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산-금원산-기백산


2009년 4월 4일 흙의 날(뫼)
날씨 : 맑음 시계는 개스가 많아 ㅠㅠㅠ







금원산 동봉에서의 파노라마 (3월 10일)





흔적 : 미폭-현성산-서문가바위-금원산-기백산-1024봉-복합산막-주차장(5시간 20분)




♣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현성산(965m)은 금원산(1,352.5m)을 모산으로 한다. 금원산 정상에서 북동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은 약 10km 거리인 수승대에 이르러 그 여맥을 위천(渭川)에다 모두 가라앉힌다. 이 능선상의 976m봉이 남동쪽으로 가지를 치는 암릉 상의 최고봉이 바로 현성산이다.

♣  금원산(1,353m)과 기백산은 거창군 상천리와 함양군 상원리의 경계로 이 두산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번 산행으로 두 산을 함께 오를 수 있다. 금원산의 모산은 남덕유산이다.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내린 월봉산 능선은 두가닥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수망령쪽 능선 최고봉이 금원산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타면 기백산과 만난다. 금원산의 이름은 옛날 이 산에 살고 있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  경남 거창, 함양군을 북서에서 남동쪽으로 가르는 기백산(1,331m)은  함양과 거창군의 경계를 이루며 일명 지우산이라고도 불리운다. 기백산 주위에는 지우천이 흘러 계곡을 이루고, 또한 크고 작은 암반과 소가 많아 수량도 풍부하다. 기백산으로 오르는 주요 등산코스에는 용추사와 용추계곡, 용추폭포 등이 있고 심원정 일대는 바위와 노송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삼봉산으로 들어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경방기간) 버스안에서의 경로는 급선회.
    졸각에 지난 3월10일 들었던 금원, 기백이다.
    잔머리로 당구치기 끝에 상황(몸 컨디션, 시간)을 봐서 현성에서 금원, 기백까지 꿰어 산꽂이를 만들어 볼까나.
    꿈은 대단하다마는 果然이라는 부사가 따라붙는다.

    우선에 현성산에서 노는 시간을 줄여보는 1단계
    금원산으로의 체력 안배가 2단계
    기백으로 이어지는 길에서의 즐길 꿈은 3단계
    시간을 어떻게 줄여보느냐?(주어진 5시간) 4단계

    보석이 없어도,
    유리구슬이 없어도,
    발부리에 채이는 못난 돌멩이를 꿰어서라도
    어떻게 근사한 목걸이를 만들 수 없겠느냐?





미폭 옆에 오리나무





10:38
미폭을 들머리로 산으로 숨기놀이

산으로 숨는 작전이 급조로 이루어진 것이라 어지간한 어린아이 덩치만큼이나 되는 무게로  다가오는 염려 보따리가 내 품에 덥석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 못차린 산딸은 세 산을 꾸러미로 엮어갈 꿈만 꾸고 있으니...
시작은 그럴 듯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초반부터 가파르게 이어지는 길에 코를 박다가 잠시 숨고르기

쌍무덤 뒤 허물어진 철조망을 불침번 서라 남겨두고 오르는 코빼기 제법 사납습니다.
목구멍에 침이 넘어가니 목젖이 칼에 베인 듯 뜨끔합니다.
-이크!! 이건 또 먼 징조야?-





전망대에서 올려다보기

그래도 뱃짱 좋게 물 한방울 넘기지 않고 침을 모았다가 포도청인 목구멍을 살살 달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기운을 북돋우는지 초반 컨디션 이상 無입니다





암벽 경사면 당겨보기





나무계단을 버립니다. 만만한 경사면이라 끝나는 지점까지 기본자세 유지합니다.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괴송





오늘은 늘어질 마음 추호도 없지만 이 지점에서 잠시 발목 붙잡혀 줍니다





상천지
하늘 빛이 가득 모여있습니다





하단 가운데 챙이바위













위천면 내려다보기





그 때 그 지점에서 그 시선으로 현성고스락 훔쳐보기



 

큰 바위 위에서 숨벙숨벙 건너뛰기놀이하던 곳





올라온 곳 내려다보기

느긋하게 내려다 봅니다만 이 지점을 벗어나면 길은 제법 사나워집니다. 밧줄이 늘어뜨려진 구간도 있고
죄 없는 나무의 멱살을 잡아야하는 구간도 있습니다.





금원산과 동봉 눈으로 먼저가기
가운데 아래는 猿巖 옛날 저곳에 금빛원숭이를 잡아 가둬놓았다는데서 원암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함.



