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한 청계산,관악산


산행일시: 2004년 6월 6일(일요일)
산행장소: 서울 양재 청계산들머리 출발 경기 분당 석운동방향으로 하산
            경기도 안양 관악산에서 올라 연주대거쳐 사당동에서 끝을 맺다.
산행인원: 친구와 나 둘이서
날      씨: 흐리고 저녁무렵 약간 비


 


지난 5월중순의 지리산 산행후 산악회에서 갔다온  양평 봉미산말고는 이렇다 할 산행이 없이 두주일이 흘러간다.


망치와 같던 나의 단단한 다리가 풀려옴을 느끼던 즈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요일날 뭐하냐? 산으로 뜨자!"


"흠~ 알았다^^ 시간와 장소를 정하고 연락하마"


이렇게 통화한게 목요일..


사실 이번주는 집뒤에 검단산이나 오를려구 했는데 이렇게 되면 또다시 마음이 바빠진다.
 
북한산?도봉산?관악산?


일단 차를 가지고 나가야 하는 지방의 산은 부담이된다..


약주 한잔 해야 하겠기에..^^


해서 금요일날 북한산과 청계산을 제안했다..


"우선 너희집에서 가까운 청계산과 그 유명한 북한산이 있다.. 어디로 갈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연히 청계산이라는 말이 날라온다..


나는"원래는 청계,광교산 종주로 아껴 놓았던 코스다^^..네가 날 따라올수 있겠느냐?"라고 엄포 한방을 놓았다..


이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종주라니..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말실수가 되어버렸다..


다른분들 산행기에 보면 대부분 청계,광교산을 같이 넘나드시길래 해본 말이었다.


그냥 하루 가볍게 산에 다녀오고 친구와 막걸리나 한잔 하려 했는데.. 말이 헛 나간것이다..


그러나 내친구는 15사단 육군 보병의 명예를 걸고 자신있단다..


이미 밷은 말을 주워담을수도 없고.. 종주로 결정이 되어 버렸다..


"그래 이기회에 염두에 두고있던 청계,광교를 해치우자"  단지 내친구가 따라와줄지 걱정이 되었다..^^


 


계획은 일요일 아침 8시에 양재역 7번출구에서 만나 저녁7시까지는 경기대로 하산하기..


이제 준비에 들어간다..산행기를 뽑고 다들 헷갈린다는 하오고개 통과법까지 그림으로 프린트..


다음 먹거리준비..산행전날에 포천막걸리1.2리터를 pet병에 옮겨담아 냉장고에 얼려두었다..


그리고 안주거리로 돼지머리고기 눌린 것 얼렸다가 막걸리와 같이 신문지에 말아 싸놓고..


당일 아침에는 도시락을 싸고 물을 수통에 채워서 출발한다..


시간이 늦을것같아 택시로 잠실까지 나가 지하철을 갈아타고 양재역에 도착하니 8시10분..


가는동안 전화가 안되어 조금 늦겠다고 연락도 못했다..


다행(?)히 아직 안나와 있다..그러나 다행이 아니었다.


불행히도 친구는 9시가 다되어 어슬렁 나타난다..아이고 택시비 아까워라ㅠㅠ


10시간 산행코스니까 먹거리와 마실거리 준비해서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나름대로 마실것과 떡까지 챙겨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원래 자신은 물과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는 법이 없는데


늦게 나와 미안한 마음에 요앞에서 샀다는 것이다..


친구는 집 뒤 관악산에 올라갈때 물도 안가지고 연주암과 막걸리 파는곳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스스로 '관악산 앵벌이'라 하니 나는 그냥 웃어 넘기고 만다..


복장을 볼라치면 복장은 산악마라톤복장이다..반바지에 반팔 런닝티 그리고 운동화..


웬만하면 등산화를 신지 그러냐고 핀잔을 줘도 가벼운 운동화가 짱이란다..


결국 복장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말이다..(뒤에 나옵니다..계속 읽어주세용^^)


어쨋든 복장검사에 도시락검사해서 산에 입장시키는 것도 아니니 개인의 맘이라 하겠다..


