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5. 3. 9(수) 맑음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설화산의 개요  

설화산은 아산시 송악면과 배방면에 걸쳐 있는 높이 448m의 산이다. 생김세가 붓끝 같다 하여 문필봉 이라고도 불린다. 광덕산 산세와 달리 바위가 많고 정상의 남쪽 측면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화려한 면모를 자랑한다.

정상을 비롯 작은봉 등 뽀죽한 봉우리가 연이어져 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산에는 송림이 많아 한국적인 맛을 풍기는 산이다.

설화산 주위에는 또한 옛날 양반가의 고택들이 많아 외암민속마을, 맹씨행단 등 양택의 고장이라 할 수 있으며 부드러운 사면, 능선에는 무덤이 많아 가히 음택의 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칠승팔장지지의 명당이 있어 예로부터 투장이 성행하여 가뭄이 들면 투장 한곳을 찾아 파헤치고 기우제를 지내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

 

■ 산행코스 : 광덕사~광덕산~장군바위~망경산~설화산~외암마을

 

■ 산행거리 및 시간

광덕사버스종점~(0.2km,4분)~부용묘갈림길~(0.1km,2분)~광덕사~(0.6km,7분)~정상,장군바위갈림길~(0.6km,13분)~능선~(0.8km,18분)~헬기장~(0.6km,7분)~정상~(0.3km,6분)~이마당갈림길~(0.6km,12분)~쇠머리펀덤갈림길~(0.3km,5분)~박씨샘갈림길~(0.1km,3분)~장군바위~(0.1km,3분)~부용묘갈림길~(0.6km,8분)~장고개~(23분)~망경산갈림길~(9분)~사거리안부~(15분)~망경산~(13분)~사거리안부~(12분)~망경산갈림길~(10분)~임도~(19분)~강당리갈림길~(24분)~415.7봉~(16분)~안부~(9분)~봉우리~(18분)~봉우리~(7분)~작은봉~(5분)~사거리안부~(8분)~초원아파트갈림길~(2분)~설화산~(11분)~사거리안부~(5분)~봉우리~(13분)~우물터~(4분)~첫집~(8분)~외암마을~(7분)~외암마을입구(도로) : 산행시간 5시간 26분, 총시간 8시간16분

 

■ 교통편

○ 서울역→천안 : 07:50 급행전철(₩2,300)

   ⇒ 산행시작을 10시경 시작하려면 반드시 이 전철을 타야만 가능하며, 서울역에서 평일(토요일) 오전에는 이 한대밖에 없음

   ⇒ 용산  출발 급행 : 06:53/08:55/10:20 등 오전 3대, 80분 소요

       서울역출발 일반 : 06:25/06:37/06:49/07:13/07:31/07:44/07:55/08:12/08:31/08:43/08:55/09:19/09:43 등, 112분 소요

   ⇒ 급행은 반드시 출발역에 가서 타는 것이 바람직. 서울역 급행은 일반 지하철 역사로 들어가지만 타는 곳은 별도로 있는

       반면, 일반 전철은 일반 역사에서 승차

   ⇒ 서울역 출발 급행은 영등포역 무정차, 용산 출발 급행은 정차.

   ⇒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서울역에서 08:25 출발하는 무궁화호 이용(₩4,600), 약80분

○ 천안역→광덕사 : 610번, 45분 소요, ₩950

   ⇒ 천안역이나 천안버스터미날에서 610번, 611번만 광덕사까지 들어감. 광덕면행 버스는 광덕사와 떨어져 있으니 유의할 것.

   ⇒ 천안역사 광장으로 나와 우측으로 가면 버스정류장 있음

○ 외암마을→아산시(온양) : 18:25분 버스 탑승, 20분 소요, ₩950

   ⇒ 강당리에서 외암마을을 거쳐 아산시로 가는 버스노선은 한개로 천안시로 가는 버스 없음.

   ⇒ 약2시간마다 운행됨. 18:25분을 기준 참고할 것.

○ 아산시→서울(강남터미날) : 약1시간15분 소요, ₩5,000 (우등고속)

   ⇒ 온양온천 기차역 가기 전 아산터미날에서 하차.

   ⇒ 전부 우등고속. 약30분 간격으로 배차.


