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산지봉~연점산~천지갑산

1:25,000지형도=안덕

2004년 12월 23일 목요일 맑음(-8/3 ˚C)   일출몰07:35~17:05

코스: 계두리 약수산장11:00<1.5km>▲656.5m봉11:50<1.7km>산지봉890m13:30<1.7km>▲연점산870.6m14:00<1.8km>716.2m봉14:30<2.2km>천지갑산462m15:20<1.5km>송사교 도착16:00

[도상10.4km/ 5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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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형도
 

개요: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안덕면의 군계선상에 놓인, 산지봉(890m)과 연점산(870.6m), 그리고 지능선상의 송사리에 위치한 천지갑산(462m)은, 비교적 덜 알려진 산이다.

산지봉과 연점산은 평범한 육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송계천이 길안천으로 유입되는 합수지점의 천지갑산(天地甲山)은, 길안천변으로 수직 절벽이 도열해서 보는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돌아본 연점산 뒤로 선자봉    돌아본 연점산 뒤로, 산지봉
 

해발 452m에 불과한 야산이 산중에 제일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데는 노송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그 위에서 바라보는 8자 모양으로 돌아나가는, 수태극의 극치가 압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 7.5km거리에는 안동김씨의 종가집 묵계서원이 있어, 이곳을 찾아온 풍류 즐기던 우리네 옛 조상들의 과장된 표현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멋진 휘날레, 천지갑산     천지갑산
 

이번 코스를 사방에서 감싸고 도는 계류는, 청송군 현서면쪽의 고갯길 마사리재(일명:노구재)만 빼 놓고, 산 전체를 섬으로 만들었을 정도로 칭칭 휘감아 돈다.

길안천은 장장 29.4km에 달하고, 노구재에서 천지갑산까지의 송계천도 10km나 된다. 이 많은 물들은 낙동강따라 부산 앞바다까지 간다.

수태극의 극치, 길안천   수태극의 극치, 길안천

가는길: 부산에서야 영천에서 35번 국도로 쭈욱 북상하기만 하면 되지만, 타지역 출발은 일단 안동시내로 들어와, 길안천 따라 35번 국도로 송계천변 약수산장에 내려서면, 도로변의 갓쓴 금봉이가 반긴다.  

그러나, 노구재에서 능선을 이어가는 코스를 선택하면 청송과 안동, 의성을 갈라내는 주능선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어, 더욱 멋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초반 오름길    초반 오름길
 

금봉이를 뒤로한 계곡건너 산장마당에서, 송계천따라 무성한 쑥대밭을 10분 쯤 나아가, 주능선으로 연결되는 해묵은 산판도로를 따른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임도가 지루하면 첫 번째 만나는 지능선을 치고 올라 너덜겅을 통과하면,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가 있다. 물론 산길은 없다.

656.5m봉 암릉길   656.5m봉 암릉길
 

주능선 날등길은 잘 나 있고, 656.5m봉 오름길엔 암릉들이 불연속적으로 튀어나온다.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혼재한 그 길에는 이따금씩 서쪽 황학산 줄기와 동쪽 안덕면쪽으로의 지능선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잡목틈새의 656.5m봉 삼각점 터치하고, 서서히 동쪽으로 휘어지면서 산지봉 정상에 도달하면, 6.25 때 아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폐 헬기장이 덩그렇다.

산지봉 정상의 묵은 헬기장 산지봉 정상의 묵은 헬기장  
 

정상에서 되짚어 와 연점산을 향하면 벌목한 폐목들이 걸치적거려도, 덕분에 청송면쪽의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날씨만 좋으면 동북쪽의 주왕산 국립공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안부에는 청송쪽에서 올라온 비포장도로가 예까지 닿아, 언젠가는 명곡마을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속골 뒤로 펼쳐지는 청송방면 산야들    속골(골안) 뒤로 펼쳐지는 청송방면 산야들
 

골안재에서 연점산 오름길엔 우회로가 잘 나 있다. 그 길로 가면 연점산에 쉽게 올라설 수 있지만,  날등길에서 서쪽의 전망바위로 서면 나아갈 716.2m봉과 좀 더 높은 720m봉은 물론, 송계천자락의 배경산들이 잘 조망된다.

[길안23]삼각점과 돌탑이 반기는 연점산 정상에선, 군계선 따라 이어지는 동릉과 북릉으로 갈리는데, 천지갑산을 가려면 빤질빤질한 북릉을 타야한다.

연점산 오름길의 전망바위서 본, 716.2m봉과 721m봉   연점산 오름길의 전망바위서 본, 716.2m봉과 721m봉 
 

안부까지 급경사로 내려섰다가 716.2m봉은 버겁게 올라가야 한다. 모 산악회가 721m봉이라 흔적을 남겼지만, 721m봉은 한차례 더 된비알을 치야 한다.