하기사 신사복바지를 양말속에 구겨넣고 양복에 구두신고 검단산 꼭대기에 오르신 분도 있었으니까...^^


화물터미널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산행들머리인 밤나무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09:23 양재화물터미날 안쪽 밤골입구 들머리


 


옥녀봉을 향해 슬금슬금 올라가며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이야기,가정이야기,정치,경제등 참 주제도 다양하다..^^


이윽고 오늘의 청계,광교산 종주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야기가


확대되어 불암수락,검단용마,급기야는 삼관우청광,불수사도북까지 넘어간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말 실수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내생각엔 산을 오래 그리고 멀리,빨리 타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산을 느끼고 개인의 체력과 관심사에 걸맞는 코스를 타야하는 것이 올바른 대답이겠지만 스피드와 지구력에 신경쓰고 그것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것도 그다지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한 것은 개인들의 개별적인 산행기준,산행을 즐기는 한 요소가 될수있으며.같은 코스를 타는데 있어 나날이 시간단축이 되고 못보고 지나치던곳을 여유가 생기면서 관찰할수 있다면 건강과 산행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반증이니 이 맛도 산을 타는 보람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그러나 많은인원들이 기록경기하듯 하는 것은 자연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해가 될수 있겠다.


갑작스럽게 출입제한지역으로 묶여 보고싶어도 볼수없기전에 우리 스스로가 지키고 아끼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즉 개인의 취향이나 만족보다는 좀더 앞을 내다보고 자제할 것은 자제 하자는 이야기인데..


내자신도 그렇게 조화시키기가 참 어렵다는걸 느낀다..^^


노고단은 그나마 일일 몇회라도 탐방이 가능하지만 영구제한지역으로 묶인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갈 수 있는 지역중에 완전제한으로 묶이는곳이 늘어나기전에 보존과 개인의 자유의지를 조절할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서..


"불수사도북이라.." 내친구는 그거 아주 재미있겠다며 같이한번 뛰잔다..ㅠㅠ


쿠쿵∼ 나는 불수사도북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갑자기 웬 불수사도북이냔 말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미 내밷은 말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청계광교산을 타고 있는 나에게 불수사도북까지 하잔다..


나는 애써 진화에 나섰다..


"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거 밤새워서 한 20시간 꼬박 걸어야하고 밤중에 산짐승들에게나 자신에게나 몹쓸짓 하는것이니 생각을 접으라고..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협박반 회유반으로 진화에 나선다..


조금 먹혀들어가는 것 같더니 조금 있다가 내게 묻는다..


"헤드랜턴이 있어야 하겠지?"


어휴∼ 머리속에 불수사도북이 깊이 꽃쳤나보다....


끝끝내 나는 체력에 자신없어 못한다는 얘기는 차마 목구멍으로 나오질 않는다..단지 다른이유가 있어서 인것처럼..


어려서나 애아버지가 되어서나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


일단은 오늘 청계광교 하는 것 봐서 결정하자고 말꼬리를 흐려놓는다..그러다 잊어먹겠지..


이렇게 친구를 달래가며 옥녀봉에 도착한다.


 


▼옥녀봉(10:11)


 


▼옥녀봉에서 바라본 관악산(가운데 부분에 경마장)
  이렇게 바라본 관악산을 설마 오늘가게 될줄이야..ㅠㅠ


 


양재동에서 옥녀봉까지는 산님들도 별로 없고 오솔길도 완만한 것이 산책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다..


입맞춤길,임꺽정길,제1제2솔밭쉼터등 이름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휴식처가 도처에 많아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복받은 분들이시리라..


가족간에 산책과 삼림욕을 함께 즐기면서 건강과 정을 돈독히 하는데 더없이 좋아보인다..


옥녀봉에서는 서쪽으로 과천경마장과 그너머 관악산까지 건너다 보인다..


이곳에서 맥주 한캔씩을 하고 바로 길을 떠난다..


종주는 하자고 했는데 다른분들의 산행기와 비교해보니 우리의 출발시간이 한시간이상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다소 급해진다..결국은 이 급한마음 때문에 알바를 했지만 말이다..


딱히 전망이 좋은곳도 없고 그렇다고 급경사나 암릉도 없어 속도내고 가기에는 좋은데 옥녀봉이후부터는 산님들이 꽤 많아져 곳곳에서 정체가 일어난다..


돌문바위(11:3)를 지나고 매봉(11:18)에 도착했으나 산님들이 너무많아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쫏기듯이 혈읍재로 내려선다..


