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0413 萬行山(천황봉 909.6m) - 전북 남원시 보절. 산동면

산 행 일 : 2004년 3월 2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19분 (식사 휴식 1시간 19분포함)

보현사 <0:55> 주능선 <0:24> 만행산 <0:48> 상서바위 <0:37> 임도 <0:16> 보현사

백두대간의 주맥인 영취산에서 나누어진 금남호남정맥이 팔공산에서 지맥을 달리해 솟구친 산,
불가에서 스님들이 탐욕을 없애기 위해 걸식하며 산야를 돌아다니면서 수행을 닦은 두타행과 같
은 뜻을 담고 있다는 만행산을 찾아 나섰다.

19번 국도를 달려 남원시내 입구에서 오른쪽 함안 장수로 갈 수 있는 길로 빠져 조금 가니 왼쪽
으로 721번 지방도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와 그 길로 들어섰다.
보절면 소재지를 지나 샛길로 빠지지 않고 직진하다 도로 오른쪽에 세워 놓은 '천황봉' 표지를 보
고 오른쪽으로 꺾어 도촌 저수지 왼편으로 오르자 작은 동산 앞에 '휴게소'라 써 붙인 구멍가게와
이정표가 있다.
'용호정 0.6km * 보현사 1.0km * 천황봉 4.4km'

산을 깎아 내 대규모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한, 용평 마을회관 위쪽 조립식 사무동 앞으로 가보니
농업기반공사에서 2001. 12∼2006. 12 에 걸쳐 '용평지구 중규모 농촌용수개발사업' 표지가 있다.
작업차량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현사 까지 차로 오르기로 하고 움
푹움푹 패인 길을 조심스럽게 운행 절 입구 약간 넓은 곳에 차를 세우고 땔감을 운반하는 청년에
게 용호정과 등산로를 묻자 "용호정은 없어졌고 임도를 따르면 등산길이 나온다"고 일러준다.

11 : 10 임도를 20여m쯤 오르자 오른쪽 솔밭으로 난 오솔길과 산행리본이 보였다.
예상했던 바와 달리 등산객들이 더러 찾는지 길은 넓고 왼쪽 골짜기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층층을 이룬 근사한 폭포가 나왔다.
"주변 잡목을 베어 버리면 참 좋겠다"는 얘기를 하며 조금 가다 폭포 위쪽 암반을 건넜다.

『폭포야 멈춰라 맑은 뜻을 물어보자
속세의 시비소리 들릴까봐 골귀 멕인구나
천추의 애환 아랑곳없이 밤 낮 쏟기만』

어느 분이 읊은 시인지 모르나 석판에 새겨 암벽에 붙여 놓은 것을 보니 유명한 폭포인 듯 하나
이름을 모르겠다.
바위 밑으로 돌아 능선으로 접어들어 좌우를 둘러보니 송림이 울창하고 아름드리 나무도 곳곳에
있으며 비석이 있는 묘, 관리를 안해서 나무가 자란 묘 등 무덤이 수시로 나타났다.

11 : 34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른 봉우리도 어김없이 무덤이 자리를 차지했고 이제는 산죽 외에
도 잔솔과 진달래 덤불이 간섭하려 들었다.
솔밭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정신을 맑게 하나 두 다리는 벌써부터 혹독한 곤욕을 치른다.
오른쪽 지능선으로 건너 사면을 따르는데 앞 골짜기에서 "야호! 야호!" 소리가 들렸다.
요새는 산에서 고함을 지르는 이가 별로 없는데 어떤 사람들일까?

11 : 59 작은 능선에서 한 남자와 마주쳤다.
얼른 봐도 꾼(?)은 아니고 등짐에는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지 석쇠가 있고 "길을 잘못 들었다"며
웃자 어쨌던 반가워 인사를 하고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무찔러 오르다 지름길을 발견하고
주 능선으로 올라서니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왔고 우뚝 솟은 정상으로
치고 오르려면 땀께나 쏟게 생겼다.
갈림길 오른쪽을 타고 바위 밑에 닿아 산행중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났다.
'상서바위 2.5km * 천황봉 0.2km'

12 : 29 밧줄을 이용하기도 하여 -전 구간에서 단 한 곳- 몹시 가파른 길로 정상에 오르니 널찍
하고 바람이 차갑다.
보절면장 소순일 이라 새긴 표지석 앞뒤에 '천황봉 해발 909.6m'라 되었고 전북 산사랑회에서 만
든 스텐레스 표지에는 '만행산(천황봉) 909.6m'라 표기했다.
하나의 산을 놓고 보절면에서는 만행산이라 하고 산동면에서는 천황봉이라 하며 내가 살펴본 지
도에는 '천황산 910m'로 돼 있다.