 

11:33
현성산 고스락에서 평목 키다리님 만나고

다른 산님들이 거의 없어 정체구간도  당연 없습니다. 고속주행입니다.
먼저번보다 현성산 고스락까지 무려 25분 단축입니다.
희망의 촛불 하나 밝혀 들고 고스락을 벗어납니다.





서문가바위가 있는 연화봉과 필봉으로 이어지는 976봉 미리보기

집채만한 암봉들을 버려두지 못하고 일일이 간섭하다보니 시간이 조금 늘어집니다.
그 늘어짐 속엔 입꼬리가 치켜 올라가 귀에 걸리는 기쁨이 있습니다.





서문가바위 가는 길 풍경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은 아무도 못말립니다.





현성의 프로필





금원으로 가기 전 뒤돌아보기
현성산과 연화봉이 한 눈에 들어섭니다. 따라 나서려는 눈치이지만 저 먼길 어찌 끼고 가겠습니까. 냉정해야지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벗어났습니다.





남덕유 아래 산주름
현성산 976봉에서 금원산 구간 유일한 조망터에서 기계로 잡은 듯한 산주름을 내려다보며 슬며시 웃습니다.





3월 10일 산행 시 당겨본 남덕유





13:40
현성산을 떠나온지 두 시간이 넘었습니다.
금원까지 가는 路程은 너무 힘듭니다. 볼 것도, 아우를 것도 없는 그 길에
내려섰다, 올라섰다, 반복되는 疲困. 산이 주는 지겨움에 지친 적 별로 없는데 나무지팡까지 줏어 들어야했습니다.
유난한 감정. 이 길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기백을 만나기 위한 路程이니 피하기 어렵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
불면의 밤 잠을 청하기 어려울 땐 별 하나, 별 둘 그렇게 주문을 외다 잠들 듯
내 걸음 하나, 둘 세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은 꼭지점에 올라서 있었습니다.

눈에 익은 띠를 매단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ㅎㅎ 후미 두 명은 확보했으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내님은 그 띠를 방앗간피대같다고 했습니다.
현성을 돌아 달려 온 우리에게 두 명은 여유를 선불로 준 셈입니다.





지리산도 숨어 버린 산정에서 더 기달릴 것 없습니다.
저어기 오른쪽 머리 위에서 노는 기백의 길이나 더듬어봐야지요.





금빛원숭이가 있다던 그 고스락에서 동봉은 지척입니다.





황석을 마주하고 기백이 끄트머리를 세웁니다





현성-금원 간 지쳤던 몸이 기백의 길에 들면서 자유가 됩니다.
금원 두리뭉실한 너그러운 몸짓 뒤로 날카로운 남덕유 섰고 아래로 내려선 곳에 월봉산을 앞세워 칼날봉 날을 세웁니다.





수망령으로 내려서는 길과 마주치는 고개에 내려서니 한무더기 비양심이 버려져있습니다
산에 올라 쓰레기 버리는 넘들은 산을 택하지 말고 쓰레기장에 가서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망령을 발판 삼아 점프해 오르니 누룩덤 한껏 키를 세웁니다





거북이 황석을 외면하고





황석 북릉이 입술을 뾰죡 내밀다.





책을 딛고 올라서든지, 누룩을 깔아 뭉개든지, 양단간에 저 곳에 오를 일이다.





쩌기서부터 걸어왔네요. 흐미 징그럽고만요. 사람 발이 무서버요, 아니 똔찌 발이 무서버요@@@





금원의 길엔 아직은 대지의 솜털이 보송거리지만
그 아래엔 나무들의 숨쉬기가 한창입니다.

언 땅이 자유를 만나니 흙에 의지하던 못난 돌멩이들은 이사를 가려는지 들썩거리고
그 틈새를 뚫고 나온 좀 현호색 파랑꽃잎을 흔들며 까르르~예쁜 입술을 열어젖힙니다
저 산아래에서 연둣빛 불지르며 이 산정으로 달려오르는 날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진정 봄다운 봄은 이 고스락까지 흥건해야 봄을 목청껏 노래할 수 있지않을까요?
성급하게 나온 꽃잎 하나에 두꺼운 옷 벗어내리니 몇며칠을 두고 춥더라구요.

저 나무들이 부지런이 수액을 가지 끝으로 자아올려
봄이면 옷 벗는 우리와 반대로 저들의 치장은 벗었던 몸을 입히는 것임을.
우리는 여름에 최소한의 부끄러움만 가리지만
나무들은 최대한으로 몸을 부풀리며 옷을 입습니다.