 


▼혈읍재(11:31)


 


이곳에서 이정표를 보니 우측길이 하오고개로 되어있는데 지나는 산님께 물어보니 직진해서 가도 되는데 약간 험로라 하신다..


그 소리에 친구는 바로 직진 고개길로 치고 올라간다..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유격훈련하러 나왔나보다..


나는 사실 친구가 날 따라오기가 쉽지않을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거의 매주 뒷동산이라도 오르내리는 사람이고 친구는 관악산 몇번 타본 것 이외엔 별다른 산행이 없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내가 보조를 맞춰준답시고 앞서가다 기다려주곤 했는데 어느 순간 친구가 앞서나가고 나는 따라잡기 바쁜 상황이 되어버렸다..


역시 전방사단 육군보병출신답다..^^


숨은인재를 몰라보고 내가 너무 까불었나보다..ㅠㅠ


어쨋든 친구는 급경사 오르막을 치고올라 망경대(11:40)에서 날 기다린다..


청계산의 실질적인 정상은 군부대에 내주고 이곳 망경대가 민간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인 것 같다..


 


▼헬기장에서 올려다본 석기봉


 


망경대를 내려와 석기봉(11:50)을 지나 그밑에 있는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얼음이 서걱서걱한 막걸리도 한잔씩 하며 배부르게 먹고나니 세상 부러울것이 없다..


간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며(남자도 수다를 떤다^^;),좋아하는 산위에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배는 부르고, 술기운이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것이 바로 이순간은 재벌총수나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순간이다..


어디서 낮잠한숨자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지만 갈길이 멀다.. 정리하고 출발(12:50)


12시가 되기전에 하오고개를 넘어야 무리가 없는 산행일텐데 너무 지체되었다..


몸은 급한척 했지만 나는 하오고개에 당도하는 시간을 추산해서 종주의 꿈을 접을려고 내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야 처음부터 종주를 할려고 했던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친구도 1시간을 늦게 나오는 바람에 나에게 핑계거리 하나를 만들어준 셈이니 더더욱 잘되었다..^^


'에이 오랜만에 낮술한잔하고 집에 일찍가서 봉사하자니깐?' 이게 나의 속마음이었다..ㅎㅎㅎ


이수봉(13:7)을 지나고 국사봉에 이르러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잠시 숨을돌린다..


 


▼국사봉정상표지석(13:33)


 


이곳에서 여러선배님들의 산행기를 확인했었어야 했는데..


급한마음과 그저 눈에보이는 큰길만 믿고 좌측길로 들어선 것이 화근이었다..


사실 우측길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내눈에는 성남 금토동 내려가는 길밖에 보지못했다..


그저 머리속에는 산행기에서 본 철탑만 생각이 났고 철탑이 나오면 그아래에서 산행기를 확인하고 진행하려 했다..


친구에게도 자신있게 "야! 철탑만 나오면 되니까 나를 따르라∼"


길도 완만한 하산길로서 아주 기분좋은 진행이 되고 있었다..


고속도로의 소리도 가까이 들려오는 것이 그냥 그대로 하오고개로 가고 있는줄 알았다..


그러다가 한20∼30분을 내려가도 철탑이 보이질 않아 아차하는 마음에 산행기를 확인해보니 굵은글씨로 국사봉에서 우측길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ㅠㅠ 


갑자기 힘이 쪽 빠진다..


내가 스스로 국사봉에서 우측길이라고 굵게 bold까지 해놓고 잊고 그냥 진행한 것이다..


아는길도 물어가라고 옛말에도 있거늘 하물며 처음 가는길에 중요한 포인트에서 확인을 거쳤어야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친 것이 아까운 시간을 까먹은 것이다..


다시 빽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생각같아서는 금토동 하산, 막초일배후 해산했으면 딱이겠는데...


이친구는 비탈길을 치고 내려가 하오고개쪽으로 가로질러 가잔다..


나는 극구 말렸다..


반바지차림으로 길없는곳을 뚫고 갈수있겠느냐라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대부분이 낙엽이 쌓여있고 약간의 잡풀과 잡목숲이 있는 편한 비탈길이었다..


사실 경사가 급한것도 아니고 고속도로 소리가 가깝게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최악의 경우 고속도로 따라 걸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러자고 하고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산비탈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다 보니 뒤에서 따라오는 친구가 궁시렁궁시렁댄다..