귀정사 사지에 의하면 만행산 만행사라 되었는데 백제 때 한 고승의 설법에 취한 왕이 산동방면
지명과 산 이름, 절 이름까지 바꿔 왕을 숭상하는 의미에서 천황봉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산줄기
전체를 지칭할 때에는 '만행산'이라 표기하고, 만행산의 주봉인 산봉우리 하나만을 지칭할 때에는
'천황산'이 아닌 '천황봉'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하니 그럴 듯 하나 혼란스럽다.

지리산 북부를 감상하며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에 도착한 남녀 각각 다섯과 셋이 고기 냄새를
풍기며 식사를 하다 "술 한잔 마시라"고 해서 잠시 얘기를 들어보니 임실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
로 뜻 있는 사람끼리 추렴해서 가끔 바람쐬려 다닌다고 한다.
도회지에 살거나 시골에 살거나 산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예전과 달리 구경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구경하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작은 보람이라도 갖고자 하는 마음도 다를 바 없다.
단지 시골 사람들은 농사철에는 시간이 없고 경제적인 여유가 적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삽겹살 안주에 산사춘 한 잔, 돼지고기를 안 좋아하는 아내도 서너 점 먹더니 맛있단다.

13 : 29 불조심 당부와 함께 감사드리고 먼저 일어났다.
13 : 46 등산시 지름길로 올랐던 지점을 조금 지나 '천황봉 1.1km' 이정표를 보고 낮은 봉우리 동
사면을 돌아 좁은 능선에 이르자 상서바위가 지척이다.

14 : 00 무덤 봉우리를 살짝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길은 바위로 이뤄졌으며 참나무가 주종이다.
상서바위 윗봉에서 남덕유산을 바라보니 호남정맥을 종주하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이나 꿈이 이
루어질는지-

14 : 17 상서바위(842m).
바위의 기운이 상서로워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상사병에 걸린 어느 여인이 바위에서 자살했다
해서 상사바위라고도 하며 50여m 된다는 벼랑으로 접근하지 못했으니 자그마한 석보살을 발견하
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용의 잔등이고 머리를 하늘로 향해 솟구친 모습이 정상이라고 해서 눈여겨
보고 송림 끝 공사현장으로 이어지는 아흔아홉골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14 : 36 절벽 뒤 급경사 길은 싸리와 진달래, 억새가 어우러졌고 여러 개의 리본이 있는 갈림길에
서 왼편 솔밭으로 들어섰다.
갈지 자 길을 미끄러지듯 걸어 산죽길도 지나고 때로는 가시덤불도 만나고 간벌한 나무토막을 곳
곳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도 보고 작은 골짝을 이리저리 건너기도 하며 물이 흐르는 깊은 골
짜기를 오른쪽으로 끼고 간다.

15 : 13 임도. '상서바위 1.8km * 천항봉 4.5km'
만든지 오래된 임도는 풀이 자라 걷기가 좋으나 지루하여 자주 뒤돌아보면 하얀 반달이 약간 부
른 배를 상서바위 쪽으로 내밀고 있다.

15 : 29 보현사(寶玄寺). 고려 충숙왕 원년(1314)에 창건한 대가람이었으나 불행하게도 화재로 전
소되고 말았고 앞뒤로 나란히 한 대웅전과 칠성각은 최근에 지었다고 한다.
깊숙이 내려다보이는 저수지에 담수가 되면 물 속에 잠긴 또 하나의 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사현장을 천천히 지났다.


▣ 김정길 - 만행산의 정상봉우리를 천황봉이라고 해야겠군요, 친구님의 산행기 덕분에 수년 전 가을 홀로 상서바위로 돌아서 보현사 앞 안내판까지 원점회귀 했던 만행산의 잊혀져가는 산행 추억이 솔솔 되실아납니다. 감사합니다. 참, 그쪽 지역에 눈 얼마나 왔는지요.
* 매번 격려의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순천에는 눈발이 오락가락했는데 모르긴해도 조계산에는 눈이 쌓였을것으로 여겨집니다. 중부지방 폭설이 꼭 딴 세상 일처럼 느껴집니다. 혹 피해는 없으신지요. 이런때 일수록 특히 안전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 김현호 - 최선호님의 산행기를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들어와 쭈욱 훓터 봅니다, 가시는 산마다 그 화려함이 대단한것 같아요 표현을 잘하셔서 그런건지.. 항상 건강하시기를..
*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좋습니다. 님께서도 산행기를 올려주시면 여러분들이 참고할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산행은 계속 하시는 것 같은데... 무사산행 기원합니다.
▣ 최병국 - 부부산행이라... 말만들어도 정겨운 모습...즐산하시길...
* 오랜만 입니다. 저는 남쪽 산을, 님께서는 주로 북쪽 산을. 쉽게 찾아갈 수 없는 대신 산행기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전산행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