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아버지처럼 

언제, 어느 곳에서도 보아도 믿음직 하고 멋진 모습의 산

항상 화악산은 나에게는 듬직한 아버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산이다. 

한편, 화악산을 멀리서 보면 신선봉과 중봉을 앞에두고 

부드럽고 넉넉한 모습으로, 뒤에 한걸음 물러난채 마주보고 있는 응봉을 볼 수 있다.

화악산의 위용을 더욱더 빛내주는 마치 어머니 같은 응봉

 

그동안 신선봉과 중봉의 뒤에서 자신을 기리운채

화악산을 더욱더 빛내주었던 응봉

오늘 그 응봉을 가까이 보고 싶다.

 

 

 

실운현에서 바라본 응봉

 

 

 

 

추억을 찾아 나선길이 개척의 길이 되다니

15년전 일이다.

학창시절 명지산에 대한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별다른 정보 없이 포천방면으로 가는 길을 찾아 도마치 고개를 넘는다는 것이 실운현(1,044m)으로 길을 잘 못들었다.

그 당시 실운현은 오지였음에도 화악산(1,468m) 정상에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사창리 방면에서 실운현까지 포장도로가 말끔하게 닦여 있었다.

그러나 가평방면 화악리로 가려면 실운현의 화악터널을 통과해 비포장의 급경사 내림길을 각오해야 했다.

터널의 너비와 폭은 불과 3m도 안되고 터널 천정에서는 지하수가 떨어지고 내부는 조명하나 없는,

그야말로 무너질 것 같은 폐광 갱도를 들어가는 것 처럼 겁이 났었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선 혹이라도 터널이 무너져 내릴까 엑셀을 살며시 밟고 조심히 가속하며 진행했다.

멀리 보이는 터널 출구의 작은 빛은 왜 이리 늦게 다가오는지 터널 안으로 들어 온것에 후회가 막심했다.

 

얼마전 뉴스에 실운현에서 화악리까지 포장도로가 닦였다는 뉴스를 듣고 추억을 보듬코자 집을 나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큰 목적은 화악산 응봉(1,436m)과 북봉(1,435m)을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음이었다.

경기 오악(관악, 운악, 감악, 송악, 화악) 중에서 으뜸인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알려져 왔다.

중봉이란 이름은 정상아래 중간 봉우리란 뜻이 아니라 한반도의 중앙에 있는 봉우리란 뜻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 자오선(동경 127도 30분)이다.

여기에 가로로 북위 38도 선을 그으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화악산을 정상을 신선봉으로 부르며 이곳에서 제사를 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신선봉에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그 남서쪽의 봉우리 중봉(1,446m)이 정상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길게는 서너시간 넘게 비지땀을 흘려 중봉에 올랐다가 군부대 철조망을 바라보며 씁쓸이 돌아서야 했다. 

그만큼 군부대 건너편의 화악산 북봉은 접근이 쉽지가 않았다.

화악산 북봉(1,435m)의 들머리는 가평쪽에서는 화악터널(890m) 전의 왼쪽 임도, 사창리쪽에서는 오른쪽 임도를 이용한다.

이어 실운현(1,044m)에 도착하면 북서쪽으로 왼쪽에 군부대 바리게이트가 설치되 있고 우측으로 헬기장이 있다.

등산길은 헬기장에 이어진 능선으로 부터 시작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시작되지만 가끔은 가파른 비알길도 나타난다.

1,000m 이상 고지대 이지만 주위 조망은 아직 트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주위엔 어른 키보다 큰 분홍빛 철쭉이 나와 얼굴을 마주보며 이어지고,

때늦은 개별꽃과 엘레지가 발 아래 가득하여 조망 따윈 눈에 들어 올지 않는다.

 

 

 

 오름길 내내 피나물이 가득하다 

 

 

홀아비바람꽃도 한창이고 

 

 

 고도가 높아지니 때늦은 엘레지도....

 

 

 

비로소 볼 수 있었던 어머니의 모습

50여분 을 올랐을까? 비로소 전망이 터진다.

몇년의 만고풍상을 겪은 걸까?

한그루 고사목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로 마치 어머니 젖가슴처럼 봉긋한 응봉(1,436m)의 거대한 모습이 펼쳐진다.

중봉이 아버지라면 응봉은 어머니 격이다.

중봉에 가리워지고 접근 자체가 매우 힘들어 관심 밖인 응봉, 화악산을 멀리서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응봉이 마치 쌍둥이처럼 중봉과 함께 높이 솟아 있기에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화악산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만큼 응봉은 아내가 남편을 내조 하듯 조용히 화악산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오늘 또한 여기서 바라보는 응봉의 모습은 와락 다가가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풍만한 가슴으로 다가온다.

