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재촉한다. 계속 북동쪽 항진.
우측으로 90도 꺽여 주을길 이정목이 나타난다. 이 길이다.
근데 묘하게 산중에서 볼 때는
월두봉 쪽 능선이 끊어진 듯 보인다. 함정이다.
여기서 다시 직진인 북동쪽 길은 암릉 오름길이다.
산사나이님도 미심쩍은 듯 미리 암릉길로 정찰을 가본다 한다.
follow me! 사인이 떨어진다.
그런데 올라서 한참을 가봐두 월두봉쪽으로는 능선이 이어지는 곳이 없다.
단지 보이는 것은 개곡리 마을 뿐.
알바②다. 무조건 아까 그 주을길 이정목 90도 꺽임으로 가야했던 것.
여기서 A팀 / B팀이 갈린다.
첨에는 나 혼자 백하여 월두봉쪽으로 간다 그랬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냥 개곡리쪽으로 진행한다 그러는 것이다.
다시 백해서 월두봉 가는 길이 만만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지도에서 보듯 직진하는 개곡리,능우동 하산길은
등고선이 무쟈게 촘촘하다. 급경사인 것이다.
나중에 B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려설 때 진짜 ULTRA DOG고생했다 그런다.
그렇듯이 언제나 지도는 진실만을 말한다.
A팀으로서 혼자 진행하려는데 저기서 누가 나를 부른다.
관악산님이다. 혼자 가는 게 안스러워 같이 가신다 한다.
...괜찮은데... 길 찾아 혼자 헤매는 것.
이게 여태까지의 나의 본류다.
깊게 생각하시는 관악산님의 맘씀이 넘 고마워졌다.
월두봉쪽 주을길로 내려서는데 낙옆 천지다.
낙옆은 미끄러짐에 있어 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엄청 미끄럽다. 그에 따라 진행도 더디다.
낙옆은 좌우간 원없이 밟는다. 계속되는 낙옆의 부스럭소리.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저벅 저벅 부시럭 부시럭......
◎ 주을길쪽으로 가다 임도를 만나고 보이는 이정목(가일부락으로 가다 오른쪽 산으로 접어든다) ▼
◎ 낙옆/낙옆/낙옆 ▼
만만치 않은 너울거림 지나 우측으로 월두봉이 뾰족히 보인다.
마지막 경사 오름은 상상을 절한다.
네발로 기어 오르다시피 하는 것.
여기서도 계속 북동쪽 진행.
그 북동쪽 고정관념이 치명적인 알바③를 만들어낸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월두봉에서부터 계관산길은 도경계가 등산로다.
그런데 거기에서 일단 북서쪽으로 잠깐 삐쳤다가 북동으로 귀환한다.
이걸 놓친것이다. 관악산님도 계속 고개를 갸웃했는데.. 에구..
그런데 왜 잘못된 북동으로도 계속 능선이 이어지는냐 말이다.
능선이 곧 끊어지면 다시 원대 복귀할텐데 말이다.
한동안 오르내리니 급기야는 능선이 끊어진다.
그제서야 알바란 생각이 들었다. 알바③! 시간은 14:00.
엄청난 알바의 폐해다.
알바는 가야할 길 반도 못가게 붙잠는다. 흡사 물귀신 같다.
삼악산이 목표인데 이 시간에 계관산도 못가고
제자리 걸음하는 게 아니던가.
3번에 걸친 대형 알바. 이른바 "알바의 전성시대"다.
해 일찍 떨어지는 늦가을에 보납/계관을 해보니
삼악산을 갈려하면
반드시 계관에서 점심을 먹는 진행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쨋던 일단 내려가고 볼일이다.
가시잡목 헤치고 칡넝쿨에 목 조이고 내려가보니
난데없는 양어장 낚시터다. 아니 이 산중에 낚시터가 웬말.
별일 다본다구 관악산님이랑 쳐다보며 껄껄 웃는다.
양어장 주인이 있어 물어보니 보안리란다.
계관산쪽으로 깊숙히 들어간 보안리 끝단.
어딜가냐길래 계관산을 간다하니
거기가 어딘데 지금 시간에 가냐고 팔쩍 뛴다.
서둘러 양어장 한편에 점심보따리를 풀고 허겁지겁 먹는다(14:20~14:45)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윈드스토퍼를 입는다.
◎ 난데없이 나타나는 양어장 낚씨터 ▼
서둘러 식사후 콘크리트길로 주욱 올라가니
우리가 놓쳤던 계관산가는 능선이 좌측 어깨 위로 흐른다.
어렴풋이 길은 나있다. 여기도 칡넝쿨이 목조르기는 마찬가지.
다시 힘을 내 능선으로 올려부친다.
능선에 이르러 한동안 가니 임도가 있는 달개지가 나타난다.
이 임도는 북쪽 개곡리와 남쪽 당림리를 연결시킨다.
고갯마루의 절개지가 희안하게 생겼다.
◎ 달개지의 절개지(절개지 우측 중간으로 오른다) ▼
계관산이 멀지 않았다.
B팀에게서 전화가 온다. 산사나이님이다.
14:10분경 계관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임도로 내려서서 달개지로 오르는중이란다.
아니 벌써?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면서 계관으로 향한다.
계관산은 희안하다. 지도에는 665봉이 계관산으로 표시되어있고
665봉의 북쪽에 있는 북배산쪽으로의 736봉은 무명봉이다.
736봉이 있는데 굳이 665봉을 왜 계관산으로 칭하는지 모르겠다.
더우기 현지의 정상석은 736봉에 있다 그런다.
무슨 소리인지 점점 더 헷갈린다.
몽가북계 주능선에 오른다. 저번의 감동 그대로다.
삼악산이 잡힐 듯이 있고
보자기를 풀어 내용물이 와락 쏟아지듯 춘천이 그렇게 펼쳐진다.
능선상의 억새가 늦가을 정취를 돋우고 있다.
북배산까지는 방화산 벌초가 마무리 된 거 같다.
전에 속리에서 관악산님이 맨날 사진에 자기는 엑스트라(?)라 하셔서
멋지게 독사진으로 박아드린다 ^^...
◎ 삼악산 ▼
◎ 춘천 ▼
◎ 억새속의 관악산님 ▼
◎ 계관산 정상(여기가 736봉인지???) ▼
16:45분경에 계관산에서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길은 정상석 바로 뒤의 싸리재로 가는 능선길.
싸리재 가는 임도에 떨어져 계곡에서 마무리하니 17:45분.
보납/계관에만 무려 장장 9시간이 소요되었다.
푹 쉰적 한번두 없는데 말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삼악산은 또 숙제가 되었다.
나중에 B팀과 합류해 뒤풀이 장소에서 안거지만
B팀은 보납/월두/계관으로 이어지는 오리지날 능선의
북쪽방향 능선을 타고 가던 중(지도 참조)
중간에 스텐리스 계관산 정상표지를 만났다 한다.
그래 몸도 맘도 피곤하고 고단해 그 길로 하산해 임도를 만나
달개지로 올랐단다.
그쪽 길은 등산객들이 잘 안다녀 가시나무며 모며 진짜 DOG고생했단다.
참 희안한 산행도 다 있다 느낄만도 한 거 같다.
애초에 보납/계관/삼악을 목표로 올랐으나 진성 계관(?)은 보지도 못하고
스뎅(?) 계관만 봤으니 말이다.
삼악을 실패했으니 나중에는 삼악에서부터 시작하여
역으로 계관/북배/가덕/몽덕을 기필코 해내야겠다고 옴팡지게 결의를 하며
술잔을 부딪힌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