 

 일정

   10:08   광덕사버스종점 : 광덕사 0.8km(?, 실제 약0.3km), 장군바위 3.0km

   10:10   호두전래사적비, 일주문 바로 직전 : 입구에서 약50m

   10:11   안양암 갈림길

   10:12   부용묘 갈림길 : 부용묘 0.8km, 장군바위 2.8km ⇒일주문에서 약100m

   10:13   광덕산 등산로 갈림길, 광덕사입구, 극락교 : 부용묘 갈림길에서 약50m

   10:14   광덕사

   10:21   출발

   10:28   갈림길, 표고버섯재배사 : ↑헬기장 1.4km(정상방향), ↗장군바위2.1km

   10:32   119(정상길 4) : 산길

   10:41   능선, 쉼터 ; ↓주차장 1.5km, →정상 1.3km, ↑해사동(표시 없음) ⇒버스종점에서 바로 능선을 타는 길과 만나는 지점

   10:50   출발

   10:53   묘 : 이후 엄청나게 가파름

   11:08   쉼터, 헬기장 : 정상 0.6km, 주차장 2.3km

   11:25   출발

   11:32   정상 : 장군바위 1.3km, 광덕사 2.5km, 강당골버스정류장 3.8km

   11:37   출발

   11:43   이마당갈림길, 119(능선로4) : ←이마당약수터 300m, 강당골버스정류장 3.6km,  ↓정상 0.3km, →장군바위 1,0km 

   11:46   봉우리

   11:49   봉우리

   11:54   봉우리

   11:55   쇠머리펀덤 갈림길, 119(능선로6) : 쇠머리편덤 500m, 장군약수터, 어둔리 하산로

   12:00   박씨샘 갈림길, 119(능선로7), 등산로안내판 : 장군바위까지 약100m

   12:03   장군바위(사거리갈림길) : ↓정상 1.3km, →주차장 3.0km, ← 장군약수터 0.3km, 강당리버스정류장 3.5km, 절골 2.0km

   12:06   625봉, 부용묘 갈림길, 119(능선로9) : 장군바위길에서 약100m 위

   12:42   휴식후 출발

   12:50   장고개 : 절골하산로 2.9km, 정상 2.0km, 장군바위 0.7km, 망경산 방향 2.5km ⇒이정표상 장고개라는 명칭이 없음

   13:00   봉우리 : 장고개에서 긴 오르막을 지나 오름

   13:10   봉우리

   13:13   망경산 갈림길 : 장군바위, 세출리, 망경산 방향표시판 있음

   13:22   사거리안부(이정표 없음) : ←안세일, ↑망경산, →만복골 ⇒급한 오르막 시작

   13:28   봉우리

   13:30   봉우리

   13:37   망경산(이정표 없음): ←도예마을(수철저수지방향),↑넙티고개(태학산방향),→개천

   13:51   휴식후 출발

   14:04   사거리안부

   14:16   망경산 갈림길 : 이후 설화산 방향 능선은 긴 내리막

   14:26   임도 : ↓장군바위 2.33km, →수철리, ↑설화산 방향(이정표 없음)

   14:32   봉우리 : 이후 송림지대

   14:37   봉우리

   14:45   강당리갈림길, 묘(이정표 없음) : ←강당리휴게소, ↑설화산

   14:52   송림지대

   14:58   봉우리

   15:01   점심

   16:00   휴식후 출발

   16:04   묘, 봉우리

   16:08   415.7봉, 자연보호 입간판

   16:12   묘, 송림지대

   16:21   묘

   16:24   안부 : 희미하게 좌우로 갈림길 흔적

   16:33   봉우리 : 설화산이 보이기 시작

   16:44   전망지대 : 등산로에서 약간 우측으로 가면 태학산, 배방산 등이 잘 보임

   16:51   봉우리, 바로 밑에 묘 : 이후 바윗길, 송림지대

   16:58   작은봉 : 광덕산이 잘 보임

   17:04   출발 : 이후 급경사 내리막

   17:09   안부 : ↓작은봉, ↓정상, ←외암리, →초원아파트

   17:17   갈림길 : →초원아파트, 좌부동, ←정상

   17:19   설화산 : 태극기와 평상이 있음. 전망이 상당히 뛰어남, 외암마을, 데이콤등 조망

   17:29   출발

   17:30   갈림길 : ←외암마을, →데이콤, 좌부동

   17:40   사거리안부(이정표 없음) : ←외암마을, ↑외암마을, →데이콤

   17:45   봉우리

   17:47   묘

   17:52   묘

   17:55   묘, 3기

   17:58   우물터, 제단

   18:05   출발

   18:09   동네, 파란지붕집

   18:10   증산교 아산지부

   18:11   도로갈림길

   18:17   외암마을

   18:24   외암마을 입구, 도로

 