이제 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면서 군부대 교통호지대가 나온다.

5월 중순임에도 엘레지가 한창이다.

화악산은 계절 마다 다양한 야생화로도 아주 유명하고 높은 산인 만큼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야생화도 많다.

앞으로는 화악산 정상의 군부대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북봉 정상이 눈에 띄인다.

북봉은 군시설물에서 우측 능선으로 벗어나 튀어나온 봉우리가 북봉이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고 군부대의 시멘트블록이 있고 그것을 정상의 상징으로 삼는다.

북봉의 조망은 중봉에서와 다른 경기-강원도 일대의 망망대해와 같은 조망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북봉과 응봉 사이로 설악산을 몰 수도 있다.

서북쪽으로 국망봉(1,168m)∼광덕산(1,046m)∼복주산(1,152m))∼대성산(1,175m)으로 한북정맥의 파노라마가 이어지고,

앞으로는 북봉에서 북서쪽으로 가지친 화악산의 능선은 석룡산(1,150m)을 거쳐 도마치고개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남으로 S라인을 그리며 국망봉(1,168m)까지 이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잘 발달된 뱀의 근육이 살아있듯 꿈틀 거리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뱀의 등 아래로는 그 유명한 조무락골 계곡이 5월의 녹음에 마치 녹색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펼쳐져 있다.

건너로 응봉이 보인다. 응봉 정상으로는 마치 금을 그어놓은 것 처럼 군사도로가 이어져 있다.

   

정상 신선봉일대의 군부대 시설

 

 

올라가 보고 싶었던 북봉, 북봉에서의 전망은 중봉보다 더 탁월하다.

 

 

 

북봉에 올라 바라본 가운데로 낮은 석룡산 그리고 왼편의 조무락골

 

 

북봉에서 바라본 석룡산-도마치-국망봉으로 이어지는 S라인, 조망이 흐려 오른편명성산과 광덕산 일대가 안보인다.

 

 

 

새들도 물놀이에 흥에 겨워 조무락 거리는 곳

조망도 실컷 즐긴 만큼 어서 빨리 조무락골의 비경을 보고 싶다.

북봉의 끝자락에서 북서쪽 석룡산으로 이어진 좁은 능선길 따라 가면 방림고개가 나온다.

방림고개 안부에 도착하면 석룡산과 38교라고 써있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38교 방향으로 가면 조무락골 계곡을 거쳐 38교 적목리 마을에 도착한다.

석룡산과 화악산을 사이에 두고 발달된 조무락골 계곡은 5km에 걸쳐 폭포와 담(潭)·소(沼)가 이어진다.

계곡이 빼어나 새가 춤추며 즐겼다 하여 조무락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하고 산새들이 재잘(조무락)거리려 노닐던 곳이라고도 한다. 

상류에는 제멋대로 흘러 이바위 저바위에 물이 부딫치며 퍼지는 쌍용폭포가 장관이고,

계곡 중간쯤 화악산에서 발생하는 지류와 합치는 합수곡에서 50m 정도 화악산 지류를 따라 들어가면 유명한 복호동 폭포가 있다.

폭포는 태고의 신비가 가득하리 만큼 이끼가 무성하고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다.

다만 소(沼)가 작다는 것이 흠이다.

복호동 폭포를 구경 후 다시 합수곡으로 나와 38교 방향으로 진행하면 계곡의 폭이 조금 넓어지며 계곡산행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이어 1시간 조금 더 진행하면 적목리 마을에 도착하여 가평가는 버스를 만날 수 있다.

신비한 조무락골의 이끼계곡

 

 

3단으로 떨어지는 복호동 폭포

 

 

 38교 적목리 가는길로 계속되는 조무락골

 

 

 

단풍으로도 아주 유명한 조무락골

 

교 통 

실운현 : 가평-가평읍-363지방도-목동삼거리 우회전-화악천 363번 지방도-신당삼거리 좌회전-화악2리-화악터널

적목리 : 가평-가평읍-363 지방도-목동삼거리 좌회전-가평천 75번 지방도-적목리(38교

겨울사진 추가 

실운현 오름길은 군인 아찌들이 제설작업을 확실히 한것 같다.

 

 

화악터널을 차로 오르면서 바라본 오르면서 화악산 정상

 

 

실운현 헬기장에 도착하니 강원도 방향으로 우측부터 대성산-복계산-복주산-회목봉-광덕산의 한북정맥이 보인다.

 

 

건너로는 화악산의 대표적 두봉우리 중의 하나인 응봉(매봉)이 보인다.

 

  

드디어 멋진 상고대가 보인다. 

 

 

 

엄청난눈이다. 시원하고 가슴이 탁 트인다. 이맛이다.  

 

극공명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