반바지에 잡목숲을 헤쳐나가자니 미치겠는 모양이다.. "다시 올라갈까?"


"기왕 빼든 칼 무라도 자르자 그냥가자.." "그래 갈때까지 가보자"


나침반을 계속 남서방향으로 유지한채 잡목숲에서 친구는 긁히고 빠져가며 내려간다..


참나 원 웃을수도 없고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악 마라톤하듯 오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계속가지고 다니던 스패츠마저 먹을 것 때문에 빼놓고 왔으니 빌려줄수도 없고..


안타깝지만 조금만 더 긁혀라.. 곧 편한길이 나올 것이다..^^


누군 이 더운 초여름에 산에 긴바지에 배낭 무겁게 지고 오고 싶어 오는가 말이다..


다 이유가 있는것이고 유사시를 대비한 평시의 민방공훈련이라고나 해야 할까?


하여튼 계속 비탈길을 비스듬히 내려가다보니 계곡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개천을 만난다..


반가운 마음에 세수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니 헛웃음만 나온다..


둘다 꼴이 말이아니다.. 친구의 멋들어진 흰 티는 각종 거미줄과 먼지로 얼룩이 지고


나는 얼굴에 묻은 거미줄과 귓가에 왱왱거리는 산모기 때문에 연신 얼굴근처로 손이 왔다 갔다...


잠시 여유를 찾으니 서로의 몰골을 보며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ㅎㅎㅎ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고속도로 소리가 아주 가깝다..


친구는 이곳은 자기 뒷동네이기 때문에 고속도로까지만 가면 하오고개로 찾아갈수 있단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일단 고속도로까지 안심하고 진행..


그러던 어느 순간 커다란 콘크리트덩치가 우리앞을 가로막는다..고속도로와 마주치긴했는데..


달리 어느쪽 으로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은 없고 계곡물이 들어가는 개구멍 비슷한 조그만 굴과 고속도로에서 이어져 내려온 콘크리트 水路만 양쪽으로 나있다..


친구는 고속도로의 차 지나가는 소리에 위협을 느꼈는지 그 조그만 개구멍으로 허리 숙여 고속도로를 통과하자고 한다..


나는 남자가 함부로 허리 숙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고속도로 갓길로 올라가자고 주장했다..


사실은 그 굴속을 들여다보니 허리 숙이고 저쪽으로 통과는 가능하겠는데 컴컴한 중간부분에 어떤 생물체(?)나 위협이 될만한 것이 있을지 몰라 겁이 났었다..ㅠ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그리하여 우리는 고속도로 갓길로 올라가고 차들이 씽씽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채 청계요금소 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판교에서 청계요금소 조금앞두고 터널이 있는 그곳.. 터널 조금 못미쳐 고속도로로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 위험하게 진행하기를 100여미터.. 다행히도 고속도로 밑으로 보행통로가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내려가 고속도로를 밑으로 통과하자마자 양갈래길..


이정표도 없이 좌측 소로는 산으로 이어진길..우측 대로는 약간 휘어져 내려가는길..


나는 다시 산에 올라가기가 겁이났다..당연히 내가 우겨서 우측길로 간다..


그냥 터널에서 나오던진행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냥 마을길로 진행하였다..


비포장 산길을 약10여분 내려가니 하오고개로가는 왕복2차선 도로와 만났다..


일단 버스를 타던 택시를 타던 원터마을까지는 가야하겠기에 이제는 고속도로가 아닌 지방도로를 터덜터덜 걸어간다.. 


그리고는 그렇게 찾아헤메이던 하오고개(15:2)에 도착해서 이후 계획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친구는 다시 청계산으로 올라가 오던길 거슬러가서 끝을 맺자하고 나는 원터골가서 맥주나 한잔 하고 집에가자 했으나 결론을 못내리고 일단 원터골까지 진행하기로 합의를 보고 지겨운 포장도로를 터벅대며 패잔병마냥 걸어간다..



▼하오고개로가는 지방도로를 걷는 패잔병의 뒷모습


 


▼하오고개 통과하는 굴다리(우측의 산이 오늘 갔어야할 광교산, 길이 휘어져 나가는 끝부분이 하오고개를 통과하는 굴다리.. 좌측위에 도로가 하오고개 통과시 위험하게 건너야하는 왕복6차선 안양-판교간 도로이다..)



