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슬산을 다녀왔습니다.
전날 하루종일 근무를하고 집으로 갔지요..
집에 도착을 하니 11시 좀 넘었고...
밥 한숟가락 달라고 해서 야식을 하고 나니 금방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요.



그냥 컴 앞에 앉았습니다.
이 애물단지를 ... 하고 함 쓱 째려보고 스위치 넣었지요..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런 기계를 만들어서 쓸데없이 시간을 뺏어가게 하는지 원....
한참을 앉아서 GPS란 기계놈을 연결해서 주무리고 있는데

마누라 빽...

안자나?...
어... 좀 있어봐라...
아이구 지겨버라...

할 수 없이 지겹다는 마누라에게 갔습니다.

혼자 자마 되지 와 카는데...
내가 과부가? 혼자자게...

그렇게 해서 과부 안 되려는 마누라 하고 같이 자고 아침에 일찍 깨워달랬더니...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5시 40분에 깨웁니다.



아이고...
이런 여편네..(여성단체에서 알면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뭐라 안칼라나?..)
6시 출발차를 어케 타라고 지금 깨배노..



부리나케 나옵니다.
도저히 버스정류장까지 갈 시간은 안되고 남대구 인터체인지 옆에 비상활주로에 차를 대 놓고 달려갑니다.

저쪽에서 버스가 유턴해서 옵니다.

손 번쩍 드니 세워주데요..

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서 차는 현풍으로 들어가고 30분 뒤에 현풍 주차장에내립니다.
20분 기다려서 유가사 가는 버스를 타고 ....

유가사 중창 불사가 날이 갈수록 거대 해 집니다.

이거 대단하다... 그 생각이 납니다.
산문이 두개나 세워지고..
법고가 놓일 자리가 엄청 크게 세웁니다...

계곡은 포클레인으로 시멘트 계곡으로 만들고 .....

아....
도저히...

유가사 계곡을 아는 저는 도대체 그 계곡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이른 아침의 산 속은 새소리 물소리 싱그러운 냄새까지..
저 찾은 손님을 야박하게 내 쫒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얼른 걸어 계곡이 보이지 않은 능선까지 갔습니다.



긴바지 벗고 잠시 팬티바람....
짧은 바지 꺼내는데 어느새 사람이 올라옵니다.

이런 ..

다행하게도 남자 분입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해서 바지를 좀 갈아 입으려고..
어쩌고 하면서 미안해 하는 절 보고...



[괜찮심니더 홀딱 벗고 가도 상관없심다....]

와하하하.



정말로 홀딱 벗고 가버려?...



비슬산 정상...

산불감시초소 문짝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참 사람들...
정상 비석옆에서 GPS 좌표를 찍었습니다.

멀리 청룡산을 봅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그렇게 날이 맑았는데 하루 지났다고 다시 스모그가 온 천지 입니다.

부지런히 갑니다.

홀몸이라...
걸음도 빠릅니다.

배가 고파 왔지만 가다가 멈추기 싫어서 그냥 갑니다.

태풍 민들레가 뿌린 비로 산 속 오솔길은 송편을 찌기 위해 깔아 둔 솔잎처럼 그렇게 솔잎 길입니다. 소나무 향이 아침 해살에 피어 올라 머리 속이 다 시원합니다.

벌써 묘지를 지나고 어느새 제가 제일 좋하는 능선 오솔길이 열립니다.
이 길 끝나는게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걷습니다.

용연사 삼거리...
가지고 간 자두를 꺼냅니다.

아야...

자두씨에 입천장이 찢어진 모양입니다.

아이고 아야....



또 걷습니다.
쉼 없이 걷는 길에 한무리 흰 꽃들이 나폴거립니다.
꽃인가 했는데.. 아니 수 없이 많은 나비들이 함께 춤을 춥니다.
주황색.. 백합 꽃대에 앉은 나비들...

이름 모를
보라색... 파란색... 노랑 제비꽃...

비슬산은 또 다른 산상 화원이었습니다.



제 짧은 글로 산상화원이 다칠까 산행기를 쓰지 않으려다 그래도 그 감흥을 잊지못해 결국 자판기 앞에 앉고 말았습니다.

숲길 벗어나 오름길 시작에 이제 시원한 바람이 등을 떠다 밉니다.

어느새 청룡산이고요..

좌표 찍고 있는데 어느 님이 묻습니다. 휴대폰인가 하고..
정신없이 좌표설정을 하느라 얼굴도 들지 않고 대답을 한 내가 지금 생각을 하니 버릇 없는 이 였습니다.
지송합니다. 산님..



청룡산을 내려 서면서 멋진 목요탕을 봐두었습니다. 우연찮게 들어갔는데 아주 멋진 장소입니다. 2-3사람은 벗고 있어도 아무도 모를 정도입니다.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있어...
한 땀 씻어내고 돌위에 앉아있으니 .....



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네.....



오늘 또 다시 비가 내립니다.
내일도 내린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 은 그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제 휴무이기도 합니다. ..

제가 그 날을 가만 두겠습니까?...
오대산 소금강 가서 또 행복해 하고 오겠습니다. ^*^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PS:...

대구시외버스 정류장..
대구 -현풍 06시 출발 요금 1800원 .
(만약 시간이 안되면 남대구 인터체인지에서 손들면 됩니다.)

현풍도착 : 06시 30분.

현풍 -유가사... 평일 일반버스 680원. 7시 출발 인데 보통 6시 50분되면 출발합니다.
대기 하고 있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곳에서 와서 금방 가버립니다.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휴일에는 대구서 오는 601번 좌석버스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차는 시간을 잘 지킵니다.ㅎㅎㅎ

유가사 주차장 도착 7시 15분.