 

〈산행기〉

 

지난 일요일 광덕산 산행을 다녀온 후 설화산 종주산행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 평범한 광덕산과 달리 하늘을 향해 깎아지듯 솟아오른 설화산의 유혹이 종주의 핵심이다. 마침 100산 산행을 할 기회가 생겨 망설임 없이 광덕산, 설화산 종주로 정한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아산의 강당사 반대편에 있는 천안 광덕사로 정했다. 광덕산의 가장 일반적이고 잘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강당리에 비해 대중교통의 연결이 비교적 편하다.

 

서울역에서 8시에 만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하니 7시 25분. 천안으로 가는 전철이 많다고 하지만, 평일 급행 전철시간은 서울역에서 7시50분에 오직 한대뿐(80분 소요)이다. 일반 전철(112분 소요)이야 많지만 시간이 32분 더 소요된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직행 전철은 8시55분에 있고.. 산행시간을 고려 기차를 알아본다. 8시20분 무궁화호. 시간은 급행 전철과 비슷하다. 늦으면 곤란한데..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7시45분에 신기루님이 나타난다. 서둘러 급행전철승강장(일반 지하철 타는 위치와 다름)으로 이동한다.    

복잡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승객들로 가득 찬 전철은 1시간25분만에 천안역에 도착한다.

 

산하님의 정보를 참고하여 역 앞 광장으로 나와 우측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마침 도착한 610번 광덕사행 버스. 타이밍이 맞아 기분이 좋다. 광덕사행 버스는 610번과 611번 버스. 600번 버스 등 광덕면으로 가는 버스는 광덕사로 가지 않는다. 반드시 광덕사행이라는 버스를 타야 한다.

광덕사로 가는 내내 한 스님의 핸드폰 전화통화에 버스안에 시끄럽다. 수행자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세상이냥 떠드는 모습이 속세 사람보다도 보기가 흉하여 마음이 개운치 않다. 뒤에 자리를 잡고 아침 대신 간단히 빵을 버스안에서 먹지만 허기는 여전하다.

 

45분만에 도착한 곳은 광덕사입구에 있는 광덕산 버스종점(소주차장). 민가에서 동동주를 파는 곳이 있어 1통에 5,000원을 주고 구입한다. 집에서 만들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완전 실패작이다. 씁스름한 약주 같은 맛에 맛 만보고 아쉬움속에 산행을 했다.

 

광덕사 버스종점에서 광덕산으로 오르는 길은 종점에서 바로 능선으로 타는 길과 광덕사 방향으로 일단 들어간 후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천안지역 사람들은 거의 능선을 막바로 타는 듯.. 오늘도 한무리의 일행들이 내렸지만 광덕사 방향은 우리만이 있다.

광덕사길로 접어들어 약50m 올라가면 일주문 바로 직전에 호두전래사적비가 있다. 천안은 호두과자 및 호두나무의 고장. 1290년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이라는 분이 원나라에서 호두나무 열매와 묘목을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자기집 뜰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천안에서도 광덕사 일대가 호두나무 시배지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약100m 가면 부용묘 갈림길이다. 조선시대 기생이 김부용의 묘를 지나 장군바위 옆의 625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왼쪽으로는 안양암이 있고 정면에 광덕사가 있다.

광덕사로 들어가는 극락교 직전에서 좌측길이 광덕산으로 가는 길이다.

광덕사. 신라시대 창건(652년, 진덕여왕)된 고찰이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는 많다. 대웅전 앞의 사자상에서 오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광덕사에서 되돌아나와 산길로 접어든다. 너른 비포장길. 안산마을까지 연결되는 듯하다. 7분 정도 평탄한 길을 걸어 갈림길(표고버섯재배사 옆)에서 헬기장으로 가는 좌측 오르막길을 따른다. 직진하는 길은 장군바위로 가는 길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완연한 봄날씨.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한차례 고비를 지나 능선안부에 올라선다. 쉼터가 조성된 사거리갈림길이다. 버스종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으로 능선너머는 해사동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옷을 정리하여 배낭에 집어넣는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였지만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다.  

