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설경에 취한 봄나들이


 

일  시 : 2005. 03. 06 (일)맑음

산행지 : 비슬산(대구광역시,달성군,청도군 소재)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대중교통

         휴양림→대구(막차18:40)

 

09:00 도원동 수변공원

10:00 삼필봉

11:10 앞산↔비슬산 갈림길

16:20 비슬산 대견봉

17:30 대견사지

18:40 휴양림 주차장 
 

총 산행시간 : 9시간 40분 (약 20km)


 


▲비슬산정상 대견봉에서 바라본 앞산까지의 주 능선. 멀리 끝봉우리가 청룡산 


 

겨울의 끝자락

바르르 떠는 문풍지의 전율과도 같은 몸부림이 온 몸을 휘감는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산등성이만 봐도 가슴이 쿵쿵거리니

 

이제 서서히 종주병(?)이 도지려는가 보다.

허리는 아직도 지끈지끈하고 이것저것 세상사 발목을 잡는데..

가야할 산은 너무나 많고..

 

에라~ 오늘은 원 없이 함 걷기나 걸어보자.

연일 맹위를 떨치는 추위를 뒤로하고 강원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과

100년 만에 많은 눈이라는 남부지방의 눈 소식이 연일 기록갱신을 한다.

 

자연 앞에 서면

우리 인간은 한 줌의 바람보다도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사 다 가진 듯 우쭐대며 자아도취에 빠지곤 한다.

 

나 또한 그 망각의 굴레가 싫지만은 않으니 이 또한 무슨 심보인지..

그래서 오늘도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그 달콤한 해탈을 맛보기로 한다.

 

오랜만에 해병대부부와 함께 가까운 비슬산으로 산행코스를 잡으니

이곳은 해병대부부의 텃밭(?)이라 의기양양 더욱 즐거워한다.

 

보훈병원과 낯익은 도원지를 지나 수변공원주차장에 도착하니

겨울이 다시 오는 듯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없지만 그래도 하얀 설경은 좋기만 하다.

 


▲들머리인 도원동 수변공원의 풍경

 


▲오랜만에 만난 해병대.. 그 환한 미소 

 

예전에 <코스모스>님으로부터 이곳에서도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고

들은 터라 몸도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넌지시 해병대에게 한마디 던진다.

 

“해병대아저씨! 오늘 여기서 비슬산까지 함 끊자.”

“응 그러자. 하지만 억수로 빡실 긴데..”

어찌된 영문인지 해병대의 대답이 시원하고 오히려 염려하는 말투다.

이상 하네 한참 못 본 사이에 배알(?)이라도 드셨남??

 

어쨌든 능선 내내 길은 좋으나

여기서 비슬산 대견사지까지도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눈길을 치고 오르내린다는 것은..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지나 우측으로 시멘트다리를 건너면

산 능선으로 바로 초입에 이르는데 간혹 보이는 산짐승들의 발자국 외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보이지 않아 팔자에 없는 럿셀까지 하며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오늘은 해병대부부가 앞장을 선다.

  

저녁에 먹은 술이 아직 해독이 되지 않아서 인지

초입부터 몸이 무거워 혼자 헉헉되건만 해병대는 휘파람을 분다.

하지만 후반에 강하다는 사실을 아직 해병대가 모르진 않을 텐데.. 
 

40여분 올라 능선에 이르렀건만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아 더욱 진이 빠진다.

해병대부부가 길을 훤히 잘 아는 것을 보니 아마 이 길로 많이 다닌 것 같은 눈치다.

저녁에 어떤 때는 전화하면 “헉헉~~”소리가나서 
 

~~@@~~ ????

궁금하여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지금 앞산 야간 산행중이다.”라고 하더니 역시 무서운 해병대부부다.

오늘 사랑방 코피(?) 내려고 아예 작정을 했는가보다.

  


▲삼필봉과 대구시가지 전경

 


▲해병대의 눈털어내기 장난기가 발동한다. 군대생활 어떻게 했는지 안봐도 알것 같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청룡산인데 해병대가 스틱으로 가르키며 열심히 설명을.. 

 


▲눈꽃터널 속으로...

 


▲앞산-비슬산(용연사방향) 갈림길 이정표.

  

    


▲용연사가 있는 옥포 방향의 조망
 

용연사하산길을 지나 철탑아래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눈길이라 미끄러워 힘도 많이 들지만 앞으로는 정상까지 계속 오름이라

2시간 이상이 소요될 터인데 어찌 갈까 걱정이 앞선다. 
 

오후가 가까워지면서 양지쪽 등로의 눈은 녹아내려 질퍽한 죽탕 길로 변하고

바로 눈앞에 다가온 정상은 잡힐 듯 하면서도 요원하다.

지루한 오름 길 해병대부부도 이젠 힘이 드는지 조금씩 뒤로 쳐진다. 
 

원래 이 길은 야생화 따라 진달래가 한창일 때 종주하면

지루하고 힘든 줄도 모른 체 앞산까지 가건만

오늘은 그저 헉헉대기만 하니 사랑방체면이 말이 아니다. 
 


▲드디어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 지척이다.

 


▲정상 사면의 빙화

 


▲해병대가 멀리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비슬산 대견봉에서의 망중한

 


▲멀리 가야할 진달래평원이 보이고 그 너머가 대견사지

 


▲뒤 돌아본 지나온 능선. 멀리 끝봉우리가 청룡산 

 


▲만지면 톡 터질 것 같은 봄기운

 

  


▲뒤돌아본 대견봉의 조망 
 

진달래축제가 열릴 때는

꽃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몸살을 앓던 비슬산

하지만 오늘은 무서우리만큼 외로움에 젖어 보인다.   

 

   


▲작년 4월18일의 진달래가 활짝 핀 비슬산 풍경

 


▲외로이 서 있는 대견사지 삼층석탑

 


▲석양속의 삼층석탑과 세 그림자

 


▲휴양림 하산 길의 유명한 비슬산 암괴류 
 

휴양림 지루한 시멘트차도로 엉금엉금 내려서니

해병대부부는 막차 버스(18:40)를 잡는다며 쏜살같이 달려 내려간다.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 해병대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꼭지는 혀를 끌끌 찬다. 
 

“도대체 뭘 먹었기에 저렇게 힘이 남아돌까?”

“앞산에 뱀이 많다던데 설마..”

“아이다. 밤마다 앞산으로 야간산행해서 그런가 보다.”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