 


▼원터마을입구 건널목(안양에서 분당간 다니는 좌석버스가 두개노선이나 있다..)


 


여기에서 오늘의 결정적 한방을 친구에게 얻어 맞았다..


나는 당연히 맥주한잔에 집에가는 버스안에서의 기분좋은 흔들림과 낮잠을 기대 했는데..


친구는 나를 살살 꼬시기시작한다..그렇다! 기분좋은 사탕발림같은 꼬심이었다..


관악산의 팔봉을 가보았냐고 해서 아직 그쪽으로는 못가봤다고 하니까..


그걸 못보고는 감히 관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지말고 어디가서 취미가 산행입네 하지말라는거다..


윽! 젊은 나의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소리다..


친구는 오늘 산에서 뼈를 묻으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다리도 안풀렸는데 어딜 집에갈 궁리를 하냐며 나를 꼬드기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난것이었다.ㅠㅠ


나도 역시 선배님들의 산행기를 통해 관악산 팔봉능선의 명성은 익히 들어보았다..


언젠가 한번 가봐야할곳 정도로만 담아두고 있던 능선이었다..


그러나 친구가 이렇듯 약까지 올려가며 승부욕을 자극하니 투지가 불타오르며 눈에서 불꽃이 튀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 팔봉이 대수냐, 그래 가자 가..


바로 안양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중도에 하차하여 택시로 갈아타고 안양종합운동장위쪽 들머리에 내린시간이 15시55분..


잠시 올라가다 매천약수터에서 마지막 막걸리와 고기로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한 시간이 16시30분이었다..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하며 나는 곧 깨닫는다..


산은 오기로 타는게 아닌데.. 몸에서 신호가 온다..


바위가 많아 아예 스틱을 꺼내지도 않았더니 오르막 치고 오를 때 허벅지가 힘에 부치는걸 느끼겠다..


흔히 이야기하는 근력이 쇠한것일까?


앞으로는 장거리산행이 아닐경우 스틱없이 허벅지 단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는 말그대로 이제 몸이 풀렸나보다. 아예 날아다니것처럼 보인다..


애써 쫓아가면 어느새 저멀리 가있고 금방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러다 모퉁이를 돌면 저위에서 나를 측은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가 또다시 날아올라 사라지길 반복하며 국기봉에 도착한 시간이 17시 26분


오늘 청계산에서 느끼지 못했던 시원한 조망을 눈에 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까불던 그순간..


머리위로 차가운 느낌이들어 하늘을 보니 무심하게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조금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몸이 젖는일은 없었지만 그순간 나와 친구는 서로를 쳐다보며 한마디 비명을 질렀다..


"×됐다.."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는 목에 힘주고 나름대로 점잔은 가장들인데..


왜 군복을 입거나 친구들끼리 밖에다 풀어놓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국기봉에서 바라본 팔봉능선(맞습니까? 육봉인가요?)


 


해지기전에 사당동으로 떨어지기 위해 평지이하는 거의 뛰어가다시피 한다..


친구는 복장까지 산악마라톤 복장이더니 결국 관악산에서 복장에 맞는 스포츠를 즐긴다..


 


▼팔봉능선


 


▼가물치바위(?)


 


팔봉(17:45)을 거쳐 KBS송신소(18:9)를 지나 연주대에 이르르니 18시29분


연주대에서 이렇게 사람이 없이 한가해보기는 처음이다..우리포함 단4명


아주 맘놓고 이쪽저쪽 전망도 구경하고 바위에 퍼질러 앉아 갖은 포즈로 사진도 찍는다..


 


▼저멀리 연주대가...


 


 


▼연주대에서 바라본 청계산(아침에는 청계산에서 이쪽 관악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열심히 하산길을 재촉하다가 관악문에 와서 발걸음을 늦춘다..


전에 와서는 사람들 진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제대로 찍지 못했던 관악문을 오늘은 포커스를 바꿔가며 여유있게 찍어보았다..


 


▼관악문


 


 


▼마당바위옆 분재와 비슷하게 생긴 소나무


 


 


날이 더더욱 어두워 지는데 사당동은 아직도 30여분 더가야 하는 모양이다..


내려가며 이정목에 쓰인 시간거리가 줄어드는 즐거움으로 가고 있는데, 중간에 한 이정목은 전 이정목보다 남은 시간이 오히려 불어나 있다..