 

완만한 길을 지나 잘 정리된 묘를 지나면 아주 힘겨운 급경사이다. 배까지 허전하여 더욱 힘겹다. 약15분만에 올라선 민둥봉우리. 헬기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가볍게 목을 축이지만  본격적인 봄산행에 물이 부족할까 걱정이다. 산비탈에는 과일 쓰레기가 널려있다. 북한산 같이 깨끗한 산도 드물다는 생각을 한다.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는 끝까지 된비알. 난간과 하얀동앗줄이 설치되어 있다. 녹아내리는 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준비한 것도 별로 없으면서 무거운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드디어 정상. 평일임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옥수수막걸리 파는 사람도 있고 장사 또한 잘되고 있다. 옅은 안개에 조망은 좋지가 않다. 동동주 한잔 마시기 위해 장소를 찾지만 바닥 상태가 눅눅하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일단 출발한다.      

 

정상에서 장군바위까지는 대체로 완만하고 작은 봉우리 두개 정도를 넘으면 된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면 이마당약수터 갈림길, 이후 박씨샘갈림길을 지나 100m 정도 가면 장군바위가 나온다. 약26분 소요되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여기에서 하산을 한다.

 

망경산 방향 능선으로 접어들면서 한적해진다. 잠시 오르면 625봉. 부용묘 갈림길이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허기를 채운다. 잔뜩 기대를 갖고 산 동동주맛이 영 동동주가 아니다. 아쉬움속에 오십세주로 정상주를 대신한다. 다음 100산행지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속에 30여분이 후탁 흐른다. 너무 많이 지체된 상황. 

 

장군바위에서 망경사갈림길까지도 약2~3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장고개를 지나 제법 긴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를 지나면 망경산 갈림길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다. 시간이 늦을 것 같아 잠시 망설이다 신기루님의 재촉에 망경산으로 향한다. 설화산 능선종주길에서 벗어나 있어 다녀오는데 한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금북정맥길은 망경산으로 가는 길이다.

 

망경산으로 가는 도중 배낭을 벗고 술한병만 들고 망경산으로 간다. 잠시 내려가면 사거리안부. 갈림길에서 비슷한 높이를 보이던 망경산이 어느덧 고개를 쳐들고 보아야 할 정도로 높기만 하다. 안부에서 좌우로 흐릿한 길 자취가 남아있다.

안부에서 오름길 또한 코가 다을 듯 가파르다. 약15분 만에 올라선 망경산. 안왔으면 후회했을 정말 대단한 봉우리이다. 막힘없이 사방으로 훤히 보이는 전망. 태학산과 배방산, 설화산까지... 바닥에는 잔디가 깨끗하게 자라 20~30명이 쉬어가기 좋은 쉼터이다. 

 

망경산에서의 하산길은 모두 세가지(이정표 없음, 리본) 있다. 봉우리 동쪽 끝으로 가면 좌측으로 수철저수지방향으로 내려가는 공예마을길, 직진하면 태학산으로 가는 넙티고개길이다. 그런데 망경산 오르기 직전 우측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이 있다. 개천마을이나 가는골마을로 내려가는 길로 추측이 된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설화산 방향으로 내려간다. 긴 내리막의 끝은 임도. 광덕산의 북쪽 사면을 휘감아 돌아가는 약21km에 달하는 임도길이다. 여기서 직진하는 방향이 설화산 길.

능선길에 접어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곳곳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이번 산행에서 광덕산에서 망경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길과 설화산 능선길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금북정맥길이 주종이 낙엽송으로 다소 헐벗은 느낌을 주는 반면, 설화산 능선길에는 군데군데 송림지대가 있고 부드러운 솔잎이 깔려 상당히 포근한 느낌을 준다.

 

임도를 지나면서 바람이 점점 심해진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에서 북서풍이 맞바람으로 불어온다. 날씨는 풀렸다하지만 그늘에서는 한기를 느낀다. 점심 먹을 장소 찾지만 마땅치 않다. 임도를 지나 가벼운 봉우리 두개를 넘으면 묘가 있는 강당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가 중요한 갈림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정표가 없다.