유가사 도착 7시 35분...

산행시작 7시 40분.

비슬산 정상 8시45분
정상 거풍식 및 조망15분간...

정상출발 09시05분..

용연사 삼거리 10시 10분.
휴식 30분.

청룡산 정상 12시40분.
청룡산에서 좀 내려와서 소나무 밑.
점심. 휴식... 출발.. 14시 40분.

계곡 알탕 1시간..
집 도착 오후 5시 좀 넘었습니다.

한 숨자고 야간 근무 갔습니다.... ^*^...


▣ 빵과 버터 - 우리 바른 말 하고 사입씨데~이....혼자 자마 되지 와 카는데?...이 말은 사모님 말씀이지예?.낄...낄...낄...저녁 반주로 입안이 끌끌해서 담배 한대 꾸지고 싶어 안달이 나던 참에 진솔하고 개운한 글 잘 보았씀니데~이...
** 님. 안녕하시지요?. 담배.. 지금 한참 싸우고 계시죠?.. 한 두어달이 고비 인데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 그라고... 오해 없으시길... 그냥 손만 잡고 잘 잤습니다. ㅎㅎㅎ.....

▣ 의암 - ^^* 수고하셨네요. 잠은 어떻게......
** 의암님..안녕하세요... 잠은 그냥 벼개베고 한 두어시간 잤습니다.하하.

▣ 운해 - 진달래로 유명 하다던 비슬산이 야생화 천국이군요 지척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먼 산 차 안에서 시달려서 가는것보다는 가까운산 한적하게 오르는 맛에 또 다른 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훌륭한 문장력으로 표현하신 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행복 하세요.
** 운해님. 고맙습니다. 저도 새삼스럽게 좋았습니다. 마눌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있는듯 없는듯 ... 그러니, 무관심한 것처럼 그렇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또 달리 보이고... 산이나 사람이나.. 그런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제 색깔을 달리 하는 좋은 산이 있어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권경선 - 산상화원과 천연목욕소.... 신선이 따로 없네요. 산에서 행복을 느끼신다면 무공해 행복이 아닐까요? 즐산하십시요.
** 예 고맙습니다. 역시 산 님들 께서는 산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금방 아시네요.. 저에게 위로 형님 한 분 계시는데 주로 절 보고 [미친*] 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ㅎㅎㅎ
아마 산을 모르시니... 한 번은 팔공산을 억지로 모시고 갔는데 한 3일 못 움직였다고... 지금도 저만 보면 잡을듯이 하는데.. . 어떻게 꼬셔서 모시고 갈까 생각 중입니다.ㅎㅎㅎㅎ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 길문주 - 잊을만 하면 한번씩 올라오는 비슬산 종주산행기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덕유산 종주도 해야하고 비슬산종주도 해야하고 ㅠㅠㅠ 수고하셨네요. 건강하시고 즐산하세요^^*
**길문주님.. 요즘 날씨에 덕유 종주보다는 비슬산이 나을것 같습니다. 덕유의능선에서 강렬한 해를 안고 가는것 보다는 비슬 숲에서 숲의 여유로움을 느껴보시는게 ...
덕유는 가을 해를 받고 겨울옷 바꿔 입는 풀섶들 보며 걷는게 더 좋을듯 한데요....
어떻게 생각 하실지.. ㅎㅎㅎ. 덕유산.... 제가 포크레인으로 퍼가지 않으테니 천천히 다녀오세요..ㅎㅎ.

▣ 이수영 - 비슬산..진달래가 있을때 가려고 했던산.. 아직 미답지인 산.. 오늘 님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다시 가고 싶은 산으로 바뀌는 군요. 사모님께 바가지 안 긁히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 같이 다니는 것이 제일 좋은데요. 와 두분 같이 안덴깁니까?
**길문주님의 영주에서나.. 이수영님의 통영에서나 비슬산은 그리 멀지 않은 산인데... 두분 모두 1-2시간 안에 올 수있는 거리인 것 같습니다. 가을, 겨울 , 봄 , 여름,.. 계절마다 색다른 맛이 있는 종주길 입니다. 권하고 싶고요...
한 달에 두어번 정도는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와 같이요..
주로 가보지 않은 한국의 100대 명산중에서...ㅎㅎㅎ.
종주는 잘 하지 않으려고 하고 전 주로 종주만 고집하고...하하...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항상 사모님과 같이 하시는 님이 부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델구 갈 수는 없고요..ㅎㅎㅎ.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정상 - 어떡하면 남편을 산행하는맛을 알게 할수 있을까요. 일요일 산에 는너무가고싶고 얘들눈치 남편눈치 보느라고 이렇게 남의 산행기나 읽으면서 대신 하고 있답니다.남편이 같이 다니면 매일 종주산행해도 할수 있을것 같은데...
*** 그게 참 화두입니다.... 저 윗글에도 있지만 제 형님도 산이라면 고개부터 흔드는데 꼬실 방법이 없습니다. 정상님 하고 저하고 이것을 화두로 삼아 산하에 함 올리볼까요?ㅎㅎㅎ 조그마한 동네 뒷산부터 살살 모시고 다녀야 될것같습니다. 첨부터 힘들면 다시는 가지 않으려 하실테니.... 참... 어렵겠네요...ㅎㅎㅎ

▣ 꽁이 - 비슬산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 같은 푸근함이 서려있어 좋습니다. 좋은 산행 축하 드립니다 .
** 꽁이님. 요즘 내가 카페 운영자를 맡아서 정신이 없다. 왼종일 컴앞에 앉았는데 앉았다 하면 몇시간 날라가는것은 아주 우습네.. 29일 30일 31일 8월 1일 낙착되었고.. 죽던 살던 함 해보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