잘못 표기한 것으로 생각되며 고쳐놓아야 나같은 소시민이 충격 받는일이 없을것이다..^^


선유천약수터(19:44)를 지나 사당동 주택가로 나온 시간이 20시 4분이다..


빛이 어슴프레하게 남아있는 동안 산을 내려오게 되어 다행이다..


오늘 계획했던 청계광교산 종주는 미처 끝내지 못했으니 이후를 기약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상스런 산행이지만 과천을 가운데두고 청계산과 관악산을 하루에 올랐으니


과천시계답사산행이라 이름붙여야 하나? ^^


어쨋든간에 무사히 산행이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반바지에 알바하느라 친구여 고생했다..


고속도로에서 차들의 질주에 쫄아 가슴저린 기억이 하나 생기긴 했지만 우리는 훌륭


히 탈출에 성공하고 관악의 팔봉에 안겨 하루를 마감했으니 그것이 기쁠뿐이다..^^


이후 주택가 포장도로를 한참 내려간후 사당동 사거리 먹자골목에서 생맥주를 한잔한다..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하산주를 거를수 없는법..


하산주를 하며 친구가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아무래도 훤한 보름달이 뜬 밤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애.."


나는 무슨말인가 의아해 했다..


그것은 불수사도북에 대한 마지막 확인작업을 하는 친구의 다짐이었던것이다..


그러더니 한참 무엇인가 계산을 하더니 7월2일(금)이 보름이란다..


금,토요일해서 불수사도북에 도전하고 일요일은 집에서 아픈다리 찜질하고 보내자며 이제는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허거덕∼ 나는 7월3일 주간에 약속이 있어 안된다며 일단 발뺌을 했더니 다음주에 일단 불암,수락을 자기가 먼저 답사를 다녀오고 체력을 비축하야 빠른시일내에 도전하자며 졸라댄다..


그 누가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 했는가?


무모한 도전은 후유증만 남기고 가슴 시린 추억으로 간직 되나니..


친구여 제발 한번 살리도∼


친구가 집요하게 졸라대는 그순간 한가지 영상이 떠오른다..
 


'동네 뒷산으로 주인에게 이끌려 혀를 길게 빼물고 헥헥대며 올라온 애완견들의 불쌍한 눈빛이..'


난 칠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복날 개 끌려가듯 친구에게 이끌려 불암산을 오르고 있으리라..


"제발 세영이 아빠 좀 살려주세요∼∼∼"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한 나날 되세요 ^^ 꾸벅




▣ 아이고~ㅋㅋㅋ - 지금까지 산하에 올라온 유모어 산행기중 노벨상감.종종 부탁합니다 꾸벅.읽으시는 분들 재미있으시라고 일부러 재미있게 써 봤습니다..웃을일 별로 없는 요즈음 이렇게라도 웃고 삽시다..감사합니다..^^


▣ 김학준 - 청계-광교 이어지는 길 찾는것이 만만치 않지요? 조금만 방심하면 다른길이 나오고...갈래길에서는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다음에는 꼭 종주성공하겠슴다..꾸벅


▣ 한울타리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즐산하세요..꾸벅


▣ 똘배(山梨) - 힘든산행 하셨네요^^ 갑자기 "뛰는? 위에 나는?" 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불수사도북때 자존심 회복하시길...ㅎㅎ똘배님도 얼마전에 관악산에 오르셨지요..산행기 즐겨보고있습니다..특히 작년엔가 친구분들과 지리산다녀오신 사진과 글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즐산하세요..^^ 꾸벅


▣ 백호 -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지난토요일날 청계산에서 광교산가던중 백운산에서 길을잘못들어 환경연구원으로 내려왔습니다. 누가좀알려주십시요. 백운산에서시루봉가는길을...제가 그날 광교산으로 들어갔다면 짧은소견이라도 말씀드릴수 있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산행기 검색하시면 나올듯..


▣ 김사웅 - 산행기 잘봤습니다.. 청계산이라면 군시절 저희 사단내 무장탈영병이 숨어있다가 잡힌곳이 군요..그럼 안녕히~!! 전 시험기간이라 당분간 산하엔 못올듯합니다..시험잘보시고 여유있을때 재밌는 산행기 한번 더 부탁해요~



▣ 강선자 -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는경험하셨군요 감사합니다..^^ 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