갈림길을 지나면 점점 송림지대가 많아진다. 능선도 완만하고 부드럽다. 아쉬운 점은 능선길이어도 수풀에 가려 전망이 없다는 점.

 

허기는 점점 더해가고 머리까지 아프지만 어렵게 찾은 좋은 장소는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그나마 바람이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편다. 이미 3시. 뜨거운 국물에 몇숟갈 밥을 먹자 조금 기운을 낼 수 있다. 밥을 먹고 느긋하게 자리에 눕는다. 시간은 늦었지만 이제 여유는 있다. 멀리서 누가 노래를 부르며 오는 소리가 들린다. 설화산 능선에서 오늘 처음 만나는 등산객.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짐을 꾸리니 벌써 1시간이 흐른 시각이다.

 

벌써 햇볕도 따스함을 점점 잃어간다. 부지런히 앞의 봉우리를 오르면 묘. 저 앞에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보인다. 평탄한 길을 따라 앞의 봉우리에 가면 자연보호라는 거대한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산중에 보는 사람도 없는 장소에... 의아해하며 살펴보니 예전 데이콤 시설이 있던 자리인 듯하다. 이 봉우리가 415.7봉.

 

지도를 보면 여기에서 설화산 오름길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고도를 낮춘다. 거의 160m를 내려가야 하는 길. 우려와는 달리 거의 완만하고 평탄하게 이어진다. 설화산 능선길 중 가장 편안하고 운치 있는 송림이 가득한 길이다. 곳곳에는 묘가 있어 가히 설화산 주변은 양택과 음택의 명당이라 아니할 수 없다.

드디어 내리막의 끝. 좌우로 거의 발자취가 오래된 듯한 갈림길이 있다. 이제 오르막길. 설화산이 높아만 보여 올라갈 길이 걱정이다.

 

오늘 처응 바윗길이 나타난다. 이 바위지대를 지나면 무명 봉우리. 설화산과 작은봉(고유명사)의 뾰죽한 봉우리가 위풍당당하게 보인다. 광덕산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불꽃같은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급경사 오르막. 마지막 인내를 시험한다. 8분여 오르면 전망지대. 태학산과 배방산 줄기가 동쪽 하늘에 한줄기 굵은 선을 그리고 있다. 아산시에서 시계 종주를 염두에 두고 개발중인 곳. 아쉽게도 산을 반쯤 갉아먹은 우측의 채석장이 흉물스럽다.

한차례 급경사를 오르면 작은봉 직전의 봉우리이다. 처음엔 이 봉우리가 작은봉인줄 알고 올랐으나 앞에는 작은봉과 설화산이 산행이 쉽지 않다는 듯 나타난다.

 

봉우리 바로 아래 묘를 지나 오랜만에 재미있는 바윗길을 지나 한차례 더 오르면 작은봉(441m)이다.

광활하게 펼져지는 광덕산의 주능선. 벌써 걸어온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바위봉인 작은봉에 앉아 모처럼 여유를 찾는다.

설화산으로 가는 길은 다시 한참이나 내려간다. 안부는 사거리갈림길. 장고개이후 처음으로 안내판이 걸려있다. 좌측으로는 외암마을, 우측은 설화산의 가장 일반적인 길인 초원아파트로 가는 길이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름길에 땀은 비오듯 솟아진다. 8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 우측으로 좌부동과 초원아파트로 하산하는 길이다. 정상은 바로 위.

 

작은봉과 마찬가지로 바위봉인 설화산 정상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좁은 정상에는 평상이 설치되어 있고 태극기가 걸려있다. 사방은 깎아지른 절벽. 어느 곳 하나 막힘이 없다. 광덕산보다도 오히려 산세가 뛰어나다. 외암민속마을과 데이콤기지국을 비롯한 전체적인 능선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아산시와 천안시까지도...