721m봉 이후론 짙푸른 송림숲길로 바뀐다. 급작스레 뚝 떨어지는 하산길 날등에선 간간히 길안천도 모습을 드러내고, 송계천 건너편의 황학산도 뚜렷하다.

천지갑산 정상    천지갑산 정상
 

천지갑산엔, 납작한 봉분 한 기가 넓게 자리잡아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선 직진 날등길도 있지만, 오른쪽 [내려가는길]안내문을 따라야 천지갑산의 비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망 좋은 [5봉], [6봉]을 거쳐 절벽틈새의 로프잡고 내려서면, 자연 암반 위에 축조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인 [안동 대사동 모전석탑]이 반긴다.

모전석탑   모전석탑
 

편마암으로 축조된 모전석탑은 상층기단과 초층 지붕돌까지만 남아있다. 지붕돌 받침은 4단이고 윗면에도 층단을 지었던 흔적이 있다. 이 탑의 높이는 1.7m이고 넓이는 1.6m로 안내문이 밝히고 있다.

천애절벽으로 형성된 6봉, 5봉 아래로 난 난간길을 내려서면, 길안천변의 황금같은 백사장 위로 옥류는 구비친다. 송사마을 뒤편으론 금학산(575.5m)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금학산     금학산
 

산행후기: 순전히 천지갑산이란 지명 때문에 이번 산길을 찾아들었지만, 산지봉과 연점산은 그저 그런 육산에 불과했고, 희뿌연 시계로 먼데산(주왕산 등)을 내다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천지갑산만 산행한다면 코스가 너무 짧은 것이 흠이라, 기왕이면 마사터널서부터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유난히 많은 두릅   유난히 많은 두릅
 

지겨운 산판도로를 피해가는 지능길엔, 가시나무와 두릅나무가 무성해서 초여름에 여길 하산지점으로 삼는다면, 단체팀이라도 한 배낭씩은 야생두릅을 채취할 수 있겠다.

도대체 산판도로는 왜 나있는걸까? 예전에 산불이 났었나! 경험상으로 산불이 지나간 뒤엔 가시나무 수종이 무성했었다.

성에-1  성에-1 
 

연점산 하산길에, 명곡마을 쪽으로의 수림이 짤려나가는 금속성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다.

왜냐고 인부들께 물어봤지만 대답을 얼버무려, 누군가 유실수라도 심으려나 짐작되지만, 푸르름이 사라지는 산야가 안타깝기만 하다.

성에-2    성에-2
 

오늘 이 지방의 최저온도는 영하 8도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바위틈새에 피어오른 결빙된 성에는 빙화처럼 너무 아름답다.

산길엔 낙엽 다 떨어진 참나무 수종의 나목들이 도열해서 황량하기만 하다가, 721m봉 이후론 낙락장송이 들어차 역시 이름값은 하는구나! 실감으로 와 닿는다.

다섯갈레의 굴참나무   다섯갈레의 굴참나무
 

그 길엔 특이하게도 다섯갈레로 뻗어 올라간 두 아름이 넘는 굴참나무가 있어 경이롭고, 한쪽 옆에는 수백년은 됐음직한 물박달나무 고목 한그루가 비스듬히 누워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 곁에는 벌써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고, 몇 달 전부터 따라다니던 억새가 하늘거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물박달나무의 안간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물박달나무의 안간힘
 

천지갑산에도 예외없이 명당을 탐내는 봉분이 자리하고 있지만, 뭇사람들의 쉼터로 변한 그 곳이, 과연 명당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경악, 또 경악을 디카에 담으며, 내려선 모전석탑은 기이한 형태다. 통일신라시대의 저 탑에도, 토테미즘은 녹아있다. 빌면 자손이 번성하고 가문이 번창했을 것이다.

천지갑산의 절벽 이끼    천지갑산의 이끼
 

지난 9월호 [사람과산]지 332쪽에 소개된, 송사마을 입구의 500년생 느티나무 당산목의 내용물을 호기심으로 찾아갔더니, 그단새에~! 세멘트로 싹, 싸 발랐다.

그러고도 보호수라니! 지독한 지역 이기주의에 두 손 발 다 들었다. 거  보다 수백년은 더 묵었을, 그 윗동네 마사마을 입구의 당산목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너무 보기 좋았다.

 마사리의 당산목     마사리의 당산목
 

왜, 천지갑산이라고 했을까? 6봉에서 수태극을 보았다. 삼면의 물길 중앙에 반도처럼 생긴 산 줄기가,  359.1m봉 넘어 동북쪽 첩첩 산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한민국전도와 너무 흡사하다.

분단의 상징인양 930번 지방도가 선을 그어도, 동북아로 뻗어가는 한국인의 기상을 예견한 선조님들이, 그렇게 이름 붙였던 것이다.

동북아로 뻗어가는 우리의 기상    동북아로 뻗어가는 우리의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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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석의 기차와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