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太白山) 1566.7m
위치 : 강원도 태백시, 경상북도 봉화군

산행일자 : 2004년1월15일/우리부부
풍기출발(07:50) – 당골주차장(09:43)
당골매표소09:50 – 반재10:46 – 망경사11:26/12:10 – 천제단12:23/12:30 – 문수봉13:12/13:38 – 당골광장14:30
당골주차장출발(15:40) – 풍기(17:36)

◈ 당골-망경사-천제단-문수봉-당골
1월12일 저녁 특유의 풍기 세찬 바람에 눈발이 소백산을 넘어 이리저리 온 천지 가득 흩날리고 있다.
출근길 걱정은 까맣게 잊어버린체 벌써 마음은 마냥 설산으로 설산으로 내달리고 있다.
올 겨울은 1월 중순 임에도 불구하고 눈다운 눈을 밟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리도 큰 설레임을 만드는 건지…

고개만 들어도 한눈에 들어오는 굵고 힘차게 뻗어 내린 순백의 소백줄기를 보노라니 설레임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그 속으로 뛰어들고픈 초조함이 가득하다.
가벼운 흥분과 초조함으로 금새라도 터질듯한 풍선마냥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오르기만 하고 생각은 이산, 저산으로 순식간에 전국의 설산을 옮겨 다니다 결국은 눈 축제가 열린다는 태백산에 가서 멈추어 선다. (소백은 언제라도 한걸음에 달려 갈수 있기에..)

비로소 태백으로 출발하는 아침…
특별서비스로 딸아이를 학교까지 태워주고 미로처럼 난 꼬불꼬불한 길을 훨훨 날아가고 있다.
태백에 들어서니 아직 덜 녹은 눈으로 절묘한 흑백의 조화를 연출하고 눈 축제를 알리는 표지가 여기 저기 걸려있어 설원의 고장에 온 느낌이 피부에 확 와 닿는다.

눈 꽃이 좋다는 유일사 코스로 오를까 생각하다가 눈 축제를 구경하고 싶은 욕심에 당골로 차를 몰아가니 당골광장은 경쾌한 음악과 눈으로 만든 작품들이 우릴 반가이 맞이 하고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태백산 설경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기에 조용할 때 사진이나 찍고 가자는 집사람을 재촉해 벌써 저~ 앞에 가고 있는 마음을 쫓아 천제단 등산로로 들뜬 몸을 밀어 넣는다.

등산객들의 마음 만큼이나 넓고 부드러운 길을 걸으니 가벼운 발걸음을 타고 전해져 오는 눈의 촉감이 너무 좋고 눈을 밟을 때 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흡사 한여름 밤 논에서 무리 지어 우는 개구리 소리를 듣는듯하고…
등산로와 경쟁하듯 평행하게 나있는 개울엔 쉼 없이 흐르던 맑은 물은 그 모습 볼길 없고 대신 그 자리엔 햇볕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눈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나름의 질서로 놓여진 바위들도 흰 분으로 곱게 치장하고 전시되어있는 수석과도 같은 느낌이다.

문수봉 갈림길을 지나니 여태 평탄하던 등산로가 돌계단이 층층이 쌓여 높아지고 있다.
한 구비 돌계단을 오르니 정갈한 옹달샘이 목도 축이고 쉬어가라 한다.
다 깨져 줄줄 새는 바가지에 먹는 물이지만 담백한 물맛은 갈증을 한꺼번에 싹 날려버리니 느슨해진 발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금새 백단사 갈림길에 도착하고….
보기만 해도 신이 나는 자연 눈썰매장이 오히려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썰매를 타고 내렸기에 이리도 반질반질 한 건지…
비스듬히 길게 누워있는 자연 슬로프는 비료포대 하나 준비하지 못한 나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기나 하는 건지…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 묵묵히 걷는데 집사람이 어디선가 비료포대를 하나 주워 들곤 세상을 다 얻은 듯 해맑은 웃음을 소리 내어 한 가득 웃고 있다.
마음은 벌써 신나는 하산 길을 달려가고 있을 테지…
그 모습이 워낙 천진 난만해 보여 나도 큰 웃음을 한번 웃어 본다.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망경사에 들어선다.
천제단 바로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망경사에 도착하니 겨울날씨 답지 않게 따사로운 햇살이 몰려들고 지붕위 가득 쌓인 눈들도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겨울 속에 봄날이다.
햇살에 온몸을 내맡겨 더욱 희게 빛나는 순백의 눈에 눈이 부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배도 고프고 따사로운 햇살도 쬐고 싶어 절 건물 한 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점심이라야 컵라면에 밥 말아 먹는게 고작이지만 산위에서 먹는 맛을 무엇에 비하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우고 여유롭게 커피한잔 마시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한참을 쉬었으니 다시 아이젠을 차고 천제단으로…

천제단 정상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로 시골장터처럼 시끌벅적…
소백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올망졸망 겹겹이 솟아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한걸음에 내달려 소백으로 가고 싶지만 부지런한 걸음으로 3~4일은 족히 걸려야 하는 길…
천제단과 태백산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포근한 날씨탓에 사라져버린 눈꽃의 아쉬움을 간직하며 문수봉을 향하여 능선길로 내려선다.

간간히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멋진 주목들을 카메라에 그려넣으며 토끼길 마냥 눈 위로 난 오솔길을 따라 속보로 걷는다.
당연히 온몸엔 땀이 몽글몽글 맺히기 시작하고 숨이 턱에 찰 즈음 문수봉에 닿는다.

웅장한 천제단, 장군봉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함백산, 일월산, 소백산줄기가 빙둘러 서서 파노라마처럼 장관을 이룬다.
정말 너무도 좋은 날씨에 조금 욕심을 더 내보면 가시거리가 조금만 더 멀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간직한 한가로운 문수봉 정상이다.
돌탑과 천제단을 배경삼아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눈 축제장 당골로 당골로…

당골로 내려서는길 평일임에도 많은 등산객들로 체증이 일어나니 답답한 마음에 아이젠 힘을 빌려 미끄러운 등산로를 사람들 틈을 비집으며 뛰어 내리기 시작한다.
눈 썰매를 탈수있는 자연 슬로프를 기대하며…
허나 아무리 내려와도 눈썰매를 탈만한곳은 나타나질 않는다.
등산로 자체가 천제단 오르는 코스와는 돌계단도 많고 차이가 있다.
문수봉으로 해서 천제단을 거쳐 당골로 내려서야 눈썰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산행길 내내 비료포대를 들고 다닌 보람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ㅎㅎㅎㅎㅎ

당골광장에 내려서니 이박사와 관광객들이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고 눈으로 만든 수십점의 작품들이 관광객들을 향하여 멋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와 집사람도 질세라 번갈아가며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해보고, 석탄박물관을 한바퀴 둘러 본 후 풍기로 돌아왔다.


망경사의 모습


천제단 앞에서…


문수봉 가는길 태백산 주목1


문수봉 가는길 태백산 주목2


문수봉에서 본 장군봉,천제단 모습


태백산 눈 축제1


태백산 눈 축제2


태백산 눈 축제3


태백산 눈 축제4


▣ 얼라 - 눈축제가 얼음축제로 바뀌었네요
▣ 바부탱이 - 대리만족이란는 것이 이런 것인가요 넘 실감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