 

먼저 올라온 등산객(노래 부르던 등산객)도 연신 감탄사를 터뜨린다. 이만한 전망을 웬만한 산에서 보기 어렵다면서... 그리고 늙어 죽을 때까지 마누라하고 산에 가기는 틀렸다면서.. 연신 부러워한다. 뭐라 답변도 하지 못하고 민망한 마음이다. 초원아파트로 하산한다는 그 분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도 외암마을로 향한다. 정상에서 보면 능선줄기가 세방향으로 뻗어있다. 이 중 외암마을로 향한 능선이 오늘 내려가야 할 능선. 가파른 사면에 등산로가 있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올라온 길 맞은편으로 리본이 보인다. 잠시 내려가면 바로 갈림길. 무심코 직진하면 데이콤기지국으로 가는 능선이다. 좌측으로 급경사 내리막 쪽에도 리본이 있다. 내려오면서 바라본 설화산의 남쪽 사면은 바위절벽.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절경. 역시 붓의 모양을 닮았다는 문필봉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형상이다.

급경사 길을 11분 정도 내려오면 사거리안부. 좌측은 외암마을에서 올라오는 도로 끝지점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우측길은 용화사 또는 데이콤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직진하여 봉우리를 향해 다시 오른다. 여태까지의 길과 달리 길 상태가 좋지가 않다. 봉우리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 간벌을 하여 군데군데 나무를 잘라낸 흔적들이 있다. 길 자체도 흐릿하다.

몇 개의 묘를 지나면 무덤3기가 몰려있는 예안이씨묘. 일반 무덤보다는 규모가 두배 정도는 크고 석상 등 화려한 조형물로 장식되어 있다. 외암마을로 대표되는 예안이씨의 오랜 전통과 가문의 위엄을 보는 듯하다. 무덤 주위는 너른 터는 잘 정돈되어 어디가 길인지 헷갈린다. 오직 우측으로 길이 트여있다.

 

무덤 바로 아래는 샘터. 샘터 주위는 콘크리트로 바닥을 정리해 놓았고, 먹는 물과 씻는 물을 구분해 놓았다. 깨끗한 물로 몇모금을 단숨에 들이킨다. 하루종일 물이 부족하다고 느낀 산행. 지난주까지만 해도 물한모금이 필요 없었는데... 하루 아침에 봄이 오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야까지 준비된 샘터에서 세수를 한다. 마치 이방인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한 것처럼 비누와 수건까지 걸려있다.

얼굴을 씻고 나자 주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뜻밖에 묘한 분위기를 가진 장소이다. 돌담으로 둘러싼 두 개의 제단과 알 수 없는 명문이 새긴 비석등이 있다. 제단 뒤로는 대나무밭. 저물어 가는 태양탓도 있지만 벌써 어둑어둑하다.

 

외암마을에서의 버스 시간이 걱정되어 다시 서두른다. 잠깐 내려오면 파란지붕을 가진 첫민가에 도착한다. 훤히 트인 논, 밭 너머로 외암마을이 보인다.

소로를 따라 증산교아산지부를 지나면 갈림길. 좌측으로 약300m 여 미터가면 외암마을 외곽을 돌아가는 길과 만나지만 거리가 먼 길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또 한차례의 갈림길에서 외암마을로 향하면 곧 외암마을이다.

오랜 역사를 가졌으리라는 생각과 달리 초가를 얹어 놓았지만 최근에 지은 집이 많다. 그래도 분위기는 시골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을 따르면 외암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에 도착한다. 막걸리 한잔할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일단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버스가 언제 있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이다. 마침 주막 옆 가게에 버스표 구입하는 곳이라는 안내가 있다. 그런데 언제 나타났는지 마침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한다. 주막을 보며 머뭇거리는 신기루님을 붙잡아 어디로 가는 지 물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버스(18:25)에 오른다.

 

막걸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지, 신기루님이 버스기사에서 배차시간을 물어본다. 2시간마다라니... 기막힌 일이다. 30초만 늦었어도 꼬박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 한시간 정도만 되어도 막걸리 한잔 하면서 기다릴려고 했는데... 시간이 나면 산하님에게 전화를 걸까도 했으나 포기했다.

 

아산시 버스터미날까지는 25분이 걸린다. 시간을 확인 후 저녁 겸 소주한잔을 한다. 막걸리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하루종일 교통편 이용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하루. 모처럼의 종주산행에 엄청나게 피곤이 몰려오지만 정신만은 풍요로움이 넘친다. 

몇 안되는 승객. 여유 있게 의자를 뒤를 제쳐 골아 떨어진다. 다시 차에 불이 켜지고... 어느덧 친숙한 서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