럽에 퍼져 사랑을 받는 것이다. 봄이면 꽃과 잎이 곱고, 단정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여름에 시원한 그늘과 황갈색으로 져가는 낙엽의 풍치가 좋아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은 사랑을 받을 만한 나무이다.

 

그 이외에도 칠엽수의 목재는 무늬가 독특하여 공예의 재료나 기구재, 합판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며,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목탄도 이 나무의 숯으로 만든다고 하고, 서양에서는 화약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꽃이 많이 피면 벌이 많이 찾아 와 밀원으로도 이용이 가능한데, 환경 조건만 잘 맞으면 20m 정도 잘 큰 나무에서는 하루에 꿀이 10 리터나 생산된다는 기록이 있다.

 

또 밤과 비슷하지만 밤보다 큰 이 나무의 종자를 말밤라고 한다. 종자는 떫은 맛을 제거하여 떡을 만들어 먹거나 풀을 쑤기도 하며, 백일해에 걸렸을 때나 말이 눈병에 걸렸을 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잎을 쓰는데, 키니네의 대용품이 되기도 하고 설사나 기침을 멈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원한 칠엽수 그늘이 좋아지는 때가 오는 것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대저 꽃이란게 잎이 나오기 전에 미리 꽃이 피거나 잎이 나온 후라도 벌, 나비, 곤충들의 눈에 잘띄는 곳에 꽃을 피워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마로니에 꽃은 자신의 고고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니 나무밑에 들어가지 않으면 꽃이 눈에 띄지도 않는다. 정말 군자중의 군자다운 꽃이다....

하나, 둘, 셋...정말 칠엽이다!!....

소문으로만 들어본 마로니에 나무 밑을 10년이 넘도록 무심하게 오갔으니 눈이 있으면 뭐하고 머리는 폼으로만 달고 다녔단 말인가?...오늘은 거기다가 꽃까지 보게 되었으니 이게 바로 금상첨화 아닌가?....

  

늙다리 주제에 귀한 꽃을 보았다고 희희덕 거리는게 좀 거시기 했는지 앞자리의 KS가 한마디 초를 치는 것이다...ㅋㅋㅋ

 

  KS : 헹님... 혈액형이 뭐유?

 

빵과버터 : ??.....B형이다..왜?...

 

KS : 내 그럴줄 알았슈!!...

 

빵과버터 : 깨~겡!!...

 

무덤덤한 일상에서 모처럼 알콩달콩한 즐거움을 맛보는 행복한 주말의 오후였다...

Thanks God it's 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