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04. 5. 22일)는 회사직원들과 함께 소백산을 올랐습니다.

1970년대에 3번, 90년대에 1번, 그리고 작년 6월에 이어 어제로 6번째 올랐습니다. 70년대의 소백산 산행은 중앙선 열차로 다녀오느라 3박4일이 걸린 긴 여행길이였는데 요즈음은 오가는 교통이 편해져 하루산행으로도 충분히 종주를 마칠 수 있어 많이 쉬워졌습니다. 옛날에 나흘 걸려 다녀온 산을 하루에 마치고 돌아와 쉴새없이 일을 해야 하는 저 같은 보통사람들에는 좋아진 도로여건에 고마워하는 것이 정말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분기마다 한번씩 실적이 부진한 영업소의 직원들이 "고행의 산행"을 갖습니다. 지난 1/4분기에는 눈 덮인 백덕산을 8시간에 걸쳐 오르내렸고, 이번 분기에는 어제소백산 기슭인 천동리에서 출발, 비로봉-연화봉-죽령휴게소의 주능선을 7시간 반을 걸어 "고행의 산행"을 마쳤습니다.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의욕과 이를 실천할 땀이 부족하면 영업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영업사원들에 정상에 오르겠다는 도전정신과 땀흘려 정상에 섰을 때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 영업의욕을 일깨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참뜻인데, 산행을 성공리에 마친 영업사원들이 그 참뜻을 터득하고 뿌듯해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아침 9시11분 천동리 유스호스텔옆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짐을 나누며 산행준비를 했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유남수, 조연제, 송우식, 김홍범, 서울에서 내려간 안준성, 이상룡, 최재정, 박윤수, 권혁용대원과 제가 소백산에 오르고자 모인 10명의 대원들의 면면입니다. 저처럼 몸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부산의 김 소장과 서울의 안 계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산행준비가 기필코 정상에 오르겠다고 마음을 다져 먹는 것입니다. 한북정맥의 청계산-노채고개를 뛰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이번 산행에 참여한 것은 새로 입사한 영업사원들과 고통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하나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9시22분 천동리를 출발했습니다.
천동계곡을 따라 올라 다리안 폭포를 보고 자연의 건강함과 신비로움을 맛보았습니다. 천동교와 신선교, 그리고 다래교를 차례로 건너 신선바위에 다다라 고도계를 체크해보니 690미터로 나타나 출발지인 천동리 주차장에서 어느새 고도로 260미터를 오른 셈입니다. 신선바위 앞에 세워진 작은 표지석에는 이곳의 고도가 610미터로 표기되어 있어, 제 고도계에 나타난 수치에서 80미터를 감해야 실제고도와 맞게 됩니다.

10시22분 천동리에서 3.2키로를 걸어 출발 한 시간만에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일행들은 먼저 출발하고 뒤늦게 도착한 부산의 김소장이 쉴 수 있도록 기다려 10시 37분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틀 전에 내린 비로 계곡의 물이 맑고 깨끗했으며 수량 또한 풍부해 물소리가 힘찼습니다. 길섶의 나무들이 볕을 가려 산행하기에 덥지 않았고 완만한 경사길이 계속해 이어져 숨가쁘지 않았기에 돌 바닥의 오름 길도 참을 만 했습니다.

11시10분 비로봉 2.7키로 전방의 야영장에서 목을 추겼습니다.
해발 1,000미터대에 자리잡은 야영장의 식수대에서 차디찬 물로 작은 페트병을 채웠습니다. 아직은 김소장의 컨디션이 견딜 만 해 10분만 쉬고 또 다시 산 오름에 나섰습니다. 샘터를 얼마고 지나자 나무계단 길로 이어져 뒤늦게 본격적인 오름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백산을 상징하는 주목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고, 한북정맥에서 만난 노란 꽃의 피나물이 여기 소백산에서도 그 화사함을 뽐냈습니다.