기백의 놀이터를 향해 돌진합니다. 늠름한 바위들에게 갖은 아양을 떨어가며 때로는 통사정을 해가며 안깁니다.
당분간 시간을 놓아둡니다. 저어기 고스락에 닿을 때 까지 시간은 자유입니다.





누룩덤(책바위)
누룩덤 하면 모산재 가는 길에 있는 감암산 누룩덤이지요





감암산 누룩덤



 

고뇌에 찬 유인원





바위들의 합창









날보더니 대뜸 무섭지? 메롱합니다  -우이쒸-









저기에도 길은 있다. 그러나 아무나 가지마시기를...





책하고, 누룩하고 씨름하다 내려오니 기백산정입니다





허걱!!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산 154-1번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번지 수까지
국제적인 산악회가 틀림없고만 헬로우!도 있으니까요.





미련없이 고스락을 탈출하니 길은 불청객을 불러들인 듯 고약합니다. 한참을 속도도 못내다가 꼬불거리는 임도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니
머리 위에 버티고 선 산정이 보입니다. 금원산 능선.





허리는 S라인 아주 기냥 끝내줘여!!





내림길이지만 봉우리 세 개를 더 넘고나서야 복합산막을 만납니다.
신난다 드링크 없어도, 먹어바 죽은 입맛도 살려주는 안주 없어도 산에서의 놀이는 신나더라구요.
다만, 시간에 쫓기는 걸음, 발톱에게 미안했습니다.

산행 후 아픈 발톱에게 사과하고, 계곡수에 잘 닦아주고 수승대 주변으로 이동 떡국 잔치 벌리고
걸어서 수승대(다른 회원들은 버스)로 이동하면서  풍경을 담고, 수승대로 침투했습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주마간산식의 훑기가 조금 아쉬웠지만, 수승대 특별한 의미가 되어 가슴 속에 꽂힙니다.

샬롬!! 다시 만날 그 날 까지~

 





 





수승대 소묘

이리저리 몸을 자유롭게 뒤트는 솔숲을 가로질러 발길 옮기면
역사광으로 흘러들어오는 빛 한오라기 동행을 하자하네.

흙빛 마저 고운 솔밭 사이에 끼어드는 기억의 편린
소풍, 그리고, 보물찾기,

군데군데 모여 앉아 도시락 먹고
빙둘러 앉아 수건돌리기 놀이
벌칙
엉덩이로 이름 쓰기

허 아무개
얼굴은 홍당무




계곡 바닥을 뒹굴던 돌멩이들이
솔숲 까지 올라와 키 낮은 산괴불주머니를 품고있었다.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는데
심술난 바람의 횡포
어쩔줄 몰라하는 그 꽃
바람에 흔들리며
나도 흔들리며

가만히 쓰다듬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젠 가야하네.
두고 가야하네.




물 마른 계곡길 따라 건성건성 걷다 돌아보면
주변 모두가 그림이되어 발걸음 더디게하고
물속에 잠긴 저 바위 벼랑에 핀 진달래
무심한 나를 부르네
-나 좀 보고 가소!!-
가까이 다가서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네
저만큼 물러서서 바라보라하네
그래야 제대로 볼 수 있다네.

오나,가나 의지해야하는 버스 저만큼 달아나네
꽁지 빠져라 달아나네, 혹여 날두고 가버릴까
문득 낯선 곳에서 버려질까 두려워
열심히 손까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척 달아나더니
수승대 매표소 앞에 서네


 



행여 누가 될까 뛰어보네
겉옷 속에 숨은 속것이 다 젖도록 뛰어보네

수승대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기억에 담지 못한채 주마간산식으로 훑어가네

요수정이 무엇인지?,
수승대가 무엇인지?
구연대가 무엇인지?

관수루 문으로 들어가 구연서원 훔쳐보고
산고수장이라 새긴 비석도 훔쳐보고
비로소 얻는 하나
-산이 높으면 물의 길이도 길다고.-




손폰 울리고
뽀스 떠난다 위협하니
또 달리네.
등짝에 숨은 땀 송글송글 올챙이 모습으로 탈출하는데
고개 들어보니
문득 산마루에 걸렸던 해 마지막 숨을 몰아쉬네.
잠깐만 기다려주지...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저 해 따라 넘어가네.
쉼표도 찍고,
느낌표도 찍고,
물음표도 찍으며
마침표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