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閑談 11

2+1의 의미를 아시나요.


 

 모처럼 바깥 나들이하기에 좋은 주말이다. 한동안 주말이 다가오면 궂은 날씨로 이어져 산우들의 마음을 언짢게 했는데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니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나 아직도 천공된 고막이 완벽하게 재생되지 않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기몸살까지 겹쳐 하루쯤 푹 쉬라는 아내의 권고를 무시하고 산행 채비에 여념이 없다. 언제고 산에 간다고 말하면 산행이 필요한 준비물을 차질 없이 조치해줘 고마움과 미안스러움이 교차되지만 왠지 겸연스러워 “잘 다녀올게” 한마디 내던지고 산으로 달려간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이 튼튼하면 건강한 사회로 발전되어가지만 가정 공동체가 무너지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어 사회기반이 흔들리기에 가정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요즘 이혼율이 너무나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세계 2위라고 하니 참으로 달갑지 않는 순위다. 왜 이처럼 급속하게 가정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을까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상호간에 믿음이 결여되어 신뢰기반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버팀목이 되어야 건강한 가정을 지탱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신뢰기반이 무너지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사랑은 언제나 거창스런 수식어처럼 온유하고 아름답게만 이어지지 않고 끝없는 시험에 들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서 사랑이 제1이라고 한다. 그러나 믿음에서 희망이 탄생하고 사랑이 싹트고 결실을 맺으니까 참으로 고귀한 덕목은 믿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존 그레이 박사가 30여 년 동안 부부생활상담소를 운영하면서 겪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기술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은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아주 섬세하게 비교분석하여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이 책에서 여자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받고자 하는 욕구는 관심, 이해, 존중, 헌신, 공감, 확신 등이고 남자는 신뢰, 인정, 감사, 찬미, 찬성, 격려 등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존재는 그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방식, 사랑하는 방식, 스트레스 해결방법 등 여러 가지가 상이하기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남자는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고 느낄 때 힘이 솟구치고 마음이 움직이고 여자는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때 힘이 생기고 마음이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건전한 부부생활의 첫걸음은 상대방의 장점을 살려주려는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단점을 파헤치면 결국 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지극한 관심을 표명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사랑의 통로가 진솔한 대화라고 생각한다. 쌍방간의 대화는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논쟁은 가장 파괴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단절되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을 때 반목과 불화가 생겨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올해부터 5월에 재미있는 기념일이 하나 더 생겼다. 5월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는데 두 사람이 하나 되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21일을 택했다고 한다. 날로 높아가는 이혼율이 얼마나 걱정스러웠으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부부의 날"을 제정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친인척 관계를 나타낼 때 부부간은 무촌으로 표시한다. 무촌이란 아주 가깝고도 먼 관계로 변이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할 때는 무촌이지만 불신으로 인하여 틈새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직면한다. 그러므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첫걸음은 솔직한 대화다. 부부간에 흉금을 털어놓은 가식 없는 대화가 이어지면 화목하겠지만 거짓된 대화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져 파경에 이른다.
 

 또한 부부간에 지켜야할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은 다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매우 불공정하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부부 중심의 가정으로 탈바꿈하려는 인식의 변화가 급선무이다. 화기애애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허튼 곳에 한눈팔지 말고 가정에 관심을 돌려야한다. 그리고 부부간의 제로섬 게임은 절대 금기사항임을 명심하고 반드시 윈윈 전략으로 상생의 기반을 조성하여야한다. 
 

 웹 서핑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부부 십계명”이 있어 소개한다.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

 2. 화가 났을 때 큰소리를 내지 말라.

 3. 눈은 허물을 보지 말고 입은 실수를 말하지 말라.

 4.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5. 상대방의 아픈 곳을 긁지 말라.

 6. 분을 품고 잠자리에 들어가지 말라.

 7. 처음 사랑을 잃지 말도록 노력하라.

 8. 갈등이 있어도 결코 단념하지 말라.

 9. 숨기지 말고 정직하자.

 10. 부부는 하느님의 섭리로 하나 됨을 믿자. 

 여기에 수록된 열 가지 계명 중에서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착실하게 지켜나가면 못 지킬 사항이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첫 만남에서 생긴 연애감정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실천해나간다면 반드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부부는 바람처럼 서로의 땀과 수고를 식혀 주고, 햇살처럼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밤하늘의 별처럼 서로에게 소망이 되도록 노력하고, 아름드리 큰 나무처럼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 주고, 가뭄의 단비처럼 서로의 마음을 적셔주고, 화사하게 피어난 꽃처럼 밝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바다처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하늘처럼 넓은 가슴으로 서로를 포근하게 안아 주면서, 높은 산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강물처럼 잔잔하게 서로를 신뢰하면서 차분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사람(2)이 하나(1) 되는 뜻으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는 그 의미를 곱씹어보니, 그동안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가는 쉼 없는 삶으로 일관하며 별다른 관심을 표명하지 못했음에도 언제나 마음에 쌓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지만 항상 있어야 할 곳에 서있고 필요할 때 편리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로 헌신해온 아내의 자리가 너무나 크게만 느껴진다. 
 

 지난 30여 년 동안 똑똑하지는 않지만 건강하고 바르게 두 아들을 길러내고 많은 것은 없지만 적은 것에 만족하는 어엿한 가정으로 꾸려가려고 무던히도 애쓰다가 힘들어 지쳤는지 예전의 자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초라한 모습이 애련하게만 느껴진다. 한때의 부질없는 철부지 행동으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흔을 수없이 안겨줘 죄스러운 마음뿐이기에 늦게나마 마음속으로 머리 숙여 용서를 빌면서 거칠어진 두 손을 꼭 잡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막을 오르다가 잠시 쉬려고 배낭을 벗는 순간 느끼는 편안함은 맛보기 힘든 산행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일상의 근심 걱정도 잠시 풀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고달픈 삶의 틈바귀에서 잠시 무거운 짊을 덜어버리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라는 공동체임을 깨닫고 다가오는 초파일에는 아내와 함께 무등산에 오르면서 2+1의 의미를 되새겨보련다.(끝)

 


▣ 무지개 - 이 글을 읽으니 아내의 고마움이 새삼 느껴집니다. 저는 더욱 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초파일에 가시는 무등산은 절에 들렀다 가심이 어떤지...님의 글 잘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