12시7분 많이 지친 김 소장이 그늘진 나무계단 길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주목나무와 피나물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고 후미를 책임진 박소장과 피로를 회복중인 김소장의 모습도 함께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2시 32분 해발 1,439미터의 정상인 비로봉에 올라섰습니다.
다음주에 열릴 단양시의 소백산철쭉제가 성황리에 끝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정상부근의 철쭉들은 꽃을 피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출발 3시간 10분만에 90키로 가까운 거구를 이끌고 6.8키로의 먼길을 걸어 정상에 오른 김소장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1,000미터를 넘는 고산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오르는 도중 퍼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잘도 참고 올라 고마웠습니다. 산에서는 오르느라 흘린 땀만큼 소찬도 비싼 호텔의 성찬만큼 맛이 있는 법입니다. 점심으로 김밥을 든 후 함께 오른 직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기념하고자 비로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13시 10분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정상에서 0.6키로 하산하여 만나는 천동계곡행 갈림길까지의 넓은 평원에 조성된 주목군락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무계단길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은 60년 생 한 그루에서 암환자 한명을 치유할 만한 항암물질을 추출해 낼 수 있다니 분명 고마운 나무임에 틀림없으며 제대로 보호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연제, 이상룡, 최재성, 박윤수, 권혁용 대원과 저를 포함한 6명의 대원은 죽령휴게소까지 종주하고, 종주가 역부족인 부산의 유남수, 송우식, 김홍범과 서울의 안준성 대원등 4명은 천동리로 되돌아 내려가 죽령휴게소에 차를 대기로 하고 갈림길에서 헤어졌습니다. 비로봉에서 죽령휴게소까지가 11.5키로이니 이번 산행의 총거리는 18.3키로로 , 올 들어 가장 긴 코스를 뛰는 것입니다. 맑은 날씨덕분에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 금이 한눈에 들어와 끝자리의 중계소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빗속에 길을 잃는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제1 연화봉을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작년 6월에 거꾸로 오르면서 몇 번을 쉬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방향만 반대인데 오르고 내리는데 드는 힘의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순리를 따르면 일이 쉬워지지만 순리를 거역하면 일이 꼬이는 이치일 것입니다. 자연계에서 정반응은 쉽게 이루어지는데 그 역반응은 일어나지 않는 불가역반응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 생각됩니다.

14시25분 천문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짐을 풀고 천동리에서 지고 올라온 맥주로 목을 추겼습니다. 노란색의 피나물과 파란색의 현호색은 길섶에 피어 있어 자주 눈에 띄는 대표적인 소백산의 야생초로, 주 능선을 종주하는 산악인들에는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 하는 고마운 풀입니다.

14시42분 연화봉을 조금 지나 천문대에 다다랐습니다.
몇 번의 산행에서도 희방사를 거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백산에 처음 오른다는 권 본부장이 그냥 지나치기에 아쉬웠던지 연화봉을 다녀온다 하기에 나머지 대원들은 그 시간동안 편안히 쉬었습니다. 죽령휴게소까지 7키로가 남아 있어 여기서도 짧지 않은 길인데 차들이 다니는 넓은 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다리에 무리가 갈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높은 곳에서 말없이 근무하는 분들의 노고가 없이는 이 사회가 제대로 견뎌내지 못할 진데, 이 길이 매일 오르내려야 하는 그 분들을 위해 닦은 길이라 생각하니 걷기에 좀 불편하더라도 참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15시 26분 연화봉중계소 전망대에서 희방사 건너편을 조감했습니다.
오른 편으로는 아침에 오른 천동계곡과 만나는 백자골이 눈에 들어왔고 왼편으로는 작년 10월에 다녀 온 월악산이 먼발치로 눈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비로봉에서 이어지는 마루 금이 분명하게 그 선을 보여 하루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제2 연화봉의 정상에 자리잡은 한국통신중계소를 끼고 돌며 본격적인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시멘트길이 미안해서인지 종종 길옆에 샛길을 만들어 흙을 밟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여 고마웠습니다.

15시 52분 길섶에서 잠시 짐을 풀고 땀을 식혔습니다.
휴게소까지 예쁜 이름의 쉼터가 여러 군데 준비되어 있었지만 17시까지 차를 대라고 하였기에 아쉽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래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꽃망울을 막 열고 있는 산목련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산목련 몇 송이를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970년 6월 소백산을 처음 올랐을 때 초암사에서 석륜암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고귀한 자태의 산목련을 다시 보는 듯 싶어 더 할 수 없이 반가웠습니다.

16시 52분 죽령휴게소에 도착 , 7시간 30분간의 "고행의 산행"을 마쳤습니다.
천동계곡으로 내려 간 김소장이 많이 지쳐 능선을 종주한 저희들과 거의 같은 시간에 하산을 마쳤다 합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소백산 산행을 마친 직원들에 오직 감사할 따름입니다.

단양시내로 자리를 옮겨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들면서 이번 산행을 반추했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10명의 대원모두가 하나가 되어 땀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환희와 자신감을 간직한 보람찬 하루였다고 자부하며, 다음 분기에는 영업실적이 크게 향상되어 회사살림이 나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